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0년 방랑사

‘파랑→주황→빨강’ 돌고 돌아 반대편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야권 단일화 후보 여부와 관계없이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그간 안 대표의 정치 행보를 보면 그렇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오는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누가 야권의 선수가 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일각에선 선거 이후를 주목한다. 특히 안 대표의 행보를 두고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안 대표는 지난 16일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깜짝 합당’을 발표했다. 이날 안 대표는 야권 대통합을 언급하며 “서울시장이 되어, 국민의당 당원 동지들의 뜻을 얻은 뒤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단일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대통합을 위한 합당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안 대표의 합당 발언을 보수층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 보는 비판이 있었다.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안 대표의 국민의힘 합당에 대해 “고정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입당이나 합당은 절대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던 그가 여론조사를 앞두고 합당을, 그것도 지금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서울시장 본선에서 이기면 그때 하겠다고 했다”면서 “정말 속셈이 보인다”고 질타했다.


당원들의 뜻을 모은다는 점도 만일을 위한 조건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선 ‘또 간을 본다’ ‘철새가 또 왔다’며 안 대표의 합당 선언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안 대표의 지난 10년간 정치 행보에서 비롯된 비판인 것으로 해석된다.

질질 끌다 합당 선언 야권통합 강조
‘믿지 못한다’ 미심쩍은 분위기 왜?

안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 16.6%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강연 등에 나서며 대중과 소통했다. 특히 청춘콘서트를 통해 인지도를 확실히 굳혔다. 이른바 ‘안풍’의 서막이 열린 시기다.

안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시기는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재보선이었다.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그는 출마설을 일축했지만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 손잡는 오세훈(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한 그였지만 고민도 많았다. 당시 안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세력이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며 “출마하면 야권 단일화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계 입문을 강하게 부정했던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당시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안 대표의 표를 끌어안으며 정몽준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안 대표의 복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판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3자 구도였다. 안 대표는 무소속이었다. 


최대 변수
정치 신인

그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 돌연 대선일에 미국으로 떠났다.

안 대표는 이듬해인 2013년 서울 노원구병 재보선에 당선되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득표율은 60.46%. 그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안 대표는 2014년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과 합당,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그해 열린 7월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둔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전·현직 의원들이 ‘탈당 러시’를 이어가며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철새따라 철새들이 날아간다’는 비판이 있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일궈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거대 양당의 틈에서 제3지대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2017년 출마한 대선에서 안 대표는 3위로 낙선했다. 이후 국민의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2018년 바른정당과 합당,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3위로 낙선하게 되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나오고
들어오고

낙선 후 독일로 출국하며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지난해 1월,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기존에 몸 담았던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오늘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돌아온 안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지지율 6.8%로 의석 3석을 차지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원내 4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는 여러 차례 소속이 바뀌었다. 살펴보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탈당→2016년 국민의당→합당→2018년 바른미래당→탈당→2020년 국민의당’의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갈지자 정치인’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굵직굵직한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그래서인지 안 대표에 대한 평은 갈린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 안착은 쉽지 않은 만큼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창당과 탈당, 합당을 반복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그 연유로 안 대표는 정계 복귀와 출마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으로부터 “탈당과 창당의 연속인 그의 행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국민의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바른미래당이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창당, 탈당, 합당…쳇바퀴처럼∼
대선 D-1년, 어디서 시작할까?

이어 “진정성이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행보”라며 “그 속에 국민은 없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 대표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10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대표는) 새정치를 하겠다고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갈지자 행보를 했다”며 “이런 후보는 서울시민 돌봄 문제에 관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란 생각을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안 대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당장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귀국 당시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보수진영과 선을 그은 바 있다. 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도 “투쟁하는 중도정당을 만들겠다. 기존 정당의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겠다”며 통합설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할까?
말까?

차기 대선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안 대표 역시 ‘문재인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합당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이미 서울시장 여론조사 등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대선 출마를 위한 세력 규합 등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숨 가빴던 ‘오-안’단일화, 희생 프레임 속셈은?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단일화 경쟁을 벌였다. 안 후보가 지난 19일 국민의힘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 후보 역시 안 후보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양보는 단일화 시점을 하루라도 더 앞당기려는 자구책으로 읽힌다. 지난한 단일화 논쟁은 야권에게도 안 후보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물론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각자 양보한 것은 아니다. 오 후보자는 애초 안 후보자의 양보에 대해 ‘희생 프레임’을 가져가 놓고,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안 후보가 교묘하게 ‘새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해석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어떤 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면 좋겠다”며 “안 후보와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의견이 다르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수차례 반복되는 번복으로 피로감을 줬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어쨌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험난했다. 초기에는 야권 모두 이구동성으로 조속한 단일화를 외쳤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안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은 최고점을 찍었다.

안 후보는 오 후보와 여론조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팽팽한 기 싸움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두 후보 측은 적합도와 경쟁력 문항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단일화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 모두 도장을 찍지 못했다. 곧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단일화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이 내놓은 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양당은 전화 여론조사 방식에서 큰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역으로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펄쩍 뛰었다.

여론조사 방법 두고 평행선
안철수 수용 자세로 출발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사용자 10% 포함 여론조사’를 관철시키고자 했다. 인구의 25%가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만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조사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국민의당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실, 유선전화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에 속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에서는 고령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후보보다 보수진영의 오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가 앞섰다. 반면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승리하는 그림이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굳이 핸디캡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막판 합의를 성사시키려했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애초 공표했던 여론조사 기간은 이틀이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 등록기한 전에 발표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결국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단일화는 좌초됐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두 후보가 여론조사를 하고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도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내일 단일후보를 결정하는 건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렵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협상은 계속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은 이튿날 재조명됐다.

두 후보가 각각 후보등록을 마치는 모습에서였다. 이들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각자 후보등록을 마친 상태다.

한편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지난 11일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를 받아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조사한 범야권 단일화 선호 후보에 따르면 오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4%, 안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응답이 38.3%로 조사됐다.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범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되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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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