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대’ 불신론 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2.22 13:09:42
  • 호수 13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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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주름잡다 힘빠졌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세청의 인재 화수분은 국립세무대학(세대)이다. 실제로 세대 출신들은 국세청을 비롯해 관세청과 주요 공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을 주름잡던 세대 출신들의 힘이 빠지고 있다. 국세청 고위직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세대 출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 국립세무대학

인재 채용 시 가장 큰 딜레마는 전문성과 학벌이다. 전문성과 학벌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취사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국세청은 학벌보다 전문성에 초점을 뒀다. 1981년 세무 인력 양성을 위해 특수목적 대학으로 국립세무대학이 설립됐다. 처음에는 세무전문대학으로 출발해 국립세무대학으로 개편된 뒤 졸업생을 매해 배출하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등에 특채돼 4000여명이 국가 세무 행정의 중추적 역할을 했었다.

인재 화수분
중추적 역할

세대는 학비 전액을 국고로부터 지원하고 졸업생 전원을 국세 분야 8급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등 각종 특전을 제공한다. 고교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 등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그러나 1999년 8월 정부가 9급으로 채용되는 일반대학 출신 공채 세무 공무원과 세대 출신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세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는 세대 출신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집단화’하는 데 정부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학교 교수·재학생·졸업생 등이 헌법소원을 내는 등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세대 졸업자 5000여명 중 청와대, 총리실,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국세청, 관세청 등 정부의 각 부처에서 핵심보직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관급, 서기관급, 부이사관급 등 많은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공직을 마친 1000여명이 세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대 출신자의 전문직 자격증 취득 현황을 보면 세무사 1045명, 공인회계사 17명, 감정평가사 7명, 검사·변호사 11명, 관세사 12명, AICPA 11명 등 전문자격증을 취득해 자신들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일각에선 2년제 전문대학 출신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일류 대학이나 4년제 타 특수대학과 비교해도 그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1981년 국립세무대학 설립
1999년 형평성 문제로 폐교

또 세대 출신자들이 일반 공채 출신자들보다 주요 보직에서 많이 일하는 이유를 보면 주력이 40∼50대 핵심 연령으로서 20대에 8급으로 입사해 30대 초반에 이미 각 부서를 순환보직을 완료해 같은 연령대의 공채 출신들보다 역량은 비슷하더라도 5년 이상 실무 경력이 앞서 있다. 본·지방청 인력 충원 시 세대 출신이 우선 선택되는 이 같은 유리한 면이 있었다. 

비고시 출신임에도 ‘바늘구멍’이라는 국세청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하나둘 나타났다. 그러면서 5000여명에 달하는 세무대학 졸업생들과 국세 공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9급, 7급 출신 등 비고시 출신들의 ‘희망 동아줄’이 돼왔다.
 

▲ 국세청 ⓒ카카오맵

최근 서울지역 세무서장 중 90%에 가까운 이들이 세무대학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세대 시대가 온 듯했으나, 고위직으로 승진할만한 인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대 1기 중에서는 김재웅 전 서울청장과 김한년 전 부산청장이 고공단 가급인 ‘1급’으로 승진하는 영예를 안았고, 권순박 전 대구지방국세청장도 지방청장을 역임하며 고공단 나급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남아있는 세대 1기생은 없다. 마지막 세대 1기생이었던 구제승 전 광명서장, 배민규 전 서부산서장, 정재윤 전 잠실서장이 지난 연말 명예퇴직하면서 이제 국세청 최고참 세대출신은 2기생이 됐다.

세대 2기 중에서는 김형환 전 광주국세청장이 지방청장을 역임했고, 이청룡 대전국세청장, 이현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현재 고위직으로 남아있다. 세대 3기들도 최시헌 전 대구국세청장, 김진호 국세청 근로소득지원국장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고시 출신
희망 동아줄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세대 3기 중에서 7명(박광수, 김성환, 이응봉, 현석, 이한종, 정종식, 김진호)이 국세청 본청 과장급으로 발탁되면서 고위직 승진 발판을 다져놓으며 세대 전성시대를 이루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3기 출신 인재들은 본청 과장급 주요 보직에 골고루 포진, 선배 기수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부이사관급 이상 고위직 진출자를 배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세대 3기 출신 발탁은 지난 2014년부터 이뤄졌다. 최시헌 전 대구지방국세청장(2020년 12월말 퇴임)이 원천세과장으로 진출하면서 첫 본청 전입 테이프를 끊었고, 구상호 현 강남세무서장이 2016년 8월 일약 세원정보과장으로 발탁되며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은 이후 발탁된 동기들과 명백한 구분이 이뤄지는 ‘1세대’에 속한다.

본격적으로는 2017년 6월30일 한승희 전 국세청장 취임 이후 2세대에 해당하는 세무대 3기 출신들이 대거 본청 과장급으로 발탁되는 파란도 일어났다. 무려 7명(박광수, 김성환, 이응봉, 현석, 이한종, 정종식, 김진호)이 순차적으로 본청 과장급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들은 소위 ‘한승희 키즈’로 불리면서 성장했다.

물론 7명의 2세대 주자 중 능력과 평판에도 불구, 본청 전입 시 주어지는 승진 기회를 내려놓은 케이스들도 있었다.
 

▲ ▲ⓒ고성준 기자

행시 출신이 아닌 이상, 본청 진출에 성공한 세대 3기 출신 7명 전원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1세대 진출자들도 부이사관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7명 중 많아야 2~3명 정도가 부이사관 이상 승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인재가 없다”
고위직 인력난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을 깨고 2세대 주자 중 무려 4명이 차례차례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들 4명이 무난하게 고위공무원까지 진출해 우수 인재들이 즐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1·2기 선배 기수들을 뛰어넘는 역대급 고위공무원 승진자를 배출하는 기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물씬 형성됐다.

최소한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기대감은 보증수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본청 감찰담당관을 지냈던 박광수 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는 인천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 본청 법인세과장 재임 시절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던 김성환 전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성동세무서장, 본청 소득세과장을 지낸 이응봉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중부지방국세청 감사관으로 각각 배치됐다.

당연히 고위공무원 승진 티켓을 거머쥘 줄 알았던 이들은 크고 작은 문제에 얽히고설키며 더 이상의 전진에는 실패했다. 2세대 주자 4명 중 가장 빠르게 부이사관 반열에 올랐던 김진호 현 부산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장만이 올해 2월 고위공무원 승진에 성공했다.

일각에선 아직 이들에게 승진 기회가 열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고려하면 남은 3명에게 고위공무원 진출의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1~3기까지 승진…승승장구 
4기 이후부터 인원 확 줄어

세대 4기부터는 ‘인재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대 4기 중 고공단으로 승진한 인물은 김재철 서울청 조사3국장, 이판식 부산청 징세송무국장 등 2명이다. 이어 부이사관으로 고공단 승진을 바라보고 있는 백승훈 서울청 납보관 등 딱 3명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5기 중에서는 이미 고공단으로 승진한 장일현 전 부산청 성실납세지원국장(국방대 교육)에 이어 양동구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부이사관)이 고공단을 바라보고 있다. 국세청에서 고공단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부이사관으로 승진해야 하고, 또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본청 전입’이 매우 중요하다.
 

▲ ▲ⓒ국립세무대학

‘본청에서 고생한 이들을 승진 대상자’로 볼 수 있고, 이들 중에서도 전원이 승진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청 전입자가 많아야 인재풀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본청에 있는 이들 세대 5기 서기관은 강승윤 장려세제신청과장, 김길용 부동산납세과장, 장신기 대변인, 박광종 징세과장 등 단 4명뿐이다.

세대 6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6기 중에서는 한경선 조사2과장 단 한 명만이 본청 과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부이사관 승진 재원의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6기 중에서도 김진우 송파세무서장, 최회선 서울청 조사3국1과장, 이세협 중부청 조사3국 조사관리과장 등은 지난 인사에서 본청으로 배치됐어도 무난했을 인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7기도 마찬가지다. 현재 본청에 근무 중인 7기는 이은규 국세청 기획조정관실 국세통계담당관 한 명이다. 장병채 양천세무서장, 김태우 인천청 조사2국장 등이 본청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세대 후배들의 아쉬움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9월 기준으로 살펴볼 때, 국세청 2만1000여 공무원 중 서기관의 수는 약 350명(4.5급 포함)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진입장벽
높아졌다

이 중에서도 4급으로 승진한 세대 출신은 약 140명으로, 10명 중 4명이 세대 출신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행정의 최고위직인 고공단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인 본청으로의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면서 세대 출신들은 ’잘해야 세무서장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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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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