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가해자 에이프릴과 공모자 DSP

종말의 기로에 선 에이프릴·DSP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걸그룹 최악의 왕따 사태가 발생했다. 멤버 간의 따돌림 문제를 넘어서 소속사까지 개입한 정황이 엿보인다. 왕따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진실을 협박으로 뭉개고 넘어가려는 연예기획사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걸그룹뿐 아니라 소속사의 존폐마저 흔들린다. 악질적인 대형 기획사가 진실을 가진 고등학생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셈이다. 걸그룹 에이프릴과 핑클, 카라 등을 배출한 DSP 엔터테인먼트의 얘기다. 
 

▲ ▲▲ 나은-현주-진솔 ⓒDSP, 현주 인스타그램

집단이 개인을 따돌리는 이른바 ‘왕따’ 피해자는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을 겪고, 우울증에 빠진다. 심하게 되면 목숨까지 내던진다. 왕따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기에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산다. 수십 년이 지나도 괴로움이 옭아맨다. 피해자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남는다. 

트라우마

7년 차 걸그룹 에이프릴에게서 왕따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전 멤버 현주다. 가해자는 다른 멤버였던 총 다섯명(소민·진솔·나은·채원·예나)이다. 

지난달 28일 현주의 동생이라고 밝힌 A는 현주가 에이프릴 합숙 생활을 하던 시절 5명의 멤버로부터 왕따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DSP엔터테인먼트(이하 DSP)는 왕따 사건을 전면 부인했다. 현주가 자발적으로 에이프릴에서 탈퇴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현주가 평소 체력 및 정신적 문제로 인해 팀 활동에 성실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전형적인 2차 가해성 입장문이다.


DSP의 반박문을 본 A는 다시 한 번 글을 남겼다. 두 번째 글은 폭로 수위가 높았다.

합숙 생활 도중 어떤 괴롭힘이 있었는지 요목조목 설명했다.

할머니가 선물로 남긴 텀블러에 현주가 먹지 못하는 청국장을 담은 사실, 현주 신발이 여러 차례 사라진 것, 평소 멤버들이 어떤 식으로 현주를 조롱했는지 등이 담겨있다. 

아울러 A는 DSP 관계자들이 현주 왕따 사건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현주가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감추기에 바빴다고 밝혔다. 

DSP 역시 곧바로 반박했다. A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포장했으며 일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프닝이었다고 했다. 

이어 에이프릴의 전 스태프, 에이젝스 윤영 등도 나서 에이프릴에 잘못이 없으며, 현주가 생활하는 도중에 민폐를 끼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소속사 의견에 힘을 보탰다.

피해자가 왕따 당할만했다는 식이었다.


공방이 이어지자 A가 꺼낸 카드는 응급실 진료 확인서였다. 현주가 2016년 5월11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진단서다. 진단명에 적힌 F190은 급성 약물중독으로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짓말로 진실을 가리고 있던 DSP와 그 관계자들이 ‘카운터 펀치’를 맞은 셈이다. DSP에 그 진단서는 더는 도망칠 곳 없는 외통수였다. 대중의 분노는 급격히 일어났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드러나자 대중은 에이프릴 멤버들의 잘못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DSP와 에이프릴 멤버들이 저지른 잘못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약자 현주 향한 지속적인 괴롭힘
분노한 대중 급기야 불매운동까지

에이프릴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에이프릴이 간다’ 영상에서는 멤버들이 현주를 은근하게 괴롭히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현주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현주보다 세 살 어린 진솔이 표정과 언어로 현주를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러 장면에서 현주는 동료들로부터 조롱당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무대 영상에서는 춤을 추고 있는 상황에 터져 나오는 울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모습도 드러났다. 그 영상만 보더라도 현주가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었는지 짐작된다. 

현주 탈퇴 이후에 합류한 채경은 합류 초반 기존 멤버들의 텃세가 심했다는 공개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농담이 아닌 진지한 어투여서 팬들이 오히려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 걸그룹 에이프릴

채경이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채경 역시도 왕따의 피해자가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중론이다. 

놀라운 점은 DSP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대목이다. 집단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돼 병실에 있는 현주에게 활동을 요구하기만 했을 뿐, 멤버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를 조율하고자 하는 노력은 없었다. 

자살을 시도한 뒤 현주는 소속사 관계자들과 만나 에이프릴에서 탈퇴하겠다고 요구했다. 더 이상 자신을 따돌리는 멤버들과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를 받아들인 소속사는 왕따 사실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현주에게 탈퇴 이유로 ‘연기자 전향’이라는 내용의 손편지까지 적게 하며, 팬들까지 속이게 했다.

무대에서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밝힌 현주는 어른들의 겁박에 못 이겨 에이프릴 팬들로부터 배신자의 낙인까지 찍혀야 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자 DSP에는 ‘악마 기획사’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왕따 문제야 다른 소속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DSP가 보인 대처는 악의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회사의 수입원인 에이프릴을 보호하기 위해 약자인 현주를 멸시하는 태도를 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왕따 문제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은 급기야 에이프릴 불매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에이프릴과 관련된 모든 방송 및 광고 등에서 이들을 퇴출하길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개인 활동이 활발한 나은이 직격탄을 맞았다. 나은이 참여한 광고와 방송이 줄줄이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은이 최근 출연한 SBS <맛남의 광장>은 최대한 편집하겠다고 밝혔으며, 나은이 모델인 동서식품, 삼진제약, 제이에스티나, 무학 등 모든 광고도 중단된다. 

또 에이프릴을 중심으로 제작한 게임 ‘퀸즈 아이돌’은 출시도 전에 사라지게 될 위기에 놓였으며, 현주 탈퇴 이후 합류한 채경과 레이첼은 아무런 잘못 없이 피해자가 됐다. 마치 악행에 대한 처벌이 부메랑처럼 돌아간 듯한 모양새다.


부메랑
 
DSP는 2차 해명문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부끄러움이 없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 또 과거의 과오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대형 기획사의 종말은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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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