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57·58) 초석잠, 호박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관계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호박 ⓒpixabay

초석잠

김창업 작품이다.

甘露子(감로자) 
초석잠

滴滴甘露子(적적감로자)
방울방울 달린 감로자
顆顆看透明(과과간투명)
덩이덩이 속까지 보이네
園丁未曾識(원정미증식)
조물주도 알지 못하고 있으니
道是水晶罌(도시수정앵)
말하자면 수정 호리병이라네
老圃白露後(노포백로후)
백로 뒤에 농사꾼이
斸得暗珠貫(촉득암주관)
땅 파 어두운 구슬 꿰니
旁觀小兒喜(방관소아희)
바라보는 어린 아이 즐겁고
取作掌上玩(취작장상완)
손바닥 안에 넣고 기뻐하네

상기 시에 흥미로운 표현이 등장한다. 園丁未曾識(원정미증식) 즉 ‘조물주도 알지 못하고 있으니’라는 대목이다.


‘원정’은 정원을 맡아 보살피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상기 시에서는 조물주를 비유한 듯 보인다.

또한 시 제목에 등장하는 감로(甘露)는 천하가 태평하면 하늘에서 좋은 징조로 내린다는 단맛이 나는 이슬을 의미하는데 그로부터 이름이 비롯된 감로자가 바로 초석잠(草石蠶)이다. 

초석잠은 ‘잎 위에 이슬이 방울지면 땅에서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露滴(로적, 이슬 방울)으로도 불리며 모습이 누에와 같다고 해서 일명 地蠶(지잠, 땅속의 누에)으로도 불린다.

여하튼 감로자가 조물주도 알지 못할 정도로 신비한 식물이니 필자 역시 최근에야 그 실체를 알게 된다.

그런데 비단 필자만 초석잠에 대해 생소했을까.

그를 위해 <세계일보> 2010년 4월21일자 기사 인용해본다. 

경남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약용자원사업장이 일본과 중국에서 식용작물로 이용되고 있는 초석잠을 도입해 전국 최초로 재배법과 생리활성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일반인에게 제공했다. 


상기 기사를 살피면 초석잠이 우리네 생활에 가까이 다가온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런데 의문사항이 발생한다. 조선 후기 인물인 김창업은 초석잠과 관련 작품까지 남겼고 또한 이규경은 그의 작품인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감로자에 대해 그 이름의 근원(得露結根故名)을 포함해 강원도 영월 등지에서 자라고 있다 기술하고 있는데 그를 일본과 중국에서 도입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바로 실체 규명에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앞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과거에는 그저 가축 사료 정도로 활용되었던 식물들이 현대에 들어 효용가치가 드러나면서 각광 받는 사례들처럼 말이다. 

그런 이유로 감로자는 오랜 기간 세인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어느 순간 그 효용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이름인 초석잠으로 등장한 게 그 요인으로 보인다. 

천하가 태평하면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
수박은 순간적인 맛, 호박은 진득한 맛

호박

새우를 이야기할 때 언급했지만, 새우처럼 호박 역시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새우처럼 부정적으로 말이다.

비근하게 예를 들자면 ‘호박꽃도 꽃이냐’,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느냐’ 등이다.

지금 이런 이야기하면 십중팔구 성희롱이니 뭐니 하여 시빗거리가 되겠지만 필자가 젊은 시절에는 공공연하게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고는 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이를 위해 이익의 ‘한거잡영’ 중 일부 인용한다. 

綿瓞東陵別派多(면질동릉별파다) 
주렁주렁 박과에는 종류가 많지만 
西瓜猶未及南瓜(서과유미급남과)
수박은 오히려 호박에 미치지 못하네
秋來滋味宜先力(추래자미의선력)
가을 되어 맛난 것 먹으려 힘써 가꾸어
豆實型盛種種嘉(두실형성종종가)
그릇에 담으면 여러 맛 기가 막히리

東陵(동릉)은 동릉과로 ‘박’과 전체를 西瓜(서과)는 수박 그리고 南瓜(남과)는 호박을 의미하는데 이익은 호박이 수박보다 훨씬 이롭단다.

그 이유로 가을에 잘 익은 호박을 요리하면 그 맛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라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수박과 호박을 비교해보자. 사실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다.

수박은 날로 호박은 익혀서, 조리해 먹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즉 수박은 순간적인 맛을 지니고 있지만 호박처럼 진득한 맛을 느끼기 힘들다.


이제 이를 여자에 비교해보자.

막상 비교해보자고 했으나 역시 비교될 수 없다.

저속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상적인 남자라면 순간적 쾌감을 안겨주는 여인보다는 진득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여인을 배우자로 삼고자 함은 불문가지다. 

필자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상기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이 생겨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즉 수박 같은 여자들이 호박 같은 여자를 시기해 일부러 그런 말들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 대목서 김창업의 ‘남과 왕정의 농서에 보인다(南瓜 南瓜見王禎農書, 남과 남과견왕정농서)’ 작품 감상해본다.

南瓜色黃綠(남과색황록) 
남과는 황녹색으로 
琥珀俗名是(호박속명시)
속명은 호박이라네
經霜留至春(경상유지춘)
서리 맞고 봄까지 남는데
農書曾見記(농서증견기)
일찍이 농서 기록 보았네

왕정은 중국 원나라의 농학자로 1313년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남·북 중국의 종합적인 농업기술서인 ‘왕정농서’를 펴낸 인물이다.

김창업에 의하면 남과의 속명이 琥珀(호박)이라 했다.

호박은 지질 시대 나무의 진 따위가 땅속에 묻혀 탄소, 수소, 등과 결합하여 굳어진 누런색 광물로 오래전부터 양반 계층이 애용했던 보석의 한 종류다.

그런데 왜 호박을 그리 불렀을까.

혹시 보석처럼 귀한 작물이기에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해본다.

아울러 호박은 그 종류가 다양한 관계로 그 효능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호박씨로 넘어가보자. 

호박이 그렇듯 호박씨와 관련하여도 부정적인 표현들이 사용되고는 한다.

대표적인 예로 ‘뒤에서 혹은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전하는데 그 중 <경향신문>에 실린 글 인용해본다.

호박씨는 납작해서 까먹기 참 번거롭습니다. 까기 귀찮으면 껍질째 씹어 삼키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호박씨 껍질은 소화되지 않고 결국 똥에 섞여 나옵니다. 주전부리 없던 시절, 남몰래 호박씨를 먹자면 껍질 까다 누가 보고 달랠세라 냉큼 통째로 털어 넣겠지요. 그러면 알맹이는 소화되고 까진 껍질들만 뒤, 즉 항문의 다른 말인 뒷구멍으로 나오니 이게 바로 안 먹은 척하고 뒤로(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는 짓이 됩니다.

이 글을 접하자 절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호박씨를 그대로 삼키면 과연 상기 글처럼 알맹이는 소화되고 껍질만 배출되느냐의 문제다.

호박씨를 통째로 먹어보고 또 그를 확인해보지 않아 뭐라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뒤 혹은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말이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하면서 남 몰래 엉큼한 짓을 한다는 의미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이 대목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비약하자면 호박씨 깐다는 말이 호박씨를 먹으면 뇌기능이 향상돼 두뇌회전이 빨라지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이 말 역시 호박씨가 지니고 있는 효능을 시기해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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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