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법과 불법 경계’ 교도소 수발 브로커 정체

“범털, 개털…출소 빼고 다 해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도소 안의 소식은 좀처럼 바깥으로 나오는 법이 없다. 대중매체에서 그리는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담장을 경계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사회. 다른 세상처럼 여겨지는 교도소지만 그 안에도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돈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 ⓒpixabay

우리나라는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에 의거,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2019년 9월 <시사저널>이 ‘포스터데이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0.9%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7명은 ‘법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국민 70%
법 불공정

교도소는 그나마 평등의 원칙이 남아있다고 여길만한 최후의 보루였다. 범죄를 저지르면 누구나 법에 따라 선고된 형량만큼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 교도소 안에서는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재벌·정치인 등 특권층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는 구절이 있다. 교도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다른 재소자보다 더욱 평등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교도소에 수감돼있다가 얼마 전 출소한 A씨는 “교도소에 무슨 평등이 있느냐”며 “(돈)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그 어떤 곳보다도 큰 게 교도소다. 제한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 뚜렷하다”고 말했다. 

현재 뇌혈관 질환으로 고생 중인 A씨는 수감 당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던 자신을 교도관들이 12시간 넘게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수감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에 있을 당시 외부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재소자들은 일반적으로 ‘범털’과 ‘개털’로 나뉜다. 범털은 이른바 교도소 내 금수저, 개털은 흙수저를 뜻한다. 재벌·정치인 등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자리했던 범털들은 교도소에서도 의·식·주 등 모든 부분에서 특혜를 누린다.

2014년 유영철 성인만화 반입
2015년 전후로 크게 늘어났다

죄수복일지라도 잘 다림질된 옷을 입고, 바깥에서 공수해온 음식을 먹으며 독방을 사용하는 식이다. 2015년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범털들을 위한 접견 도우미, 이른바 ‘집사 변호사’의 존재를 보도하면서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집사 변호사는 변호인의 피의자·피고인 접견 횟수에 제한이 없는 점을 이용해 교도소를 수시로 드나들며 의뢰인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범털들은 집사 변호사를 이용해 개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자유를 누렸다.

범털과 개털로 크게 구분됐던 교도소 내 계층은 시간이 흐르면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범털들이 돈뿐만 아니라 권력, 사회적 지위 등에서 개털들과 차이를 보였다면, 개털들 사이의 계층은 철저히 돈으로 나뉘었다.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된 것이다.
 

▲ ‘재무지(제)표 보내줄 종목’으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재소자 편지 일부다.

재소자들은 영치금 범위 내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구매물 리스트’를 보고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물건 값은 영치금에서 나가는 구조다. 영치금은 액수와 관계없이 접수가 가능하지만 재소자가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개인당 300만원으로 한정된다. 

재소자들은 영치금을 이용해 세면도구, 화장품, 옷, 세탁용품, 신발, 과일, 채소, 식료품, 스낵, 음료수 등을 살 수 있다. ‘2021년 구매물품 코드 및 가격표’ 기준으로 고무신 3220원, 폼클렌징 3260원, 항소 이유서 360원, 참기름 2800원, 여름 이불 1만9610원 등의 가격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교도소 안에서는 영치금이 많은 재소자가 ‘왕’이다. 하지만 구매물 리스트 속 물품들로만 형성됐던 교도소 내 시장은 ‘수발업체’라는 특정 업종이 활성화되면서 확장되기 시작했다. 재소자들에게 외부 물품을 전문적으로 공급해주는 업체가 생긴 것이다.

돈에 따라
계층 구분

2014년 2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교도관의 도움을 받아 반입금지 물품인 성인 화보와 소설 등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유영철이 요구한 물품을 교도관에게 공급한 게 바로 수발업체였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던 유영철은 수발업체에 성인 화보와 일본 만화, 성인 소설을 주문하면서 특정 교도관 앞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의사항까지 적었다. 당시 유영철 사건으로 수발업체의 존재도 같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발업체가 언제 처음 생겨났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2014~2015년 사이에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수발업체 관계자 B씨는 “2015년을 전후해 수발업체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수발업체와 재소자는 편지로 소통한다. 재소자가 신문 광고 등을 보고 편지를 보내면 수발업체는 카탈로그 등의 안내문을 보내준다. 안내문에는 수발업체에서 재소자 대신 해줄 수 있는 일과 가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재소자가 그중 요구사항을 편지에 적어 보내면 수발업체가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일종의 심부름센터와 영업방식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교도소는 제한된 공간에 사람은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소문이 빠르다. 수발업체 입장에서는 1~2명의 재소자만 단골(?)로 확보해도 추가 고객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치금 등 재소자가 가진 돈에 따라 계층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돈이 있는 재소자는 범털 부럽지 않은 수감생활이 가능하다. 

B씨는 “출소 빼고 다 된다”고 말했다. 성인 만화책·잡지 등의 서적, 커피·술 등의 외부 식료품이나 담배 같은 반입금지 물품이 수발업체를 통해 교도소로 흘러 들어가는 건 예삿일이라고 덧붙였다. 

펜팔·접견
주식·토토


재소자에게 사람을 소개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펜팔 서비스는 상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재소자는 5~10만원, 일반인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B씨에 따르면 편지는 3회까지 보장돼있고, 그 이후에는 재소자와 상대의 의사에 따라 펜팔을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실제 접견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와달라는 요구도 따라붙는다.
 

▲ ▲▲ 교도소에서 화폐로 통용되는 우표

수발업체는 재소자가 직접 처리할 수 없는 외부에서의 일도 맡는다. 재산을 처분해 달라거나 체포 과정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물건을 없애 달라는 요구도 많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일 경우 합의 문제를 의뢰하기도 한다. 재소자의 가족을 만나 말을 전달하는 일은 수발업체에서 흔하게 처리하는 업무 중 하나다.

주식 투자 및 스포츠 토토 등의 요청도 많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재소자의 편지에서 몇몇 기업의 ‘재무제표’를 요구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소자가 편지로 특정 기업에 얼마를 투자해 달라고 요구하면 수발업체에서 그대로 해주는 식이다. 스포츠 토토 역시 같은 구조로 진행된다. 

최근에 생긴 한 수발업체는 선물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재소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꽃이나 가방 등의 선물을 보낼 수 있다. 해당 수발업체 관계자는 “(재소자들이) 어머니나 아내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결제는 ‘우표’로 이뤄진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안에서 현금이나 수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우표를 통해 거래한다. 이른바 교도소 안의 화폐인 셈이다. 전직 수발업체 관계자 B씨에 따르면 우표는 교도소 안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통용된다.


B씨는 “10명가량이 함께 지내는 방에서 방장 역할을 하는 재소자가 자신의 수발을 들어주는 재소자에게 우표로 용돈을 준다. 소지(사동 도우미)에게도 일종의 팁 형식으로 우표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표가 화폐로 통용
현금 깡 영치금으로

2021년 구매물품 코드 및 가격표에 따르면 재소자는 10원권, 100원권, 380원권, 2480원권, 2980원권, 항공서간(400원) 등의 우표를 살 수 있다. 이 중 수발업체와의 거래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게 2980원권. 교도소 밖에서는 ‘선납등기라벨’이라고 불린다. 지난해 7월 2680원에서 298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재소자는 요구사항과 함께 우표를 동봉해 수발업체로 보낸다. 일부 재소자는 우표로 현금 깡을 해 영치금으로 받기도 한다. 이때 현금 깡 시세는 원가의 약 55~60% 정도로 형성돼있다. 예를 들어 2980원권 100장(약 30만원)으로 현금 깡을 할 경우 약 18만원을 영치금 입금 방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수발업체는 거래를 통해 모은 우표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작업을 거친다. B씨에 따르면 명동에 우표 매입 시장이 형성돼있고, 중고나라 등에서도 선납등기라벨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사례를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우표의 양이 많을수록 수수료는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최소 1000만원 정도 돼야 환전이 가능하다”며 “억대로 넘어가면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수발업체는 2019년 11월 교도소 도서 반입이 제한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교도소 등 교정시설 재소자가 외부로부터 도서를 반입할 때는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시행했다. 그전까지는 재소자가 읽고자 하는 도서를 신청하면 우편을 통해 받거나 가족이나 지인이 교정시설에 넣어주는 차입 방식으로 책을 반입해왔다.

“재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최근 5년간 금지 물품 반입 건수가 194건에 이르고, 수발업체가 부당하게 금지 물품을 보내준 사례로 고발된 건수도 8건이 되는 등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씨는 “당시 도서 제한으로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많은 수발업체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도서 반입
힘겨루기?

하지만 지난해 12월 법무부는 해당 지침을 철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10월27일 인권위는 법무부의 지침을 두고 “수용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시행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 후로 지난해 12월7일부터 재소자 1인당 1일 5권에 한해 도서 반입이 허용됐다. 

도서 반입이 재개되면서도 문을 닫았던 수발업체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B씨는 “당시 수발업체 관계자들이 법무부의 지침이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민원을 인권위에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던 수발업체에서 늘 그랬듯 이번에도 또 다른 길을 찾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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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