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민주당 당권경쟁 관전포인트

공룡여당 고삐 누가 쥘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됐다. 후보군은 어느 정도 압축된 상태다. 출마 예정자들은 행보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물밑은 그 어느 때만큼이나 뜨겁다. 180석 거대 여당의 차기 당권은 누가 쥐게 될까.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 임기는 오는 3월9일 종료될 전망이다. 딱 대선 1년 전이다. 민주당 당헌 제25조는 ‘당 대표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임기 1년6개월을 남겨두고 물러나는 이유다. 신임 당  대표 선출 전까지 민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레이스
본격 시작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5월 실시될 예정이다. 전대를 앞두고 차기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신임 당 대표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가 그렇다. 2022년 3월과 6월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차기 당 대표 임기는 2022년 8월까지다. 신임 당 대표가 굵직한 선거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후보군을 살펴보면 혁신과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마 예정자는 민주당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다. 송 의원은 5선, 우 의원과 홍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 8·29 전당대회에서 모두 당 대표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의 출마가 결정되자 차례로 뜻을 접었다. 그만큼 몸이 달아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인물은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진행자의 물음에 “아무래도 청와대나 당을 좀 잘 알고 있고, 문재인정부 성공이나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제가 어떤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추미애 당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민주당의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홍 의원은 명절을 맞아 여권 텃밭 다지기부터 시작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5일 홍 의원은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의 문을 두드렸다.

홍 의원은 광주시청을 방문해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했고, 광주시의회에서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모두 홍 의원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대·지선 신임 대표 체제로
“변화보다 안정” 중진 의원 포진

홍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홍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광주군공항 이전에 국방부가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광주·전남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해 군공항 이전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외연 넓히기에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19일 유튜브 채널 ‘영표 형아’를 개설했다. 그는 “새로운 시도는 어렵지만 설레기도 한다”며 “그동안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들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홍 의원의 의정활동 영상 등이 게재돼있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우원식 의원 역시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우 의원은 민생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인다. 그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1대 위원장을 맡으며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협약을 맺도록 조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 의원 역시 호남을 찾았다. 그는 설 연휴 직전 비공개 일정으로 전남 지역을 순회했다. 우 의원은 대의원 및 당원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장인 만큼, 인구 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어려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일자리와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나주 한전공대 설립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일찌감치 전대 출마를 다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원 30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여러 의원 모임에도 몸담고 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다. 

알게 모르게
이미 시작

5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신북방외교도 선도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는 지난 2005년과 2008년, 2016년, 2018년에 모두 당 대표로 출마한 바 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지난 2018년. 당시 송 의원은 2위였다. 

송 의원은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오는 4·7 재보선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다. 재보선 이후에야 출마 선언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김영춘, 변성완 후보를 찾아 격려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하지만 송 의원 역시 물밑에서는 지지를 호소한 지 오래다. 송 의원은 설 연휴에 전국 당원 1만5000여명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송 의원은 전남 고흥 출신인 만큼 호남에서 상당한 입지를 자랑한다.

송 의원은 PK에서도 지지를 모으고 있다.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 의원은 지난 7일 부산 연고 의원 모임인 ‘부산 갈매기’ 소속 의원 14명과 부산 가덕도를 찾았다. 이날 송 의원 등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선 한전공대와 광주형 일자리를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공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애썼다며 이들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송 의원은 “풍력에너지와 수소산업을 한전공대와 에너지신산업과 연결해 광주전남을 세계적인 에너지밸리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권리당원(50%)과 대의원(50%)의 결정에 따라 갈린다. 결국 친문(친 문재인) 표심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친문
호남

홍 의원은 친문 성향 모임인 ‘부엉이 모임’ 좌장이다. 부엉이모임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패권주의’를 형성한다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해산돼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남아있지 않은 단체다. 다만 부엉이 모임 출신들에 대한 언급은 계속되고 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홍 의원은 부엉이 모임의 연장선상으로 여겨지는 싱크탱크 ‘민주주의 4.0’에서 활동하고 있다. 홍 의원 등은 민주주의 4.0과 부엉이 모임을 따로 봐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4.0에는 친문인사가 대거 포진돼있는 만큼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은 이곳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우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와 친문 진영의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우 의원은 설 연휴 당시 당원과 대의원에게 ‘1988년 평민당 동지로 지난 30여년 간 저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우 의원을 응원한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우 의원은 자신의 후원회장으로 이 전 대표를 영입한 바 있다.

우 의원은 친노 성향 배우 문성근씨와 친문 성향 최민희 전 의원의 지지도 받고 있다.

송 의원 역시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송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송 의원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We are Moon pa(우리는 모두 문파다)’라는 글자가 적힌 팔찌를 착용하고 다니며 자신이 친문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출마가 예상되는 세 의원 외에도 관심을 받는 의원이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박주민 의원이다.

박 의원은 재선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투표 결과는 3위였다. 당시 이낙연 대표가 60.77%, 김부겸 전 의원이 21.37%, 박주민 의원이 17.85%를 기록했다. 하지만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다발적’ 텃밭 다지기부터 시작
비대면 전대 예상…대세 선점 누구?

박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13.51%로 2위인 김 전 의원의 29.9%보다 한참 모자랐다. 다만 권리당원과 국민여론조사,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2위를 기록했다. 재선의 박 의원과 4선 의원이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의원의 체급차는 꽤 컸지만 박 의원이 이를 뒤집은 셈이다. 김 전 의원과 전체 투표 차이를 보더라도 3.52%에 불과했다. 자칫하다간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치였다.

그 결과 박 의원은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추측이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몸값이 높아진 것이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다만 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밝히면서 출마설은 잠재워졌다. 오늘날 박 의원은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원장을 맡으며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친문 표심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의원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친문 행동대장’으로 평가받으며 지지자들로부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온택트(온라인+언택트) 전당대회’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온택트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장소를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스튜디오로 옮겼다. 인원도 10여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당시 이낙연 후보와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코로나19 의 능동감시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점도 한몫했다.

비대면
이번에도?

전당대회 행사가 차질을 빚자 당시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세론’을 일찌감치 선점한 이낙연 대표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로 이낙연 대표의 상대 후보자 측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전당대회가 비대면으로 강행되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코로나19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온택트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대세론에서 두각을 보이는 후보자들이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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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