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검찰총장 쟁탈전

독 든 성배 누가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역대 정부 최후의 검찰총장은 그 말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포스트 윤석열’ 자리가 ‘독이 든 성배’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일요시사>가 하마평이 돌고 있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을 조명해봤다.

▲ (사진 왼쪽부터)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에 보장돼있다. 1988년 12월31일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제12조 제3항)이 생겨났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8명 빼고
중도 사퇴

검찰청법 개정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 전 총장을 비롯해 2년 임기를 끝까지 채운 역대 검찰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3명은 중간에 사퇴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 봤던 윤석열 전 총장도 임기를 4개월 남기고 지난 4일 결국 검찰을 떠났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검찰총장들은 대부분 정부와의 갈등을 이유로 옷을 벗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검찰총장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 여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윤 전 총장도 전격 사표를 던졌다. 

김영삼정부의 ‘슬롯머신 사건’ 수사(박종철 전 총장), 한보그룹 비리사건 재수사(김기수 전 총장), 노무현정부의 ‘검사와의 대화’ 직후 사퇴(김각영 전 총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 수사지휘권 발동(김종빈 전 총장) 등이다. 


정부 말기 낙점된 마지막 검찰총장도 그 끝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시 야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해, DJ 집권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됐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으로 해임돼 재판까지 받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유임된 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다, 그가 서거하자 사퇴했다. 김수남 전 총장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문정부에서 재신임받지 못했다. 

역대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은 누가 임명되든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레임덕 외풍을 막아줄 방패 역할을 바라고 ‘자기 편’ 심기에 골몰한다. 취임 초기부터 검찰의 권한 줄이기에 골몰했던 문정부로선 마지막 검찰총장 인선이 검찰개혁의 ‘화룡점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천거 절차 끝나
3명 추천 후 1명 제청

법무부는 윤 전 총장 후임자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총장 인선은 천거-추천-제청 절차를 거친다.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민 천거 절차는 22일로 마무리됐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3명 이상으로 후보를 압축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박 장관은 최종 후보자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이번에 인선될 검찰총장은 윤 전 총장 재임 당시 검찰이 문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을 거울 삼아 친정부 인사로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은 1년 가까이 문정부와 대립하면서 대선후보 1위로 발돋움했다. 문정부로서는 마지막 검찰총장이 윤 전 총장의 전례를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이 과정에서 추천위 구성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추천위원 가운데 일부가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로 채워지면서 이미 친정부 인사를 차기 검찰총장으로 점찍어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 천거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추천위는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고, 비당연직 위원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원혜욱 인하대 부총장 등으로 지정됐다. 

박 전 장관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뒷말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퇴임 후 언론 등을 통해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조 전 장관의 낙마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파문이 일었다.

추천위
중립 논란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 전 장관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고, 낙마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안진 교수의 경우 지난해 말 윤 전 총장을 대상으로 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당시 징계위는 윤 전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박 장관은 “꽤 많은 분들이 천거됐다”며 “워낙 관심이 뜨거우니 아주 신중하고 충분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검찰 인선 과정에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검찰총장 임명은 4·7 재보선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경우 오는 5월 초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국민 천거 후보 명단이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보안사항’이라며 언급을 피한 상태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시되는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이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갈린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 지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은 검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이제는 검찰 수장 후보로 언급되는 중이다.
 

▲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박성원 기자

전북 고창 출신의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문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내 핵심보직을 거쳐 지난해 1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장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여러 차례 윤 전 총장과 맞서면서 여권의 신임을 얻었다. 박 장관 취임과 동시에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도 윤 전 총장과 신현수 전 민정수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임기 말 정부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올 경우 최적의 방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 내 신망이 두텁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의 대립 과정에서 당시 검사들이 윤 전 총장의 편에 섰을 때에도 이 지검장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기반을 잃었다는 평이다. 조직 장악력이 중요한 검찰총장으로선 치명적인 대목이다.


이성윤 유력
수사 부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지검장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최근 검찰의 4차 소환 통보에 ‘검찰의 강제수사는 위법하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출석요구를 받은 뒤다.

이 지검장은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조 차장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고, 문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감찰실장 겸 적폐청산 TF 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했다. 

추 전 장관 재임 당시 대검 차장검사에 올라 처음에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지만, 윤 전 총장 징계 사태 때 반기를 든 바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것.
 

▲ 박검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서도 고검장 참여라는 묘수를 발휘하면서 오히려 총장 자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국민 천거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대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법무관을 거쳐 2014년까지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9년 대검 감찰부장으로 임용됐다. 여러 차례 윤 전 총장의 반대편에 선 바 있고, 최근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대검 부장회의에선 기소 의견을 냈다. 

내부 인사는 불안요소 있고
외부 인사로 안전하게 간다?

일각에서는 불안요소가 많은 내부 인사보다 외부 인사 중에서 검찰총장을 낙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정부 고위직 중 공석이 날 때마다 거론될 만큼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거친 법조계 엘리트로 통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문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모두 거친 친여 인사로 꼽힌다. 사법연수원 20기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연장자라는 점에서 스스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청주 신흥고와 고대 법대, 한양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이 전 차관은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 동부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검, 대검 수사기획관, 기획조정부장, 법무부 차관, 대전고검장 등을 냈다. 문정부 첫 법무부 차관과 초대 수원고검장을 지내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 문재인 대통령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전남 담양 출신인 양 전 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장을 맡았을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 개입 등을 주장하며 검찰 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지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8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선거 지면
친정부로?

4·7 재보선과 검찰총장 인선을 연계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이길 경우 차기 검찰총장은 친정부 인사 쪽으로 쏠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4·7 재보선이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여권이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모두 패배한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은 물론 정계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재연될 경우 정부를 겨냥했던 검찰 수사가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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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