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광한루원

우주를 담은 조선 정원의 밤과 낮낮

춘향과 이몽룡이 인연을 맺은 남원 광한루원(명승 33호)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우주관을 담은 정원이다.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281호)는 전설 속의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산다는 ‘광한청허부’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앞에 하늘나라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만들고,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를 놓았다.

호수에는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닮은 삼신섬을 세우고, 각각 봉래섬과 방장섬, 영주섬이라 이름 지었다. 이렇듯 하늘 세계를 지상에 구현한 광한루원은 아름다운 조명을 켜는 밤이면 더욱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 물에 비친 남원 광한루원 완월정의 야경

오후 6시부터 입장권을 받지 않는 정문으로 들어서면 수중 누각 완월정이 관람객을 맞는다. 완월정은 1971년 광한루원 경내를 확장할 때 세웠다. 누각의 이름은 옛 남원성 남문의 문루인 완월루에서 따왔는데, 완월(玩月)은 ‘달을 가지고 놀다’라는 뜻이다. 춘향의 생일인 초파일이면 완월정 앞 수상 무대에서 춘향제가 열린다.

춘향전

완월정을 지나면 반짝이는 은하수를 닮은 호수 위로 삼신섬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낸다. 제일 처음 나오는 영주섬에는 정조 때 전라관찰사 정철이 세웠다는 영주각이 보인다. 그 옆에는 푸른 대나무 숲이 눈길을 끄는 봉래섬과 화려한 단청이 돋보이는 방장정이 자리 잡은 방장섬이 이어진다.

조선 시대 남원군의 인문 지리서 〈용성지〉에는 정철이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를 만들고 삼신섬을 세우면서 “하나에는 녹죽을, 다른 하나에는 백일홍을 심었으며, 나머지 섬에는 연정을 세우고 호수 가운데 여러 꽃을 가득 심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 눈 쌓인 호수 위 오작교가 운치 있다.

삼신섬을 지나면 오작교다. 하늘의 은하수를 잇는 오작교는 까마귀와 까치가 만들었다는데, 지상의 광한루원 오작교는 선조 때 남원부사 장의국이 튼튼한 돌다리로 만들었다. 정유재란 때 광한루가 불탔지만, 덕분에 오작교는 옛 모습 그대로 남았다.

길이 57m, 폭 2.4m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호수 안 다리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다리 가운데 아치형 물길 통로가 4개나 있어 운치를 더한다.

아름다운 오작교를 건너면 드디어 광한루에 이른다. 광한루는 1419년 남원으로 유배 온 황희가 지은 광통루에서 비롯됐다. 이후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가 마치 달나라 같다면서 광한루라 이름 지었다.

정유재란 당시 불탔지만, 인조 때 다시 지으면서 오늘에 이른다. 건물 뒤쪽의 ‘호남제일루’라는 현판처럼 광한루는 호남을 대표하는 누각이다. 평양 부벽루,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누각이기도 하다.

춘향과 몽룡이 인연 맺은 곳
조명 켜면 더욱 신비한 모습

광한루는 낮에 보는 풍광 또한 근사하다. 오작교와 어우러진 광한루뿐만 아니라 영주각, 방장정, 완월정 등이 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광한루원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유명하다. 맑은 호수 위로 녹음이 우거진 여름도 좋지만, 눈이 하얗게 쌓인 겨울 풍경도 그림 같다.

▲ 오작교와 어우러진 광한루의 겨울 풍경

정문 왼쪽에 자리 잡은 월매집과 춘향관은 낮에만 볼 수 있는 시설이다. 춘향이 살던 곳을 재현한 월매집은 춘향과 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은 부용당과행랑채 등으로 꾸몄다. 춘향이 입은 치마에 사랑의 맹세를 쓰는 몽룡의 모습, 부엌에서 정담을 나누는 방자와 향단이도 보인다. 집 밖에서는 그네와 투호 등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월매집과 이웃한 춘향관은 〈춘향전〉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다. 〈춘향전〉의 내용, 춘향제의 역사를 담은 포스터와 사진, 〈춘향전〉을 모티프로 제작한 영화와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 다양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화류와 장신구, 서책 등도 전시돼 〈춘향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월매집에서 춘향이 입은 치마에 사랑의 맹세를 쓰는 몽룡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춘향전〉의 내용을 실감 나게 살펴보고 싶다면 광한루원에서 1km쯤 떨어진 춘향테마파크를 찾는 것이 좋다. 이곳은 〈춘향전〉을 크게 다섯 마당으로 나눠 조성한 공원이다. ‘만남의 장’부터 ‘맹약의 장’ ‘사랑과 이별의 장’ ‘시련의 장’ ‘축제의 장’까지 대표적인 장면을 실물 크기 모형으로 구성했다. 이 밖에 전통문화체험관, 돌탑, 맹약단, 옥사정 등과 영화 〈춘향뎐〉 세트장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 춘향테마파크 입구의 아담한 대숲과 야경

춘향테마파크도 광한루원처럼 오후 6시 이후 무료이며, 야경이 볼 만하다. 겨울에는 폐장 시간이 광한루원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9시니, 광한루원의 야경을 즐기고 와서 둘러봐도 좋다. 입구의 아담한 대나무 숲부터 시작된 조명이 조형물과 세트장 등을 비춘다. 곳곳에 불을 밝힌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조형물도 포토존으로 인기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가 남녀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남원 만인의총(사적 272호)은 조국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이곳에는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군인과 백성 1만여명이 잠들어 있다. 조선군 1000여명과 명나라 군사 3000여명, 남원 백성 6000여명이 왜군 5만6000명에 맞서 마지막까지 성을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왜군이 두고 간 시신을 전쟁 뒤 한 무덤에 모시고 사당을 건립했다. 원래 남원역 부근에 있던 것을 1960년대에 이곳으로 확장·이전했다고 한다.

▲ 정유재란 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군인과 백성 1만여 명이 잠든 만인의총

만인의총

만인의총은 거대한 봉분을 중심으로 사당인 충렬사와 충의문, 순의탑 등이 있다. 붉은 홍살문과 검은 기와 건물이 사뭇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구에 남원성 전투와 만인의총이 생긴 사연을 만화로 구성한 안내판이 있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다. 홍살문 옆 기념관에서 정유재란 당시 상황과 전투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만인의총→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만인의총→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 
둘째 날: 남원향교→실상사→교룡산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남원시 문화관광 http://www.namwon.go.kr/tour/
- 만인의총 http://www.cha.go.kr/agapp/main/index.do?siteCd=MANIN 

문의 전화
- 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 남원군청 관광과 063)620-6190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5799
- 만인의총 063)636-9321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남원역, KTX 하루 14~16회(05:1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남원역 정류장에서 1-330-102번·2-252번 일반버스 등 이용, 제일은행앞 정류장 하차, 광한루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버스] 서울-남원,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8~9회(06:00~22:2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남원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330-102번·2-252번 일반버스 등 이용, 제일은행앞 정류장 하차, 광한루원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자가운전
광주대구고속도로 남원 IC→남원교차로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충정로 1.5km 직진→시청삼거리 춘향테마파크 방면 좌회전→시청로 700m→남원대교사거리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요천로 1.6km 직진, 우회전→광한루원

숙박 정보
- 남원예촌by켄싱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원시 광한북로, 063)636-8001 
- 메이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원시 소리길, 063)634-8881 
- 지리산한옥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063)636-1003 
- 켄싱턴리조트 지리산남원: 남원시 소리길, 063)636-7007 
- 호텔춘향: 남원시 소리길, 063)634-0004 
- 남원호텔리버: 남원시 소리길, 063)626-1021

식당 정보
- 정옥추어탕(추어탕): 남원시 의총로, 063)635-7087 
- 경방루(탕수육): 남원시 광한북로, 063)625-2325 
- 명문제과(꿀아몬드): 남원시 용성로, 063)632-0933

주변 볼거리
혼불문학관, 국악의 성지, 흥부마을, 남원 황산대첩비지, 구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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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