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향수를 부르는 기차여행, 맛은 덤이요! - 곡성역

전라선 차창 밖에는 섬진강의 인심과 별미가 가득

전북 남원역과 전남 구례구역 사이에 곡성역이 있다. 곡성읍내에는 곡성역이 두 개나 된다. 신역과 구역 사이에는 곡성천이 흐른다. 1999년 지어져 깔끔하면서 웅장한 새 역사에는 전라선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가 정차하고 섬진강기차마을로 조성된 옛날 역사에 가면 하얀 수증기를 뿜으며 가정역까지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타볼 수 있다. 새로 난 철로와 옛날 철로는 모두 섬진강, 17번 국도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달린다. 전북 익산시와 전남 여수시를 잇는 전라선, 추억으로 가득 찬 증기기관차, 페달로 움직이는 레일바이크, 어느 것을 타보건 섬진강과 함께 유유히 흘러가는 남도 사람들의 인심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에는 참게탕, 은어회, 돼지석쇠불고기 같은 별미도 곁들여져 남도의 기차여행이 마냥 맛있기만 하다.

기차마을로 화려하게 변신한 구 곡성역
향수 자극하는 증기기관차 기적소리

전라선은 전북 익산시와 전남 여수시를 이어주는 노선이다. 전북 지방의 산야를 달린 전라선은 전남 땅으로 넘어가면서 압록역과 구례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곡성역을 만난다.

귀빈 대접 받는
섬진강 금빛 모래

10여 년 전만 해도 3, 8일마다 열리는 곡성 5일 장날이면 기차역은 군산쪽 서해안과 여수쪽 남해안의 사람과 물산이 한데 모여 제법 흥청거렸다. 남도와 북도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곡성역에서는 한 가지 화음으로 섞였다. 장이 파할 즈음 국밥 한 그릇과 한 잔 술에 거나해진 아버지들과 나물 팔아 얼마간의 지전을 손에 쥔 어머니들은 다시 곡성역으로 모여들어 전라선에 지친 몸을 실었다.

1999년 새롭게 문을 연 곡성역 출입문 앞에는 ‘곡성역명 유래비’가 세워졌다. 백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곡성군 지명 변천 유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곡성역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문 양쪽에는 매표소와 맞이방이 들어서 있다. 매표소 앞에 세워진 열차시간표를 보면 곡성역으로 들어오는 첫차는 오전 6시53분 익산행 무궁화호이고 막차는 새벽 2시50분 여수행 무궁화호이다.


KTX도 상하행이 하루 2회씩 정차한다. 상행선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42분, 오후 4시17분, 하행선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50분, 오후 10시27분 (2012년 7월 기준)이다. 안전에만 주의한다면 시원하게 개방된 플랫폼으로 들어가서 전라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도 좋다. 한편 운행시간 단축, KTX운행 등을 위해 선로를 곧게 펴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구 역사는 1999년 자신의 임무를 신 역사에 넘겨줬다. 1933년 지어진 구 곡성역은 이제 섬진강기차마을로 화려하게 변신, 증기기관차에 대한 향수를 가진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구 곡성역사(등록문화재 제122호)에 가면 작은 안내판 하나가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이 건물은 섬진강의 모래를 운반하는 기능을 했던 간이역’이었다는 것이다. 금빛으로 반짝거리던 섬진강 모래는 옛날에도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국으로 실려나갔던 모양이다. 이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지방 역사 건물의 전형을 보여주기에 드라마 <토지>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진주역에서 평사리 청년들이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는 장면, 하얼빈역에서 진주역으로 돌아가는 장면 등이 촬영됐다.

장미공원·곤충박물관
섬진강 또 다른 명소

 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구 곡성역이 등장했다. 진태(장동건 분)가족의 피난길, 진태와 진석(원빈 분)이 국군으로 징집되는 장면, 피난열차 등등 여러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구 곡성역 옆에 조성됐던 1960∼70년대 풍의 영화세트장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화석박물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핵심은 증기기관차 탑승으로 계절, 요일에 따라 하루 3∼5회 가정역까지 10km를 왕복으로 다닌다. 예전의 전라선 철길이 증기기관차의 선로로 활용된다.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기관차 뒤로는 3량의 객차가 매달렸다.

가끔 울리는 기적은 향수를 자극한다. 증기기관차에 몸을 실은 어른들은 가난했지만 꿈은 부자였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고 어린이들은 아직도 이렇게 느린(시속 30∼40km) 교통수단이 버젓이 굴러다닌다는 사실에 대해 신기해하고 재밌어 한다. 레일바이크는 두 군데에서 탑승할 수 있다. 기차마을 안의 철로만 이용하는 레일바이크는 1.6km를 순환형으로 돈다. 1회 왕복에 20분 정도가 걸린다. 반면 침곡역부터 가정역까지 갈 수 있는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5.1km 거리를 달리며 섬진강을 왼쪽에 끼고 달린다. 30∼40분 정도가 걸린다. 증기기관차가 운행되지 않는 시간에 레일바이크가 다니므로 안전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전의 곡성역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섬진강기차마을의 또 다른 명소는 장미공원과 섬진강천적곤충관이다. 4만㎡의 장미공원에는 1004품종의 장미 3만7000여 주가 계절에 따라 번갈아 피고 지면서 저마다의 향기를 뽐낸다. 연못, 소망정, 분수, 유리온실, 미로원, 야외공연장, 파고라 등의 시설이 여행객들의 산책과 휴식을 돕는다.

장미공원 깊숙한 쪽에는 섬진강천적곤충관이 자리했다. 이곳은 섬진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곤충의 세계를 배울 수 있어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알맞다. 곡성의 명찰로는 태안사와 도림사가 손꼽힌다. 태안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숲길이다. 계류를 가로 질러 세워진 능파각을 지나면 태안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 때 세워진 사찰로 조선 숙종 때까지는 대안사로 불렸다. 태안사 연못에는 고려시대의 삼층석탑이 오롯하게 서 있는데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도림사는 신라 무열왕 7년(660년)에 원효대사가 화엄사에서 나와 곡성 땅에 들르면서 지은 절이라고 한다. 절 입구의 ‘도림사’라는 현판은 허백련화백(1891∼1977년)의 글씨이다. 보광전, 명부전, 응진당, 칠성각 등이 주요 전각이다. 전라선을 이용한 곡성 기차여행 중에는 참게탕, 은어회, 은어구이, 돼지불고기(돼지숯불구이) 등의 향토음식을 맛보아도 좋다. 은어회와 참게탕, 매운탕을 맛보려면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유원지 인근으로 가야 한다. 합수 지점에서 보성강 상류 방면으로 자그마한 강변길이 나있고 그 길가에 향토음식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참게탕은 시래기를 듬뿍 넣고 때로 들깨를 갈아 넣은 육수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를 넣어서 20∼30분간 푹 끓여내는데 얼큰하면서도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은어는 1급수의 맑은 물에서 바위의 이끼를 먹고 사는 민물고기이며 특유의 수박향이 인상적이다. 은어구이는 칼집을 낸 은어에 소금을 훌훌 뿌리고 숯불에 올려 서서히 뒤집어 가며 굽는다.

참게탕과 은어회, 은어구이 등의 별미를 맛본 뒤에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압록유원지로 가보자. 이곳에는 모기전설이 전해온다.
강감찬 장군이 모친을 모시고 여행 중에 압록유원지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모기떼의 극성 때문에 모친이 잠을 못 들자 강감찬 장군이 고함을 질러 모기의 입을 봉했다는 전설이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압록유원지 주변에는 다른 곳에 비해 모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곡성의 유명사찰
태안사·도림사

호남고속도로 석곡나들목에서 가까운, 석곡면소재지에는 돼지불고기집이 여럿 영업 중이다. ‘3대를 이어온 맛집’ 간판도 보인다. 주 메뉴는 석쇠에 구운 돼지불고기. 석곡 돼지불고기 맛의 비결은 식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매실엑기스와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장에 버무려 숙성시키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매실엑기스는 돼지의 잡냄새를 없애주고 고춧가루는 칼칼한 맛을 살려준다. 무쌈, 상추, 깻잎 등에 싸서 먹어도 좋다.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곡성역 → 섬진강기차마을 장미공원 → 천적곤충관 관람 → 증기기관차(곡성역∼가정역) 탑승 → 도림사 답사
② 곡성역 → 섬진강레일바이크(침곡역∼가정역) → 섬진강문화학교 →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 태안사 답사

<1박2일 여행코스>
째 날 : 곡성역 → 섬진강기차마을 장미공원 → 천적곤충관 관람 → 증기기관차 탑승 → 섬진강천문대 관람 → 도림사 답사 → 숙박
둘째 날 : 레일바이크 체험 → 섬진강문화학교 →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 태안사 답사 → 용산재 답사 → 낙죽장도전시관 관람 → 대황강자연휴식공원 산책

<관련 웹사이트 주소>
●곡성군청 www.gokseong.go.kr ●섬진강기차마을 www.gstrain.co.kr
●섬진강천문대 http://star.gokseong.go.kr ●곡성청소년야영장 www.gscamp.com

<문의전화>
●곡성군청 관광과 061-360-8385 ●곡성역 061-362-7788
●섬진강기차마을 061-363-6174 ●섬진강천문대 061-363-8528
●섬진강레일바이크 061-362-7717 ●곡성청소년야영장 061-362-4186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용산역-곡성 : KTX 하루 2회, 열차 11회 운행
자가운전 정보
① 호남고속도로 곡성나들목 → 도림사 입구 → 곡성역
② 전주-광양고속도로 서남원나들목 → 곡성역

<숙박시설>
●알프스모텔 : 곡성군 곡성읍 061-363-8025 ●두가헌 : 곡성군 고달면 061-362-5600
●자연애 : 곡성군 오곡면 061-363-0363 ●세종장 : 곡성군 옥과면 061-362-5016

<주요식당>
- 용궁산장 : 곡성군 죽곡면, 은어회 061-362-8346
- 돼지한마리 : 곡성군 석곡면, 돼지구이 061-362-3077
- 돌실회관 : 곡성군 석곡면, 돼지구이 061-363-1457
- 큰손탕집 : 곡성군 곡성읍, 오리전골 061-363-5118


<주변 볼거리>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곡성청소년야영장, 용산재(신숭겸 장군 탄생지), 함허정, 군지촌정사,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 두계산골외갓집체험마을, 하늘나리농촌전통테마마을, 봉정녹색농촌체험마을, 청계동계곡, 도림사계곡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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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