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6초 만에’ 사라진 자립정착금의 비밀

나라가 주는 돈 보육원이 빼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당사자도 모르게 계좌에서 250만원이 빠져나갔다. 입출금 간격은 불과 56초. 18세 고아 박민우씨의 자립정착금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8년 뒤에야 들춰본 거래내역서에는 ‘영락보린원’이라는 낯익은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가 5세 때부터 14년 동안 집으로 여긴 곳, 보육원이었다.

 

▲ (사진 왼쪽)영락보린원에서 용산구청에 제출한 자립정착금 집행 내역 문서와 (가운데)영락보린원에서 박민우씨 계좌로 넣은 자립정착금 입금내역서, (오른쪽)박민우씨가 떼본 당시 거래내역서

부모를 여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아 몸 붙일 곳 없는 아이. 고아의 사전적 의미다. 최근에는 ‘보호 대상 아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아동복지법 3조 4호)으로 그 범위도 확대됐다.

고아 대부분
아동 시설로

보호 대상 아동(이하 보호아동)은 보건복지부 현황 파악 기준 2000년 9058명, 2010년 8590명, 2019년 4047명 등 20여년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보호아동의 절반 이상은 부모의 학대‧빈곤‧실직 등의 이유로 집을 떠나야 했다. 2019년 기준 그 비율은 71%(2865명)에 이른다. 이들은 아동 양육시설과 위탁가정 등에 맡겨졌다. 

2019년 전체 보호아동 가운데 67.6%(2739명)이 아동 양육시설 등 아동 복지시설에서 보호 조치를 받았다. 2020년 1월 기준 서울 17개구에서 운영 중인 아동 복지시설은 30개에 이른다. 시립 민간위탁시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6개까지 늘어난다. 해당 시설들에 보호아동 2283명이 머무르고 있다. 

보호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이른바 ‘보호 종료’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사람에게 보호 종료라는 딱지를 붙이는 경우는 고아밖에 없다”며 “고아들은 시설 입소 과정에서 이미 부모로부터의 보호가 끝났고, 시설에서 나가는 순간 국가로부터의 보호도 끝난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아동의 위탁보호 종료 또는 아동 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보호 종료 아동의 주거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자립정착금’ 지급이다. 지자체별로 상이하지만 보호 종료 아동 1인당 300만~500만원이 지급된다. 십수년간 시설에 머물다가 사회로 나가게 된 보호종료 아동에게 국가가 쥐어주는 나름의 ‘목돈’인 셈이다.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 재단’에서 조사한 <2014년 자립정착금 사용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1981년 아동복지법의 전면 개정 이후 2000년까지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자립비용 지급의 근거가 명시됐다. 국가와 지자체가 나눠 부담하던 자립정착금은 2005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고아들 자립 위해 지원
구경도 못해보고 증발

서울시의 경우 보호 종료 아동의 수에 따라 자립정착금을 자치구에 교부한다. 그러면 자치구에서 자립정착금을 신청한 보호 종료 아동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자치구-시설-보호 종료 아동 순으로 전달됐던 자립정착금은 2019년 이후 자치구에서 보호 종료 아동의 통장에 직접 넣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보호아동들이 자립정착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윤환 대표는 “고아들이 자립정착금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고아 출신인 나도 2001년 퇴소 때까지 자립정착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에서 자립정착금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소재 영락보린원에서 2001년 퇴소한 박민우씨도 마찬가지였다. 영락보린원(당시 신의주 보린원)은 1939년 한경직 목사가 신의주 제2교회에서 설립한 아동 양육시설이다. 사회복지법인 영락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아동 복지사업의 일환이다. 34명의 직원들이 54명의 보호아동들을 돌보고 있다. 


4~5세 때 영락보린원에 입소한 민우씨는 만18세인 2001년 11월14일 영락보린원에서 나왔다. 퇴소 당시 민우씨에게 주어진 건 117만원가량 들어있던 자신 명의의 통장과 도장이었다. 자립생활관으로 거처를 옮긴 민우씨는 이 돈을 쪼개고 아껴서 사용했지만 2002년 5월 잔고가 바닥났다. 
 

▲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고성준 기자

자립생활관에 내야 할 월세 등을 벌기 위해 민우씨는 닥치는대로 일해야 했다.

민우씨는 “그 당시 한 푼, 한 푼이 정말 소중했다. 몇 만원의 월세가 없어 자립생활관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올해로 39세가 된 민우씨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 그지없다. 코로나19 시국과 겹쳐 월세 30만원을 마련하는 것조차 빠듯하다. 

지자체에서
자립 지원

민우씨가 자립정착금에 대해 알게 된 건 올해 초였다. 2002년부터 2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해온 조윤환 대표와 대화하던 중 자립정착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 민우씨는 조 대표에게 영락보린원으로부터 자립정착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그 길로 영락보린원에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몇 차례의 실랑이 끝에 영락보린원은 ‘보내시는 분’ 영락보린원, ‘받으시는 분’ 박민우로 250만원이 입금된 입금내역서를 조 대표에게 공개했다. 우리은행 후암동 지점에서 2002년 3월28일 오전 10시13분에 거래된 내역이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돈이 계좌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민우씨는 신분증을 가지고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민우씨 계좌의 잔고는 862원뿐이었다. 민우씨와 조 대표는 거래내역 확인을 위해 ‘예금거래 실적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증명서에는 2002년 3월28일 10시13분38초에 ‘영락보린원’ 이름으로 250만원이 현금으로 입금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돈은 입금된 지 불과 56초 만인 2002년 3월28일 10시14분34초에 ‘자기앞수표’로 몽땅 빠져나갔다. 입출금은 같은 은행 지점에서 일어났다.

민우씨의 계좌에 250만원이 입금됐다 채 1분도 안 돼 돈이 출금된 것이다. 이 돈은 민우씨의 자립정착금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영락보린원의 ‘2002년 아동복지시설 자립정착금 집행 보고’에 따르면 영락보린원은 2002년 6월4일 ‘2002년 아동복지시설 퇴소아동 자립정착금을 아래와 같이 집행했기에 그 결과를 보고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용산구청에 보냈다.

영락보린원은 민우씨를 포함한 보호종료 아동 6명에 자립정착금을 250만~300만원씩 집행했다고 기재했다. 집행일자는 2002년 3월28일, 2002년 6월3일 등이다. 그러면서 영락보린원은 ‘무통장 입금증 사본 6매’를 첨부했다. 조 대표가 민우씨의 자립정착금 지급 여부를 문의했을 당시 영락보린원이 공개한 입금내역서로 추정된다. 

영락보린원의 ‘누군가’가 은행을 찾아 민우씨의 계좌에 250만원을 넣었다가 바로 다시 뽑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영락보린원에서 용산구청에 제출할 입금내역서를 뽑기 위해 형식상 민우씨의 계좌로 돈을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시청‧구청
나 몰라라?


다시 말해 민우씨의 자립정착금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김병삼 영락보린원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영락보린원 이름으로 민우씨 계좌에 250만원을 입금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통장을 본인(박민우씨)이 갖고 있는데 어떻게 돈을 빼 가냐”면서 “기자님이 제 통장에서 돈을 빼 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누가 돈을 출금했는지는 모르지만 통장이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로 경찰과 논의 중에 있고,(박민우씨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 당시 근무한 직원은 현재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민우씨는)자립생활관으로 전원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락보린원에서 퇴소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직원에 따르면 자립생활관은 시설을 퇴소한 아동이 입소하는 곳이다. 실제 자립생활관 입소를 위해서는 보호가 종료됐다는 내용의 증명서가 필요하다. 해당 직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원은 시설에서 시설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시설에서 자립생활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전원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병삼 원장의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사회복지법인 영락사회복지재단 신동원 사무처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아무런 근거 없이 뭘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확인 없이는 법인에서 돈이나 보상 등을 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확인을 위해 수사 의뢰를 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민원인 측에서 그렇게 한다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영락보린원서 입금한 내역 확인
“통장이 그 자리 있었던 것” 해명

자립정착금을 교부하고 집행하는 서울시청과 용산구청에서는 현재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가족담당관 아동복지팀 직원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점에서 확실히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 “서울시는 자립정착금을 교부할 뿐 관리‧감독은 자치구가 맡고 있기 때문에 개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어르신청소년과 아동보호팀 직원 역시 “영락보린원과 민원인 양 측이 해결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구청은 자립정착금을 시설에 제대로 분배했고, 또 증빙서류도 제대로 받았다”며 “자립정착금을 받지 못했다는 민원인이 나와 사실 좀 난감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시청과 용산구청은 영락보린원을 대상으로 한 자립정착금 전수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용산구청에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서울시청)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용산구청) 등이다. 전수조사는 영락보린원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의 자립정착금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조 대표는 “시청이나 구청에서 말하는 전수조사는 ‘입금내역서’를 바탕으로 이뤄졌을 것이다. 민우도 정상적인 입금내역서는 있다”며 “퇴소한 고아들을 상대로 연락을 취해 자립정착금 수령 여부를 따져보는 게 진정한 전수조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 보육원을 대상으로 자립정착금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복지법상 미성년자 고아들의 후견인은 아동 양육시설의 원장이다. 고아들에게는 친부모나 마찬가지다. 원장은 고아들의 통장을 개설하고 해지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우씨 역시 퇴소 당시 통장을 받을 때까지 해당 계좌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입금내역서로만
전수조사 했다?

조 대표는 “매년 사회로 나오는 고아의 수가 2500~2600명 수준이다. 많은 수 같지만 지자체별로 나눠보면 얼마 되지 않는다.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고아들에게 전화 한 통만 해도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이 없어 연락이 어렵다면 고아들이 직접 수령하게끔 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경찰에서 사실규명 작업은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립정착금은 퇴소하는 고아들에게 목숨줄이나 다름없다. 시설에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을 할 수 없도록 국가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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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