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짜증내면서도 보는 ‘막장드라마’ <매력>

‘막’ 나갈수록 ‘막’ 본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인공 장서희가 입고 나온 옷이 ‘완판’ 되고 드라마 내용을 패러디한 UCC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면 동네 슈퍼는 개점휴업이다.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요즘 안방극장은 ‘막장드라마’가 대세다. 욕하면서도 보고, 짜증내면서도 빠져든다. 2009년에도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에서는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뽑는 투표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막 나가서 막 보게 된다는 ‘막장드라마’. 그 묘한 매력을 분석해 보았다.


‘막장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공식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내의 유혹>은 그 설정부터 ‘막장’ 소리를 들을 만하다.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여자가 죽음을 딛고 변신에 성공해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히 오랜만에 컴백하는 거라서 그냥 잔잔한 거는 피했다. 너무 잔잔한 느낌은 각인이 안 될 거 같아서 뭔가 비트 있는 역할을 원했다”고 밝혔다.

장서희의 기대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제대로 각인된 <아내의 유혹>은 현재 4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막장드라마의 양대 산맥이었던 <조강지처클럽>과 <흔들리지 마> 역시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공식은 꼬일수록 재미있고 비틀수록 흥미롭다는 등장인물들의 인연이다.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 속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주인공은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모종의 음모에 의해 양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인 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조민기는 “교과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몹쓸 소재겠지만 시청자 여러분들이 그 소재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소재에 인물들이 반응하는 그런 것들에 더 귀 기울여서, 그런 차이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에 덧붙여 여자 주인공의 억지스러운 임신이라는 몹쓸 소재까지 가세해 <에덴의 동쪽>은 <에덴의 막장>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말았다.
‘막장드라마’ 뽑기 투표를 통해 최고의 막장으로 등극한 <너는 내 운명>도 주인공이 입양된 후, 꼬인 관계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윤아는 드라마 시작 전 인터뷰에서 “사고로 잃은 두 눈을 각막이식 수술 받아 더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캐릭터를 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내용면에서 시청자들을 그다지 배려해주지 못했다. 특히 드라마 후반, 주인공 새벽이의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모두 백혈병에 걸리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새벽이의 골수와 일치하는 설정 때문에 <너는 내 골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 번째 공식은 잔인할 정도로 독한 내용을 담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에는 자살, 왕따, 강간 등 치명적인 소재들을 담고 있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상위 0.1%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너무나도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어이없는 설정의 퍼레이드… 억지스러운 설정에 비난받기도
꼬일 대로 꼬여버린 등장인물 관계도… 비틀수록 흥미롭다?
강하게! 독하게! 잔인하게!…  자살·강간·왕따 등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 심해

독한 내용이라고 하면 명품막장으로 손꼽히는 <아내의 유혹>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변우민이 맡은 정교빈 역의 경우,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아내를 바다에 던지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자는 능력 있는 집안의 자제이며 여자는 자수성가한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점. 극중 남자 주인공들의 조직 내 직함은 대부분 ‘실장님’인 경우가 많다. 단 자력 승진이 아닌 입사할 때부터 ‘실장님’이어야 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형’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타고난 능력과 미모로 고속 출세하거나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곤 한다.
이밖에 못된 시어머니와 시누이. 여자 주인공을 묵묵히 곁에서 돕는 ‘키다리 아저씨’도 필수다. 이 같은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권선징악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결말을 마무리한다. 대부분 악인의 비참한 최후로 끝을 맺고 가끔씩은 귀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는 ‘중독성’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시청하게 된다.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이 월등히 심하다. 자극적인 인공 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사찰 음식을 먹게 되면 심심함을 호소하고 몰래 인공 조미료를 다시 찾게 되는 이치다.
욕하면서도 방송 시간이면 자신도 모르게 리모컨에 손이 가는 증세가 발견되곤 한다. 캐릭터와 설정은 비록 ‘막장’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운 대사는 ‘막장드라마’의 또 다른 중독 포인트다.

한 방송관계자는 “아마도 답답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를 통해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막장드라마’의 인기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의 시초는 언제부터일까.
많은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의 원조로 2002년부터 1년 동안 방송됐던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를 꼽는다. 장서희 주연의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는 한 방송작가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배다른 여동생의 연인을 빼앗는다는 내용으로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인어아가씨>로 재미를 본 임 작가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로 다시 한 번 ‘막장드라마’의 신천지를 개척한다. 어머니가 친딸을 새로 결혼한 남편의 아들과 결혼시킨다는 줄거리로 자매가 형제와 동시에 결혼한다는 내용의 출세작 <보고 또 보고>와 더불어 가족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SBS <조강지처 클럽>도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에 대적할 만한 ‘막장드라마’의 대표작이다. 불륜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등장인물들에 시청자들은 욕을 퍼부어대면서도 빠져들기 일쑤였으며 특히 안내상이 연기한 한원수는 ‘찌질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을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부 시청자 A씨가 말하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식혀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 같은 게 복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구은재(장서희)가 절친한 친구 신애리(김서형)와 바람난 남편 정교빈(변우민)에게 버림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구은재가 능력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소희로 변신해 신애리에게 복수를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은재가 통쾌하게 한방을 먹이고 악에 받친 애리가 패악을 부리는 내용이 백미.
<아내의 유혹>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주부 시청자 A씨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에 대해 “복수는 식혀서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과 같다고 하잖아요”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주인공이 남편의 목줄을 조금씩 죄어가며 복수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아내의 유혹>에 쉽게 유혹되는 이유는 여주인공의 가슴에 사무친 복수에 대한 집념.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애간장을 태우며 천천히 진행되는 짜릿한 복수 때문이다.
실제 <아내의 유혹>의 시청률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 시점을 살펴보면 여주인공 구은재가 남편인 정교빈에 대한 복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막장드라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아내의 유혹>에는 선한 인물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틈만 나면 뒤통수를 친다. 때문에 출연진 모두가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쓴다.
A씨는 “장서희의 깡 있는 악녀 연기가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을 뛰어넘는다. 또 김서형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씰룩거리는 입술 모양이 예술이다. 악녀를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하는지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매력을 분석했다.
일일 드라마임에도 회당 에피소드가 3~4개씩 쏟아지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히고 있다. 통속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에도 빠져들어 볼 수밖에 없다. 두 여자의 얽히고설킨 악녀 연기에 힘입어 뒤에 방송되는 <8 뉴스>까지 덩달아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A씨는 “요즘 <아내의 유혹>을 하루라도 놓치면 아줌마들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막장 드라마는 주부들이 고민과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는 대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남편의 외도 등 드라마의 주요 소재들이 모두 평범한 주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일화들을 허구가 아니라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이웃 동네의 주부들이 겪는 얘기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깊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소재만 자극적이라고 무조건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아니다.
막장 소재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연출력과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인기 비결 중 하나다.
A씨는 “<아내의 유혹>의 경우 소재는 뻔하고 통속적이지만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매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 때문에 다음회를 꼭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악녀 신드롬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악한 감정을 표출할 기회는 없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악한 본성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악녀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누린다. 또 어려운 경제 상황에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곳이 없는데 극단적이고 악한 캐릭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