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의 공부의 신 도전기

배움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식을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채널을 개설했다.’ 방송인 홍진경이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를 개설하면서 알린 포부다. 각 나라의 수도를 아는 것 외에는 지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홍진경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등 초중고 수준의 교과목을 재밌게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시작한 지 몇 주 되지 않았는데, 영상당 조회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 방송인 홍진경 ⓒ유튜브

방송인 이영자는 한때 절친인 홍진경을 못마땅해한 적이 있었다. 친한 PD에게 홍진경을 추천했는데, 홍진경이 필사적으로 출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SBS <호기심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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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관 박사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면, MC로서 안정적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고 예견한 이영자는 홍진경을 어르고 달래며 출연을 권했지만, 홍진경은 단호했다. 이유는 ‘간지(멋)가 나지 않아서’였다.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가치가 멋이었던 홍진경은 <호기심 천국>이 다소 예스러워 보였던 것. 오랫동안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조금도 없었다고 한다. 홍진경에게 멋이란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이후 홍진경은 MBC <무한도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다. 코너는 ‘바보 전쟁-순수의 시대’였고, 홍진경은 대표적인 바보로 초대받은 것.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밝힌 홍진경은 “아쉽게도 난 바보가 아니다”라며 이미지만 챙겨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은 금세 무색해졌다. 홍진경은 제작진이 낸 문제를 전부 틀린 것도 모자라 내놓은 답변들이 모두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홍진경은 라이트 형제를 두고 히틀러라고 답했고, 엘리베이터에서 F의 약자를 쓰라는 문제에 ‘Floor’ 대신 ‘Flow’로 썼다. 특히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목욕하다가 부피만큼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외친 말은?”이라는 물음에 ‘빙고’라고 답한 장면은 수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이후 전 세계 수도를 전부 외우다시피 하며, 실추된 이미지를 다소 챙기기는 했으나 홍진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전히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다. 

모델 출신 방송인으로 이름을 알리다 못해 어머니의 손맛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시작한 김치 사업에서까지 성공에 이른 홍진경은, 마흔다섯의 나이에 공부를 소재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주위로부터 다소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 방송인 남창희, 황제성, MC그리(김동현)가 다양한 선생님들로부터 교과목을 배우는 방송이다. 천재가 되고 싶은 뜨거운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채널명도 ‘공부왕찐천재’로 정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카카오TV의 이석로 PD와 만남으로 출발한다. 홍진경이 유튜브에 최적화된 인물이라 판단한 이 PD는 홍진경이 능력을 발휘하는 패션‧요리‧암기 등을 소재로 한 천재 시리즈를 제작하려 했다. 

이 PD를 만나 기획안을 본 홍진경은 “이 콘텐츠도 좋지만, 내가 가진 공부에 대한 열망을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그 제안을 이 PD가 받아들이면서 ‘공부왕찐천재’로 확장됐다. 웃기는 것은 기본값이며, 영상 안에 시청자들이 뭐 하나라도 가져갈 수 있게 만들자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의도가 빛을 발하고 있다.
 

▲ ▲공부왕찐천재 ⓒ카카오TV

불과 5주 만에 실버 버튼(구독자 10만)을 받았으며, 지난 27일 진행된 라이브 스트리밍에는 무려 5000명의 팬들이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홍진경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이다. 

29일까지 채널의 영상은 크게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천재가 되고 싶은 홍진경이 스스로 공부하는 영상을 담고자 했으나, 기획 의도와는 반대로 공부 준비에만 열을 올리는 ‘공부 준비’, 안철수 전 의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방송인 장성규, 정봉주 전 의원 등을 섭외해 교과목을 공부하는 ‘수업 시간’, 이 외 예능적인 요소가 중심인 ‘쉬는 시간’으로 나뉜다.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개설
기획·재미·강의 참신…뜨거운 반응

세 항목 모두 각기 가진 재미가 다르다. 공부 준비 시리즈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전형성이 담겨있다. ‘공부 준비’는 홍진경이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만든 자리였지만,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관전 포인트다. 책상에 약 3분여간 앉아 영어단어를 외우던 홍진경은 금세 지루해졌는지 “이대로는 공부가 안 된다”며 제작진을 이끌고 문구점으로 향한다.

필기구와 노트 등을 쇼핑한 데 이어 머리에 좋다는 아몬드를 사들이다 못해, 배가 고프다며 수제비를 먹는 등 계속 미루더니, 급기야 관악산의 정기를 받아야겠다며 서울대로 향한다. ‘공부하는 영상이 꼭 필요하다’라는 제작진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릴 지경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했을 뿐 아니라 성적에서 밀리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서울대 학생들의 말을 들으며, 공부를 못해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부를 실천하는 것은 홍진경에겐 험난한 여정이다. 관악산의 정기를 받았지만, ‘끝내 공부하는 영상은 보내지 않았다’는 자막으로 시리즈는 마무리된다. 단 하루 촬영만으로 총 4개의 고퀄리티 영상을 뽑아내는 제작진의 능력도 돋보인다. 

이 PD는 “홍진경 선배가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 얼마나 준비하는 게 많은지 보여주겠다’면서 준비한 콘텐츠다. 적당히 준비하다 공부를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오래 준비할 줄은 제작진도 몰랐다”며 “그 부분이 완전한 리얼리티라서 많은 분들이 더 재밌게 시청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은 ‘공부왕찐천재’의 킬러콘텐츠다. 유명인사가 선생님으로 출연해 홍진경을 비롯한 패널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 ▲공부왕찐천재 ⓒ카카오TV

안철수, 나경원, 장성규, 정봉주 등이 출연해 문학과 수학, 경제와 정치를 가르쳤다. 나경원은 문학에서의 개념어, 안철수는 수학의 일차방정식, 장성규는 경제의 수요와 공급의 개념, 정봉주는 헌법의 기본권을 전했다.

선생님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눈높이에서 매우 쉽게 설명을 한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네 패널은 즐겁고 유쾌하게 학습한다. 사실과 다른 얕은 지식이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너도나도 모르기 때문에 부끄러움의 몫은 선생님이 가져간다. 

비록 부끄러운 장면이 있기는 하나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한다. 시청자들은 깨달음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패널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쉬는 시간’은 교과목 공부가 아닌 예능적인 색채가 강한 콘텐츠를 모아놨다. 라이브 방송이나 PPL을 활용한 영상, 홍진경의 딸 라엘양과 김구라 아들 MC그리의 퀴즈 대결 등 다양한 영상이 포함된다. 불과 한 달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도 높은 수준의 영상을 15개나 업로드했으며, 조회 수는 모두 수백만에 이른다. 댓글 반응은 영상마다 매우 뜨겁다. 


‘공부왕찐천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지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모르는 것을 들키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르는 것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껴 학문에 정진하는 올바름을 홍진경과 패널들이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이다. 

유쾌상쾌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패널들이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은 목적성 없이 자신의 정진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조선의 학자 정약용의 가치도 전달된다. 배움 자체가 얼마나 유의미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학문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참신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재미와 배움의 희열을 동시에 잡은 ‘공부왕찐천재’의 앞날이 창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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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박쥐처럼’ 윤상현이 사는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5선 윤상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윤 의원의 정치적 실존은 정치권과 지역구에서 극과 극으로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윤 의원의 정치적 행적을 풀 열쇠는 스스로 언급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에게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 3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사실을 밝혔다. “결자해지” 충정 편지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날 밟고 가라는 취지의 추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편지를 ‘충정의 편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윤 의원의 충정을 알고 있으니 깊이 고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윤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윤 의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윤 전 대통령은 ‘윤 의원이 친윤(친 윤석열)이라더니, 윤 어게인을 말하는 세력과 말하지 말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상현이란 이름 석 자를 내 전화기에서 삭제할 것”이라며 “당신을 안다는 자체가 치욕스러우니 다시는 내게 전화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 광화문에서 주도한 탄핵 반대 국민대회 연단에 섰다. 그 당시 윤 의원은 보수단체 집회 연단에 올랐던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그는 “우리 당이 배출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를 막지 못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파면처럼 무도한 국회 세력에 의해 무기력하게 짓밟혔다”고 주장하면서 “사죄드린다”고 바닥에 엎드려 큰절까지 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이후, 윤 의원은 “젊은이 17명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와 얘기했다”며 “곧 훈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애국 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 넘은 17명은 훈방 조치 됐느냐”는 질문을 받자, “조사 후 곧 석방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의원 측은 “경찰에 연행된 청년 17명에 대한 도움 요청을 받아 답한 것일 뿐, 이후 발생한 기물파손·침입 사건을 언급한 게 아니”라며 “윤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 사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2010년대엔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로 분듀되는 정치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맡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연설 후 퇴장 당시 좌측에 늘어선 의원들과 악수하던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자, 윤 의원을 향해 돌아보면서 웃기도 했다. 윤 절연 시도에 전한길 “전화기서 삭제” 친박·친윤 활동 중 설화 속 숨은 비밀은? 윤 의원에 대해선 한동안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선 누나라고 부른다”는 소문도 돌았고, 언론도 이를 자주 보도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논평이 나오자, 그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새누리당 한선교 전 의원”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안 윤 의원은 친박 성향으로부터 비롯된 설화에 휘말렸다. 지난 2016년 불거진 새누리당 공천 살생부 파문 당시 풀린 통화 녹음 파일 때문이었다. 여기엔 윤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를 향해 욕설하면서 “김무성·비박(비 박근혜)계를 다 죽여야 해서 전화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윤 의원은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 공천에서 떨어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의 정체를 공개한 인물은 다름 아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이었다. 그때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심사가 바쁘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는데, 윤 의원은 녹취록 파문으로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인천 남구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윤 의원의 설화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 1차 표결에 집단 불참했다. 이들 중 김재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시 윤 의원은 배승희 변호사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이 자신에게 조언을 요청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윤 의원에게 “나는 형을 따라가고 있는데, 지역구에서 엄청 욕을 먹으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해서 끝까지 갔다”며 “그때 욕을 많이 먹었지만, 1년이 지나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다 찍어준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욕먹을 수 있지만, 내일·모레·1년 후면 국민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해당 발언은 국민 비하 발언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무소속 출마했는데도 당선시켜 준 지역구 주민도 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 특성을 고려할 때, 강경한 성향의 윤 의원은 적절한 조언을 듣기 위한 상대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들었다.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설화를 일으켰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엔 동의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 비하? 주민 비하? 이어 “대법원 판례는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 위헌성을 심판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 발언 이후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대법원·헌법재판소 모두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국가 작용이더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된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통치 행위 이론은 20세기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로부터 비롯됐다. 칼 슈미트는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치적 규범·합리적 절차보다 주권자의 결단을 우선시하는 결단주의 헌법관을 집대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헌법·법률은 주권자가 예외 상태에서 법적 질서를 창출하는 순수한 정치적 결단의 표현이다. 통치행위는 비상 상황에서 법을 정지시키면서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주권자의 의지로 표현된다. 칼 슈미트의 사상은 독일 나치당이 당수 아돌프 히틀러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성립된 지도자 원리 이론의 밑바탕이 됐다. 따라서 통치 행위를 긍정하면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틀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사법기관은 현실적으로 통치행위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됐다면 사법 심사 대상이 된다는 한계를 그었다. 결단주의 헌법관은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태동했다. 20세기 초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주요 사조는 이성을 중시하는 자연과학과 합리주의였다. 이는 법 체계에도 반영돼 법조문을 있는 그대로 현실에 반영하는 법실증주의로 이어졌다. 그런데 주요 강대국이 모두 참전해 엄청난 규모로 장기간 진행된 제1차 세계대전은 합리주의에 대한 믿음을 무너트렸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합리주의는 “몇 명을 죽여 얼마의 영토를 늘릴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한 해답으로 직결됐다. 결국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독가스·참호전으로 이어졌다.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는 법실증주의의 지배력을 무너트렸고, 이어 찾아온 사조가 결단주의였다. 체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선 법을 현실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결단주의는 나치 독일의 태동과 제2차 세계대전이란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대의 주류 헌법관인 통합주의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태동했다. 한편 윤 의원은 언론 인터뷰·기고를 하면서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주장을 인용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3년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을 비판했다. 당시 윤 의원은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그 수준을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어는 존재의 집 <서울경제>에 ‘정치인의 언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다시 최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발언을 다시 인용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언어는 내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도구가 아니다. 언어가 있어야 존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존재는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그 감각을 드러낸다. ‘대통령’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대통령임을 알 수 있고, ‘국회의원’이란 언어가 있어야 그가 국회의원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통해 말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말을 한 후 글을 배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지배하는 게 아니며 언어라는 집에 살면서 말하고 쓰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다. 당시 윤 의원은 최 전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을 민주당·최 전 의원이 사는 ‘집’으로 규정했다. 여성 비하 발언을 최 전 의원 그 자체로 규정한 철학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상황을 짚으면서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하이데거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슈미트의 철학적 흐름과 비슷하다. 하이데거도 친나치 행적이 뒤늦게 밝혀져 많은 비판을 받았다. 슈미트에 따르면 ‘정치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며, 정적은 공동체의 존재 방식을 위협하는 수준 낮은 타자로 설정된다. 수준 낮은 타자를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들을 배제하는 이유는 공동체의 순수성·안전이다. 윤 의원은 제20대·제21대 총선에 연이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심지어 제22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데다 국민의힘에선 수도권은 통상 험지로 분류되는 데도 5선에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윤 의원의 5선 달성을 성실한 지역구 관리를 꼽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상현 의원이 저희 엄마한테도 누님이라고 하고, 동생 결혼식에도 와서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친척으로부터 윤 의원이 동네 주민의 이름을 다 알고, 경조사도 챙긴다고 들었다”는 글도 게재됐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해독 열쇠 윤 이후 지향할 윤의 새 실존은? 5선에 성공했던 지난 2024년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했던 그는 “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5만5000개가 넘는다”며 “이 5만5000명 중엔 지역 유권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해외 거주자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제21대 총선 당시에도 “제20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공약 완료율은 89.6%였다”며 “인천 내 국회의원 중 1위”라고 주장해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역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운용과 관련이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16년 지역구 내 제물포역이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인천시와 남구는 국토교통부·코레일에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를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제물포역의 이용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의원은 “급행열차의 제물포역 정차 문제를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꾸준히 주장했다. 제물포역이 수도권 1호선 급행열차 정차역으로 지정된 이후 윤 의원은 인천 남구 숭의4동 통장자율회·주민자치위원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의 지역구 관리도 하이데거의 철학과 맞물린다. 하이데거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돌보는 것을 ‘심려’라고 규정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마음 쓰는 것을 말한다. 윤 의원의 마음을 확인한 지역구 주민은 윤 의원에게 투표해서 관계를 이어간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이데거는 “실존은 현존재의 존재 자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은 미리 정해진 본질이 없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결정해 만들어나가면서, 외부에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는 의미가 있다. 윤 의원은 정치권·지역구란 상반된 현장에서 관계에 주력한다. 그가 맺는 두 관계는 상반된 평가로 이어진다. 실생활의 이익 중심 관계로 형성되는 지역구 내 관계는 윤 의원에게 5선이란 결과를 안겨줬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치적 명분·정당성이란 평가 기준이 작용한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의 장기인 관계 맺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는 지지·성원을 얻는 반면, 다른 이념을 지향하는 유권자의 강한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관계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우호 관계였던 전씨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됐다. 관계 맺기 이면 득실 대한민국 유권자는 당파성과 정치적 신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당파성이 강한 유권자일수록 정치적 신의를 중시한다. 친윤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 결자해지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실존을 지향한다. 윤 의원이 지향하는 새로운 실존은 유권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연출될까? 그리고 그는 어디로 나아갈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