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대’ 불신론 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2.22 13:09:42
  • 호수 13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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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주름잡다 힘빠졌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국세청의 인재 화수분은 국립세무대학(세대)이다. 실제로 세대 출신들은 국세청을 비롯해 관세청과 주요 공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을 주름잡던 세대 출신들의 힘이 빠지고 있다. 국세청 고위직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세대 출신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 국립세무대학

인재 채용 시 가장 큰 딜레마는 전문성과 학벌이다. 전문성과 학벌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취사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국세청은 학벌보다 전문성에 초점을 뒀다. 1981년 세무 인력 양성을 위해 특수목적 대학으로 국립세무대학이 설립됐다. 처음에는 세무전문대학으로 출발해 국립세무대학으로 개편된 뒤 졸업생을 매해 배출하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등에 특채돼 4000여명이 국가 세무 행정의 중추적 역할을 했었다.

인재 화수분
중추적 역할

세대는 학비 전액을 국고로부터 지원하고 졸업생 전원을 국세 분야 8급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등 각종 특전을 제공한다. 고교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형편 등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그러나 1999년 8월 정부가 9급으로 채용되는 일반대학 출신 공채 세무 공무원과 세대 출신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세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는 세대 출신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집단화’하는 데 정부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학교 교수·재학생·졸업생 등이 헌법소원을 내는 등 강력히 반발했지만,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세대 졸업자 5000여명 중 청와대, 총리실,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국세청, 관세청 등 정부의 각 부처에서 핵심보직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관급, 서기관급, 부이사관급 등 많은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공직을 마친 1000여명이 세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대 출신자의 전문직 자격증 취득 현황을 보면 세무사 1045명, 공인회계사 17명, 감정평가사 7명, 검사·변호사 11명, 관세사 12명, AICPA 11명 등 전문자격증을 취득해 자신들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일각에선 2년제 전문대학 출신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일류 대학이나 4년제 타 특수대학과 비교해도 그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1981년 국립세무대학 설립
1999년 형평성 문제로 폐교

또 세대 출신자들이 일반 공채 출신자들보다 주요 보직에서 많이 일하는 이유를 보면 주력이 40∼50대 핵심 연령으로서 20대에 8급으로 입사해 30대 초반에 이미 각 부서를 순환보직을 완료해 같은 연령대의 공채 출신들보다 역량은 비슷하더라도 5년 이상 실무 경력이 앞서 있다. 본·지방청 인력 충원 시 세대 출신이 우선 선택되는 이 같은 유리한 면이 있었다. 

비고시 출신임에도 ‘바늘구멍’이라는 국세청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하나둘 나타났다. 그러면서 5000여명에 달하는 세무대학 졸업생들과 국세 공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9급, 7급 출신 등 비고시 출신들의 ‘희망 동아줄’이 돼왔다.
 

▲ 국세청 ⓒ카카오맵

최근 서울지역 세무서장 중 90%에 가까운 이들이 세무대학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세대 시대가 온 듯했으나, 고위직으로 승진할만한 인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대 1기 중에서는 김재웅 전 서울청장과 김한년 전 부산청장이 고공단 가급인 ‘1급’으로 승진하는 영예를 안았고, 권순박 전 대구지방국세청장도 지방청장을 역임하며 고공단 나급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남아있는 세대 1기생은 없다. 마지막 세대 1기생이었던 구제승 전 광명서장, 배민규 전 서부산서장, 정재윤 전 잠실서장이 지난 연말 명예퇴직하면서 이제 국세청 최고참 세대출신은 2기생이 됐다.

세대 2기 중에서는 김형환 전 광주국세청장이 지방청장을 역임했고, 이청룡 대전국세청장, 이현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은 현재 고위직으로 남아있다. 세대 3기들도 최시헌 전 대구국세청장, 김진호 국세청 근로소득지원국장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고시 출신
희망 동아줄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세대 3기 중에서 7명(박광수, 김성환, 이응봉, 현석, 이한종, 정종식, 김진호)이 국세청 본청 과장급으로 발탁되면서 고위직 승진 발판을 다져놓으며 세대 전성시대를 이루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3기 출신 인재들은 본청 과장급 주요 보직에 골고루 포진, 선배 기수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부이사관급 이상 고위직 진출자를 배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세대 3기 출신 발탁은 지난 2014년부터 이뤄졌다. 최시헌 전 대구지방국세청장(2020년 12월말 퇴임)이 원천세과장으로 진출하면서 첫 본청 전입 테이프를 끊었고, 구상호 현 강남세무서장이 2016년 8월 일약 세원정보과장으로 발탁되며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은 이후 발탁된 동기들과 명백한 구분이 이뤄지는 ‘1세대’에 속한다.

본격적으로는 2017년 6월30일 한승희 전 국세청장 취임 이후 2세대에 해당하는 세무대 3기 출신들이 대거 본청 과장급으로 발탁되는 파란도 일어났다. 무려 7명(박광수, 김성환, 이응봉, 현석, 이한종, 정종식, 김진호)이 순차적으로 본청 과장급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들은 소위 ‘한승희 키즈’로 불리면서 성장했다.

물론 7명의 2세대 주자 중 능력과 평판에도 불구, 본청 전입 시 주어지는 승진 기회를 내려놓은 케이스들도 있었다.
 

▲ ▲ⓒ고성준 기자

행시 출신이 아닌 이상, 본청 진출에 성공한 세대 3기 출신 7명 전원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1세대 진출자들도 부이사관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7명 중 많아야 2~3명 정도가 부이사관 이상 승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인재가 없다”
고위직 인력난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을 깨고 2세대 주자 중 무려 4명이 차례차례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들 4명이 무난하게 고위공무원까지 진출해 우수 인재들이 즐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1·2기 선배 기수들을 뛰어넘는 역대급 고위공무원 승진자를 배출하는 기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물씬 형성됐다.


최소한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기대감은 보증수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본청 감찰담당관을 지냈던 박광수 전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는 인천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장, 본청 법인세과장 재임 시절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던 김성환 전 대전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성동세무서장, 본청 소득세과장을 지낸 이응봉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중부지방국세청 감사관으로 각각 배치됐다.

당연히 고위공무원 승진 티켓을 거머쥘 줄 알았던 이들은 크고 작은 문제에 얽히고설키며 더 이상의 전진에는 실패했다. 2세대 주자 4명 중 가장 빠르게 부이사관 반열에 올랐던 김진호 현 부산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장만이 올해 2월 고위공무원 승진에 성공했다.

일각에선 아직 이들에게 승진 기회가 열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고려하면 남은 3명에게 고위공무원 진출의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1~3기까지 승진…승승장구 
4기 이후부터 인원 확 줄어

세대 4기부터는 ‘인재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대 4기 중 고공단으로 승진한 인물은 김재철 서울청 조사3국장, 이판식 부산청 징세송무국장 등 2명이다. 이어 부이사관으로 고공단 승진을 바라보고 있는 백승훈 서울청 납보관 등 딱 3명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5기 중에서는 이미 고공단으로 승진한 장일현 전 부산청 성실납세지원국장(국방대 교육)에 이어 양동구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부이사관)이 고공단을 바라보고 있다. 국세청에서 고공단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부이사관으로 승진해야 하고, 또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본청 전입’이 매우 중요하다.
 

▲ ▲ⓒ국립세무대학

‘본청에서 고생한 이들을 승진 대상자’로 볼 수 있고, 이들 중에서도 전원이 승진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청 전입자가 많아야 인재풀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본청에 있는 이들 세대 5기 서기관은 강승윤 장려세제신청과장, 김길용 부동산납세과장, 장신기 대변인, 박광종 징세과장 등 단 4명뿐이다.

세대 6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6기 중에서는 한경선 조사2과장 단 한 명만이 본청 과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부이사관 승진 재원의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6기 중에서도 김진우 송파세무서장, 최회선 서울청 조사3국1과장, 이세협 중부청 조사3국 조사관리과장 등은 지난 인사에서 본청으로 배치됐어도 무난했을 인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7기도 마찬가지다. 현재 본청에 근무 중인 7기는 이은규 국세청 기획조정관실 국세통계담당관 한 명이다. 장병채 양천세무서장, 김태우 인천청 조사2국장 등이 본청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세대 후배들의 아쉬움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9월 기준으로 살펴볼 때, 국세청 2만1000여 공무원 중 서기관의 수는 약 350명(4.5급 포함)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진입장벽
높아졌다

이 중에서도 4급으로 승진한 세대 출신은 약 140명으로, 10명 중 4명이 세대 출신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행정의 최고위직인 고공단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인 본청으로의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면서 세대 출신들은 ’잘해야 세무서장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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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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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