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호순이 끄집어낸 ‘사형제도’

‘강호순’이란 이름 석자가 정초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매스컴이란 매스컴은 모두 앞다퉈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 도배를 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도 강호순은 여지없이 단골메뉴다.

심지어 인터넷상에 강호순을 옹호하는 팬카페가 개설돼 물의를 빚는가 하면, 그를 검거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CCTV 관련업체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강호순은 그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경기 서남권 부녀자 연쇄살인으로 일약 대한민국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무려 여섯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운운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도 강호순 앞에선 한낱 ‘언저리 뉴스’에 불과하다. ‘직접살인’과 ‘간접살인’이란 차이일 뿐 용산참사도 엄연히 공권력에 의한 인명 살상 사건이고, 북한의 도발 협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인데도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당장의 여론에만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냄비근성’의 단적인 예다. 그랬기에 과거 정권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곳간에 곶감 숨기듯 아껴뒀던 사건들을 터뜨려 국민여론을 조장하고 호도(糊塗)했던 것이다.

이 사건 역시 그런 냄새를 진하게 풍기지만 그것을 지적하고자 함이 아니다.

일단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은 열흘간의 경찰 조사 끝에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불거진 사형제도 존폐 논란이다. 그간 사실상 폐지되다시피 했던 사형제도가 강호순으로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그의 범죄가 너무도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이기 때문이다.


연약한 7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무참히 살해하고 암매장한 인면수심(人面獸心) 만행에 어찌 인권을 운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이 글을 쓰기 전 고심 끝에 주변 지인들에게 사형제도에 대해 낱낱이 물었다. 대다수는 ‘강호순 같은 살인마는 사형을 적용해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의 인권을 처참하게 유린하고 짓밟은 잔혹한 살인범에게 법의 형평성이나 인간의 존엄성은 과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다수결이 행세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소수의 목소리가 묵살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지금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는 사형제도의 폐지보다는 존치(存置)를 원하는 모양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전의 논리를 악용해 인간이길 포기한 흉폭한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선 사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중적 논리가 그것이다. 오죽하면 인권보호를 업으로 삼고있는 변호사들조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형제도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현재 세계 200여 나라 가운데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84개국, 법률상 예외 범죄를 제외하고 사형을 규정하지 않는 국가는 12개국,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사형제도는 유지하되 형을 집행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폐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나라는 24개국이다.

절반이 넘는 나라가 이미 오래전에 사형을 폐지했지만 아직 76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이들 나라는 중국, 북한, 이라크 등 대부분 인권후진국이다. 하지만 인권선진국임을 자부하는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아직도 사형 존치국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형집행이 확정되고도 미결구금된 범죄자는 61명이다. 이들은 모두 육체적 사형은 보류된 상태지만 정신적으론 사형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죗값을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단 여론이 대세다. 사형제도는 표면상 범죄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법정최고형이지만 강력범죄를 억제하는 기능도 하고 있기에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일단 사형제도를 유지하되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몇 가지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형 범죄의 종류와 수를 줄이고 ▲사형의 구형과 선고를 억제해야 하며 ▲사형수의 재심의 길을 폭넓게 열어 주어야 하고 ▲사형의 집행을 신중히 해야 하며 ▲재심의 신청이나 개시가 없더라도 사형 확정 후 상당기간 집행을 유예 또는 연기해 줌으로써 개과천선의 여부를 살펴 그 이후 집행여부를 판정하도록 해야 하고 ▲종국에는 사형을 대신할 만한 대체형이 고안되어야 마땅하다.

당국은 사형제도를 유지함에 있어 백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을 되새겨 더 이상 이 땅에 강호순 같은 흉폭한 범죄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법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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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