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용산역세권 개발 파행 막전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0:57:54
  • 댓글 0개

5년째 다람쥐 챗바퀴 뱅뱅 '되긴 될까'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2016년 완공 예정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조감도는 한 마디로 예술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게 설계 된 랜드마크빌딩 '트리플 원'(660m)을 비롯해 예쁜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멋진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한시라도 빨리 실제 완공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예정일 안에 완공 될지 의문인 상태다. 토지주 코레일과 최대주주 롯데관광개발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 못해 법적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총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으로 불린다.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묶어 통합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개발 규모부터 여타 개발사업과 비교를 불허한다. 이 사업의 핵심 주주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사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살벌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부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의 사업주체는 프로젝트금융회사인 드림허브 PFV(이하 드림허브)이나 실질적 사업추진 법인은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로 이원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용산역세권개발㈜(이하 AMC)은 드림허브의 위탁을 받아 설계, 발주, 보상, 분양 등의 각종 개발 업무를 대행하는 등 사실상의 시행주체의 역할을 하는 회사로 롯데관광개발이 70.1%, 코레일이 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업 출자사 드림허브의 주주는 코레일 25%, 롯데관광개발 15.1%, 삼성그룹 14.5%, SH공사 4.9%, 기타 40.5% 등이다.

코레일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롯데관광개발이 보유 중인 AMC의 지분 중 옛 삼성물산 몫인 45.1%를 인수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롯데관광개발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옛 삼성물산 지분 모두를 롯데관광개발로부터 넘겨받는 안을 관철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의안 심의조차 못 한 채 다음 이사회로 넘겼다. 차기 이사회 일정에 대해서도 미정이라고 밝혀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으로부터 건네받은 지분 45%는 향후 외부투자자 등에게 양도할 것'이라는 양측 간 합의서 내용을 근거로 양도 대상에 코레일도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사업합의서에서 외부투자자 '등'이라고 표현해 인수 대상에서 코레일을 제외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코레일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초 주주 간 협약서에도 코레일의 지분은 29.9%로 고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원 동의 원칙인 사업협약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코레일은 "코레일 지분이 29.9%로 고정된 것은 최초 주주협약 때 요건일 뿐 향후 지분율에 대한 내용은 규정되지 않았다"며 재반박하고 나섰다.

종합하면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의 지분 45.1%를 양도받아 최대주주가 된 후 대규모 사업을 주도할만한 역량을 갖춘 대표 건설사가 참여하면 대부분의 지분을 넘겨줄 요량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의 사업수행능력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심 주주 갈등에 31조 사업 또 난항
사업주체 코레일 vs 시행사 롯데관광

코레일은 지난 17일 이사회 소집에 앞서 이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에 지분 인수와 주관사를 맡아 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락 의사를 나타낸 곳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롯데관광개발이 30조원이 넘는 사업을 감당할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올해 초부터 수차례 사업계획 수정과 대안 제시를 요청했지만 미동도 없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코레일의 바람대로 롯데관광개발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향후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 될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다.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롯데관광개발이 AMC의 최대주주가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단 한 건의 외부 투자도 유치하지 못한데다가 자금조달 방식을 두고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달 초 코레일이 드림허브의 자본금을 현재 1조4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증액시키려 하다 롯데관광개발의 반대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되자 속에서 끓고 있던 불만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양측이 개발방식을 두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것 역시 갈등의 주요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레일은 용산 철도정비창을 우선 개발하는 단계적 개발로 입장을 정리한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당초의 통합개발 추진을 고수하고 있는 것.


코레일은 사업 부지를 분리한 단계적 개발이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부이촌동 보상을 뒤로 늦추고 최초의 계획대로 철도정비창 부지를 먼저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서부이촌동 11개 주민 모임 대표 김찬 총무는 "단계적 개발로 변경하면 보상 시기가 내년 7월에서 2017년 1월로 3년 반이나 더 늦어지는데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지금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늘고 있는데 단계적 개발을 하면 모두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롯데관광 배제 후
향후 계획 있나?

롯데관광개발도 코레일의 주장은 개발사업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개발지역으로 지정받고, 보상안을 내놓은 조건으로 사업인허가를 내준다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 등 지금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개발방식을 전제로 이뤄졌다"며 "단계적개발로 전환되면 구역지정과 시행자지정이 취소되면서 사업 일정이 최소 2년이상 지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에는 매일 4억원의 이자와 9억원의 토지분납이자 등이 발생하고 있어 사업기간이 늘어나면 사업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설명이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가지고 있는 AMC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이사회에서 무산될 경우 "주주로서 기본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밝혀 코레일이 사업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으면 앞으로 추가지원은 없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마치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여기서 코레일이 기본 역할만 하겠다는 말은 사업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행해졌던 특혜적 지원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자금난에 빠진 용산 개발 정상화를 위해 출자사들로부터 순차적으로 받기로 한 땅값 8조원 중 5조3000억원의 납부시기를 준공 1년 전후로 미뤄준 바 있다. 또 국제업무지구 내 건설 예정인 랜드마크 빌딩도 4조1600억원에 미리 매입해주면서 자금을 지원했었다.

'삼성물산'도 싫다
'롯데관광'도 싫다

앞으로도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 2차 계약금 4160억원 상당을 출자사인 드림허브에 납부해야 하는데 만약 코레일이 마음을 달리 먹고 납부를 거부하면 모든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사업이 멈추면 그 피해는 출자사를 비롯해 5년간 재산권 침해를 참아온 서부이촌동 주민에게 돌아가게 되고 31조원대 개발사업이 기약 없이 중단 되는 만큼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격론을 벌인 것을 두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점치고 나섰다. 양쪽 간 법적 소송전이 벌어지게 되면 주민보상 차질에 이은 사업지연 및 중단은 당연한 수순이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던 2007년에 추진됐다. 코레일은 당시 용산 철도정비창 터(약 40만㎡)를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 사업안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오세훈 전임시장의 한강르네상스·서해아라뱃길사업을 연계시킬 것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일반상업지역의 주거를 허용하지 않는 등 국제업무지구의 용적률 및 주거비율을 높여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한강 경관 개선을 이유로 서부 이촌동(12만4000㎡)을 포함한 통합 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당시 코레일은 서울시의 통합개발안을 받아들였고 2007년 12월 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내세워 드림허브와 '사업협약서'를 체결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작된 사업이지만 워낙 규모가 큰 터라 사업진행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지난 2010년 8월 삼성물산이 사업주도권을 포기하면서 본격적인 난항이 시작됐다. 2010년 초 개발용지 소유자인 코레일은 토지매매 중도금 7010억원을 출자사인 드림허브가 납부하지 못하자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사 주주들에게 지급보증을 수차례 요구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AMC의 45.1%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자 주관사였다.

재원조달방식에서 개발방식까지 '이전투구'
코레일 "자금지원 중단할 것" 배수진 펼쳐

삼성물산은 지금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출자사들에 요구하는 방안과 비슷한 요구를 코레일 측에 피력했다. 삼성물산은 사업 리스크가 큰 만큼 자금을 출자사 지분을 2조원대로 증자하자고 주장했고 토지대금 중도금 4조7000억원 지급을 준공 시점까지 무이자로 연기하는 방안도 코레일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삼성물산이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대안 마련과 구체적인 방안을 조기에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재까지 미납된 토지매매 중도금 등 7010억원에 대해 납부이행청구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에 계약해지의 사전절차인 의무이행 최고장까지 보냈다. 이 같은 코레일의 공세에 삼성물산은 AMC 주관사 자격과 가지고 있던 모든 지분을 롯데관광개발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하자 남광토건, 우미건설 등 다른 건설 출자사들도 잇따라 출자지분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자금줄이 끊기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코레일은 자금 조달을 위해 약 10조원대의 시공권을 조건으로 건설사 지급보증 1조원 및 해외자본 유치 등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하면서 사업이 좌초될 위기로 몰렸다.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해 7월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4000억원을 유상증자(전환사채)하는 조건으로 파격적인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4조원대 규모의 개발 예정 건물인 랜드마크 빌딩을 선매입하고 드림허브의 토지대금 지급 시기를 연기해주기로 하면서 사업이 재추진된 것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레일이 원래 삼성물산 측이 주장했던 토지대금 입금 연기를 코레일이 사업정상화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코레일은 2년 전 삼성물산을 상대로 초강수로 버티다 삼성물산만 내쳤을 뿐 땅값도 미루고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에 따른 4조원대 자금 부담만 더 지게 된 꼴이 됐다.  

결국 자금조달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서부이촌동 주민과 보상협의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지난 4월로 계획됐던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23일 드림허브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되는 법정 토지 보상금 외에도 1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주민 보상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업계는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여전히 남아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성공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평가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

한편 사업이 늦어지면서 출자사인 드림허브는 PF 대출로 조달한 땅값 이자 4억원 등 하루 손실액이 17억원에 달해 '사면초가' 상황에 빠진 상태다. 또 사업이 5개월여 지연되면서 금융비용만 600억원이 지출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연면적 395만㎡의 대규모 건물을 분양하는 일이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의 사업비용이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심 주주 간 법적 분쟁까지 불거지면 장기 개발 청사진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당장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서부이촌동 땅 보상이나 오피스빌딩 착공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역세권개발을 둘러싼 핵심 주주들의 주도권 싸움에 애꿎은 투자자들과 용산 일대 주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