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질기고 억센 현실 동화 ‘미나리’ 

전 세계 공감시킨 이방인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산업의 심장부라 하는 미국이 놀랐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을 뿐 아니라 대사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인 영화 <미나리>를 보고서다. <미나리>는 미국 내 비평가상을 포함해 수많은 영화 시상식에서 무려 58관왕을 차지했다. 75세의 배우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무려 20관왕을 수상 중이다. 그렇게 <기생충>에 이어 두 번째 오스카 레이스를 뛰고 있는 <미나리>가 베일을 벗었다. 
 

▲ ▲ⓒ판씨네마

영화 <미나리>에 출연하기로 한 배우 윤여정은 예산이 20억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 돈으로는 영화 안 만들어”라는 말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이미 작품을 결정한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었다. 고생길이 훤했다.

고생길

국내에서 제작되는 100억대 영화는 90회에서 100회 정도 촬영한다. 촬영 현장에 100번은 출근을 해야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미나리>는 4분의 1 격인 겨우 25회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예술은 꼭 투자비에 비례하지 않는다. 매우 바삐 움직였던 스케줄이었음에도 영화는 40년 전, 미국 시골 농장의 한인 가족과 전 세계 모든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부부의 다툼, 할머니와 아이의 갈등, 낯선 땅에서 적응하려 노력하는 이방인이 겪는 외로움 등 모든 면에서 공감이 간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본 가족의 의미가 현실 동화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제목의 ‘미나리’는 한국 고유의 나물이다. 물기가 있는 적당한 땅에 씨앗을 뿌려놓으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잡초처럼 우거진다. 김치에 넣어도 맛있고, 나물 자체를 무치기만 해도 맛있다. 몸에도 좋다. 

한인 가족뿐 아니라 인간의 삶이 억세고 질긴 것처럼, 또 배경에 있기만 해도 따뜻함을 주는 할머니의 존재처럼, 미나리는 그렇게 자라난다. 

<미나리>는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극중 데이빗(앨런 리)이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이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아버지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아무리 일을 해도 빚에 허덕이는 현실에 치여, 한국 채소와 과일을 파는 농장주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칸 소주라는 작은 동네의 바퀴 달린 집을 사고 엄청난 크기의 땅을 사 야채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낮에는 병아리 감별사, 밤에는 농사를 짓는다. 

모니카(한혜리 분)는 이런 남편이 못마땅하다. 병원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이 가장 큰 문제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데이빗이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부부 싸움이 잦아진다. 
 

▲ ▲▲ ⓒ판씨네마

데이빗은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 중에 모니카와 제이콥이 화해를 했다. 장모인 순자를 모시고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순자가 아칸소주에 왔다. 아이의 몸에 좋은 한약을 달이기도 하고, 화투를 가르치며 손주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지랄’ ‘옘병’이라는 비속어를 쓰며 화투를 즐기지만, 어딘지 모르게 구수하다. 

하지만 데이빗은 낯선 할머니가 싫다. 할머니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좋아하는 ‘산에서 나는 이슬’인 마운틴 듀를 뺏어먹는 것도 싫다. 자고 일어나면 오줌을 싸는 자신에게 ‘브로큰 페니스’라고 놀리는 것도 싫다. 


할머니는 손주가 좋다. 손주의 못된 행동을 아량으로 감싼다. ‘애가 그럴 수 있지’라며 다독인다. 딸과 사위가 다투려고 할 때마다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다 싸운다’며 핀잔을 준다. 불협화음이 잦았던 이방인들에게 평화가 찾아온다. 

그것도 잠시 순자가 뇌졸중에 걸렸다. 말도 어눌하고 몸도 잘 못쓴다. 종일 누워 있고, 시선은 한 곳만 응시한다. 가족의 분위기는 단숨에 싸늘해진다. 이 가족은 어떻게 될까. 

뛰어난 연출·완벽한 연기·아름다운 플롯
1980년 미국 시골 놓인 한국인의 삶 조명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이 안에 특별한 메시지는 있지 않다. 1980년 시골에서 생존과 사투를 벌인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가르치고자는 감독의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강한 감동이 밀려온다. 

감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할 때 자아에 도취돼 공감이 가지 않는 장면을 만들기도 하는데, 정이삭 감독은 매우 냉정히 과거를 돌아본다. 

철없이 못된 행동을 일삼은 과거의 자신을 비롯해 책임감은 있지만, 여느 아버지들처럼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우는 제이콥, 어려운 환경에 짜증을 일삼는 모니카, 똘똘하지만 때론 너무 다그치는 누나, 촌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할머니까지,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출연하는 모두가 주인공으로서 존재한다. 자신의 주장을 책임지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엄청난 양의 채소를 재배한 제이콥, 농장의 성공보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더 크길 바라는 모니카의 대립에 관객은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이입한다. 

남자 관객은 대체로 제이콥에 연민이 가고, 여성 관객은 모니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반대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생기는 반응이다.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 ⓒ판씨네마

음악으로 영화의 박자를 만드는 것도 <미나리>의 장점이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밀고 당긴다. 켜켜이 쌓인 감정은 후반부 하이라이트에서 물밀 듯이 터진다. 

배우들은 잘 차려진 <미나리>의 수준을 더욱 드높인다. 특히 스티븐 연은 젊은 꼰대 느낌의 아버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가정을 지키고자 책임을 다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은 굽히지 않으려는 그의 얼굴에 수많은 아버지의 모습이 드리워진다. 

전 세계 여우조연상을 휩쓰는 윤여정의 연기가 <미나리>에서 특별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 윤여정을 향한 미국 영화계의 극찬은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윤여정의 연기를 이제야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이는 윤여정이 수십 년 전부터 미국 오스카 후보에 오를만한 연기를 해온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귀결된다. 

이외에도 한예리와 앨런, 미국 조연 배우들도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친다. 엄마의 위치에서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모니카의 진심이 한예리의 얼굴에서 비친다. 약간 어눌한 말투와 함께 아이같은 순수함이 찰나의 표정에서 다양하게 드러나는 앨런은 <미나리>의 보석이다. 


심금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는 건 우리 모두 이들이 겪은 위기를 경험해봤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부터 조부모 세대까지, 가족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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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