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민주당 당권경쟁 관전포인트

공룡여당 고삐 누가 쥘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후보군은 어느 정도 압축된 상태다. 출마 예정자들은 행보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물밑은 그 어느 때만큼이나 뜨겁다. 180석 거대 여당의 차기 당권은 누가 쥐게 될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 임기는 오는 3월9일 종료될 전망이다. 딱 대선 1년 전이다. 민주당 당헌 제25조는 ‘당 대표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임기 1년6개월을 남겨두고 물러나는 이유다. 신임 당  대표 선출 전까지 민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레이스
본격 시작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5월 실시될 예정이다. 전대를 앞두고 차기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신임 당 대표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그렇다. 2022년 3월과 6월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차기 당 대표 임기는 2022년 8월까지다. 신임 당 대표가 굵직한 선거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후보군을 살펴보면 혁신과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마 예정자는 민주당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다. 송 의원은 5선, 우 의원과 홍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 모두 당 대표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의 출마가 결정되자 차례로 뜻을 접었다. 그만큼 몸이 달아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인물은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진행자의 물음에 “아무래도 청와대나 당을 좀 잘 알고 있고, 문재인정부 성공이나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제가 어떤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추미애 당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민주당의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홍 의원은 명절을 맞아 여권 텃밭 다지기부터 시작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5일 홍 의원은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의 문을 두드렸다.

홍 의원은 광주시청을 방문해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했고, 광주시의회에서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모두 홍 의원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대·지선 신임 대표 체제로
“변화보다 안정” 중진 의원 포진

홍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홍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광주군공항 이전에 국방부가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광주·전남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해 군공항 이전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외연 넓히기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19일 유튜브 채널 ‘영표 형아’를 개설했다. 그는 “새로운 시도는 어렵지만 설레기도 한다”며 “그동안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들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홍 의원의 의정활동 영상 등이 게재돼있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우원식 의원 역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우 의원은 민생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인다. 그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1대 위원장을 맡으며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협약을 맺도록 조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 의원 역시 호남을 찾았다. 그는 설 연휴 직전 비공개 일정으로 전남 지역을 순회했다. 우 의원은 대의원 및 당원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인 만큼, 인구 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어려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일자리와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나주 한전공대 설립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일찌감치 전대 출마를 다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원 30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여러 의원 모임에도 몸담고 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다. 

알게 모르게
이미 시작

5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신북방외교도 선도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는 지난 2005년과 2008년, 2016년, 2018년에 모두 당 대표로 출마한 바 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 2018년. 당시 송 의원은 2위였다. 

송 의원은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오는 4·7 재보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다. 재보선 이후에야 출마 선언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김영춘, 변성완 후보를 찾아 격려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하지만 송 의원 역시 물밑에서는 지지를 호소한 지 오래다. 송 의원은 설 연휴에 전국 당원 1만5000여명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송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인 만큼 호남에서 상당한 입지를 자랑한다.

송 의원은 PK에서도 지지를 모으고 있다.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부산 연고 의원 모임인 ‘부산 갈매기’ 소속 의원 14명과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이날 송 의원 등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선 한전공대와 광주형 일자리를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애썼다며 이들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송 의원은 “풍력에너지와 수소산업을 한전공대와 에너지신산업과 연결해 광주전남을 세계적인 에너지밸리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권리당원(50%)과 대의원(50%)의 결정에 따라 갈린다. 결국 친문(친 문재인) 표심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친문
호남

홍 의원은 친문 성향 모임인 ‘부엉이 모임’ 좌장이다. 부엉이모임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패권주의’를 형성한다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해산돼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남아있지 않은 단체다. 다만 부엉이 모임 출신들에 대한 언급은 계속되고 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홍 의원은 부엉이 모임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지는 싱크탱크 ‘민주주의 4.0’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 의원 등은 민주주의 4.0과 부엉이 모임을 따로 봐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4.0에는 친문인사가 대거 포진돼있는 만큼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이곳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우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와 친문 진영의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우 의원은 설 연휴 당시 당원과 대의원에게 ‘1988년 평민당 동지로 지난 30여년 간 저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우 의원을 응원한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우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장으로 이 전 대표를 영입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친노 성향 배우 문성근씨와 친문 성향 최민희 전 의원의 지지도 받고 있다.

송 의원 역시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송 의원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We are Moon pa(우리는 모두 문파다)’라는 글자가 적힌 팔찌를 착용하고 다니며 자신이 친문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세 의원 외에도 관심을 받는 의원이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박주민 의원이다.

박 의원은 재선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투표 결과는 3위였다. 당시 이낙연 대표가 60.77%, 김부겸 전 의원이 21.37%, 박주민 의원이 17.85%를 기록했다. 하지만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다발적’ 텃밭 다지기부터 시작
비대면 전대 예상…대세 선점 누구?

박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13.51%로 2위인 김 전 의원의 29.9%보다 한참 모자랐다. 다만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2위를 기록했다. 재선의 박 의원과 4선 의원이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의원의 체급차는 꽤 컸지만 박 의원이 이를 뒤집은 셈이다. 김 전 의원과 전체 투표 차이를 보더라도 3.52%에 불과했다. 자칫하다간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치였다.

그 결과 박 의원은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추측이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몸값이 높아진 것이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밝히면서 출마설은 잠재워졌다. 오늘날 박 의원은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친문 표심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친문 행동대장’으로 평가받으며 지지자들로부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온택트(온라인+언택트) 전당대회’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온택트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장소를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스튜디오로 옮겼다. 인원도 10여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당시 이낙연 후보와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코로나19 의 능동감시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점도 한몫했다.

비대면
이번에도?

전당대회 행사가 차질을 빚자 당시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세론’을 일찌감치 선점한 이낙연 대표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로 이낙연 대표의 상대 후보자 측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전당대회가 비대면으로 강행되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코로나19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온택트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대세론에서 두각을 보이는 후보자들이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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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