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처럼회’ 역할론

힘센 초선들이 뭉쳤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처럼회’의 기세가 매섭다. 한때 검찰개혁을 향한 이들의 강경발언은 초선의원들의 집단행동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처럼회는 ‘민주당 검찰개혁 시즌 2’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동시에 당내 입지 역시 선명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사진 왼쪽부터)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김남국·김용민·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국회에는 다양한 공부 모임이 있다. 정당과 계파를 초월한 경우부터 같은 당 소속들로만 구성된 사례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단초는 공통된 관심사다. ‘처럼회’도 마찬가지다.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작용했다.

성큼성큼

처럼회는 ‘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의 줄임말이다. ‘본받을 분들에겐 배우고, 누구처럼 못된 짓은 하지 말자는 다짐, 그리고 늘 근본을 생각하자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설립자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로 지난해 6월 처럼회를 결성했다. 당시 그는 모임 취지를 ‘검찰개혁을 포함한 문재인정부의 개혁 과제 완수’라고 밝혔다.

처럼회 회원들은 모두 초선 출신이다. 소속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그리고 열린민주당이다. 초기 회원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최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김용민·김남국·김승원·황운하·이탄희 의원이었다.

추가로 민주당 문정복·민병덕·민형배·윤영덕·이수진·장경태·최혜영·황운하·홍정민·한준호 의원 등이 참여했다.


처럼회는 형성 취지에 걸맞게 검찰개혁 사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최 대표는 “검찰개혁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가겠다”며 처럼회 회원들을 소개한 바 있다. 실제로 처럼회는 검찰개혁 이슈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갈등 국면에서 그랬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11일 현직 검사 또는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1년 전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사실상 윤 총장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해석과 함께 ‘윤석열 출마금지법’으로 불렸다. 당시 윤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검찰에 메스 조직 개편 역할 선봉
윤석열 탄핵 등 강경 발언 이어가

처럼회 회원들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달 24일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처럼회는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윤석열 탄핵’이었다. 처럼회는 그달 2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갖춰져 있다. 국회에서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윤 총장 수사를 위한 특검도 촉구했다.

처럼회는 같은 날 공소청법 제정안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도 발의했다. 골자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벽한 분리다. 기존의 수사·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청을 폐지하면서, 공소유지권을 공소청이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들의 행보는 처럼회에 국한됐다. 윤석열 출마금지법 발의 당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조금 과하다”며 진화에 나섰고, 윤석열 탄핵 언급에 당 지도부는 탄핵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처럼회는 공소처법이 당 지도부와 합의된 것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하지만 처럼회의 행보를 초선 의원의 소신과 패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민주당 내 검찰개혁 움직임은 처럼회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올해 상반기 처럼회에서 제기한 공소청법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동시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도 함께 챙길 계획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은 처럼회 멤버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앞서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됐다. 이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검찰 해체와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특위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 대신 수사청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5월 계획 민주당 전당대회
지도부 진출 가능성 제기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검찰개혁 시즌 1’로 본다면, 공소처법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의 통과는 ‘검찰개혁 시즌 2’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자의와 타의를 떠나 처럼회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그렇다. 검찰개혁이 곧 문재인정부의 기조인 만큼, 처럼회의 행보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도 이들의 반응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검찰개혁 서약서 인증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1월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한 시민단체는 여권 국회의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보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공수처법 처리와 관련한 서약서를 의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 당시 여당 내부에서는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오늘날은 상반된 분위기다. 처럼회 소속 김남국·김용민·황운하 의원 등은 SNS에 서약서 서명 사진을 올리면서 이를 인증한 바 있다.

처럼회의 존재감은 오는 5월 계획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당원의 선택으로 좌우되는 전당대회인 만큼, 처럼회 멤버들이 출마한다면 상당한 지지를 받을 공산이 크다. 특히나 당원들이 이들의 행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당 요직 진출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처럼회가 검찰개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처럼회의 활동 반경은 사법개혁으로도 뻗쳐 있다. 이들은 사법 농단 재발방지 등 개혁 입법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역시 여권 지지자들이 지지하는 내용이다. 지난 4일 헌정사 최초로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당시 소추안을 대표 발의한 인물은 처럼회 멤버 이탄희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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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