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정치권 기본소득 논란

국가예산 절반 나눠준다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두고 여권 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대선 핵심 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자 여야 잠룡들이 모두 참전하는 추세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성준 기자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성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사는 앞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부터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다소 파격적인 제안이라는 이유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에 그쳤다.

시대적 대안?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빠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이 상기되면서다. 이 지사는 작년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세계경제는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론 역시 기본소득에 대한 찬성 입장이 우세했다. 국민들은 지난해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등의 형식으로 기본소득을 경험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해 6월 전국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6%가 이를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이 지사는 1인당 연 50만원으로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1인당 연 100만원까지 배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10년 이후에는 연 600만원까지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일반 재원의 감면으로 5%의 예산을 조정하면, 약 25조원을 기본소득용으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60조원 정도의 감면세를 줄여, 25조원을 추가로 마련하면 1인당 10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증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계획대로라면, 1인당 연 50만을 지급할 시 26조원, 연 100만원에 52조원, 연 600만원에 달할 경우는 31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특히 이 지사의 최종 목표인 월 50만원 지급에 필요한 312조원은 1년 국가예산인 558조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예산이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자, 정치권에선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 행보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 총리는 “한국은 보편적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이 없다. 이를 실현하려면 기존의 모든 복지 혜택을 폐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기본소득을 겨냥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지사는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붓는 것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여야 강타한 이재명의 복지 큰 그림
잠룡들 참전…대선 이슈로 급부상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기본소득 논쟁에 적극 참전했다. 임 전 실장은 “자산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자는 것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기본소득제도의 현실성 문제와 복지제도로서의 불충분함을 지적했다.


기본소득을 대신한 복지 로드맵을 제시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기본소득은 시기상조”라며 신복지체제를 들고 나왔다. 소득, 주거, 고용, 교육, 의료 등 8개 항목마다 국민생활 최저기준을 설정해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성원 기자

야권에서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홍준표·유승민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야권 내 일부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의제를 꺼내 중도의 가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보수의 가치와 위배된다는 당내 비판이 잇따르면서, ‘장기적 연구과제’라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도 기본소득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기본소득 기초 설계안을 마무리했다. 1인당 월 30만원으로 시작해, 20~30년 안에 모든 국민이 중위소득의 50%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의원은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 모델은 통상적인 방식도 아니고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마치 ‘표준 모델’처럼 논의가 되는 상황에서 보수정당에서도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기초 설계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의 대표 정책에 대한 여야 잠룡들의 견제로 이 지사의 ‘몸값 ’역시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 지사는 여전히 기본소득 도입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논쟁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포퓰리즘?

여야 모두 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기본소득이 내년 대선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복지 정책을 두고 차별성을 보이려는 대권 주자들의 행보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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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