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민주당 당권경쟁 관전포인트

공룡여당 고삐 누가 쥘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후보군은 어느 정도 압축된 상태다. 출마 예정자들은 행보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물밑은 그 어느 때만큼이나 뜨겁다. 180석 거대 여당의 차기 당권은 누가 쥐게 될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 임기는 오는 3월9일 종료될 전망이다. 딱 대선 1년 전이다. 민주당 당헌 제25조는 ‘당 대표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임기 1년6개월을 남겨두고 물러나는 이유다. 신임 당  대표 선출 전까지 민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레이스
본격 시작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5월 실시될 예정이다. 전대를 앞두고 차기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신임 당 대표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그렇다. 2022년 3월과 6월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차기 당 대표 임기는 2022년 8월까지다. 신임 당 대표가 굵직한 선거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후보군을 살펴보면 혁신과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마 예정자는 민주당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다. 송 의원은 5선, 우 의원과 홍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 모두 당 대표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의 출마가 결정되자 차례로 뜻을 접었다. 그만큼 몸이 달아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인물은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진행자의 물음에 “아무래도 청와대나 당을 좀 잘 알고 있고, 문재인정부 성공이나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제가 어떤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추미애 당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민주당의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홍 의원은 명절을 맞아 여권 텃밭 다지기부터 시작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5일 홍 의원은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의 문을 두드렸다.

홍 의원은 광주시청을 방문해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했고, 광주시의회에서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모두 홍 의원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대·지선 신임 대표 체제로
“변화보다 안정” 중진 의원 포진

홍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홍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광주군공항 이전에 국방부가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광주·전남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해 군공항 이전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외연 넓히기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19일 유튜브 채널 ‘영표 형아’를 개설했다. 그는 “새로운 시도는 어렵지만 설레기도 한다”며 “그동안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들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홍 의원의 의정활동 영상 등이 게재돼있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우원식 의원 역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우 의원은 민생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인다. 그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1대 위원장을 맡으며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협약을 맺도록 조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 의원 역시 호남을 찾았다. 그는 설 연휴 직전 비공개 일정으로 전남 지역을 순회했다. 우 의원은 대의원 및 당원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인 만큼, 인구 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어려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일자리와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나주 한전공대 설립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일찌감치 전대 출마를 다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원 30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여러 의원 모임에도 몸담고 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다. 

알게 모르게
이미 시작

5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신북방외교도 선도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는 지난 2005년과 2008년, 2016년, 2018년에 모두 당 대표로 출마한 바 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 2018년. 당시 송 의원은 2위였다. 

송 의원은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오는 4·7 재보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다. 재보선 이후에야 출마 선언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김영춘, 변성완 후보를 찾아 격려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하지만 송 의원 역시 물밑에서는 지지를 호소한 지 오래다. 송 의원은 설 연휴에 전국 당원 1만5000여명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송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인 만큼 호남에서 상당한 입지를 자랑한다.

송 의원은 PK에서도 지지를 모으고 있다.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부산 연고 의원 모임인 ‘부산 갈매기’ 소속 의원 14명과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이날 송 의원 등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선 한전공대와 광주형 일자리를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애썼다며 이들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송 의원은 “풍력에너지와 수소산업을 한전공대와 에너지신산업과 연결해 광주전남을 세계적인 에너지밸리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권리당원(50%)과 대의원(50%)의 결정에 따라 갈린다. 결국 친문(친 문재인) 표심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친문
호남

홍 의원은 친문 성향 모임인 ‘부엉이 모임’ 좌장이다. 부엉이모임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패권주의’를 형성한다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해산돼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남아있지 않은 단체다. 다만 부엉이 모임 출신들에 대한 언급은 계속되고 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홍 의원은 부엉이 모임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지는 싱크탱크 ‘민주주의 4.0’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 의원 등은 민주주의 4.0과 부엉이 모임을 따로 봐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4.0에는 친문인사가 대거 포진돼있는 만큼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이곳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우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와 친문 진영의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우 의원은 설 연휴 당시 당원과 대의원에게 ‘1988년 평민당 동지로 지난 30여년 간 저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우 의원을 응원한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우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장으로 이 전 대표를 영입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친노 성향 배우 문성근씨와 친문 성향 최민희 전 의원의 지지도 받고 있다.

송 의원 역시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송 의원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We are Moon pa(우리는 모두 문파다)’라는 글자가 적힌 팔찌를 착용하고 다니며 자신이 친문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세 의원 외에도 관심을 받는 의원이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박주민 의원이다.

박 의원은 재선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투표 결과는 3위였다. 당시 이낙연 대표가 60.77%, 김부겸 전 의원이 21.37%, 박주민 의원이 17.85%를 기록했다. 하지만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다발적’ 텃밭 다지기부터 시작
비대면 전대 예상…대세 선점 누구?

박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13.51%로 2위인 김 전 의원의 29.9%보다 한참 모자랐다. 다만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2위를 기록했다. 재선의 박 의원과 4선 의원이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의원의 체급차는 꽤 컸지만 박 의원이 이를 뒤집은 셈이다. 김 전 의원과 전체 투표 차이를 보더라도 3.52%에 불과했다. 자칫하다간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치였다.

그 결과 박 의원은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추측이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몸값이 높아진 것이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밝히면서 출마설은 잠재워졌다. 오늘날 박 의원은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친문 표심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친문 행동대장’으로 평가받으며 지지자들로부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온택트(온라인+언택트) 전당대회’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온택트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장소를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스튜디오로 옮겼다. 인원도 10여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당시 이낙연 후보와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코로나19 의 능동감시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점도 한몫했다.

비대면
이번에도?

전당대회 행사가 차질을 빚자 당시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세론’을 일찌감치 선점한 이낙연 대표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로 이낙연 대표의 상대 후보자 측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전당대회가 비대면으로 강행되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코로나19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온택트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대세론에서 두각을 보이는 후보자들이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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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