[세태추적] ‘성범죄 대란’ 노린 허위신고 천태만상

물 만난 꽃뱀들…한번 물리면 끝장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강력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요즘, 성범죄에 민감한 사회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로 인한 성범죄 허위신고도 뒤따르고 있다. 일명 꽃뱀들이 상대 남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고도 성폭행 당했다며 금품을 요구하거나 허위로 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애매한 처벌법으로 애먼 남성들만 피해를 보는 실정.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범죄 허위신고. 그 기막힌 사연들을 공개한다.

“나하고 섹스하자.”

2003년 충북 제천경찰서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후 피해 남성에게서 합의금을 받아낸 여대생 김모씨와 대신 허위신고를 감행한 후배 박모씨를 구속했다.

미모에 눈먼 남성
한순간에 강간범

김씨는 제천시의 한 대학 체육관 공터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남성 박모씨에게 자신과 섹스하자며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대학의 홍보도우미로 활동했을 정도로 미모가 빼어났던 김씨가 미인계를 이용해 박씨를 꼬드긴 것이다. 박씨는 김씨의 외모에 반해 욕구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성관계를 가졌다. 둘의 섹스현장을 목격한 후배 박씨는 선배 김씨가 피해 남성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 박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강간범으로 구속됐다. 동생의 검거소식을 들은 박씨의 누나는 김씨에게 합의를 요청했고 500만원의 합의금을 내주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사건은 약 2주 후에 반전됐다. 여대생 김씨와 박씨, 두 여성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피해자의 여자 친구 이씨가 사건에 의심을 품고 집요하게 추궁했기 때문. 이씨는 평소 행동거지가 올바르지 못한 김씨가 사건을 조작했을 것이라 믿고 홀로 재조사에 돌입했다.


이씨는 김씨와 자신의 남자친구 박씨를 불러 3자 대면 겸 화해의 자리를 마련 후 이 자리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를 녹음했다. 이후 피해자 박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이씨는 김씨에게 ‘헤어진 지 오래’라고 거짓말을 해 진실을 말하게끔 유도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평소 박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혼내주려고 거짓신고를 했다”고 털어놨고 이 녹취록을 접한 경찰은 곧바로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가 경찰 진술에서 사전에 계획된 범행임을 자백함으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져 피해자 박씨의 억울함이 풀렸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보고 꽃뱀 여대생과 유혹에 넘어간 남성을 동시에 비난했다. 반면 다른 여성과 바람피운 남자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준 이씨는 자비롭고 관대한 여성으로 여겨지며 웃지 못할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낙태하려고 친아빠에 성폭행 혐의 뒤집어씌워
애인이 뚱뚱하다 무시해 불만 품고 거짓 증언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고 다른 가족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다. 일찌감치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남자친구와의 수차례 성관계 끝에 임신을 하게 된 A양은 대학생인 친언니에게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 소식을 접한 언니는 동생 A양을 데리고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시키는 것으로 입을 닫았다.

4개월 뒤 자매는 아버지가 집 안에서 흉기를 들고 폭력을 휘두르자 경찰에 신고했고, 이 과정에서 A양은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A양의 진술이 자세하고 일관돼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아버지 B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에 의심을 품었던 B씨의 형이 우연한 계기로 A양의 일기장을 보게 됐고 모두 허위였음이 밝혀졌다. 검찰은 사건기록을 다시 살핀 뒤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A양으로부터 “허위 신고해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진술서를 받아냈고 B씨는 구속 13일 만에 철창신세를 면하게 됐다. 검찰은 A양을 무고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아버지 B씨는 친딸의 허위 신고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딸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양은 검찰 진술에서 “남자친구와 성관계로 임신해 배가 불러오자 낙태 수술을 받으려고 언니에게 거짓말 했고, 아버지의 잦은 폭력에 허위 신고를 결심하게 됐다”고 자백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B씨는 자신의 평소 행동을 후회하면서 딸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부녀 사이에 신뢰가 깨진 씁쓸한 사건”이라며 혀를 찼다.


의도적 접근으로
돈 뜯을 궁리만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허위 신고한 여성도 있었다. 지난 2009년 김씨는 내연남과의 관계를 청산하면서 보상금을 받을 목적으로 상대가 자신을 3회에 걸쳐 강간했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당시 내연남이 유부남이란 점을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김씨는 내연남에게 ‘관계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후 합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사업상 손실을 이유로 1억7000만원을 한 차례 더 요구했다가 상대가 거절하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거짓진술로 일관하고 있고, 강간죄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이라 상대방이 자칫 그 이상의 형을 살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남자친구가 결별을 받아들이지 않자 강제출국 시키기 위해 감금·성폭행 당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여대생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여대생 C씨는 인도인 선박 설계사 D씨와 6개월가량 교제하다가 다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들통 나자 외국인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관계가 종결될 줄 알았던 C씨의 예상과는 다르게 양다리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D씨는 결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C씨에게 지속적으로 구혼을 시도했다.

C씨는 숱한 이별 선언에도 심경에 변화를 보이지 않던 D씨를 성폭행 및 감금죄의 형사 처벌로 강제출국 시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몄고 이 일은 얼마가지 않아 경찰에 탄로 났다. C씨는 경제적 능력이 여유로웠던 D씨와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중간에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다. C씨는 이를 계기로 인도인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했으나 상대의 마음을 돌리기가 힘들어 범죄자로 둔갑시키려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남성과 불륜 저지르고 들킬까 다른 진술
빌려준 돈 갚지 않자 앙심에 강간당했다 신고

돈을 빌려간 남성이 돈을 갚지 않자 앙심을 품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신고한 여성도 있다. 2012년 5월 말 유모씨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이모씨를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경찰에 유씨를 신고한 후 자기의 몸에 난 상처를 근거로 일관되게 “유씨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는 한동안 변명으로 여겨졌다. 유씨의 범행이 기정사실화 되며 구속 기소될 즈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이씨가 설명한 당시 상황으로 판단할 때 여성치고는 체구가 큰 편인 이씨가 유씨의 승용차 안에서 자기가 설명한 형태로 비좁은 공간에서 완벽히 상대에게 제압당한 채 강간을 당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 또 이씨 몸에 난 상처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보낸 결과, 국과수는 “상처의 방향으로 볼 때 여성 본인이 자신의 몸을 손톱으로 긁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사건 발생 직후 의사가 작성한 응급치료 기록지에도 손톱으로 인한 상처는 기록되지 않았다. 이씨는 “범행 당시 유씨가 손톱으로 할퀴어서 몸에 상처가 났다”고 진술해왔다. 결국 검찰은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이씨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관계자는 “이씨가 유씨에게서 빌려준 돈을 받아내려고 하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신고를 했다”며 “이씨를 무고죄로 구속 기소한 후 억울하게 수감돼 있던 유씨를 석방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성폭행 조사 때 수사기관이 피해 여성의 진술을 존중하는 추세를 역이용했다. 거짓 진술로 유씨를 구속에 이르게 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상처만 남긴
감정적 대응

지난 2010년 8월 20대 여성 이모씨는 충남 금산군의 한 공장 앞길에 주차된 김모씨의 승용차 안에서 김씨로부터 한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씨가 성폭행 사실을 극구 부인하자 공장 부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 김씨가 사건 발생 장소에 주차한 사실이 없고, 차량 이동경로도 고소인의 주장과 다르고 이씨가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도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암시하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씨를 집중 추궁했다. 결국 이씨는 “김씨와 성관계를 전제로 만났는데 뚱뚱하다는 이유로 무시해 앙심을 품고 고소하게 됐다”는 자백을 받아냈고, 검찰은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자신이 다른 남성과 모텔에 간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들키자 상대방을 성폭행 혐의로 무고한 10대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우모씨는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모텔에서 E씨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우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이후에도 E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고, 우씨가 E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도 성폭행 피해자로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는 사실을 토대로 집중 추궁 끝에 “남자친구로부터 E씨와 모텔에 간 이유를 추궁당해, 이를 모면하려고 강간당했다고 허위로 고소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최근 성폭력 행위를 엄히 단속하는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수사기관을 악용하는 신고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개인적인 앙갚음 등의 목적으로 허위 고소하는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성폭력 고소 사건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잘못된 선택이
무고한 사람 파멸로

오원춘 인육사건 이후 허위신고 사례는 점점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만우절 같이 사회풍토상 거짓말이 수용되는 날에는 범행 수위나 횟수도 만만치 않아 정작 도움 받아야 할 사람들이 국가기관으로부터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봐야했다. 이후 일반 허위신고에 따른 법적 처벌은 더 강화됐지만 성범죄 허위신고 처벌법의 경우, 신고자의 자백을 받아내지 않는 이상 수사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성범죄 처벌법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그에 따른 형량도 높아지고 있다. 한 순간의 잘못된 감정대응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파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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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