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복귀 후폭풍’ 정권 겨눈 세 개의 칼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신현수 민정수석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는 사태 수습의 일환으로 검찰 수사팀을 유임했다. 이들이 맡고 있는 세 가지 사건은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정권 수사팀이 때 아닌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은 검사장급 인사로부터 비롯됐다. 법무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했다. 심재철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에 전보됐다. 이들은 ‘추미애 라인 검사’로 불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라인이 살아남은 셈이다.

앞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은 인사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보고했다. 곧 신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갈등
사의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지만 신 수석의 의지는 강했다. 신 수석은 지난달 18일 휴가계를 제출, 주말까지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 신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달 22일 청와대로 복귀한 신 수석은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했다. 스스로 사의를 철회하지는 않으면서도 오히려 인사권자에게 공을 넘겨버렸다. 그러면서 티타임과 수석·보좌관 회의 등 일정을 소화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정부의 여러 국정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꼽힌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 내부로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참모와의 갈등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했지만 정치적 타격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정부여당과 검찰의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이 청와대에서 터져 나오면서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 수석의 이른바 ‘사표 투쟁’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결이 달랐다. 사실상 검찰 쪽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갈등을 진화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문정부가 불편해 하는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동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크게 세 가지 사건이 그렇다.

우선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이상현 형사5부장이 유임됐다. 박 장관은 지난 24일 검찰 인사 이후 월성 수사에 대해 “인사로 보여드렸다”며 수사의 연속성을 보장해줬다는 점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임명 전, 검찰의 월성 수사를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원전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 부장은 설 연휴를 전후로 수사 전반을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관련해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장 인사 갈등, 민정수석 사의 표명
중간 간부 인사, 검찰 의견 수용

백 전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9일 법원에 백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수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다만 이 부장의 유임으로 동력을 유지하게 됐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수사의 또 다른 관건은 채희봉 전 산업정책 비서관이다.

법조계는 채 전 비서관의 소환조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채 전 비서관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히 청와대 윗선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전 비서관은 월성 원전 조기폐쇄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앞서 수사팀은 채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포렌식 자료를 검토한 바 있다.

오는 9일 자료 삭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들의 재판이 시작된다. 검찰은 그전에 추가 증거 확보에 공들일 방침이다.

한편 윤 총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월성 원전 수사에 대해서는 ‘한창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도 살아남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정식 출석을 요청한 바 있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부장 시절,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려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접수된 고발장에 따라 이 지검장을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검찰 수사팀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이 지검장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검찰의 정식 출석 요청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검찰은 이 지검장이 참고인 신분이었을 당시에도 출석 일정을 조율하려 했지만 이 지검장은 응하지 않았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이 지검장은 지난달 17일 입장문을 통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의 수사를 중단토록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통상적인 지휘였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지검장의 의혹 부인과 출석 거부 등에 대한 검찰의 향후 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강제수사 전환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에게 두 차례 이상의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 등을 통해 강제수사한다.


함께 진행 중인 ‘불법 출금 조처 의혹’ 수사는 비교적 궤도에 안착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16일~23일까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개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 비서관은 불법 출금 조처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거론됐던 인물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권상대 공공수사2부장 또한 유임됐다. 권상대 부장 수사팀은 지난달 초까지 사건 관계자 소환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 등 13명을 일괄 기소했지만, 주요 피의자 소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도 1년 넘게 지연됐다. 하지만 최근 수사가 다시 진행되면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실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산재모 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추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안별
3개팀 진행


신 수석의 사의 파동으로 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은 찬물을 맞았다. 반대로 이른바 ‘정권 수사팀’은 오히려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정부여당에서 제기됐다.

시작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입이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와 기소의 완벽한 분리) 설치와 관련된 질문에 “대통령께서 제게 주신 말씀 중 크게 두 가지”라며 “첫 번째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 안착이고, 두 번째는 범죄수사 대응능력 및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1차 검찰개혁인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현장에서 정상 운용돼야 하면서도, 2차 검찰개혁인 검찰 수사권 박탈에 따른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쥐게 되는 곳인 만큼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주변 상황 역시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박 장관의 발언은 신 수석이 사의 파동 이후 업무에 복귀한 날에 나왔다. 정권 수사팀을 유임시킨 것처럼 검찰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또 다른 방책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월성·김학의·울산 수사팀 동력 확보
꺼지지 않는 불씨…‘속도 조절론’까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속도 조절론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하며 논란을 키웠다.

유 실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속도 조절을 묻는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문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속도 조절을 말씀하시냐”라고 반문한 뒤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부분은 여당에서 충분히 속도 조절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곽 의원은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속도 조절 언급을 부인했다’고 지적하자 “보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팩트는 임명장 주는 날 대통령께서 차 한잔하면서 당부할 때 그때 이야기가 나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대전고검 등을 찾은 자리에서 “일부 언론에서 속도 조절론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 다루는 듯하다”며 “대통령께 당부드린 바 없고, 대통령께서도, 저도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 국회의사당 ⓒ고성준 기자

국회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유 실장에게 “제가 들은 바가 있는데,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하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지 않느냐. 오해가 있을까봐”라고 묻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시 확인해보겠다.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로 표현하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비서실장은 보충 질의 말미에 속도 조절 발언에 대해 “제가 정회 때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이 아니고, 현재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안이 잘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하신 게 속도 조절이라는 것으로 언론에 나왔다”며 “그 워딩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드린다”고 강조했다.

다시
개혁 강행

민주당은 속도 조절 논란에 개의치 않고 검찰개혁 강행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출연해 “(청와대가)속도 조절을 명시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2차 검찰개혁 입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현재 3월 발의, 6월 처리 일정을 기준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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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