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짜증내면서도 보는 ‘막장드라마’ <매력>

‘막’ 나갈수록 ‘막’ 본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인공 장서희가 입고 나온 옷이 ‘완판’ 되고 드라마 내용을 패러디한 UCC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면 동네 슈퍼는 개점휴업이다.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요즘 안방극장은 ‘막장드라마’가 대세다. 욕하면서도 보고, 짜증내면서도 빠져든다. 2009년에도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에서는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뽑는 투표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막 나가서 막 보게 된다는 ‘막장드라마’. 그 묘한 매력을 분석해 보았다.


‘막장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공식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내의 유혹>은 그 설정부터 ‘막장’ 소리를 들을 만하다.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여자가 죽음을 딛고 변신에 성공해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히 오랜만에 컴백하는 거라서 그냥 잔잔한 거는 피했다. 너무 잔잔한 느낌은 각인이 안 될 거 같아서 뭔가 비트 있는 역할을 원했다”고 밝혔다.

장서희의 기대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제대로 각인된 <아내의 유혹>은 현재 4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막장드라마의 양대 산맥이었던 <조강지처클럽>과 <흔들리지 마> 역시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공식은 꼬일수록 재미있고 비틀수록 흥미롭다는 등장인물들의 인연이다.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 속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주인공은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모종의 음모에 의해 양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인 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조민기는 “교과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몹쓸 소재겠지만 시청자 여러분들이 그 소재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소재에 인물들이 반응하는 그런 것들에 더 귀 기울여서, 그런 차이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에 덧붙여 여자 주인공의 억지스러운 임신이라는 몹쓸 소재까지 가세해 <에덴의 동쪽>은 <에덴의 막장>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말았다.
‘막장드라마’ 뽑기 투표를 통해 최고의 막장으로 등극한 <너는 내 운명>도 주인공이 입양된 후, 꼬인 관계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윤아는 드라마 시작 전 인터뷰에서 “사고로 잃은 두 눈을 각막이식 수술 받아 더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캐릭터를 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내용면에서 시청자들을 그다지 배려해주지 못했다. 특히 드라마 후반, 주인공 새벽이의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모두 백혈병에 걸리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새벽이의 골수와 일치하는 설정 때문에 <너는 내 골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 번째 공식은 잔인할 정도로 독한 내용을 담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에는 자살, 왕따, 강간 등 치명적인 소재들을 담고 있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상위 0.1%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너무나도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어이없는 설정의 퍼레이드… 억지스러운 설정에 비난받기도
꼬일 대로 꼬여버린 등장인물 관계도… 비틀수록 흥미롭다?
강하게! 독하게! 잔인하게!…  자살·강간·왕따 등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 심해

독한 내용이라고 하면 명품막장으로 손꼽히는 <아내의 유혹>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변우민이 맡은 정교빈 역의 경우,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아내를 바다에 던지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자는 능력 있는 집안의 자제이며 여자는 자수성가한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점. 극중 남자 주인공들의 조직 내 직함은 대부분 ‘실장님’인 경우가 많다. 단 자력 승진이 아닌 입사할 때부터 ‘실장님’이어야 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형’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타고난 능력과 미모로 고속 출세하거나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곤 한다.
이밖에 못된 시어머니와 시누이. 여자 주인공을 묵묵히 곁에서 돕는 ‘키다리 아저씨’도 필수다. 이 같은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권선징악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결말을 마무리한다. 대부분 악인의 비참한 최후로 끝을 맺고 가끔씩은 귀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는 ‘중독성’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시청하게 된다.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이 월등히 심하다. 자극적인 인공 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사찰 음식을 먹게 되면 심심함을 호소하고 몰래 인공 조미료를 다시 찾게 되는 이치다.
욕하면서도 방송 시간이면 자신도 모르게 리모컨에 손이 가는 증세가 발견되곤 한다. 캐릭터와 설정은 비록 ‘막장’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운 대사는 ‘막장드라마’의 또 다른 중독 포인트다.

한 방송관계자는 “아마도 답답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를 통해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막장드라마’의 인기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의 시초는 언제부터일까.
많은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의 원조로 2002년부터 1년 동안 방송됐던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를 꼽는다. 장서희 주연의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는 한 방송작가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배다른 여동생의 연인을 빼앗는다는 내용으로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인어아가씨>로 재미를 본 임 작가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로 다시 한 번 ‘막장드라마’의 신천지를 개척한다. 어머니가 친딸을 새로 결혼한 남편의 아들과 결혼시킨다는 줄거리로 자매가 형제와 동시에 결혼한다는 내용의 출세작 <보고 또 보고>와 더불어 가족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SBS <조강지처 클럽>도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에 대적할 만한 ‘막장드라마’의 대표작이다. 불륜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등장인물들에 시청자들은 욕을 퍼부어대면서도 빠져들기 일쑤였으며 특히 안내상이 연기한 한원수는 ‘찌질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을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부 시청자 A씨가 말하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식혀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 같은 게 복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구은재(장서희)가 절친한 친구 신애리(김서형)와 바람난 남편 정교빈(변우민)에게 버림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구은재가 능력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소희로 변신해 신애리에게 복수를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은재가 통쾌하게 한방을 먹이고 악에 받친 애리가 패악을 부리는 내용이 백미.
<아내의 유혹>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주부 시청자 A씨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에 대해 “복수는 식혀서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과 같다고 하잖아요”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주인공이 남편의 목줄을 조금씩 죄어가며 복수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아내의 유혹>에 쉽게 유혹되는 이유는 여주인공의 가슴에 사무친 복수에 대한 집념.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애간장을 태우며 천천히 진행되는 짜릿한 복수 때문이다.
실제 <아내의 유혹>의 시청률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 시점을 살펴보면 여주인공 구은재가 남편인 정교빈에 대한 복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막장드라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아내의 유혹>에는 선한 인물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틈만 나면 뒤통수를 친다. 때문에 출연진 모두가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쓴다.
A씨는 “장서희의 깡 있는 악녀 연기가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을 뛰어넘는다. 또 김서형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씰룩거리는 입술 모양이 예술이다. 악녀를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하는지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매력을 분석했다.
일일 드라마임에도 회당 에피소드가 3~4개씩 쏟아지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히고 있다. 통속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에도 빠져들어 볼 수밖에 없다. 두 여자의 얽히고설킨 악녀 연기에 힘입어 뒤에 방송되는 <8 뉴스>까지 덩달아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A씨는 “요즘 <아내의 유혹>을 하루라도 놓치면 아줌마들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막장 드라마는 주부들이 고민과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는 대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남편의 외도 등 드라마의 주요 소재들이 모두 평범한 주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일화들을 허구가 아니라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이웃 동네의 주부들이 겪는 얘기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깊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소재만 자극적이라고 무조건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아니다.
막장 소재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연출력과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인기 비결 중 하나다.
A씨는 “<아내의 유혹>의 경우 소재는 뻔하고 통속적이지만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매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 때문에 다음회를 꼭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악녀 신드롬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악한 감정을 표출할 기회는 없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악한 본성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악녀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누린다. 또 어려운 경제 상황에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곳이 없는데 극단적이고 악한 캐릭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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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