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닌 척’ 위장수사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08 11:51:05
  • 호수 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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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라 걸려라’ 함정 파놓고 덥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공법으로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경찰이 마약, 디지털 성범죄 등 폐쇄적인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어 교과서적으로 접근한다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상대를 감쪽같이 속이는 위장수사에 대해 파헤쳐봤다. 
 

▲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2년 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 텔레그램에 개설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 및 거래하고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이른바 N번방, 박사방 사건이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물이 폐쇄적으로 유통되면서 적발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잡으려면 필요

정부는 지난해부터 잠입수사 기법을 도입하며 텔레그램 성범죄 박사방,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찬성 236표, 반대 0표, 기권 4표로 가결 처리했다. 가짜 신분을 만들어 온라인 채팅에 잠입하는 함정수사도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개정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매수 행위의 처벌만 징역 1년에서 3년으로 강화됐을 뿐, 위장수사 허용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 개정에 주도적으로 나선 한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여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위장수사를 허용할 범죄군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 매수 유인·알선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전 영역의 위장수사 허용까지 논의되기도 했지만, 대상과 범위가 여러 번 축소되면서 현재 시점에선 성착취 행위와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부분만이 위장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그루밍 행위와 성착취 등의 범죄에 위장수사가 가능한 만큼 성매수 행위에도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에 나선 이들은 오히려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측에선 그동안 아동·청소년 성매수 행위에 대한 기회제공형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번 개정안을 바탕으로는 위장수사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에 담긴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는 신분 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뉜다. 신분 비공개수사는 경찰관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사이버 망 등 범죄현장에 접근, 범행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하는 수사방법을 뜻한다.

가짜 신분증 만들어 잠입 검거
성착취 행위·불법 촬영물 포함

경찰관은 성명·직업·직장 등을 일반인인 것처럼 위장 할 수 있다. 다만 실존하는 타인을 사칭하거나 공신력 있는 증명서를 생성하지는 못한다.


해당 수사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으로 가능하다. 범죄 혐의와 수사의 상당성이 인정될 때, 주로 수사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실행된다. 수사가 종료되면 경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반기에 보고해야 한다`는 통제 장치가 있다. 수사 기간도 3개월로 제한된다.

신분 위장수사는 신분 위장을 위한 문서, 전자기록 등을 작성·행사할 수 있다. 수사를 위해선 위장신분을 이용한 계약·거래나 성착취물 등의 판매·광고도 가능하다. 범죄혐의가 이미 충분하고 특정된 경우, 범인의 체포나 증거 수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할 수 있다. 신분비공개수사보다 위장 강도가 높은 수사인 셈이다.

해당 수사는 경찰이 신청,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긴급하면 사후에도 신청할 수 있으며 수사 기간은 3개월로, 연장하면 최대 1년까지다.

이 같은 위장수사들로 수집한 증거는 ▲수사·소추 및 범죄 예방 ▲징계 ▲손해배상 청구 ▲다른 법령 규정 시 수집 증거·자료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위장수사를 하는 경찰관은 고의·중과실 외에 형사·징계·손해배상이 면책된다.
 

▲ 국회 본회의장 ⓒ박성원 기자

다만 직무 관련자 전원에 대해선 공개·누설 금지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범죄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함정’을 파놓다가 범죄 실행 시 검거하는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향후 경찰은 대통령령에 따른 위장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 일선 교육과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시행 시점은 오는 9월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함정 또는 잠입수사는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고 다양한 범죄에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함정수사는 4가지 기본적인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경찰에 의해 범행이 안 되거나 범행하도록 하는 유인이나 기회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특정한 유형의 범행을 할 것 같은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한다. 셋째로 어떤 형태의 속임수나 잠복, 또는 잠입한 경찰관이나 대리인이 있다. 넷째로 범인의 검거로 작전이 끝나야 한다.

범인 체포
어려울 때…

예를 들어 경찰이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는지, 피의자에게서 범죄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수사가 진행되는 지역에 범죄가 특히 성행하고 있다고 의심의 여지가 충분한지, 수사 중인 범죄의 발각이 어렵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이런 사전적 수사기법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잠입수사는 수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몰래 숨어들어 정보를 얻는 수사 방식으로,  주로 마약 관련 수사에 활용된다.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신분을 속여 마약 거래상에게 접근한 뒤 증거물을 수집해 일당을 붙잡는 식이다. 마약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범행 수법도 지능적인 탓에 잠입수사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경찰은 모바일 채팅앱에 미성년자인 척 계정을 만들어 성 매수자를 잡아내기 위해 잠입 수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법원도 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부터 경찰과 검찰 안팎에선 ‘잠입수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이 잠입수사에 나섰다가 오히려 위법수사로 판단돼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로서는 잠입수사를 벌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셈이다. 경찰이 수사관 보호를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 ⓒpixabay

경찰 관계자는 “법원서도 잠입수사를 협소하게 판단하다 보니 피의자가 이를 이용해 재판에서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들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법원이 경찰의 수사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모든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도 상실되고 피의자도 풀려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함정 또는 잠입수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행해진다.

첫째는 수사를 위한 목적으로,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목적에서건 함정수사는 대체로 특정한 일부 형태의 범죄를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쉽고 빈번한 것이 장물이나 분실물 수사다.

나머지 하나는 마약의 제조와 판매 등 주로 조직범죄적 성격이 짙은 마약과 관련된 범죄, 지난 N번방 사건과 같이 주로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하는 성착취와 매춘, 날로 증가하는 전문 차량절도, 전문 범죄조직과 집단범죄, 사기와 부패, 그리고 아동 음란영상물이나 성착취 등이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는 주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여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먼저 함정수사는 범죄 수사를 수월하게 해 범법자의 검거 가능성과 검거율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경찰의 공공관계와 경찰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나 인상을 제고하게 한다.

긍정적 영향
부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함정수사나 수사 계획의 발표만으로도 소위 말하는 ‘이익의 확산’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그만한 부정적 영향 또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함정수사의 문제는 함정을 파놓는 것에 있다. 

물론 이전부터 함정수사는 존재했다. 세기의 살인마로서 아직도 미제로 남겨진 19세기 영국의 연쇄살인마 잭 리퍼는 우리에게도 영화와 뮤지컬로 기억되고 있다. <잭 더 리퍼>에서 그를 잡기 위해 형사 앤더슨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잭 리퍼에게 접근하는데, 그게 현재의 잠입수사다.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에서 두 명의 경찰관을 폭력조직에 심는 것도 함정수사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수사기법에 대해서 한편에서는 적법을, 다른 한편에서는 위법을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법원이 내세우는 잠입수사와 함정수사의 차이는 ‘범의 유발’ 여부다. 범의는 ‘범행을 저지를 의도’라는 뜻으로 법원이 함정수사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관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접근해 범행을 부추겼다면 잠입수사가 아닌 함정수사다. 가령, 자신이 마약 판매상인 것처럼 꾸며 투약자에게 접근해 체포한다면 위법이다. 미성년자인 척 속여 성 매수자를 잡는 수사도 여전히 함정수사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대법원은 한 마약 수사에 대해 ‘함정수사’임을 인정하는 파격적인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국내 법원이 처음으로 함정수사를 인정했던 사례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 정보원인 A씨는 B씨 등에게 “검찰 수사에 필요하니 필로폰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B씨는 중국으로 가 필로폰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검찰은 B씨 등이 마약을 밀반입했다며 체포한 후 재판에 넘겼다.

이에 B씨 등은 “중국에서 필로폰을 구해올 생각이 없었는데 검찰과 정보원의 이른바 ‘작업’에 의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법원은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폭넓게 인정해왔는데, 이 사건 재판부는 B씨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검찰이 범행을 부추긴 후 기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주로 마약 관련 수사 시 사용
구매자로 속여 거래상 접근

당시 재판부는 함정수사에 대해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해 범의를 유발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후 이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검찰과 정보원의 범행 유발 행위 이전에 B씨가 중국으로부터 필로폰을 수입하려는 구체적인 범의가 있었다거나, 이 외에 다른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법원에선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범의를 유발했는지 여부를 함정수사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대부분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경찰 정보원이 신분을 감추고 단순 투약자에게 접근해 필로폰 등을 권유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 경찰이 거래자를 가장해 마약을 구매한 후 판매자를 체포하는 방식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이 SNS에 동반 투약자를 구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방식의 수사기법을 자주 활용하면서 ‘함정수사’ 논란이 있었다.

허재현 전 <한겨레신문> 기자 역시 지난해 SNS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고 모텔로 나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허 전 기자는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익명의 누군가가 ‘좋은 것 같이 하며 놀자. 돈도 받지 않겠다’고 저를 꾀었고 저는 그만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모텔로 들어가자마자 경찰이 들이닥쳤는데 내게 끊임없이 마약을 권한 사람은 알고 보니 경찰이었다”고 설명했다.
 

▲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실제로 경찰에서는 검거한 마약사범에게 “추가 수사에 협조하면 추후 재판에서 이를 참작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해 다른 투약자들을 잡아들인다. 이들은 주로 경찰의 정보원 역할로서 다른 투약자들을 꾀어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렇게 수사기관에 협조하면 공적이 양형에 반영돼 재판에서 감형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마약사범에게 SNS에 “함께 마약을 투약하자”는 글을 올리게 한 후 이에 응한 사람들을 붙잡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아직까지 법원은 이를 ‘함정수사’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아슬아슬
위법 경계

경찰 내부에선 마약범죄에 함정수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의 상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사기법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함정수사는 빼놓을 수 없다”며 “물론 경찰에서도 위법한 수사는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마약사범이 함정수사를 구실로 처벌을 빠져나가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입수사 활성화’ 발표 후…

영장 없어도 위장수사?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잠입수사 활성화’ 범정부대책 발표 이후 여야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며 논의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된 개정안과 관련, ‘영장 발부’ 등을 놓고 검경간 기싸움이 치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은 검사가 청구하면 판사가 발부한다.

검찰은 위장수사를 하려면 권한 남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경찰은 “현실적으로 수사가 시급하게 필요한 만큼, 영장 발부를 기다릴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권한 남용 차단 방법으로 국가경찰위원회,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의 역할이 있다는 대안도 내놨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초 위장수사 기간 단축과 국가경찰위, 국회 보고 등이 담긴 중재안을 제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난달 8일 대정부질의에서 영장 발부와 관련 “영장까지 받으면 어느 세월에 이걸 하겠느냐”며 “상급 관서의 동의나 결재를 받아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사실상 시급한 수사를 내세운 경찰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발부 놓고 검경 기싸움
경찰 사실상 ‘판정승’

여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법사위에서 의결됐다.

위장수사를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누고, 신분위장수사의 경우 경찰이 신청하면 검사가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영장 발부 없이 경찰이 신분위장수사 신청을 법원으로부터 허가 받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의결 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검사의 의무적 청구를 임의적 청구로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신청을 검사가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아닌, 사안에 따라 청구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최종 개정안은 의무적 청구와 임의적 청구 사이인 필요적 청구로 재의결됐다.

이에 따라 경찰의 신청이 검찰의 요건에 맞으면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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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