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박범계 법무부 장관 플랜

혹시 했더니 역시 ‘추미애 시즌2’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제2의 ‘추·윤 갈등’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검찰 인사’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을 넘어 청와대로도 사안이 번지는 모양새다.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2020년 내내 정치권을 달군 ‘추·윤 갈등’이 또다시 재현될 기미가 보인다. 검찰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워 싸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까지 번졌다. 추‧윤 갈등의 봉합을 위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뽑은 청와대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인사 불똥
청와대로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이 이어온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라는 대원칙을 존중하고 가다듬겠다”면서도 “검찰총장이 실재하는 이상 당연히 인사하면서는 총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검찰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아 ‘윤석열 패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인사 발표였다. 당시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청법 제34조 1항’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월과 8월 추 전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들이 전부 잘려나갔고, 문정부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들도 여럿 좌천됐다. 그 자리는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친정부 검사들이 차지했다. 문정부 들어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다. 

추‧윤 갈등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인사 논란 이후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 등을 진행했다. 검찰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기습 단행
검찰총장·민정수석 패싱 논란

윤 총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두 차례나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전 장관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타격을 입었다. 1년여 동안 이어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에 국정 지지율이 하락했고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박 장관은 추·윤 갈등을 매듭짓고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 재정립을 위한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박 장관이 검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박 장관은 2013년 11월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자신을 ‘범계 아우’로 칭하며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정부는 민정수석에 학자 출신(조국), 감사원 출신(김조원, 김종호)을 발탁하는 등 검찰 출신은 배제해왔다. 신현수 민정수석은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하면서 당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훈풍이 부나 했던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또다시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갈등의 불씨는 청와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민정수석 패싱 논란이 제기된 것.

박 장관은 지난 7일 휴일인 일요일에 기습적으로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갈등 봉합
물 건너가

대검검사급 검사 4명을 전보 조치한 이번 인사는 최소한도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심 국장의 경우 사실상 영전성 인사로 평가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정수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이 맡게 됐다. 공석이었던 대검 기조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춘천지검 검사장으로는 김지용 서울 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법무부는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며 공석 충원 외 검사장급 승진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의 휴일 인사 발표는 대검은 물론 윤 총장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한동훈 검사장 복귀 등을 요구했던 윤 총장의 인사 의견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회동이 ‘보여주기식’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윤 총장과의 만남 이후 “협의가 아니라 의견 청취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긴 했지만 인사제청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부분이다. 박 장관은 검찰 인사 발표 이후 “총장 입장에선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 수석이 검찰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와의 이견을 이유로 사의를 표하면서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춘추관에서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견해가 달랐다”며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께서 사표가 아니고 사의를 몇 차례 표시했고 그때마다 대통령께서 만류했다”고 전했다. 

수사권 뺏고
식물총장화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이 배제됐고, 검찰 중간간부 인사 과정에서도 그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지 않아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의 발표는 이 같은 논란을 공식 확인해준 셈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신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의 내부 갈등설에 대해서는 부인한 상태다. 

검찰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 청구가 검찰 인사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 수사가 청와대 코앞까지 치고 들어오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청와대와 여권에서 친정부 검사를 요직에 배치하는 법무부안에 힘을 실었다는 것이다. 실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여권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자체만으로도 강한 반발이 있었다. 
 

▲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문제로 또다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박 장관의 법무부가 ‘추미애 시즌2’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24일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 등 6개 범죄 분야에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권을 모두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6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은 영장청구와 기소만 담당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으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할됐다.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공수처로 넘어갔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조정된 지 한 달 만에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여, 검찰 해체 법안 준비 중
수사권 조정 한 달 만에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6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2월 중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을 완성해 6월 중 입법 완료하겠다”며 구체적 시기를 언급했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에 따르면, 대검은 해체되고 검찰총장의 직위도 고등공소청장으로 격하된다. 검찰의 이름도 공소청으로 바뀐다.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검찰 해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국민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사건 초기 단계부터 어떤 기관이 맡게 될지를 두고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비효율적인 수사 기능 중복으로 혼란과 피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은 검찰청법 제34조 1항, 검찰 인사를 단행할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법을 손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추 전 장관에 이어 박 장관 법무부에서도 검찰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만큼 향후 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힘빼기’ ‘식물총장 고착화’ 등의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대변인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1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찰 인사를 할 때 섣불리 판단하지 않도록 숙려하고 자문을 받는 등 절차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인사권은 국민이 뽑아준 대의기구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행사하는 것이므로, 만약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간부도
총장 배제?

한편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 후 일주일 뒤에 중간간부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신 수석 사의 표명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상과 달리 중간간부 인사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윤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 법무부와 검찰 간의 대립각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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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