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올해가 기회다” ‘시총 1조’ 재계 다크호스 총집합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상장 신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시가총액 1조 클럽’이 1년 만에 50곳이나 증가했다. 지난 1년동안 급등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로 인해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도 덩달아 올랐다. 그중 눈에 띄는 상장 신인 기업들이 있다. 특히 작년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올해 주식시장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 빅히트 본사 ⓒ카카오맵

연말연초에 이어진 기록적 강세장에 ‘시가총액 1조 클럽’이 1년 만에 50곳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코스피는 38%, 코스닥은 42% 급등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월15일 2230.98에서 올해 1월15일 3085.90으로 뛰었고,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679.16에서 964.44로 점프했다.

주가 급등
시가총액도↑

주가가 뛰면서 상장 기업들의 몸집(시가총액)도 훌쩍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긴 기업은 233곳이었다. 지난해 1월15일엔 183곳이었다. 1년 동안 50곳이 늘어난 셈이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서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이들 기업은 코스닥에선 1년 전 25개에서 올해 54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코스피에선 158개에서 179개로 21개가 증가했다.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합류한 기업 중 규모 면에서 두드러지는 곳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열풍을 일으킨 주역들이다. 새로 등장한 기업 중 몸집이 가장 큰 곳은 SK바이오팜이다. 작년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은 3조원대로 가치를 평가받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약 12조원에 달한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SK의 생활과학(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부문이 단순 물적 분할되면서 설립된 중추신경 관련 신약 개발업체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얻어냈다.
 

▲ 씨젠 본사 ⓒ카카오맵

이후 지난해 6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경쟁률 323대 1을 기록하고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인 31조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이 몰리는 등 상장 이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의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자금이 많이 몰리고 시장의 관심을 받는 종목은 상장 초기 오버슈팅(단기 급등)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특히 최근에는 시장 유동성이 너무 풍부하다 보니 상당한 오버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형성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주가 변동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만에 183개서 233개로 대폭 증가
신규 상장·바이오기업 뚜렷한 성장세

빅히트는 5조5929억원으로 큰 덩치를 뽐냈다. 빅히트는 지난해 10월 코스피 상장 직후 과대 평가 논란에 휩싸이고 보호예수가 풀린 기관 매물 등의 영향을 받아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장중 14만1000원까지 떨어지면서 공모가(13만5000원)를 위협하기도 했다.

부진했던 빅히트 주가는 지난달 중순부터 기관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기관은 올 들어 전날까지 빅히트 주식 1020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는 연기금이 빅히트 주식(1062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인 점도 주목된다. 빅히트 주가는 올 들어서만 47.2%나 껑충 뛰었다.

최근 빅히트가 YG, 네이버 등과 협업한다는 소식이 주가 반등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맵

빅히트는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비엔엑스(beNX)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 PLUS에 총 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네이버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비엔엑스에 약 354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로 팬 경험 확장을 위한 플랫폼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분야 등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도 3조4204억원 규모로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장 시작과 동시에 공모가의 2.6배까지 급등하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첫날 상한가)을 기록했다.

방탄 효과?
‘따상’ 성공

이날 장시작과 동시에 카카오게임즈 주식은 6만 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인 2만4000원의 2배인 4만8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단숨에 하루 최대 상승폭인 30% 급등해 공모가의 2.6배까지 올랐다.

이에따라 카카오게임즈 공모청약을 통해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160%의 수익률을 기록하게됐다.

동시에 이날 따상을 기록하며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4조5680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5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상장한 항암 면역치료제 전문 기업인 박셀바이오도 시가총액 1조5000억원을 넘겼다. 소외 받았던 공모주에서 대박으로 바뀌었던 박셀바이오는 약 2주만에 고점 대비 50% 급락하면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무섭게 치솟았던 주가의 차익 실현과 무상증자로 인해 많아진 주식수가 쏟아진 영향이다. 특히 기관의 매도세가 강해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진다.
 

▲ 박셀바이오 ⓒ카카오맵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 결정 발표 후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하다가 신주 상장 후에는 하락하는 모습이 일상적인 모습”이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업가치에 맞는 올바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주목받았던 바이오업종이 특히 선전했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이용되는 ‘피라맥스’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풍제약의 367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년만에 6조원을 넘겼다. 코스피 시가총액 49위에 해당한다. 

코로나 효과
바이오 선전

신풍제약은 지난해 3월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해 증상이 개선된 사례가 나오면서 신풍제약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이런 기대감에 신풍제약 시가총액은 20배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드는 씨젠도 1년 전 830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4조7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코스닥에서 4번째로 큰 종목이 됐다. 씨젠은 2018년 말까지만 해도 시총 순위가 43위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산 진단키트의 국내외 수요 급증에 주가가 폭등하면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특히 씨젠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급등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문가는 “씨젠은 코로나19 진단 매출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이런 실적은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셀리버리 본사 ⓒ카카오맵

셀리버리도 시가총액 1조5363억원을 기록했다. 셀리버리는 2014년 설립된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2018년11월9일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셀리버리는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을 기반으로 여러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패혈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iCP-NI’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는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셀리버리는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TSDT플랫폼의 기술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기업 계열사들도 새롭게 등장
시총 5조 돌파 기업 12곳 증가

셀리버리는 2018년 상장 이후 주가가 꾸준히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코스닥 종목 가운데 하나다. 상장 당시 셀리버리의 공모가는 2만5000원에 불과했다.

삼천당제약도 1조5095억원으로 시총1조원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삼천당제약은 1943년 12월 설립된 의약품 제조업체다. 2000년 10월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2013년 국내 일회용 점안제 생산 1위 업체인 디에이치피코리아를 인수 해 안과용 치료제 전문 업체로 입지를 굳힌 바 있다.

삼천당제약은 해외 백신 전문회사가 주사제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알약으로 전환한 ‘경구용 백신 후보물질(SCD-101V)’을 도출해 개발한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삼천당제약 ⓒ카카오맵

주요 대기업의 계열사들도 새롭게 등장했다. SK그룹의 화학·의약품 업체인 SK케미칼(4조2974억원), 두산그룹의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두산퓨얼셀(3조3795억원), 현대차그룹의 IT서비스업체 현대오토에버(2조5935억원), 효성그룹의 섬유·무역업체인 효성티앤씨(1조1144억원), LG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1조393억원)가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시가총액 5조원을 넘긴 기업도 60곳으로 1년 전(48곳)보다 12곳이 늘었다. SK바이오팜(11조9819억원), 한화솔루션(8조8564억원), 포스코케미칼(7조7838억원), 셀트리온제약(6조6710억원) 등이 추가됐다.

버그 가고
아이스 시대

한 전문가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국내 실물 경제를 할퀴었지만 역설적으로 주식 시장에서는 바이오·배터리, 언택트(비대면), 식품 업종을 중심으로 한 버그(BUG) 종목들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며 “올해에는 미래차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자동차·화학, 전자 업종 등과 연관된 아이스(ICE) 주식종목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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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