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복귀 후폭풍’ 정권 겨눈 세 개의 칼날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을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신현수 민정수석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는 사태 수습의 일환으로 검찰 수사팀을 유임했다. 이들이 맡고 있는 세 가지 사건은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정권 수사팀이 때 아닌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은 검사장급 인사로부터 비롯됐다. 법무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했다. 심재철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에 전보됐다. 이들은 ‘추미애 라인 검사’로 불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라인이 살아남은 셈이다.

앞서 신 수석과 박 장관은 인사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보고했다. 곧 신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갈등
사의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지만 신 수석의 의지는 강했다. 신 수석은 지난달 18일 휴가계를 제출, 주말까지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 신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달 22일 청와대로 복귀한 신 수석은 자신의 거취를 문 대통령에게 일임했다. 스스로 사의를 철회하지는 않으면서도 오히려 인사권자에게 공을 넘겨버렸다. 그러면서 티타임과 수석·보좌관 회의 등 일정을 소화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정부의 여러 국정과제 중 최우선 순위에 꼽힌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 내부로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참모와의 갈등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했지만 정치적 타격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정부여당과 검찰의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이 청와대에서 터져 나오면서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 수석의 이른바 ‘사표 투쟁’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결이 달랐다. 사실상 검찰 쪽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갈등을 진화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문정부가 불편해 하는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동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크게 세 가지 사건이 그렇다.

우선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이상현 형사5부장이 유임됐다. 박 장관은 지난 24일 검찰 인사 이후 월성 수사에 대해 “인사로 보여드렸다”며 수사의 연속성을 보장해줬다는 점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임명 전, 검찰의 월성 수사를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원전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 부장은 설 연휴를 전후로 수사 전반을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관련해 상당한 시간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장 인사 갈등, 민정수석 사의 표명
중간 간부 인사, 검찰 의견 수용

백 전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지시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9일 법원에 백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수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다만 이 부장의 유임으로 동력을 유지하게 됐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수사의 또 다른 관건은 채희봉 전 산업정책 비서관이다.

법조계는 채 전 비서관의 소환조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채 전 비서관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특히 청와대 윗선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전 비서관은 월성 원전 조기폐쇄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앞서 수사팀은 채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포렌식 자료를 검토한 바 있다.

오는 9일 자료 삭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들의 재판이 시작된다. 검찰은 그전에 추가 증거 확보에 공들일 방침이다.

한편 윤 총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월성 원전 수사에 대해서는 ‘한창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도 살아남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정식 출석을 요청한 바 있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부장 시절,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려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접수된 고발장에 따라 이 지검장을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검찰 수사팀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이 지검장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검찰의 정식 출석 요청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검찰은 이 지검장이 참고인 신분이었을 당시에도 출석 일정을 조율하려 했지만 이 지검장은 응하지 않았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이 지검장은 지난달 17일 입장문을 통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의 수사를 중단토록 압박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통상적인 지휘였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지검장의 의혹 부인과 출석 거부 등에 대한 검찰의 향후 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강제수사 전환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에게 두 차례 이상의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 등을 통해 강제수사한다.

함께 진행 중인 ‘불법 출금 조처 의혹’ 수사는 비교적 궤도에 안착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16일~23일까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개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 비서관은 불법 출금 조처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거론됐던 인물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권상대 공공수사2부장 또한 유임됐다. 권상대 부장 수사팀은 지난달 초까지 사건 관계자 소환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 등 13명을 일괄 기소했지만, 주요 피의자 소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도 1년 넘게 지연됐다. 하지만 최근 수사가 다시 진행되면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실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산재모 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추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안별
3개팀 진행

신 수석의 사의 파동으로 문정부의 기조인 검찰개혁은 찬물을 맞았다. 반대로 이른바 ‘정권 수사팀’은 오히려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 조절론’이 정부여당에서 제기됐다.

시작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입이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와 기소의 완벽한 분리) 설치와 관련된 질문에 “대통령께서 제게 주신 말씀 중 크게 두 가지”라며 “첫 번째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 안착이고, 두 번째는 범죄수사 대응능력 및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1차 검찰개혁인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현장에서 정상 운용돼야 하면서도, 2차 검찰개혁인 검찰 수사권 박탈에 따른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쥐게 되는 곳인 만큼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주변 상황 역시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박 장관의 발언은 신 수석이 사의 파동 이후 업무에 복귀한 날에 나왔다. 정권 수사팀을 유임시킨 것처럼 검찰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또 다른 방책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월성·김학의·울산 수사팀 동력 확보
꺼지지 않는 불씨…‘속도 조절론’까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속도 조절론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하며 논란을 키웠다.

유 실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속도 조절을 묻는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문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속도 조절을 말씀하시냐”라고 반문한 뒤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부분은 여당에서 충분히 속도 조절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곽 의원은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속도 조절 언급을 부인했다’고 지적하자 “보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팩트는 임명장 주는 날 대통령께서 차 한잔하면서 당부할 때 그때 이야기가 나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대전고검 등을 찾은 자리에서 “일부 언론에서 속도 조절론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 다루는 듯하다”며 “대통령께 당부드린 바 없고, 대통령께서도, 저도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 국회의사당 ⓒ고성준 기자

국회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유 실장에게 “제가 들은 바가 있는데,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하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지 않느냐. 오해가 있을까봐”라고 묻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시 확인해보겠다.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로 표현하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비서실장은 보충 질의 말미에 속도 조절 발언에 대해 “제가 정회 때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이 아니고, 현재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안이 잘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하신 게 속도 조절이라는 것으로 언론에 나왔다”며 “그 워딩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드린다”고 강조했다.

다시
개혁 강행

민주당은 속도 조절 논란에 개의치 않고 검찰개혁 강행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출연해 “(청와대가)속도 조절을 명시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2차 검찰개혁 입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현재 3월 발의, 6월 처리 일정을 기준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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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