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부안 신석정문학관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 끝에 단정하게 자리 잡은 내소사, 울금바위를 뒤로하고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놀랍고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과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의 서정…. 전북 부안의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년)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와 현실 비판적인 시를 넘나들며 평생 지사적으로 살다 간 석정의 삶과 예술을 찾아 문학 기행을 떠나보자.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의 발자취
유홍준 교수가 격찬한 환상의 해안드라이브 코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미완의 여로 1 : 부안 변산> 도입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면서 나는 그 일번지를 놓고 강진과 부안을 여러 번 저울질하였다. 조용하고 조촐한 가운데 우리에게 무한한 마음의 평온을 안겨다주는 저 소중한 아름다움을 끝끝내 지켜준 그 고마움의 뜻을 담은 일번지의 영광을 그럴 수만 있다면 강진과 부안 모두에게 부여하고 싶었다.”

가까이서 느끼는
시인의 삶과 문학

석정을 ‘참여시의 반대편에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쓴 시문학파 멤버’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부안군 선은리에 지난해 건립된 신석정문학관부터 둘러보자.

2층 규모인 문학관 전시실에는 1939년 간행된 첫 번째 시집 <촛불>부터 2007년 탄생 100주년에 맞춰 출간된 유고 시집이자 여섯 번째 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까지 석정 문학의 변모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놓았을 뿐 아니라 귀중한 육필 원고와 평소 사용하던 가구, 필기구 등 유품을 한자리에 모아 시인의 삶과 문학을 보다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석정은 1924년 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이래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것은 1931년 <시문학> 3호(이자 마지막 호)에 ‘선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부터다. 이때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등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해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해 선은리에 집을 짓고, 전주로 이사하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청구원(靑丘園)’이라고 직접 명명한 이 집은 문학관 맞은편에 복원되었다. 첫 시집 <촛불>(1939)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가 이 집에서 탄생했다.

석정은 첫 시집을 내면서 “청구원 주변의 산과 구름, 멀리 서해의 간지러운 해풍이 볼을 문지르고 지나갈 때 얻은 꿈 조각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집을 사랑했다고 한다. 첫 시집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포함해 당시 석정의 나이와 같은 33편이 실렸다.

바다가 갈라지며
육지와 연결되는 하섬

그 후 <문장>에 게재될 예정이던 시가 검열에 걸리고 <문장>이 강제 폐간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던 차에 친일 문학지 <국민문학>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자, 석정은 청탁서를 찢고 창씨개명도 끝까지 거부한 채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절필을 선언한다. 이 시기에 쓴 시들은 1947년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를 통해 발표되었다.

석정은 해방 이후 부안, 전주, 김제 등에서 교직에 몸담으며 시집 세 권을 더 냈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청구원 시대를 마감하고 전주로 이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 와중에 5·16군사정변과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시를 발표해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취조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으며, 고혈압으로 쓰러진 지 7개월 만인 1974년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석정의 묘소는 문학관에서 10∼15분 거리인 행안면 역리에 위치한다. 관광 안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 문학관 관계자에게 물으니 내비게이션에 ‘용화사’를 찍고 가면 된단다.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로변에 이정표가 있고, 묘소로 들어가는 마을 초입 벽에는 데뷔작 ‘기우는 해’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쓴 ‘가슴에 지는 낙화 소리’ 시화가 있다.

신석정문학관에서 시작한 부안 문학 기행의 다음 목적지는 매창공원이다. 매창이 누구인가. 석정이 “박연폭포, 황진이, 서경덕이 송도삼절이라면 부안삼절은 직소폭포, 매창, 유희경”이라 했다는 그 기생이자 여류 시인 이매창이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로 시작되는 이별가의 절창 ‘이화우’는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며 쓴 시로, 그 시비가 매창공원에 있다. 오랜 세월 깊은 우정을 나눈 허균이 매창의 죽음을 전해 듣고 쓴 애도의 시와 가람 이병기가 매창의 무덤을 찾아 읊었다는 ‘매창뜸’도 시비로 남아 있다.

다음은 시인을 키워낸 부안의 자연을 만날 차례다. 30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사포해수욕장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국도를 버리고 해변 도로 표지판을 따라가자.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육지와 연결되는 하섬, 해안을 따라 1.5km 정도 이어지는 변산반도국립공원 격포 자연관찰로, 적벽강, 채석강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유홍준 교수가 환상의 해안드라이브 코스라고 칭찬한 ‘격포에서 모항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이 펼쳐진다.


모항해변을 지날 때는 차를 세워두고 모항해나루가족호텔 뒤편 산책로를 걸어보자. 나무 데크로 만든 산책로 너머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조개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모항갯벌은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젓갈정식·백합요리
부안 대표 먹거리

길은 왕포마을을 거쳐 내소사, 곰소염전, 개암사로 이어진다. 부안 변산 마실길 3구간이 지나가는 왕포에서는 전형적인 갯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 바다가 고요하고 평화롭다.

내소사는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 끝에서 단정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백제 무왕 때(633년) 건립되었으며, 대웅보전의 사방연속무늬 꽃 창살이 무척 아름답다.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천일염 생산지인 곰소염전은 더울 때는 이른 새벽에 채염 작업을 한다니 소금 거둬들이는 모습을 구경하려면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비가 온 뒤 며칠은 작업도 쉰다.

염전 구경을 마친 뒤엔 길 건너편 곰소쉼터에 들러 9가지 젓갈이 나오는 젓갈정식을 맛보자. 젓갈정식은 백합죽, 백합탕, 백합구이 등 다양한 백합요리와 함께 부안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손꼽힌다.

곰소를 지나 부안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개암사로 갈 수 있다. 역시 백제 때 지은 절로 대웅보전 뒤를 감싼 울금바위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신석정문학관과 청구원 → 변산해변도로 드라이브 → 모항해변 → 내소사 → 곰소염전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신석정문학관과 청구원 → 매창공원 → 격포자연관찰로 → 채석강(숙박)
둘째 날 : 변산해변도로 드라이브 → 모항해변 → 내소사 → 곰소염전 → 개암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부안군 문화관광 www.buan.go.kr/02tour
- 신석정문학관 http://shinseokjeong.com - 내소사 www.naesosa.org
- 변산반도국립공원 http://byeonsan.knps.or.kr

문의전화
- 부안군 문화관광 063)580-4713  - 신석정문학관 063)584-0560
- 내소사 063)583-7281 - 개암사 063)581-0080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종합터미널 → 부안 : 1일 5회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 부안 : 1일 16회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 부안버스터미널 1666-2429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 → 부안 IC → 30번 국도 → 신석정문학관
-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서천공주고속도로 → 서해안고속도로 → 부안 IC → 30번 국도 → 신석정문학관

주요먹거리
- 변산온천산장 : 바지락죽, 변산면 대항리 063)584-4874 www.바지락죽.kr
- 계화회관 : 백합죽, 행안면 변산로 063)584-0075 www.ijuk.co.kr
- 칠산꽃게장 : 꽃게장, 진서면 청자로 063)581-3470 www.7sancrab.com
- 곰소쉼터 : 젓갈정식, 진서면 청자로 063)584-8007

숙박정보
- 채석리조텔오크빌 : 변산면 격포로 063)583-8046 www.csr063.com (굿스테이)
- 왕포리조텔 : 진서면 왕포길 063)582-3812 www.wangpo.co.kr (굿스테이)
- 채석강스타힐스호텔 : 변산면 채석강길 063)581-9911 www.starhills.net (굿스테이)
- 화이트모텔 : 부안읍 동중3길 063)582-3527 (굿스테이)
- 대명리조트 변산 :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 펜션노을빛언덕 : 변산면 격포반월길 063)581-6622 www.sunset48.com

축제 및 행사정보
- 매창문화제 : 매년 4월 말 - 위도띠뱃놀이 : 매년 정월 초사흗날
- 곰소젓갈축제 : 매년 10월 중순

주변 볼거리
부안동문안당산, 부안서문안당산, 수성당, 구암리 지석묘군, 월명암, 직소폭포, 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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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