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의원님 수상한 가족회사 추적

13년이나…서초구 집에서 무슨 사업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설상미 기자 =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아파트에는 가족회사가 있다. 윤 의원의 두 자녀들은 이곳에서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를 지냈다. 선임 당시 이들의 나이는 만 18세와 만 21세. 다소 어린 나이에 회사 임원으로 선임된 점은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총선에서 윤 의원이 당선되자, 이들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3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일가는 ‘삼우아이앤티’라는 비상장사를 운영한다. 사업 목적은 다양하다. 삼우아이앤티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섬유·의복, 기계·전자·화공·조립금속부터 화장품·건강보조식품, 공해 방지시설·철물·배관공사까지 등재돼있다. 부동산업과 컨설팅업도 취급한다.

제조업
부동산업

언뜻 살펴보면 삼우아이앤티는 제조사다. 그만큼 업종에 걸맞은 시설이 기대된다. 하지만 회사 주소지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왜일까.

삼우아이앤티 본점 주소지는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다. 아파트에서 제조업을 한다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 전문가들은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사업 목적만으로 회사를 바라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사업 목적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이미 관련 사업을 접은 지 오랜데, 이를 수정하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우아이앤티의 사업 목적은 2004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 변경되지 않았다.


한 회계사는 “본사를 아파트에 뒀다는 건, 그곳에서 영위가 가능한 업종이라는 것”이라며 “(제조업이 아닌) 부동산업을 영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세무사는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라면 집주소로 사업자등록을 낼 수 있다”며 “제조업이라면 어렵지만, 컨설팅 업종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우아이앤티 사업 목적에는 부동산업과 컨설팅업이 있다.

종합해보면, 삼우아이앤티는 과거 제조업을 다뤘지만 오늘날은 부동산업이나 컨설팅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의원의 설명은 달랐다. 윤 의원은 “의류 관련 일을 하고 있던 배우자가 경영에 참여하며 의류도소매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 아파트에 비상장 가족법인
20대 초 자녀 사내이사·감사 활동

눈길이 가는 건 삼우아이앤티가 본점으로 두고 있는 아파트의 6주인이다. 이곳은 다름 아닌 윤 의원의 거주지다. 삼우아이앤티는 지난 2008년 이곳에 정착했다. 약 13년 동안 윤 의원 아파트에서 회사를 운영해왔다는 이야기다.

이유는 뭘까. 윤 의원은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주소를 자택으로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구조조정’과 자택으로 주소를 옮긴 ‘2008년’에는 시간 차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우아이앤티는 윤 의원의 장인이 지난 1990년 설립한 법인이다. 회사 운영은 일가에서 도맡았다. 윤 의원도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사직을 지냈다.
 

▲ 삼우아이앤티가 본점으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 ⓒ네이버 지도

눈에 띄는 임원 변동은 지난 2015년 발생했다. 등기임원은 윤 의원의 부인과 장남, 장녀로 압축됐다. 윤 의원 부인은 그해 8월 삼우아이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례적인 임원 인사는 아니었다. 앞서 그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삼우아이앤티 이사와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특이한 점은 장남과 장녀에게서 포착됐다. 이들은 2015년 8월 삼우아이앤티의 사내이사와 감사로 취임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의 나이다. 당시 1997년생인 장남은 만 18세, 1994년생인 장녀는 만 21세였다.

법인 임원직을 맡기에는 어린 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막 성인이 됐을 무렵으로, 뚜렷한 경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들의 선임 과정에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20대 자녀
임원으로

한 세무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가족회사에서는 흔한 사례”라면서도 “세법적 관점을 떠나 사회통념상 만 18세와 만 21세가 등기이사와 감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을 것이라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시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나이에 회사 임원이었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이야기”라며 “따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 의원은 “손자·손녀들에게도 일정 지분을 주겠다는 장인의 유언에 따라 자녀들이 등기 임원으로 선임됐다”고 해명했다. 자격 여부를 떠나 장인의 유언에 따라 지분을 상속받은 자녀들이 임원으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사실상 오너가 부모 쪽이니까 (임원 선임을)부모 찬스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자녀들이 회사 지분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의 부인과 자녀들은 삼우아이앤티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부인 3만4000주(56.7%), 장남 1만4000주(23.3%), 장녀 1만2000주(20%)였다. 하지만 윤 의원이 지난해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후, 윤 의원 일가는 그해 8월3일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주식은 1주당 1만1000원에 거래됐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부인은 3억7400만원을 취득했다. 장남과 장녀에게도 각각 1억5400만원과 1억3200만원이 돌아갔다.

당선 이후
주식 팔아

종합해보면 특별한 경력을 짐작하기 어려운 20대 자녀들이 가족회사 임원으로 들어왔고,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일정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다만 윤 의원은 “(삼우아이앤티의) 기업 가치도 크지 않고, 의류 도소매업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이르러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며 “현재 회사는 업종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자녀들이 회사 임원으로 재직했던 만큼, 이들에게 보수가 지급됐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한 세무사는 “법인에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급여를 주고 비용 처리를 했다면 조세회피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 역시 “임원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자녀들인 만큼, 명의만 대여하고 허위로 임금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번번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자녀들이 보수를) 전혀 지급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가족들이 어디에 주식을 매각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윤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지분이 모두 정리된 만큼, 삼우아이앤티의 실질적 주인은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우아이앤티를 윤 의원의 가족회사로 볼만한 여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일했나? 임금도 지급?
현재 부인·장녀가…주소 그대로


사내이사를 맡았던 장남은 3년의 임기를 채우고 2018년 퇴임했다. 그는 삼우이앤티에서 더 이상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다. 장녀 역시 같은 기간 동안 감사를 지냈지만, 2019년부터 현재까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윤 의원의 부인 역시 현재 삼우아이앤티 대표이사다. 회사 주소지는 윤 의원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그대로다.

윤 의원은 “상속, 지분매각, 지분가치 산정 및 세금 등은 회계세무사무소를 통해 문제없이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업종전환 절차를 밟고 있는 삼우아이앤티는 꽤 매력적인 회사로 평가된다. 특히 부동산업으로 전환될 시 그렇다.

한 회계사는 “서울 시내에 소재하면서 20년 업력을 갖고 있는 회사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설립된 지 5년이 넘은 법인은 부동산 취득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5년 이내 설립된 법인은 취득세가 중과돼 사실상 부동산 취득이 불가능하다.

삼우아이앤티는 비상장사다. 구체적 실적을 살펴보기 어렵다.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삼우아이앤티는 자본총계 -10억원에 매출은 없었다.

정리해도
가족회사?

회계사는 삼우아이앤티의 결손금 10억원에 대해 “앞으로 10억원까지 이익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며 “예를 들어 건물을 한 채 사고, 임대료를 받더라도 10억원이 넘기 전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출이 없고 결손금이 있지만 (1주당 1만1000원에) 주식이 거래됐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산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자세한 분석은 재무제표를 따져봐야 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