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배구계 학폭 막전막후

때리고 괴롭히고 사람 좋은 척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칼로 협박하고, 중요 부위를 발로 찼다. 공이 아닌 사람을 때렸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꿈은 포기했다.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를 평생 지울 수 없다. 
 

▲ 학폭 논란의 중심에 선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의 이재영·이다영 자매

연예계를 강타했던 학폭(학교 폭력) 논란은 배구계로도 크게 번졌다. 배구계는 연속된 학폭 폭로 글로 혼란에 빠졌다. 프로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 송명근, 심경섭은 학폭 가해자로 논란에 휩싸였다.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피해자에게 사과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16일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소속팀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송명근, 심경섭은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네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스타 선수
과거에 발목

스타 배구선수 이다영의 개인 SNS에서부터 시작됐다. 불화설이 일었다. 이다영은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는 말로 주어 없이 누군가를 저격했는데, 대상은 바로 전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월드스타 김연경이었다. 이후 배구 관계자들의 말을 통해 이다영과 불화를 겪고 있는 선수가 김연경이라는 게 밝혀졌다. 

논란이 식지 않을 무렵 이다영·이재영의 학폭 폭로 글이 한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고교 시절 이다영, 이재영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는 피해자들은 함께 찍었던 단체 사진과 함께 피해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시킨 것을 하지 않자 칼로 위협했다’ ‘운동할 때 기합을 넣지 않는다며 전체를 때렸다’ 등 피해 사례는 21가지에 달했다. 


이다영·이재영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렇게 자필로 전한다”며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의 고통이 너무 컸던 탓일까. 두 사람의 사과는 피해자의 마음을 녹이지 못했다. 피해자는 허무하며, 그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심경을 전했다. 여론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피해자의 발언에 공감했다. 대중의 분노는 더 커졌다.

그 결과 이다영과 이재영의 소속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이들에게 남은 잔여 연봉 미지급(이다영 연봉= 6억원, 이재영 연봉= 4억원)과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박탈 징계를 내렸다. 

맞아가면서 배워야 한다?
스포츠계 만연한 손찌검

남자 선수들도 학폭 논란에 휩싸였다. OK금융그룹 읏맨 소속 에이스 송명근과 심경섭, 배홍희(2015년 은퇴) 선수가 이번에 지목된 당사자다.

지난 13일 오전 한 커뮤니티에 학교 폭력 폭로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는 학창시절 세 선수와 같이 배구를 했다. “폭력은 세월이 흘러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 내용을 게시했다.

피해자는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며 “선배들은 후배들을 불러 노래를 시켰다. 노래를 하라며 욕설과 폭행을 했다. 중요 부위를 맞아 잘못됨을 느낀 피해자는 이날 저녁 응급실에 실려 가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 가해자들은 폭행을 가하고도 사과는커녕 피해자의 고환이 터졌다며 놀렸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졌다. 많은 언론이 보도했고 여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학폭 논란이 일자 시인하고 잔여경기 출전을 포기한 송명근 선수 ⓒKOVO

논란이 일자 송명근은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자신은 학교 폭력 가해자가 맞다며 모든 사실을 인정한다.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하고 나쁜 행동이었는지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며 가해자임을 시인했다. 

피해자는 소속팀과 송명근의 사과문을 접한 뒤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양심이 있고 생각이 있다면 본인도 사과했다고 인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글을 게시했다. 송명근과 심경섭은 잔여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배구협회로는 이다영·이재영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진
폭행사건

과거에도 배구계는 폭력으로 몸살을 앓았다. 무려 국가대표 선수가 훈련 도중 심한 폭행을 당한 적도 있었다. 피해자는 뛰어난 공격수로 인정받은 박철우, 가해자는 이상렬 현 KB손해보험의 감독이다. 박철우의 얼굴과 배에 피멍이 들었다. 이 감독은 2009년 국가대표 코치 시절 박철우를 폭행해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이 감독은 박철우를 구타한 이유로 “요즘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 코치를 무시한다. 이번 일도 선수가 대드는 바람에 이성을 잃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배구계를 향한 수많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철우는 국가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결국, 이 감독은 한국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언론이 잠잠해졌을 무렵 이 감독은 2년 만에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다. 대학 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을 거쳐 2020년 KB손해보험 감독이 됐다. 이 감독의 과거 발언은 운동을 하며 폭행하는 것이 당연하냐는 비판의 화살로 돌아왔다.

과거부터 배구계는 이슈가 돼야 조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이슈가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배구계는 이후로도 또 다른 이다영·이재영을 양성했을 것이다. 관행이라 불렸던 폭행은 오랜 시간 끊어지지 않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 심경섭 선수 ⓒKOVO

피해자들이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꿈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학폭 사건은 아마추어, 프로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드리워져 있다. 

꿈을 위해 뛰던 선수들이 운동을 포기한 뒤에야 규정은 신설된다. 스포츠협회와 연맹, 국회는 선수들을 잃고 난 뒤에 징계나 규정을 신설했다. 현재 스포츠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력을 관리하겠다는 새 장치만 생겼을 뿐, 학폭과 관련한 통합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비단 이는 단순한 배구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감독이 선수에
선배가 후배에

일각에선 종목별로 서로 다른 협회, 연맹의 규정을 통합된 규정으로 관리·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언론에까지 보도됐을 만큼, 배구계 학폭 논란은 크고 거세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지만, 스포츠계에선 여전히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만연하다”고 보도했다.

배구계를 포함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망신이 크다. 여론은 “무기한이면 결국에는 돌아온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강력한 선례를 남겨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한국배구연맹(KOVO)의 결정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폭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많다. 

지난 16일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 학폭 선수 국가대표 자격 박탈 관련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여론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 이다영·이재영 선수의 자필 사과문 ⓒSNS

신무철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은 “관련 규정은 신설 직후 효력을 가지게 된다. 가해 사실이 밝혀진 선수들에겐 관련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 이미 4명의 선수는 중징계를 받았다”고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설 조항은, 학교 폭력에 연루된 선수는 프로입문 전 신인 드래프트 참여에 제한을 두겠다는 내용이다. 아마추어, 선수의 폭력 이력을 확인해 학폭과 관련한 서약서를 받는다. 만약 서약서 내용이 허위사실로 확인될 경우 영구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조항이다.

“일벌백계 필요” 수 차례 지적
 시간 지나도 바뀌지 않는 현실


문재인 대통령은 배구계 학폭 논란이 커지자 지난 17일,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식에서 “체육 분야는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으나, 그늘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며 재발방지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불거진 프로 스포츠 선수 학폭 사건과 관련해 학폭이나 (성)폭력 등 인권침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선수 스스로 폭력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898명의 응답자는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낀 감정을 묻는 질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폭력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확인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선수 스스로도 인지하고 악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8월 통과해 2차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스포츠윤리센터 권한 및 기능 강화와 훈련시설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실업팀 표준계약서 도입 등을 포함한 내용이다.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력한 처벌로
 재발 방지해야”

제도와 선수 자체의 의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학교 폭력은 한 인간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배구계로 번진 학폭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규정과 징계로 배구계의 오래된 악습 및 관행을 끊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주목된다. 


<ckcjfd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느 야구선수의 고백
“학교 폭력은 일상”

비단 배구계뿐만 아니다. 스포츠계는 종목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폭력이 만연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 폭력은 일상다반사”라며 운동부의 현실을 털어놓았다. 얼차려와 폭력은 생활의 일부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우나에서 얼차려를 받고 씻기 전 양말을 벗기라고 시켰다. 나는 야구부에 1년 늦게 들어갔다. 선배와 동갑이었는데 선배라는 이유로 선배들이 자신의 빨래와 청소를 시켰다. 처음에는 ‘더 잘하라고 그런 거겠지’ ‘운동은 원래 맞으면서 하는 거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들 역시 한때는 피해자였다. 보상심리가 작용했다. “나도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봐라”라는 심리다.

관리자들은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감싸 안는 태도를 보였다. 

“누군가 용기를 내 피해자를 도와주려 하면 죄인 취급을 받았다. 문제가 되면 가해자까지 다 같이 불러놓고 조사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무조건 덮으려 한다. 감독은 입을 닫았다. 세상에 알려지면 운동부는 해체수순을 밟는다.”

그런 이유로 A씨는 “용기를 내고 싶어도 나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무섭고 두려워 참았다. 하고 싶은 것은 운동뿐이었는데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선수들이 이루고 싶은 목표와 운동에만 집중했으면 한다. 나는 운동을 포기했지만 현재 운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 운동을 해 나갈 선수들은 폭력 속에서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강력한 처벌과 규정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을 관리하는 어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잘못된 관행과 악행을 선수들 역시 스스로 끊으려 하지 않으면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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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