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주식백지신탁제’의 허점 

결국엔 제 논에 물 대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고위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일정 금액 이상 보유할 시에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인데,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LH 사태’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직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사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줬다. 아울러 이해충돌 방지법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무용지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 제도가 고위공직자 재산에 대한 백지 신탁제다. 동산에 속하는 주식과 부동산이 이에 해당한다. 고위공직자가 직위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는 주식백지신탁제만 도입됐다. 부동산 백지 신탁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끝내 도입되지 못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이 있을 경우 주식백지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상임위 활동과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면 국회의원은 주식을 한 달 안에 매각하거나 신탁할 의무가 생긴다.  


주식백지신탁제의 허점은 과거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고 성완종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다.

경남기업의 대주주였던 성 전 의원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경남기업이 특혜성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 당시 심사위는 성 전 의원에게 경남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결정했으나, 이 역시도 무용지물이었다. 성 전 회장은 해당 주식이 정무위와 무관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기간 동안 사적 이익을 위한 여러 은밀한 거래는 계속됐다.

위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 회사의 대주주일 경우, 의원과 해당 회사가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21대 국회의원 중 주식 보유액 상위 10명은 ‘비상장주식’으로 높은 자산을 신고했는데, 이는 모두 본인이 설립한 회사거나 가족회사의 주식이었다.
 

▲ 전봉민 무소속 의원 ⓒ박성원 기자

주식 보유액 1위인 무소속 전봉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21대 국회서 주식 858억원을 신고했다. 전 의원은 본인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 이진주택의 비상장주식 1만주와 ㈜동수토건 5만8300주를 신고했다. 전 의원은 부산시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수백억 원대의 관급공사를 가족회사를 통해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본인이 대표이사였던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백산금속 대표를 지냈던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과 ㈜지오씨엔아이 창업주였던 조명희 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진금속 대표였던 강기윤 의원과 보안 전문업체 ㈜테르텐 대표였던 이영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 신탁 후 상임위 업무 ‘이해충돌’
가족회사로 유지되다 임기 끝나면 반환

일각에선 주식백지신탁제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선의 무소속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최근 5년간 국토교통위원회서 활동한 박 의원에게 감사를 받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공사를 박 의원의 가족회사들이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규모만 3000억대 이상이다.


박 의원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정상적인 수주였고, 자신이 보유한 3개 건설사의 비상장주식을 모두 백지신탁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주식은 한 주도 팔리지 않았다. 박 의원이 평가액을 최대 8배까지 올려놔 은행의 매각이 어려워지면서다.

이를 빌미로 백지신탁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상임위를 바꾸게 하거나, 상시 감시 기구를 두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에게도 역시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한 의원은 본인이 설립한 자동차 부품회사인 ㈜효림산업과 관계사의 327억원 가치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서 활동 중이다. 주식은 당연히 신탁한 상태.
 

▲ 하나은행 딜링룸 ⓒ박성원 기자

하지만 한 의원의 장남은 이 회사 대주주로 남아있다. 가족은 법적으로 주식 심사를 받거나, 신탁과 매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해충돌의 여지는 고스란히 남는 셈이다. 

현재 산자위 상임위에서 활동 중인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의 경우도 그렇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서 80억원의 주식을 신고했다. ㈜서호도시개발 3만8000주와 ㈜장연다이아몬드관광호텔 1만4000주다. 배우자는 1만800주를 소유하고 있다. ㈜서호도시개발은 이 의원은 차린 회사로 당선 직전까지 이 의원이 회사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5월부터는 모친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에게도 이해충돌 소지가 남아있다. 문 의원은 ㈜세창이엔텍 주식 7만5010주를 보유해 주식 보유액 43억원을 신고했다. 현재 문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주식은 당연히 백지신탁이 완료된 상태다. 문제는 ㈜세창이엔텍이 문 의원의 가족이 돌아가며 대표직을 맡았던 가족회사라는 점이다. 현재는 그의 형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LH와 철도시설공단 등 국토위 소관 기관 사업을 수주받은 바 있다.

도로 본인 몫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의 가족이 보유한 주식은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다. 따라 심사도 받지 않고, 매각이나 처분 의무가 없다. 한마디로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만약 백지신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임기를 마친 뒤 주식은 도로 본인 몫으로 돌아온다. 주식백지신탁제의 허점을 보완할 개정안과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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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