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VS 김무성 당권 전쟁 내막

돌고 돌아 또 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보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론’이 대표적이다. 관건은 보궐 선거다. 현 비대위가 이를 승리로 이끈다면 ‘김종인 추대론’이 제기될 수 있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4월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이끌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차기 당 대표는 2022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다. 당은 총선 패배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보궐선거일인 4월7일까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중순 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킹메이커
역할론

일각에서는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김무성 전 대표가 비대위 체제 이후 당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 대표를 할 거라면 총선에 불출마하지도 않았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실 김 전 대표 역시 당권에 욕심이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그는 대선 경험이 있는 6선의 관록이다. 정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권 준비에 ‘무성 대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위세는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해 6월 김 전 대표가 결성했던 ‘더좋은세상으로(이하 마포포럼)’은 창립 초기 40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현직 의원 60명으로 세가 불어났다. 마포포럼은 대권, 서울시장 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이 연사로 잇달아 나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김 전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다. 김 전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처한 데에는 그의 부채감이 작용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 정권이 몰락한 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2019년 김 전 대표는 ‘중진 용퇴론’을 주장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 24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놨다. 그는 “당이 어렵게 된 과정에서 책임자 급에 있었기 때문에 책임지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변수는 김종인 비대위의 연장 여부다. 비대위가 오는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당은 전국단위 선거 4연패에서 벗어나 대선에서 상승세를 노릴 수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추대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궐선거 승리 시 위원장 추대론 제기
외곽 세력 늘리는 좌장 다시 수장으로?

김 위원장의 목표 역시 야권의 대선 승리다. 김종인 비대위는 당의 ‘환골탈태’로 대선 승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탈이념과 실용을 기치로 두고 중도층의 확장에 힘을 썼다. 보수 정당 대표로 광주를 찾아 사과를 한 점은 큰 공로로 꼽힌다.

현재 김종인 비대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을 뒤집으며 정권 교체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역시 당권에 관심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위원장 역시 자리 욕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의 권력욕을 엿볼 수 있는 전례들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조용히 대선 도전장을 낸 뒤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판단은 맞았다. 당시 국민은 김 위원장의 출사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언론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악수 나누는 김무성 국민의힘 전 대표(사진 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그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 보수 정당을 도왔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페이스북 글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를 당 대표로 추대했으면 좋겠다는 한 정치권 인사의 게시물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글을 읽다가 어찌 된 일인지 공유가 됐다”며 실수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은연중에 당 대표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대론
심판론

당이 최근 ‘비전전략실’을 가동한 것도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보궐선거를 넘어선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이를 띄웠다. 일각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김 위원장의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전전략실 설립 취지에 대해 “김 위원장의 거취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김 전 대표의 견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일화에 대한 둘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김 전 대표는 야권 승리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필수’이며,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필패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대선도 안 된다. 그래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제1의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아울러 당내 자체 후보가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사실상 당 밖의 인물이 아닌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더 싣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경계하고 있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안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

소신과 견제
당원 선택은?

김 전 대표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안 대표가 상수가 됐다.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말을 할 단계는 아니다. 안 대표가 단일후보를 만들자고 했고, 지더라도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며 “그럼 우리 당에서도 결단을 환영하고 같이 해보자고 화답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후보 단일화를 할지 룰(rule) 미팅을 해야지. 그런 과정 없이 무조건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건 잘못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안 후보와의 대결을 최악의 경우로 두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악수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와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맞붙을 경우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일~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1대 1 구도에서만 근소한 격차(0.1%포인트)로 뒤졌고, 오세훈 후보와 맞대결을 펼칠 경우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영선-안철수 양자 구도를 가정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39.3%, 안 후보는 39.4%의 지지율을 각각 얻어 초박빙 판세를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안 후보의 상승세가 계속될수록, 김 위원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후보에게 단일화 자리를 뺏기면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제1야당의 입지는 줄어든다. 수장인 김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안 후보를 입당시킨 후 야권의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김 위원장의 임기 내 가장 큰 ‘치적’으로 남길 수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기호 4번 ‘안철수’의 필패론을 내세우며, 안 후보가 최종 야권 단일화 후보가 돼도 입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안철수 두고 샅바싸움
5선 중진급도 하마평


하지만 김 위원장의 ‘소신’이 계속될수록 당내 비판적인 시선은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정치 감각에 대한 의심은 물론, 그의 ‘사심’이 정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에 대해 개인적인 반감이 있다는 점은 이미 정계에서 유명한 사실이다. 이대로 김 위원장과 안 후보의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마포포럼을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결성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단법인 한반도미래정책포럼 등 보수단체 252개가 뭉쳤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견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을 후보 단일화로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보수세가 몰리는 양상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파괴하고 있는 문재인정권은 국민을 분열시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행동 결성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오는 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반드시 후보 단일화를 이룩하고, 대선에서 승리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반면 일각에선 당이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중도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종인 카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호남과 젊은 층으로의 당 외연 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보수 정권 몰락에 책임이 있는 김 전 대표가 다시 당을 이끌 경우, 당의 쇄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당 대표 후보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양대 산맥을 제외하고는 충청권 5선 정진석 의원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이는 정 의원이 당내 최다선인데다, 대선 관리에 적합한 정무형 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홍문표, 윤영석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기반을 다져왔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서병수·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도 나온다.

당 중진
나서나?

당권 레이스의 흥행 여부는 보궐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범야권이 이대로 기싸움만 하다가는 내부 파열로 재를 뿌릴 공산도 높다. 김 위원장, 김 전 대표, 당내 중진들이 어떤 방식으로 물밑 작업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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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