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이제 3막1장…인생 마라톤은 계속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실패를 딛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전자였다. 올해로 여든이 된 유 원장은 “내 인생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lt;일요시사&gt;와 대담 나누는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고성준 기자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17일 치러진 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에 맞설 단일 후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로부터 꼭 한 달 만인 지난 16일 여의도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사무실에서 유 원장을 만났다. 

포기는 없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소회를 묻자 유 원장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후보 등록일 마지막 날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그는 결국 직접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고 두 번째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자신보다 젊고 유능한,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한롤러스포츠연맹회장·대한요트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겪은 대한체육회 행정의 미숙함, 갑질 행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게 유 원장의 의지였다. 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피해 사건,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동료와 감독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자살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유 원장은 “당초 내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후보 단일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원칙·실리·명분도 없는 행위들이 반복됐다. 끝내 4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졌고, 나는 참패했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정책과 아이디어가 대한체육회 운영에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에 죽을 각오로 완주했다”고 말했다. 


‘정책 선거’ ‘깨끗한 선거’를 목표로 한 그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몇몇 언론에서는 비난과 고소, 고발이 난무하면서 진흙탕 선거로 변질된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일한 진주로 유 원장의 완주를 꼽기도 했다. 

그는 “선거에 출마해 완주한 점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또 지인들이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어 역시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또 초지일관 출마를 반대했던 가족들에겐 많은 핀잔을 받고 있어 사실 상당히 괴롭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
후보단일화 노력했지만 고배

그럼에도 유 원장은 이제 인생의 3막1장이 끝났을 뿐이라고 했다.

4선 국회의원, 한국 화이트 해커의 아버지, 영원한 스포츠맨 등 그를 수식하는 무수한 칭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회의원 활동을 기점으로 인생의 1막과 2막이 나뉘고, 마라토너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3막이 열렸다. 

특히 유 원장의 삶에서 스포츠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심축이다. 그는 1974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국가대표 전지훈련 단장으로 처음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30대 후반 최연소 호남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도 1988 서울 올림픽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체육계 전반에 관심을 기울였다. 

호남에서 내리 4선을 한 유 원장은 공천 탈락, 낙선 등의 실패를 경험한 이후 정치와 인연을 끊었다. 체육계 활동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시점도 이때다. 유 원장은 마라톤에 매료돼 현재까지 풀코스를 수십회나 완주했고, 633㎞ 국토 종주 및 울트라마라톤에도 참가해 여러 차례 완주에 성공했다. 

▲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 ⓒ고성준 기자

그는 “정치라는 마약을 마라톤으로 끊었다.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면서 생긴 자신감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이 만든 독도수호마라톤은 올해로 13년째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한요트협회장 인준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소송을 벌이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2019년 9월에야 대한요트협회장으로 정식 취임한 그는 재정자립도 최하위 종목단체라는 불명예를 극복하고 운영을 내실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유 원장은 “스포츠로서의 요트, 국민 레저로서의 요트, 그리고 산업으로서의 요트의 완성이라는 새롭고 알찬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짧은 시간이나마 쉼 없이 노력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선수와 감독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요트인의 염원인 국제대회 유치도 이뤄내는 등 적지 않은 결실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이기흥 회장에 “소통과 화합 필요”
“앞으로도 할 일 많아. 100세까지”

그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서 사이버 강국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화이트 해커 양성 프로그램 BoB(BEST of BEST)를 도입해 10여년간 수많은 사이버 보안 교육생을 배출했다. 그를 ‘한국 화이트 해커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다. 

유 원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대한체육회장 낙선 이후 의기소침해질 법도 했건만 그는 벌써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유 원장은 “한국의 보안리더를 세계의 보안리더로 키우는 교육에 집중하려 한다. 또 방송통신대학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운영위원장으로서 방통대가 세계의 온라인 교육을 선도하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K-BoB 활동도 유 원장 앞에 놓인 과제다.

체육계 원로로서 새로 출범한 이기흥호(號)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 원장은 “대한체육회는 회장 혼자 이끌어 갈 수 없다. 낙선한 후보자들과의 진정한 화합과 소통을 통해 그들의 정책과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뜻이 맞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모시는 일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에는 과감한 인적쇄신과 혁신을 통해 대한체육회를 일단 확 바꿀 필요가 있다. 최근 배구계 학교폭력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런 일들이 체육계 전반에 숨겨져 있다. 지금 이것을 뿌리째 뽑지 못하면 앞으로도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920년대 조선체육회에서 시작해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멈춰있는 대한체육회의 정관과 규정,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며 “대한체육회를 체육인의 체육회가 아니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체육회로 만들어서, 행복하면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체육회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계속 앞으로


유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뉴노멀 시대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문화가 몰락하고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이 시점에, 한국이 중심국가로 가는 데 내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인 사고를 원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인생의 3막이 끝날 때까지 달리겠다. 내 인생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0세까지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준상의 마라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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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