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갤러리’ 재산 누락 의혹

부인 운영하는 화랑 건물 빼먹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김정수 기자 =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아내가 보유한 화랑 건물 지분이 과거 박 후보의 고위공직자 재산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했다. 캠프 측은 누락을 인정하면서도 직원의 실수였다는 입장이다. 
 

조현화랑은 31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주요 갤러리다. 본관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이하 박 후보)의 아내 조현 이사가 설립했다. 그는 미술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며 국내외 거장들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사업 수완 역시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토지 매입

조현화랑은 1989년 ‘갤러리월드’로 개관했다. 갤리리월드는 당시 조 이사가 소유했던 부산 수영구 월드타운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해운대가 신흥 화랑가로 떠오르자 조 이사는 해운대구 달맞이길로 화랑을 이전했다. 화랑은 주변 고급 주택단지 운치와 딱 들어맞았고, 부산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발돋움했다.

조 이사가 달맞이길에 자리를 잡은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이사는 그해 8월 규모 1020.5㎡의 토지를 컬렉터 박모씨와 절반씩(▲510㎡) 매입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7년, 기존 2층짜리 구관 A동(▲326㎡)에 4층짜리 갤러리 B동(▲465㎡)이 새로 들어오면서 화랑이 완성됐다. 2009년 A동(▲360㎡)이 증축되면서 오늘날 모습을 갖추게 됐다. 조 이사의 지분은 건물 A동 절반과 갤러리 B동 전체였다.


종합해보면, 조 이사의 몫은 토지 510㎡에 2009년 전후를 기준으로 628㎡와 660㎡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고위공직자 재산자료는 이와 달랐다. 박 후보가 국회의원과 이명박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으로 재직했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화랑의 재산 내역은 토지 510㎡와 건물 395㎡로 기재돼있다. 
 

▲ 박형준 부산시장 예비후보

재산 누락은 박 후보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의원직 및 정무직 공무원을 맡았던 3개년 동안 계속됐다. 박 후보자 측은 “담당 직원이 A동과 B동을 헷갈려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며 고의적 누락이 아니라고 했다.

아내 조현 2005년 부지 매입 후 갤러리동 소유
3개년 건물 지분 누락…캠프 “직원 실수였다”

비슷한 사례는 2016년에도 포착됐다.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박 후보는 배우자의 화랑 토지와 건물 가격을 11억4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를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입을 모았다.

컬렉터 박모씨는 2018년 화랑 토지와 A동 지분을 조현화랑에 매각했다. 매매가는 약 11억9000만원(토지 11억·A동 절반 9000만원)이었다. 조 이사와 박모씨의 건물·토지 소유 비중이 동일한 점을 미뤄보면, 조 이사 역시 2018년에 11억9000만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B동 건물을 제외한 가격으로 보인다.


설령 2016년 신고한 재산에 B동 가격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주변에 고급 주택단지를 두고 있는 1개 토지와 2개 건물의 2년 간 상승분이 5000만원에 그친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2016년 재산신고에서 B동은 제외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박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16년에 B동을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시점에 갤러리동에 물이 많이 새는 등 문제가 많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으려고 멸실 신고를 하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신고를 안 했다. 동업하시는 분이 반대해서 결국 포기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상황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누락은 맞다”고 전했다.

캠프 인정
이후 번복

캠프 측은 임명직의 재산 누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실수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라며 반문했다. 이어 “선거 때 재산신고하는 것과 공직자가 재산신고하는 것은 다르다. 선거 때 누락하면 선거법상 문제가 되지만, 공직자가 재산 등록할 때 누락되면 시정 명령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후 캠프 측은 돌연 2016년 재산은 누락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당시 조 이사가 소유한 토지 공시가격 8억6000만원, A동 지분 절반과 B동 건물을 합치면 대략 3억원대가 맞기 때문에 신고한 11억4000만원이 맞다는 것이다.
 

▲ 조현화랑 내부 ⓒ페이스북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의 근린생활시설은 공시 가격이 있는 경우는 국세청 기준시가를, 공시 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지방세법에 따른 ‘건물 시가 표준액’으로 산정해 공시한다.

조현화랑 건물의 경우에는 정해진 공시 가격이 없다. 따라서 건물 시가 표준액으로 공시해야 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16년 조현화랑 건물 시가 표준액에 따르면 A동 2억1500만원, B동 3억6600만원으로 확인됐다. 조 이사의 지분을 계산해보면 4억7400만원이다. 8억6700만원의 토지 지분까지 더하면 총 13억4000만원이 된다. 박 후보자 측에서 신고한 금액과 1억96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갤러리동
또 누락?

캠프 관계자는 실거래가로 재산을 신고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조 이사가 가지고 있는 건물 지분은 2016년까지 단 한 번도 거래된 적 없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실거래가 있다면 실거래가로 올리는 게 맞다. 실거래가 없었을 경우 실거래가를 올릴 수가 없다. 실거래가는 말 그대로 실제 거래된 금액이다. 공시지가가 없다면 건물 시가 표준액을 기준으로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공직자의 재산 누락은 매번 크게 논란이 되는 사안 중 하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후보 검증대에 올랐을 당시 8년간 2092만원 상당의 임야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고위공직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 제22조에 따라 해당 공직자의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누락 금액이 5000만원에서 3억원 사이일 경우 공직자에게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특히 선거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신고를 누락한 뒤, 이를 선거 공보물 등으로 공표했을 경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등이 성립된다. 다만 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2016년 건물시가액 기준 1억9000만원 제외 의혹 
가족 지분 100%, 화랑 특성상 수익 구조 불투명

취재 과정에서 캠프 측은 조 이사와 조현화랑이 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술계에서 유명한 조 이사의 이름을 딴 것일 뿐, 회사 내 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이사와 조현화랑의 거래 역시 법인과 제3자가 거래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조현화랑은 사실상 조 이사의 가족 회사로 보인다.
 

▲ 조현화랑 ⓒ카카오맵

조현화랑은 조 이사가 달맞이길에 화랑을 설립할 당시 결성됐다. 조 이사는 2009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2018년 A동 건물 지분을 조현화랑에 매각했을 당시에도 조 이사는 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다. 2016년에는 조 이사의 아들인 최모씨가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경영진에는 최 대표와 조 이사, 신원 미상의 최 이사, 감사 주모씨까지 총 4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2019년 7월 조 이사가 보유하고 있는 B동 3층에는 주식회사 제이에이치아트가 들어섰다. 조현화랑 사업에 더해 일반 음식점업 및 기타 음식점업이 추가됐다. 조현화랑의 최 대표가 동일하게 대표직을 맡았다.

박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했던 2009년 조 이사는 보유하고 있던 조현화랑 지분 50% 전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아들인 최 대표가 지분 80%를 갖고 있고, 최 대표의 가족이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조 이사의 가족들이 조현화랑 지분을 전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세 화랑
가족회사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현화랑의 재무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총자산은 48억, 58억, 5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0억원, 49억원, 65억원이었다. 순이익은 2억원, 6600만원, 3억원으로 나타났다. 화랑계 관계자는 “갤러리 대부분 작가와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화랑이 갖는 수익구조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