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 내곡동 진실공방…‘모른다더니’ 말 바꾼 생태탕 사장, 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서울시장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2005년 당시 내곡동 땅 측량 이후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는 경작인들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오 후보를 기억한다는 식당 가게 주인 황모씨의 추가 증언이 지난 2일 나왔다. 

하지만 황씨는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불과 4일 만에 이뤄진 황씨의 진술 번복으로 이후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은 치열한 진실공방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안고을 식당을 운영했던 황씨는 지난 2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가 측량을 마친 뒤 생태탕 집을 찾았는가”라고 진행자가 묻자 “네 오셨다. 기억한다”며 “잘 생기셔서 눈에 띈다”고 답했다.

황씨는 오 후보가 해당 식당을 방문했던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황씨는 “점심시간을 넘겨 1시 반에서 2시 사이에 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혹시 잘못 봤을 가능성은 없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니다. 경작하신 분이 주방에 와서 저한테 ‘오세훈 의원님을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오 후보가 가게에 들어오기 전의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했다.

그는 “바로 안으로 들어온 게 아니고, 정원 소나무 밑에서 좀 서 있다가 들어왔다. 손님이 있나 없나 보느라고 그런 것 같아 손님이 없길래 들어오시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증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측량 현장에)오셨으면 오셨다고 말씀을 하시지, 그렇게 높으신 분이 왜 거짓말을 하시나 싶어서”라고 밝혔다.

황씨 아들의 기억은 더 구체적이었다. 아들은 같은 방송에서 오 후보의 당시 옷차림까지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면서 “구두 브랜드도 기억나느냐”는 질문에 “페라가모”라고 답했다.

하지만 TBS 인터뷰가 있었던 날로부터 4일 전인 지난달 29일 황씨는 <일요시사>와 10분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정반대로 진술했다.

그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일하는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기억을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어 황씨는 “그런 분들 (오세훈 후보)이 자길 노출을 시키겠느냐”며 “날 앉혀 놓고 그런 애기한 적도 없고. 인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황씨는 일했던 직원들의 연락처를 물어보는 질문에 “오신지 알면 대답을 해주는데, 난 주방에서만 일을 했다. 홀에는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일했다. 중국 사람들은 시장님이라 해도 신경을 안 쓴다”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TBS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2일 오후 수 차례의 연락 끝에 황씨와 전화 연결이 됐다. 하지만 황씨는 “며칠 전 오 후보가 가게에 왔는지 여쭤봤던 기자”라는 말에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2005년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던 주인
4일 만에 본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기억

한편 황씨의 TBS 인터뷰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오 후보의 후보직 사퇴와 수사당국의 수사를 공식 촉구한 상태다. 반면 오 후보는 식당 주인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선거 캠프는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뉴스 공작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비판했다.
 

▲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다음은 3월29일 가진 <일요시사>와 황씨의 통화 전문.

-요새 여기 생태탕 집이 (언론에) 되게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오세훈 후보가 잠시 들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때 보신 적이 있으신가 해서 전화를 드렸거든요. 

▲그건 모르죠.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시는 건가요.

▲예.

-혹시 2005년 당시에 일하셨던 분들 연락처 있으실까요? 관련된 얘기가 계속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데. 오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문제가 좀 많이 커진 상태여서요.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일만 했지. 그걸 어떻게 기억을 해요? 그분이 설령 “제가 오세훈입니다” 하고 인사했으면 모르지만. 오셔서 식사만 하고 가시는데, 종업원들이 기억을 하겠어요.

-당시 시장님이셨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지 않으셨을까요? (2005년 당시 국회의원. 오류)


▲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종업원들도 뭐. 서빙만 하고.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때 당시에 일을 하셨던 분 연락처 알려 주시면 제가 불편하지 않게 취재를 좀 해보고 싶은데요.

▲제가 장사를 안한 지가 오래돼서. 그분이 시장할 때는 또 오래됐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고. 휴대폰 번호도 다 바뀌었고. 일할 때는 휴대폰을 켜놓고 일도 안했고. 일하기 바쁘니깐. 우리 집이 손님이 좀 많았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신경을. 설령 그분이 오셔서 “제가 오세훈 시장입니다” 했으면 기억을 하지만 그런 분들이 자길 노출을 시키겠어요. 모르지.

-그러면 방법이 없겠네요. (식당) 근처에 왔다 갔다 하실 때도 모르시겠네요. 잠시 왔다고 하시는데. 이 집이 보도로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사장님도 관련된 보도 보셨죠?

▲오세훈씨를 봤냐고요?

-안골 생태탕집에 오세훈 후보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관련된 곳을 몰랐다”(…)


▲아니. 제가 텔레비전을 며칠 못 봤어요. 오늘 보는 거예요.

-전화 온 곳은 없었나요?

▲전화는 계속 왔는데, 제가 좀 아프기도 하고 해서. 신경도 안 쓰고 모르는 전화를 안 받았었죠. 선생님 전화도 모르는 번혼데 그냥 받은 거예요. 어제도 어떤 분이 계속 전화가 왔는데 차 안에서 (전화가) 계속 오더라고. 한 10번 왔나? 집에 와서 보니깐 왔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경작인 분들은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땅을 보고 오 후보랑 생태탕 집을 가셨대요. 오 후보랑 정치 얘기도 했었고. 그런데 오 후보는 “거짓말이다. 난 간 적도 없고 생태탕 집도 안갔다” 이렇게 얘기가 된 거예요.

▲텔레비전 보니깐 내곡동 땅은 오세훈씨가 관여를 안했다고 하는 거 같던데?

-네 맞아요.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일대가 호재가 됐거든요. 그런데 오 후보는 이 땅 존재를 몰랐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주장을 하던데요?

-그래서 사장님 집이 얘기가 많이 되고 있고. 경작인 분들은 “나는 분명 생태탕 집에서 밥을 같이 먹었다. 정치 얘기도 했다. 분명 그 사장님도 기억을 할 거다” 이렇게 얘기가 돼서 그래서 전화가 사장님한테 가는 거 같아요.

▲저는 저 앉혀 놓고 그런 애기 한 적도 없고. “제가 오세훈 시장입니다” 그렇게 인사한 적도 없고. 그냥 손님이면 손님인가보다 생각하지. 그리고 손님들이 얘기하는 걸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죠. 장사하는 사람이? 설령 손님들이 얘기하면 제가 그 자리를 피해줘야지. 제가 그걸 들을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문제를 두고 거짓말이다 아니다 왜 얘기가 나오냐면, 오 후보가 자기가 거짓말 했으면, 그 땅을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 시장직을 사퇴를 할 거다….

▲아니 며칠 전에 오세훈씨가 텔레비전에서 그런 얘기하더만. 그 땅에 개입을 했으면 사퇴하겠습니다 얘기를 하더만.

-그래서 분명히 서빙을 하시는 분 중에는 시장님이시니깐 아시는 분이 있었을 것 같거든요. 

▲일하는 사람들은 더 모르죠. 왜냐면 내가 중국 사람들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아 그래요?

▲왜냐면, 한국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어떤 때는 파출부도 썼지만 대부분 중국 사람이었어요. 난 주방 일은 중국 사람 안 쓰거든요. 한국 사람 쓰다가 그 주방도 마음에 안 들고. 손님이 나 불러 가지고 (음식) 사장님이 안 만들었어요? 그런 소리 많이 했었어요. 왜냐면 제 손맛을 오랫동안 손님들이 알아 가지고. 내가 좀 힘이 없고 아파서 주방장을 썼는데. 손님들이 자꾸 저한테 사장님이 안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아파도 그냥 제가 주방을 도맡아 하고. 종업원들은 대부분 중국 사람을 썼고. 중국 사람들은 기억을 안 해요 자기들 일만 하지. 시장님이라 해도 신경을 안 쓰죠.

-한국인들이나, 아실만한 분 없으실까요?

▲그렇죠. 제가 모르면 다 모르죠.

-만약에 무슨 얘기 해주실 게 있으시면 이 번호로 연락을 꼭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문제여서. 근처에 계셨던 경작인 분들도 곤란하게 된 상황이고.

▲같이 간 사람들이요?

-경작인 분들은 오세훈 후보가 “그 사람들 거짓말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아시겠지만 2005년 당시에 그 쪽에서 경작하셨던 분들이 2021년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억울하게 된 상황인 것 같은데.

▲오세훈 후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요?

-아니요. 경작인 분들이요. 오세훈 후보가 그 경작인 분들이 거짓말 하는 거다….

▲같이 밥 먹으러 안 갔는데 같이 갔다고 한다고, 거짓말이라고요?

-네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걸 믿을만한 이유가 있냐. 나는 생태탕 집에 안 갔다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같이 안 와놓고 뭐하러 오세훈 후보랑 같이 밥 먹으러 왔다고 해요?

-그러니깐요. 증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증인이 될 수 있는 곳이 생태탕 집밖에 없으니깐.

▲그런데 너무나 오래되고. 

-그게 좀 아쉽긴 하네요.

▲그러니깐요. 내가 오신지 알면 대답을 해주는데, 저는 주방에서 일했고.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홀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그냥 일만 하는 거지. 누가 왔다 신경을 안 써요. 일만 열심히 해주지.

-네. 사장님 너무 감사하고요. 기억나시면 연락 꼭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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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