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2분여 독대…친박·친이 앙금 회복 위한 신호탄?
“다음에 만나자” “1년 기다리겠다” 소문…박 ‘MB 속도 조절’일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현 정부의 ‘속도전’을 제어하는 등 ‘뒷북 발언’이 아닌, 문제점을 따끔하게 지적하며 반기를 들었던 박 전 대표가 칼을 빼든 것이다. 그동안 서로 다른 위치에서 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도 ‘영원한 맞수’인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정치게임’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은 대단하다. 물론 이 대통령의 힘이 훨씬 강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강자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두 사람의 악연은 한나라당 경선에서 시작됐고, 이후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이로 인해 갈라섰다가 합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이런 두 사람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또 한 번 만났다. 비록 친박계에서는 “아무런 전제 조건을 달지 않은 자리였다”고 말하지만, 그 후폭풍은 거셌다. “1년을 기다리겠다”는 의미 있는 말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또 박 전 대표의 청와대 오찬 발언 이후 ‘속도전 조절’에 나섰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1년’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진의원들과의 오찬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했고, 생일상까지 차려줬다. 게다가 박 전 대표를 옆자리에 앉혀, 그의 위상을 한껏 올려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화해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친박계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MB ‘중대 제안설’ 솔솔
박 ‘시간끌기’ 전략(?)
“MB정부가 성공을 해야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힘이 실리는 만큼 이런 차원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된다’고 이 대통령에게 강조했을 뿐이다. 이 대통령과의 대립각, 전쟁 등은 절대 아니다.”
이런 까닭에 청와대 회동을 통해 이들 간의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날로 상승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주가와 때를 맞췄다는 점에서 이른바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빅딜설’이 흘러나온 뒤 구체적인 내용을 동반한 갖가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
‘빅딜설’이 정가에 나오게 된 것은 지난 2일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오찬장 창가에 서서 2분여 정도 독대를 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 독대 내용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정치권에서 나도는 설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1년을 기다리겠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다시 만나자”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것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모종의 ‘중대제안’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뿐 아니라 박 전 대표가 ‘시간 끌기’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정치지형을 뒤바꿀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중대제안’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최근 소통정치를 강화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이 절실한 상태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안정기조로 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속도전’을 강조했던 MB정부와 여권에서 ‘속도전 조절’에 나섰던 것도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얻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만 해도 홍준표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청와대 오찬회동은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고, 급기야 한나라당은 각종 절충안을 제시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비정규직법안 등 민감한 쟁점법안은 아예 4월 임시국회로 미루거나, 미디어 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 등은 야권과 타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여여 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여당 내 야당인 박 전 대표의 의견에 동조, 국정 동반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빅딜설’ 과정에서 나온 말들 중 “1년을 기다리겠다”, “다시 만나자”는 의미에 대한 해석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2분여간 독대 과정에서 회자됐던 ‘중대 제안설’의 주된 요지는 ‘국무총리나 대북특사’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박근혜 국무총리설·대북특사설’은 꺼지지 않는 불씨로 살아있었다. 또 이명박 정부의 성공 여부는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과도 직결되어 있어 ‘남북 관계 대립’, ‘친이-친박 계파갈등’, ‘경제 위기론’ 등에 휘말려 있는 MB정부의 현 상황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MB정부 실패 시 ‘공동책임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종의 ‘중대 제안설’은
‘총리·대북특사 제안설’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을 위해서라도 MB정부의 성공은 필수조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박근혜 국무총리설·대북특사설’ 등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이상 유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는 것. 또 친이-친박이 소외되지 않고 원만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비책(秘策)임은 분명하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전에도 그랬듯 여전히 유동적이다. “1년을 기다려 달라”고 말한 것 역시 이 대통령과의 신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4월 재보선 후보자 공천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친박계에서는 벌써부터 4월 재보선 후보 공천권을 친이계 인사들이 독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천권을 나눠 가질 수 없고, 지난 18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친박계 인사들을 배제할 것이란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친박계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그 경우) 4월 재보선 유세를 보이콧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칠 정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박 전 대표가 말한 “1년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는 이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비롯해 대선가도를 놓고 치밀한 계산을 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으로 풀이된다. 즉 이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공동책임론을 의식해 이 대통령의 ‘중대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과 ‘이별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복잡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얼마든지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MB정부와 손을 잡으면 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이를 거부하면 ‘공동책임론’에 휘말려 대선 가도에 이상기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향후 행보 고민 중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에 대해 친박계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번에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만났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1년을 기다리겠다’고 발언한 것은 다른 계파 쪽에서 흘린 것”이라고 경계하면서도 “박 전 대표가 손잡으면 이 대통령이 뒤통수를 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공동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측에서도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이고, 내부적으로 큰 이견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탈당을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명박-박근혜 빅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2분여 정도 독대한 배경과 여권 내에서 ‘속도전’을 조절한 시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들 간의 독대 내용을 둘러싼 궁금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권 주변에서는 빅딜설을 떠나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상태다. 과연 박 전 대표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