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를 만나다> 김태리의 성공 공식

혜성처럼 등장해 더 빛나는 존재감
작품마다 줄흥행, 연기는 매번 호평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김태리는 등장부터 드라마틱하다. 국내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의 복귀작 <아가씨>에 무려 1500: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뚫고, 노출 연기도 감행했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인 김태리를 향해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매우 강렬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빛을 잃은 배우들이 부지기수인 데 반해, 김태리가 써낸 서사는 데뷔 이후가 더 매력적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했으며, 그 안에서의 보여준 연기는 매번 호평을 받기 충분했다. 신작 <승리호>에서도 김태리는 또 한 번 성공 공식을 써내는 듯하다. 

▲ 배우 김태리 ⓒ넷플릭스

배우 김태리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주체성이다. 서열이 낮은 하녀(<아가씨>)일 때도, 주위 친구들과 달리 민주주의를 억지로 외면하던 대학생일 때도(<1987>), 그는 당돌했다. 

재미와 주체성
단단한 신념

집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사회 초년병(<리틀 포레스트>)일 때도 매사 자발적이었으며, 나라를 지키는 독립운동가(tvN <미스터 션샤인>)의 얼굴에서는 당당함을 넘어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김태리가 연기한 역할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늘 올바른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인물이 정의로운 행동을 할 때도, 때론 정반대의 생각을 할 때도 김태리의 얼굴에는 늘 단단한 신념이 엿보인다.

이런 필모그래피가 가능한 이유는 김태리 자체가 시나리오를 볼 때 캐릭터의 주체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가 재밌는지와 연기하게 될 인물의 성향이 주체적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는지를 확인한다고. 여러 고민 끝에 마음이 가는 작품의 키워드는 재미와 주체성이다.


신작 <승리호>와 장 선장도 김태리의 마음을 건드렸다. 특히 <승리호>를 연출한 조성희 감독은 김태리에게서 선장의 단단함을 봤다고 한다. 선원을 이끄는 리더인 선장은 건장한 체구에 카리스마를 갖춘 모습이 연상되는데, 조 감독은 야리야리한 김태리가 선장의 강인함을 표현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제 역할을 하는 선장의 이미지가 그려진 듯하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승리호>에서 김태리는 조 감독이 그린 독특한 이미지의 장 선장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핑크색 티셔츠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가죽 재킷을 입고 개성이 강한 선원들을 이끈다. 

조 감독은 김태리가 새로운 형태의 선장을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김태리는 자신과 선장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캐스팅 미팅 때 김태리가 조 감독에게 던진 질문은 “왜 제게 선장의 역할을 주시는 거죠?”였다. 

“미팅 때 감독님께 가장 먼저 여쭤봤던 게 ‘왜 저를 캐스팅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이었어요. 사실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었어요. 캐릭터는 좋았지만, 제 얼굴로 읽히지는 않았어요. 다른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대사를 읊으면 자연스럽게 제 얼굴이 보이거든요. 쉽게 떠올려지기도 하고요. <승리호>의 장 선장에게서는 그게 잘되지 않더라고요. 의상에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전형적이지 않은 선장, 모든 공은 감독님”
“SF 장르 최초 타이틀…국가대표 된 기분”

다른 작품에서 선장은 과격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눈빛이 강하며, 비교적 과묵하고 욕설에도 능하다. 힘으로 주위를 제압한다. 영화 <해무>의 김윤석이 대표적인 선장의 이미지다. 선장이라는 무게감은 키 166cm, 가느다란 몸매의 김태리가 가진 겉모습과 대척점에 있는 게 사실이다.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어서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저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저처럼 순둥순둥한 사람이 조종석에 있을 때 전형적인 강한 사람이 앉았을 때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렇게 설득이 돼서 작품을 했는데, 많은 분이 신선하다는 평을 남겨주셨어요. 이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님께 공을 돌리고 싶어요.”


김태리가 연기한 캐릭터가 독특한 선이 있었던 만큼, 작품 역시도 서사가 있다. 영화 <박쥐> 이후 무려 7년 만에 국내 복귀작이었던 <아가씨>, 엄혹했던 시기 수많은 영화인이 힘을 모아 만든 <1987>,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리틀 포레스트>, 김은숙 작가의 첫 사극 <미스터 션샤인> 등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이 사연이 다양하다. 
 

▲ ▲ⓒ넷플릭스

<승리호>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한국 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SF 판타지 장르다. ‘스페이스 오페라’(우주 활극)라고도 한다. 

우주 공간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승리호 선원들이 우연히 발견한 도로시(백예린 분)를 알고 위험한 거래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주가 배경인 SF 장르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엄청난 분량의 CG로 인해 국내에서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다. 할리우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SF 판타지 영화가 우리나라의 언어와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
우주 활극

다수의 인종이 경제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인간을 차별하는 백인을 상대로 인류를 구출해낸다.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승리호> 배우들은 작품 내외적인 의미가 상당한 이 작품을 홍보하면서 ‘마치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라고도 표현했다. 

“관객으로서 SF 장르를 좋아해요. 한국 최초라는 이름이 설렜어요. 사실 최초라는 이름이 붙으면 웬만해서는 다 잘된 거 같아요. ‘최초는 다 잘돼’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제가 이 자리에 없었어도 <승리호>를 즐겼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얼굴까지 있다면?’이란 생각에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네요. 작품을 하면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CG 수준이 정말 좋아서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SF 장르의 촬영 기법은 일반적인 장르의 작품과는 크게 다르다. 크로마키 세트에서 초록색 배경을 바탕으로 풍부한 상상과 함께 촬영해 나가야 한다. 눈앞에 상대가 없음에도, 마치 누가 있는 척 연기를 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있는 척 연기한다는 게 전문 배우에게도 매우 낯선 경험이다. 시선 처리도 매우 정교해야 할 뿐 아니라, 행동할 때 작은 차이만 있어도 화면에서는 크게 튄다. <승리호> 역시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고 한다. 

“어려움이 많았어요. 업동(유해진 분)이 있을 때도 찍고, 없을 때도 찍어야 했어요. 없이 찍는 게 진짜 OK 장면이에요. 유해진 선배가 업동이 모션을 했는데, 그건 CG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찍는 거였어요. 업동 없이 찍을 때는, 업동의 존재를 상상해야 했고, 만약 업동을 한 대 때렸다고 치면, 정확한 위치에 때려야 했어요. 현실적인 것들에서 많이 헤맸어요.”

<승리호>에는 걸출한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이야기의 화자 격인 태호 역에는 배우 송중기, 레게 머리를 딴 엔지니어 타이거 박 역할에는 <극한직업>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진선규, 장 선장이 승리호 선원 중 가장 먼저 픽한 로봇 업동은 유해진이 맡았다.

이 외에도 우주를 지배하는 설리반 역은 할리우드 배우 리차드 아미티지가 연기했다. 인물이 다양할 뿐 아니라 충분한 배경 설명이 필요한 탓에 캐릭터들의 서사가 매력에 비해 축소된 면이 없지 않다. 특히 태호를 제외한 장 선장과 타이거 박, 업동은 전사가 많이 나오지 않고 최소한으로만 배치된다. 

거장의 선택
영광과 부담


“저도 아쉽긴 하죠. 하지만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인물이 네 명 나오고, 아이도 나와요. 감독님께서 그리는 세계의 이미지가 있어요. 특정 부분을 부각하고 축소하는 건 감독님의 결정이죠. 전사는 정말 많아요. 다 들려주면 좋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과 완결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줄어들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 ▲ⓒ넷플릭스

<아가씨> 박찬욱 감독을 시작으로 <1987>의 장준환 감독,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 이번 조성희 감독, 앞으로 나올 영화 <외계인>의 최동훈 감독과 작업을 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작가는 국내 최고 흥행작가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서로 앞다퉈가며 김태리를 캐스팅하는 모양새다. 왜 거장은 김태리를 선택할까. 

“그 이유는 전혀 모르겠어요. 그저 감독님들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작품을 많이 하셔서 저를 계속 써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외국 작품 말고, 한국 작품으로요. 훌륭한 연출력을 가진 감독님들께서 저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제 복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거장과 작업을 하는 건 영광스럽기도 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장의 연출 속에서도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배우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매번 연기적인 측면에서 호평을 받는 김태리도 부담감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다만 부담감을 잘 떨쳐내고 다음을 생각하기에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아가씨>부터 <미스터 션샤인>까지, 다 부담감이 컸어요. 저는 부담감을 잘 느끼는 편이거든요. <승리호>도 정말 부담감이 컸죠. 제작비도 다른 영화에 비해 큰 편이고, SF 촬영 현장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졌고요. 그 부담을 어떤 식으로든 희석을 해야 해요. 부담감이라는 게 저한테는 원동력이 되지 않아요. 빨리 없애는 게 중요해요. 그런 감정에 허덕이면서 힘들어하느니, 이 인물을 어떻게 묘사할 건지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걸 배웠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특히 더 많이 깨달았어요.”

“나와 닮은 진선규, 스승은 유해진·송중기”
“언제나 느끼는 큰 부담감, 허덕이지는 않아”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배우가 연기를 통해 관계를 맺고 끈끈하게 친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툼이 있는 경우 안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작품 자체가 우정의 실마리 역할을 한다. 송중기와, 유해진, 진선규, 김태리는 유달리 가까워진 듯 하다. 작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친분이 엿보인다. 

“저는 선규 오빠와 정말 닮은 것 같아요. <승리호> 캐스팅이 확정되고 촬영 전에 우연히 봐서 인사를 나눴거든요. 짧은 순간이었는데 정말 선한 인간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이 분하고 연기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상 촬영할 때 보니까 선규 오빠도 저처럼 의심을 많이 해요. 감독님이 OK 사인을 했는데, 그걸 믿지 않아요.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늘 해요. 다음날까지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더 잘해보려는 마음이 있어요. 끝까지 고민해요. 서로 연기에 대한 회의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최고 연장자 유해진에게는 연기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고, 송중기에게는 리더쉽을 배웠다고 한다. 
 

▲ ▲ⓒ넷플릭스

“제가 장 선장이 아니라 다른 역할을 했어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근데 업동은 잘할 자신이 없어요. 업동은 시나리오에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풍부해졌어요. 유해진 선배님이 만드신 부분이 많아요. 아마 제가 했으면, 그렇게 풍성한 느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중기 오빠는,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다 잘 챙겨요. 정말 어른스러워요. 중기 오빠가 진짜 선장 같아요.”

데뷔 5년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사이에 놀라운 건 꾸준한 성공 공식을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출연한 모든 작품이 호평과 함께 높은 흥행률을 보였다. <승리호> 역시 넷플릭스 공개 후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조회 수 1위를 기록 중이다. 

그의 말처럼 인복이 있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도 있겠지만, 강인한 성격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낸 김태리의 힘도 기인한다. 특히 현장을 즐기게 되는 연기에 대한 애정이 성공 공식의 포인트로 해석된다. 

꿈꿔온
평생 직업

“학창 시절에 꿈이 있었던 학생은 아니었어요. 우연히 연극 한 편을 올리게 됐는데 그 과정이 모두 좋았어요. 밥 먹고 술 먹고, 밤새 소품 만들다 싸우고, 무대서 조명을 받고, 관객을 만나고 한 시간 넘게 서 있고요. 그리고 박수를 받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금방 질리는 타입인데, 이 정도로 재밌으면 평생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어려운 구석도 많고, 헷갈리고 고민도 많은데요. 그런 어려움이 저만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어려움을 축소해 나가면서 더 좋은 연기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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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