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특A급 배우들의 몸값

회당 5억? 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11년 말 종합편성채널이 생겨나면서 배우들의 몸값이 오르는 것에 우려가 있었다. 단독 주연이라 해도 회당 5000만원 이하로 받던 배우들의 몸값이 갑작스레 1억원에 육박했다. 제작비가 늘어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글로벌 OTT 시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요즘 콘텐츠의 가치가 월등히 높아지면서 10년 전과 비슷한 현상이 도래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 배우 김수현·송중기 ⓒ키이스트·CJENM

“20대 젊은 배우가 어떤 작품에서는 회당 1000만원도 못 받았는데요. 1년도 안 돼서 회당 7500만원을 받았어요. 최소 7배 이상이 늘어난 거예요. 대중이 잘 아는 배우도 아니거든요. 그러면 조인성이나 송중기, 김수현과 같은 특A급 배우들은 얼마나 올라야 하나요. 감이 안 잡혀요.”

엄청난 제작비

한 제작사 관계자의 얘기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몸값이 7배 이상 오른 배우는 2019년에 데뷔한 남자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특별한 흥행작이 없다. 대중은커녕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배우를 찾기 힘든 제작사는 그에게 높은 금액의 출연료를 줄 수밖에 없었다. 배우가 없어 제작 자체가 되지 않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배우가 제작 여부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나왔다. 최근 가파르게 인기를 얻은 한 남자 배우는 기존에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를 고사하고, 다른 작품에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자 편성까지 마무리됐던 기존 드라마는 다른 배우를 구하지 못하면서 편성에서 제외됐다.

업계 표현을 빌리면 “배우 때문에 작품이 빠그라진 것”이다.


배우들의 높아진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알려지는 가운데, 최근 드라마 <그날밤>에 캐스팅된 배우 김수현의 출연료가 회당 5억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소속사나 제작사 모두 그의 출연료를 명확히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간에서는 김수현의 출연료 5억원이 무리한 수치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워낙 많은 OTT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졌고, 따라서 배우의 가치도 덩달아 치솟았다는 게 그 이유다.

한류스타들 출연료 보니 ‘헉’
콘텐츠 제작 경쟁이 낳은 수혜

특히 글로벌 플랫폼에 있어 김수현과 같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을 받는 배우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카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된 OTT에 있어 인기 배우의 캐스팅 여부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거액의 출연료를 주더라도 그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물급 배우를 잡느냐 못 잡느냐의 싸움이 된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티빙을 비롯해 신생 플랫폼인 쿠팡 플레이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대히트한 경우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정착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1991년에 개국한 SBS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콘텐츠로 <모래시계>가 꼽히며, TV조선은 <미스트롯> 방영 이후 흑자 전환했다.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의 히트가 거론된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가 크게 늘은 것도 <킹덤> 시리즈의 성공 이후다.


이렇듯 킬링 콘텐츠의 가치는 플랫폼의 생명과도 연결된다. 드라마든 영화든 이야기 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게 배우인 만큼, 배우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pixabay

남자 배우들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느냐가 몸값을 높이는 기준이 되며, 여자 배우들은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이 얼마나 있느냐가 ‘셀링 포인트’가 된다. 특히 전지현과 송혜교와 같이 의상이나 악세사리 판매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20대 남자 배우 중 한류스타라 불리는 배우들은 부르는 게 값이다. 반대로 나이가 많은 배우들은 인상 폭이 좁다. 여배우의 경우 상업적으로 영향력이 큰 배우들은 몸값을 높이는데, 사실 그런 배우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자보다는 인상 폭이 작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연의 가치? 1년에 7배↑
OTT 플랫폼이 생태계 교란

이렇듯 스타급 배우들의 몸값이 치솟는 것은 호랑이 등에 탄 것처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올라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작품만 잘 돼도 미래의 기틀을 닦는 제작사의 특성상 배우 모시기 과열 경쟁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한 제작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름값이 있는 대다수 배우가 작품활동 중이다. 워낙 많은 드라마가 생겨나면서 주연급 배우의 스케줄이 거의 꽉 차 있다고 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배우 캐스팅이 정말 어려워진 시대다. 대부분 이름값이 있는 배우들은 다 촬영 중이더라. 배우 기근이라기보다는 배우 소진 상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따라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주연급 배우들에게 돈을 더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높아진 K-콘텐츠 위상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국 이야기 시장의 생태계 교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막대한 자본이 기존 한국 이야기 산업의 기틀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방송사 드라마의 한 회 제작비는 6억~7억원 선이다. OTT 드라마의 경우 한 회 제작비가 15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까지 투입된다.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방송사가 OTT의 자본력을 따라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과열 경쟁

배대식 드라마제작사협사 사무국장은 “배우들만 출연료가 오르는 게 아니라 작가나 감독급 스태프들의 몸값도 오른다. OTT 시장이 향후 10년간 꾸준히 자본을 투입하면 그 안에서 정리가 되겠지만, 만약 3~4년 이내에 한국을 떠나버린다면 한국 드라마 시장은 혼돈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배우들이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리는 것은 어쩌면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행위일 수 있다. 이 상황을 꼭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