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3 살인행렬 이어진 ‘경기서남부’ 현장르포

주민들 두문불출 “7시 이후 외출 겁나요”

‘강호순 잔혹사’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명 이상의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화두로 꺼내놓을 정도다. 잔혹한 연쇄살인마의 행각에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차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선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한 자구책들도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끔찍한 살인행렬이 이뤄졌던 경기 서남부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공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호순의 잔혹사는 이들 주민의 인식과 생활패턴까지 바꿔놓았다.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은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부녀자 7명을 주검으로 만들었다. 성실한 직장인과 자상한 아버지 탈을 쓰고 있었지만 실체는 잔혹한 연쇄살인마였다. 연이은 부녀자 살인 소식에 공포 속에 살아야 했던 경기 서남부지역 주민들. 기자가 만난 이들 주민은 연쇄살인범이 잡혔음에도 아직 ‘공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 3일 오후 4시. 기자는 노래방 도우미 김모(당시 37세)씨가 암매장됐던 화성시 마도면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도면으로 향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비춰진 전경들은 한마디로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있는 듯 ‘오싹’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환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정류장도 텅 빈 모습이고 이동하는 차량 역시 드문드문 이어질 뿐이었다. 눈에 띈 주민의 얼굴에는 밝은 빛이 보이지 않았다. 굳은 얼굴에선 참담함마저 느껴졌다. 아직도 현장에선 스산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도면 초입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을 만났다. 이들에게 강호순 사건에 대해 묻자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굳어졌다.
“현장검증하는 곳에 가봤어…사람이 어떻게…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거지. 세상에 무서워가지고 잠을 못자겠어.”
지난 2일, L골프장 암매장 현장검증을 하는 곳을 다녀왔다는 박모(52·여)씨는 말을 하면서 치를 떨었다. 그는 “그게 인간이냐. 짐승만도 못한 놈은 당장 사형시켜야 한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석 달 전 무섭고 두려워서 학생인 아들과 딸들을 모두 서울로 보냈다는 김모(45·여)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강호순은 사형도 아깝다. 시내 한복판에 매달아서 많은 사람에 의해 고통을 당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이 있던 고모(46·여)씨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신용품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먼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
“립스틱 모양으로 된 거 있잖아…호신용 스프레이라던데 그걸 주머니나 핸드백 등에 많이 넣고 다녀. 호루라기도 있어. 호신봉도 있고, 손칼이나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봤어. 모두 밤길이 무서워서 그런 거지. 세상 참 무서워졌어….”
 저녁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지난 2007년 1월 강호순이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를 차에 태워 암매장한 안산시 사사동에 도착했다. 이곳은 개발 전까지 ‘사사리’로 불리며 논과 밭이 주를 이뤘던 곳이다. 아직도 한적한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어둠이 깔린 이곳은 벌써부터 인적이 끊겼다. 30분 가량 지켜보고 있었으나 거의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고작 4명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나마 그들은 두 명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  
“밤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등산객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이들도 해 진 후엔 보기 힘들다. 쓰레기조차도 낮에 버리고 있는 추세다.”

맴도는 서늘한 기운…땅거미 내려앉으면 ‘집으로’
학생들 심야수업 기피, 직장인 회식·모임 자제

마을에서 만난 이모(46·마트운영)씨의 말이다. 이씨에 따르면 버스 왕래(30분 간격 배차)가 적고 인적이 드물어 주민들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고. 특히 사건이 일어난 이후 주민들의 왕래가 끊어지다시피 했다. 강호순의 차를 피해자들이 왜 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늦은 밤 퇴근하는 식구라도 있으면 두렵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일찍 귀가한 식구들이 전철역으로 늦은 귀가를 하는 또 다른 식구를 위해 마중을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하다.”
식품을 구매하러 마트를 찾은 30대 초반 부부의 말이다. 이들 역시 위험하다는 이유로 마트조차 동행해서 온 것. 귀갓길이 요즈음처럼 무서운 적이 없다는 부부는 빠른 시일 안에 서울 입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식당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한곳을 찾았다. 식당종업원들만 한곳에 옹기종기 앉아있을 뿐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사건 이후에는 저녁 손님을 보기 힘들다. 식당들은 저마다 장사가 안 된다고 불만이 높다. 한마디로 손님들이 안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다른 곳으로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
식당주인 김모(51)씨의 하소연이다. 김씨의 치안당국에 대한 불만은 높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 치안에 대한 불신 등이 어우러져 주민들 사이에도 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는 회사원 강모(34·여)씨. 강씨는  강호순 사건 이후 ‘귀가시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언제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긴급상황에서 화를 모면하기 위한 호신용 도구를 갖추고 일찍 귀가를 서두른다고.

“재테크 차원에서 아파트를 매입해 이사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세를 주고서라도 옮겨볼 생각이다. 요즈음 여기 사람들은 직장인의 경우 회식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있고 학생들은 심야수업이나 학원수업 등을 꺼리는 분위기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 여기 주민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실제 귀가시계를 바꾼 경우가 많다. 예컨대 퇴근 즉시 귀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집안 남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귀가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만일 귀가 시간이 늦어질 경우 아예 친구나 친척집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저녁 9시. 택시를 타고 인근 안산 건건동으로 향했다. 택시기사에게 요즈음 이곳 분위기에 대해 물으니 주민들 공포만큼이나 택시기사들도 공포 속에 운전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경기 서남부지역에는 택시강도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세상이 무섭다. 때문에 택시운전을 하는 것도 힘들다. 특히 외딴 곳으로 손님을 모시고 갈 때는 무서움을 느낀다. 젊은 남자들이 동승할 때는 그 무서움이 더욱 커진다. 강호순 같은 사람을 만나면 별 도리 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택시기사 장모(43)씨는 일반 손님이 택시 타기 무섭다고 하지만 택시기사도 손님을 태우기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항상 낯선 사람들을 태우게 되는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장씨는 주변 회사 동료들 중에는 한 달 평균 두 세 건 택시강도를 당한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생을 달리한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월역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조모(18·여)양. 처음 기자를 경계하다가 인터뷰에 응한 조양은 통금시간이 밤 11시에서 9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대입을 앞두고 학원수강 등을 하다보면 늦는 경우가 태반인데 밤길이 무서워 두 과목 수강을 없애고 귀가를 서두른다는 것.
“친구들은 저마다 핸드폰 위치추적 장치를 장착하는가 하면 호신용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 핸드폰이나 열쇠고리 등에 끼워 들고 다닌다. 모두들 턱없이 부족한 경찰을 믿었다가는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많다. 때문에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강호순이 잡혔지만 사건지역은 아직도 그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사람이 사람을 못믿는 흉흉한 현재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이 무거웠다. ‘악마’들과 섞여 사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만 팽배한 싸늘히 식어버린 그곳에 언제 다시 따뜻한 봄날이 찾아올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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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