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앞세운 ‘박범계 노림수’ 막전막후

‘특명’ 한명숙을 구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조직 인사에는 인사권자의 의중이 깊게 반영되기 마련이다. 인사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난무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검찰 인사의 경우 사건과 맞물려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 임은정 검사

지난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일으킨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달리 비교적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인사를 둘러싼 검찰과 법무부, 청와대의 갈등이 일정 부분 봉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관마다…
갈등 봉합?

이날 인사에서 법무부는 고검검사급 검사 18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는 조직 안정과 수사 연속성을 위해 최소한 선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수사를 맡은 수사팀도 대부분 유임됐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이상현 형사5부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 3부장 등은 유임됐다. 서울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도 그대로 남게 됐다. 

변 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갈등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를 주장하며 이 지검장에 반기를 든 바 있다. 윤 총장 징계 사태 때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건의한 서울중앙지검 2~4차장과 공보관 등도 변동 없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인권보호를 전담해온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후임으로 나병훈 차장검사를 전보 조치했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 파견 나가있던 나 차장검사는 과거 서울남부지검과 광주지검에서 인권감독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패싱 논란 이후 인사
수사팀 대부분 유임

청주지검 차장검사에는 박재억 현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이, 안양지청 차장검사에는 권기대 현 안양지청 인권감독관이 자리를 옮겼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인사 규모와 구체적인 보직에 관해 대검과 충분히 소통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인사를 위해 더 경청하고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 업무보고에서 “권력 수사나 현안 수사를 못 하게 하는 인사 조치를 한 바 없다”며 “월성원전 수사를 하는 대전지검이나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에 인사로 손을 댄 게 없다”고 설명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무난하게 넘어가는 듯했던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원포인트 핀셋 인사’로 인해 술렁이고 있다. 임 연구관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받았다. 

이로써 임 연구관은 감찰권과 함께 수사권을 갖게 됐다. 임 연구관은 그동안 수사 권한이 없어 제대로 된 감찰 업무를 할 수 없다며 직무대리 발령을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신의 SNS에 “불공정 우려 등을 이유로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이 계속 보류되고 있다”며 “제가 ‘제 식구 감싸기’를 결코 하지 않으리란 걸 대검 수뇌부는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원포인트 
핀셋 인사

검찰청법 제15조는 검찰연구관이 고검이나 지검의 검사를 겸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검에 근무하는 연구관의 경우 수사 등의 업무를 맡기 위해선 일반 지검의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해야 한다. 

대검 연구관의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총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임 연구관에 대한 직무대리 발령을 하지 않자 법무부에서 ‘겸임 발령’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임 연구관 인사에 대해 “본인이 수사권을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수사권을 갖길 희망하면 다 권한을 주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박 장관은 “겸임 발령은 법에 근거해서…”라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인사 이후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어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대검 연구관으로서 이례적으로 수사권이 없어 마음고생이 없지 않았다”며 “다른 연구관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수사권이지만 저에게는 특별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적었다. 
 

▲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임 연구관에 대한 원포인트 핀셋 인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미애 전 장관 때인 지난해 9월 당시 울산지검 검사였던 임 연구관은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됐다. 대검 감찰부 산하 1~3과와는 별도로 대검 감찰부장 지시를 받아 감찰 정책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기존에 없던 자리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 연구관은 “대검 연구관은 총장을 보필하는 자리인데 저 같은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검찰 내부 일부의 볼멘소리가 있는 듯하다”며 “대검 연구관은 검찰총장을 보필하는 자리가 맞다. 보필은 ‘바르게 하다, 바로잡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없던 자리
만들었다

추 전 장관과 박 장관 모두 임 연구관을 중용한 셈이다. 두 장관이 ‘임은정 카드’를 꺼낸 이유는 윤 총장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임 연구관에 대한 이번 인사 이후 대검 감찰부에서 진행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수수사건 감찰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여권의 대모로 불린 한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 이후 “재심을 청구하겠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오판이라는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가 만기출소한 후 “억울한 옥살이에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를 염원하신 한명숙 총리, 정말 고생 많았다”며 “일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검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이 방송하는 ‘2020 후원회원의 날 특집 생방송’에 출연해 “코로나가 오므로써 2020년 전 세계가 재편되는 진동 같은 것을 느낀다”며 “‘선진국이라고 믿었던 나라들이 모습이 이렇나’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생명을 가장 가운데 두고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원칙, 정치적 야심을 섞지 않는 우직함과 진심, 이런 것으로 문재인식 해결을 이끌었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좋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낸 바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2015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다.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인 한만호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챙긴 죄로 2015년 징역 2년형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받고 복역을 마쳤다. 

직무대리 안 되니 겸임 발령
감찰권+수사권 날개 달아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건 지난해 5월. “검찰의 강압수사에 떠밀려 거짓말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한만호 비망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당시 한 전 총리 수사팀의 재판 증인에 대한 위증 교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씨는 2010년 7월 한 전 총리 기소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가 2010년 12월 1심 법정에선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다음 해 2~3월 한씨가 번복한 진술은 거짓말이라며 검찰 측 재판 증인으로 나선 동료 재소자들이 수사팀 검사에 의해 증언 연습까지 한 뒤 법정에 나가 위증을 했다는 게 대검 감찰부 측이 감찰한 검사의 위증 교사 의혹의 내용이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해당 의혹으로 한 전 총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재심’까지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산하 인권감독관실은 검사와 수사관 여러 명을 투입한 뒤 해당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대검에 보고했다. 

그런 와중에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이 부여되면서 상황이 바뀌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증인들이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진술한 2011년 3월 23일부터 시작한 공소시효 10년이 오는 3월22일 만료되기 때문에 임 연구관에게 서둘러 수사권을 부여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콕 찝어서…
첫 수사는?

임 연구관 인사에 대한 검찰 내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임 연구관이 앞서 다수의 고발을 직접 제기해 감찰과 수사 등이 계류 중인 점을 고려할 때 공정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은정, 윤석열에 칼끝?

지난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권을 부여받은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의 칼날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조준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 콘텐츠 대표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서울중앙지검은 김 대표가 협찬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가 조작 공소시효는 이득을 본 금액이 5억원이 넘을 경우 최소 10년이다.

윤 총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