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짜증내면서도 보는 ‘막장드라마’ <매력>

‘막’ 나갈수록 ‘막’ 본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인공 장서희가 입고 나온 옷이 ‘완판’ 되고 드라마 내용을 패러디한 UCC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면 동네 슈퍼는 개점휴업이다.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요즘 안방극장은 ‘막장드라마’가 대세다. 욕하면서도 보고, 짜증내면서도 빠져든다. 2009년에도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에서는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뽑는 투표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막 나가서 막 보게 된다는 ‘막장드라마’. 그 묘한 매력을 분석해 보았다.


‘막장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공식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내의 유혹>은 그 설정부터 ‘막장’ 소리를 들을 만하다.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여자가 죽음을 딛고 변신에 성공해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히 오랜만에 컴백하는 거라서 그냥 잔잔한 거는 피했다. 너무 잔잔한 느낌은 각인이 안 될 거 같아서 뭔가 비트 있는 역할을 원했다”고 밝혔다.

장서희의 기대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제대로 각인된 <아내의 유혹>은 현재 4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막장드라마의 양대 산맥이었던 <조강지처클럽>과 <흔들리지 마> 역시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공식은 꼬일수록 재미있고 비틀수록 흥미롭다는 등장인물들의 인연이다.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 속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주인공은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모종의 음모에 의해 양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인 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조민기는 “교과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몹쓸 소재겠지만 시청자 여러분들이 그 소재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소재에 인물들이 반응하는 그런 것들에 더 귀 기울여서, 그런 차이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에 덧붙여 여자 주인공의 억지스러운 임신이라는 몹쓸 소재까지 가세해 <에덴의 동쪽>은 <에덴의 막장>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말았다.
‘막장드라마’ 뽑기 투표를 통해 최고의 막장으로 등극한 <너는 내 운명>도 주인공이 입양된 후, 꼬인 관계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윤아는 드라마 시작 전 인터뷰에서 “사고로 잃은 두 눈을 각막이식 수술 받아 더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캐릭터를 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내용면에서 시청자들을 그다지 배려해주지 못했다. 특히 드라마 후반, 주인공 새벽이의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모두 백혈병에 걸리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새벽이의 골수와 일치하는 설정 때문에 <너는 내 골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 번째 공식은 잔인할 정도로 독한 내용을 담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에는 자살, 왕따, 강간 등 치명적인 소재들을 담고 있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상위 0.1%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너무나도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어이없는 설정의 퍼레이드… 억지스러운 설정에 비난받기도
꼬일 대로 꼬여버린 등장인물 관계도… 비틀수록 흥미롭다?
강하게! 독하게! 잔인하게!…  자살·강간·왕따 등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 심해

독한 내용이라고 하면 명품막장으로 손꼽히는 <아내의 유혹>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변우민이 맡은 정교빈 역의 경우,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아내를 바다에 던지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자는 능력 있는 집안의 자제이며 여자는 자수성가한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점. 극중 남자 주인공들의 조직 내 직함은 대부분 ‘실장님’인 경우가 많다. 단 자력 승진이 아닌 입사할 때부터 ‘실장님’이어야 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형’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타고난 능력과 미모로 고속 출세하거나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곤 한다.
이밖에 못된 시어머니와 시누이. 여자 주인공을 묵묵히 곁에서 돕는 ‘키다리 아저씨’도 필수다. 이 같은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권선징악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결말을 마무리한다. 대부분 악인의 비참한 최후로 끝을 맺고 가끔씩은 귀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는 ‘중독성’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시청하게 된다.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이 월등히 심하다. 자극적인 인공 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사찰 음식을 먹게 되면 심심함을 호소하고 몰래 인공 조미료를 다시 찾게 되는 이치다.
욕하면서도 방송 시간이면 자신도 모르게 리모컨에 손이 가는 증세가 발견되곤 한다. 캐릭터와 설정은 비록 ‘막장’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운 대사는 ‘막장드라마’의 또 다른 중독 포인트다.

한 방송관계자는 “아마도 답답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를 통해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막장드라마’의 인기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의 시초는 언제부터일까.
많은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의 원조로 2002년부터 1년 동안 방송됐던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를 꼽는다. 장서희 주연의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는 한 방송작가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배다른 여동생의 연인을 빼앗는다는 내용으로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인어아가씨>로 재미를 본 임 작가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로 다시 한 번 ‘막장드라마’의 신천지를 개척한다. 어머니가 친딸을 새로 결혼한 남편의 아들과 결혼시킨다는 줄거리로 자매가 형제와 동시에 결혼한다는 내용의 출세작 <보고 또 보고>와 더불어 가족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SBS <조강지처 클럽>도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에 대적할 만한 ‘막장드라마’의 대표작이다. 불륜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등장인물들에 시청자들은 욕을 퍼부어대면서도 빠져들기 일쑤였으며 특히 안내상이 연기한 한원수는 ‘찌질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을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부 시청자 A씨가 말하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식혀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 같은 게 복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구은재(장서희)가 절친한 친구 신애리(김서형)와 바람난 남편 정교빈(변우민)에게 버림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구은재가 능력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소희로 변신해 신애리에게 복수를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은재가 통쾌하게 한방을 먹이고 악에 받친 애리가 패악을 부리는 내용이 백미.
<아내의 유혹>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주부 시청자 A씨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에 대해 “복수는 식혀서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과 같다고 하잖아요”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주인공이 남편의 목줄을 조금씩 죄어가며 복수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아내의 유혹>에 쉽게 유혹되는 이유는 여주인공의 가슴에 사무친 복수에 대한 집념.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애간장을 태우며 천천히 진행되는 짜릿한 복수 때문이다.
실제 <아내의 유혹>의 시청률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 시점을 살펴보면 여주인공 구은재가 남편인 정교빈에 대한 복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막장드라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아내의 유혹>에는 선한 인물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틈만 나면 뒤통수를 친다. 때문에 출연진 모두가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쓴다.
A씨는 “장서희의 깡 있는 악녀 연기가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을 뛰어넘는다. 또 김서형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씰룩거리는 입술 모양이 예술이다. 악녀를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하는지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매력을 분석했다.
일일 드라마임에도 회당 에피소드가 3~4개씩 쏟아지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히고 있다. 통속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에도 빠져들어 볼 수밖에 없다. 두 여자의 얽히고설킨 악녀 연기에 힘입어 뒤에 방송되는 <8 뉴스>까지 덩달아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A씨는 “요즘 <아내의 유혹>을 하루라도 놓치면 아줌마들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막장 드라마는 주부들이 고민과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는 대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남편의 외도 등 드라마의 주요 소재들이 모두 평범한 주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일화들을 허구가 아니라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이웃 동네의 주부들이 겪는 얘기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깊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소재만 자극적이라고 무조건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아니다.
막장 소재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연출력과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인기 비결 중 하나다.
A씨는 “<아내의 유혹>의 경우 소재는 뻔하고 통속적이지만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매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 때문에 다음회를 꼭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악녀 신드롬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악한 감정을 표출할 기회는 없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악한 본성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악녀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누린다. 또 어려운 경제 상황에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곳이 없는데 극단적이고 악한 캐릭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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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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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