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세계가 열광하는 국민배우 윤여정

어제, 오늘, 내일을 다르게 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윤며들다’는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신조어다.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출중하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윤며들고’ 있는 건 비단 한국뿐이 아니다. 미국 등 전 세계가 75세 배우 윤여정에게 열광 중이다. 윤여정은 27관왕(지난 3일 기준)의 새로운 역사를 쓰며 오스카상 수상까지 바라보고 있다. 배우 윤여정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봤다. 
 

▲ 배우 윤여정

“목소리가 별로라 배우 하기엔 글렀다.” 과거 TBC의 한 PD는 윤여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윤여정은 목소리 때문에 과거에 비선호도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150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지금까지도 연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순탄치 않은
여정의 여정

윤여정은 명문이라 꼽히는 이화여자고등학교에 다녔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위궤양을 앓았다. 시험을 못 볼 만큼 아팠는데, 그 영향으로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고 한다.

꿈을 고민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윤여정을 배우의 세계로 끌어들인 TBC가 개국했다. 당시에는 배우가 신선한 직업이라 여겨 도전할 마음이 들었다. 배우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TBC에서 진행 도우미로 일하던 중, 스태프의 권유로 탤런트 시험을 보게 됐다. 그 결과, 1966년에 TBC 공채 3기 배우로 데뷔했다. 

TBC의 전속 배우를 뽑는 자리에서 탈락해 KBS로 가서 면접을 봤다. 윤여정은 ‘인사를 하지 않아 인격 수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안경을 벗고 다닌 것이 인성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윤여정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김기영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은 때부터다. 1971년 김 감독의 <화녀>로 영화계에 데뷔한 윤여정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윤여정은 처음에 김 감독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감독은 윤여정에게 맨손으로 쥐를 잡게 하거나 내용을 알리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에게 쥐 떼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윤여정은 <화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앞으로 김 감독과 작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심지어 당시 김 감독은 계약서에 윤여정이 매일 자신과 만나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도대체 나와 무엇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나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김 감독은 윤여정을 매일 만나 그를 관찰했다. 평소 지었던 윤여정의 표정, 손짓, 몸짓을 연기할 때 활용했다.

영화 <미나리>서 인상 깊은 연기 
끝나지 않은 수상…27관왕 금자탑

윤여정은 자신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자신에 대해 연구하는 김 감독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윤여정이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구하게 된 계기다. 윤여정은 <화녀>를 통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잘나가던 윤여정은 갑자기 연기 생활을 쉬었다. 유명 스타와의 결혼 생활 때문이다. 유명 스타와의 결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남편과 이혼 후 가진 돈도 없이 2명의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 됐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윤여정은 그대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혼 후 1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나이는 40대였다. 촬영장 시스템은 바뀌었고, 그의 자리는 없었다. 할 수 있는 역할은 단역 뿐이었다.

생계를 위해서 연기 활동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윤여정은 그 시기에 연기가 빛을 발했다고 한다.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그 연기가 좋았다라고 한다”는 것.
 

▲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 ⓒCGV아트하우스

윤여정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현실 감각을 보여주는 배우다. 배우의 경우 자아도취에 빠져 현실감각을 잃기도 하는데, 윤여정의 연기에서는 냉정한 현실감이 보인다. 그의 연기는 보편적인 인간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다.

누군가의 평범한 엄마 역할이든, 이혼이나 불륜을 겪는 특별한 역할이든 윤여정은 자신만의 색감을 드러낸다.

남편과 자식들을 털어버리고 ‘공개 바람’을 선언하는 시어머니 홍병한(<바람난 가족>)이나,  재벌가 백씨 집안의 탐욕스러운 안주인 백금옥(<돈의 맛>)과 같은 독특한 역할을 맡을 때도 윤여정의 연기는 어딘가 보편성을 담보한다.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살아있는
현실감각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했고, <여배우들>에서는 사람과 배우의 간극을 정확히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윤여정은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제10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윤여정의 연기는 전형성을 탈피한다. 항상 연기에 자신의 색감을 입힌다. 윤여정이 파격의 대명사가 된 이유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 기자회견에서 “전형적인 엄마, 할머니 연기는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를 연기로 선보인다. 그는 “정해진 역할을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서 평범한 역할도 달라진다”며 “나는 타고난 것이 없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배우다.

윤여정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의 배역에 대해 “뒤돌아봐도 작품 선택이 좀 용감했던 것 같다. 남들이 다 하는 역할은 싫었다. 특히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건 질색했다”며 “평범할 수 있는 배역들을 끊임없이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스스로를 연구해봤는데 싫증을 잘 낸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싫다. 그러면 하는 자신도 보는 사람도 지겨워한다”며 “매일 흔들리는 게 인생이기에 내일은 또 다르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오랜 시간 도전을 이어 나가는 이유다.
 

그가 연기하는 배역들은 근사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는 않다. 그는 맡은 역할이 크고 작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연기를 한다.


그는 “노배우인 난 현재 보너스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감독과 작가면 반드시 한다. 주인공을 꼭 해야겠다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다. 그저 노배우로서 앞으로 남은 인생,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고 싶다”며 “난 아직도 편견을 깨고 싶고, 도발도 하고 싶고, 늘 도전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진심과 믿음
솔직과 인정

윤여정은 한국 나이로 75세다. 지치고 힘들어서 일을 쉬려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멈춘 적이 없다. 그는 국민 배우 타이틀이 싫다. 오로지 “나는 매 순간 변화를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이런 연기 내공들이 쌓여 윤여정은 <미나리>의 순자 역할을 더 잘 소화할 수 있었다. <미나리>는 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에 간 가족들의 이야기다.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는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요리는 하지 않지만, 나쁜 말은 한다. 몸에 좋은 것은 자기만 먹는다. 이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구사하는 어린 데이빗과 한국 외할머니의 사소한 문화적 충돌로 이어진다. 한국식으로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의 방식은 뻔뻔해 보이지만 때론 아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윤여정이기에 그의 방식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윤여정의 연기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4대 비평가협회상으로 불리는 LA 비평가협회 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총 27개의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미국 배우조합상(SAG)에서도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전 세계 수많은 언론은 윤여정이 오스카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을 했다.
 

▲ 영화 하녀 포스터

윤여정이 <미나리>를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나는 사람을 보고 일을 하지, 작품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안 보게 됐다. 작품을 본다고 해서 갑자기 뭐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사람이 좋아서 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함께하는 사람을 믿는다. 타인을 믿는 만큼 서로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나리>에서 그는 “내가 처음에 시작할 때 감독에게 물었다. 할머니 기억이 생생할 텐데 할머니하고 똑같이 해야 하느냐, 그랬더니 알아서 하라 그랬다. 그래서 감독에게 정말 믿음이 갔다”며 사람을 믿는 모습을 보였다.

매순간 노력하며 변화 추구
도전 멈추지 않는 노력파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출연했을 때는 윤여정은 “역할이 탐나지는 않았다. 감독과는 개인적으로 안다. 무료로 출연했다”며 “60세가 넘어서부터는 사치하고 살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이어 “좋아하는 사람의 작품은 하고, 싫어하는 사람의 작품은 하지 않는다”며 “출연료를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하는 것”이라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tvN의 <윤식당> <윤스테이>에 출연하게 된 계기도 나영석 PD의 솔직한 말 덕분이다. 나 PD는 윤여정에게 항상 “아직 잘 모른다. 해봐야 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한다. 현실적인 솔직함은 나 PD가 윤여정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윤여정에게 배역은 아무것도 아니다. 함께하는 사람과의 진심이 통하고 믿을 수 있다면 그것이 그의 출연 이유가 된다.

윤여정은 말을 거침없이 하기로 유명하다. 자신을 까다로운 성격이라고 했다. 그는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다. 언제나 서러움이 있다.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 같다”며 데뷔 후 50여년간 배우 생활을 하며 힘든 순간을 잘 극복해 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윤여정은 언제나 모든 것에는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윤여정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대상이 누구든지 인정할 줄 안다. 무려 스무 살이 어린 후배에게서도 배울 것을 찾는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의 연기를 본 윤여정은 “걔가 나보다 연기를 더 잘한다고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장면에 완전히 몰입한 양동근의 연기가 자신의 재능보다 위에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진실을 떠나 어린 후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지금의 윤여정을 만든 것은 아닐까.

이렇게 윤여정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까다롭고 깐깐하다고 스스로 표현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이야기해야 할 부분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에는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국에는 다 배울 것이 있다”며 경험의 소중함을 대중에게 알렸다.

오스카만 
남았다

윤여정은 더 많이 도전하고 싶다. 배우 윤여정의 도전은 인간 윤여정의 도전이다. 도전이 두렵지만, 윤여정은 깊숙하게 발을 넣고 본다. 배우는 연기를 잘해서 보여 주는 게 도전이라고, 윤여정은 생각한다. 윤여정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보습을 보여주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ckcjfd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리 보는 오스카 시상식

배우 전도연은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달성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꿈을 꿨다고 한다.

봉 감독은 윤여정에게 전화해 “선생님, 우리도 가요. 오스카”라는 말을 했다고.

전도연이 1년 전에 한 말이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가 오스카 진출의 목전에 있다.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선셋필름, 서클어워즈 앙상블상 등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계의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고 있다.

전 세계는 <미나리>를 통해 윤여정이 보여준 한국 할머니 캐릭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해외에는 없는 할머니여서 더욱 더 그렇다고들 한다. 

오스카상은 아시아에 유난히 벽이 높았다.

아시아 여자배우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은 92년 역사상 단 한 차례뿐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오스카상 후보로 언급되는 배우들도 절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이 기세라면 윤여정의 오스카상 수상도 무리가 아니라는게 다수의 전망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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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문턱 못 넘은 내막

‘김건희 특검’ 통일교 문턱 못 넘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마무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등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부분을 파악해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통일교 의혹은 절반도 파헤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건의 규모가 방대했던 만큼 수사할 시간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특검팀 파견됐던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통일교 의혹을 매듭짓지 못해 아쉽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에 파견됐던 한 경찰의 말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야권 정치인들을 구속 기소했지만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되면서 수사가 주춤했다. 결론적으로 ‘여권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여전한 의혹들 특검팀의 첫 수사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었다. 현판식 이튿날이었던 지난해 7월3일부터 삼부토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특검팀의 수사 의지는 강했다. 처음 기소한 대상도 삼부토건 관련 인물들이다. 특검팀은 8월1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기획자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도 도주 55일 만인 9월10일 검거해 같은 달 26일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전·현직 경영진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웠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삼부토건이 경영 악화로 사업을 추진할 능력이 없는 걸 알았음에도 주가를 부양시켜 369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김건희씨와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삼부토건과 김씨를 잇는 연결고리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주포이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도 연루된 김씨의 최측근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삼부토건 주가 상승 직전인 2023년 5월14일 오후 5시40분쯤 ‘멋쟁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남긴 점에 주목해 그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고 보고 수사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해당 메시지를 전달한 이후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한국에 입국했다. 다음 날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접견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검팀은 김씨가 삼부토건 사건의 정점에 있다고 의심했다. 실제 한국 정부는 접견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1000원 초반대에 불과했던 삼부토건의 주가는 급등했다. 삼부토건·도이치 주가조작 검찰 봐주기 확인 “연락만 해” 김건희 직접 연결고리 확인 못해 특검팀은 이 전 대표의 아내가 2023년 7월쯤 삼부토건 관계사 웰바이오텍의 주식거래로 2000만원가량 이득을 본 경위를 파악하는 데만 성공했다.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을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속하기도 했지만 자금 추적 결과 김씨와의 직접적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선 실무자들만 기소했을 뿐 책임자로 볼 수 있는 윗선을 압박하지 못했다. 양평 의혹은 당초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 종점을 두는 것으로 기획됐다.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민주당은 강상면으로 노선을 변경할 경우 사업비는 약 600억원 증가하지만 실익을 얻는 것은 김건희 일가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강상면 일대에는 김씨 일가 명의로 된 토지 29필지(약 1만평, 3만3000㎡ 규모)가 분포돼있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양평군청 등 관련 기관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고, 윤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김모 국토부 과장을 주요 피의자로 지목했다. 김 과장은 2022년 3월 인수위 파견 당시 도로 사업 실무자들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노선 변경 결정에 당시 대통령 인수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특검팀은 김 과장을 포함해 직원 2명(직권남용), 국토부 관계자 2명(공용전자기록 손상), 용역업체 관계자 2명(증거은닉교사) 등 실무진 7명을 기소했지만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당시 양평군수)은 조사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만 세 차례 연장했을 뿐이다. 외압은 그대로 내란 특검팀은 수사기한 직전 김씨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가 비교적 최근 관저에서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2024년 5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복원한 것이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씨가 박 전 장관에게 본인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물으며 ‘검찰국장에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디올백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2024년 3월 총선에서 175석을 얻은 민주당은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강하게 촉구했고 이에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그해 5월2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김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착수를 지시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씨가 문자를 보내고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김창진 전 1차장검사, 고형곤 전 4차장검사 등이 돌연 좌천성 인사로 교체됐다. 이 과정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선 정황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총장이 전담수사팀 지시를 내린 이틀 뒤인 4일 박 전 장관과 약 1시간15분가량 통화했다. 또 송 전 지검장 등이 좌천되기 바로 전날(12일)에는 박 전 장관과 4차례에 걸쳐 총 42분간 통화하기도 했다. 검찰 인사 이후 김씨는 검찰청이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시설에서 ‘황제 조사’를 받았다. 그해 10월 김씨는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의혹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 혐의에 대한 수사 무마나 외압 의혹 규명은 김건희 특검의 몫이었다. 특검팀은 김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내란 특검 사무실과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또 박 전 장관을 비롯해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김씨 무혐의 처분 당시 수뇌부에 있거나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반쪽만 도려내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확인됐지만 특검팀은 끝내 아무도 기소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압수물에 대한 분석 결과,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유의미한 내용들을 확인했다”면서도 “소환 당사자들이 출석에 불응한 가운데 특검의 수사 기간 만료로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는 불발되고 말았다. 향후 국수본이 신속히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수사기록 정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지난달 11일부터 통일교 수사에 나섰다. 이 팀은 경찰청 국가부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설치됐다. 팀장은 내란 특검팀에 파견됐다가 복귀한 중대범죄수사과장 박창환 총경이 맡았다. 이 사건은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진술에서 비롯됐다. 의혹의 핵심은 통일교 측이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 터널’ 등의 현안을 위해서 전재수·임종성·김규환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은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넘어온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일부 의혹 당사자들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은 전담팀 출범 당일부터 수사에 고삐를 당겼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해 8월 특검팀 면담 조사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2018년~2020년 불가리·까르띠에 시계와 현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권 언급되자 통일교 수사 주춤 경찰만으로 힘들어 합수본 검토? 다만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본부장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와 전혀,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는데, 그래서 조심스럽다”며 돌연 입장을 뒤집었다. 특검팀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사건을 경찰에 넘기긴 했지만, 특검팀이 고의로 수사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가려지게 됐다. 통일교 수사 2라운드는 ‘정교유착’ 의혹이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신자들을 국민의힘에 대거 입당시켰다고 보고 강제 수사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측과 마찰도 있었다. 통일교에 대한 특검 수사가 정점인 한학자 총재를 향하는 과정에선 논란도 있었다. 한 총재 변호인단에 포함됐던 변호사가 소환을 앞둔 시기, 과거 인연을 이유로 민중기 특검을 사무실에서 독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일상적 인사만 나눴다고 하지만,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든 야든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건 책임을 물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지 않겠나”라며 “특검만 기다리긴 그래서 그 부분을 행정안전부가 경찰과 검찰과 합수본을 만들든지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에 앞서 국민의힘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신천지에 대한 특별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통일교가 됐든, 신천지가 됐든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관여하고 심지어 돈이 왔다 갔다 하고 대선에 개입하려 하고, 권력에 손을 뻗치려 하는 행태는 완전히 끝나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정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 구성 검토를 제안했다. 방대한 사건 부족한 시간 국회에서 논의 중인 통일교 특검과 관련해 민주당은 신천지 유착 의혹도 함께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물타기 시도”라고 반대하며 민 특검의 편파 수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찰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특검팀은 앞으로 미처리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인계하고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파견 인력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특별검사보 역시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줄여나갈 방침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