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경찰 출신’ 황운하, 경찰개혁을 말하다

“검 눈치 보는 경, 미성년자로 살아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경찰대 1기 출신의 ‘경찰통’이다. 현역 시절, 수사권 독립론자로 꼽히면서 ‘검찰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통과된 경찰개혁안에 대한 황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새해가 되면서 권력기관 개혁의 막이 올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하고, 수사팀 구성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한해서만 수사한다. 더 나아가 여당은 올해 내에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을 제3의 수사기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수사권을 완전히 떼내어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힘을 과도하게 빼면, 경찰권이 비대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으로 사건들이 그대로 ‘암장’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게다가 ‘정인이 사건’ ‘이용구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등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 사건들도 연이어 터졌다. 아래는 황 의원과의 일문일답.

-경찰 출신이다. 국회에 입성한 이유는.

▲1999년부터 검찰개혁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거대 기득권인 검찰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 조직 내 상사들과도 많이 싸웠다. 징계, 좌천, 감봉 등을 많이 겪다보니 “공직서 성공하기 어려우니 선거에 나가라”는 권유를 받았다. 경찰이나 시민단체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국회의원 한 명이 입법안을 발의하는 것만 못하다. 하나의 입법기관이 됨으로써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경찰 내부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나.

▲수사 결론을 두고 검찰이 시비를 걸까봐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서 제대로 된 수사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도 많다. 수사 제도의 문제도 있겠지만, 경찰 소신껏 수사하는 모습이 약하다. 결정 권한이 없는 미성년자로 오래 살아왔다. 미성년자의 좋은 점은 내가 결정을 못 해서 억울할 때도 있지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부모(검찰)한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태도 때문에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그럴수록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독립성을 되찾으면 수사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기를 수 있다.

-검찰에게 남은 6대 범죄 수사권 분리를 주장했다.

▲경찰로 수사개시권이 넘어간 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건은 6대 범죄에 국한됐다. 그렇게 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연간 총 5만여건에서 8000여건 정도가 된다. 사실 굉장히 많은 수치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을 검찰이 다 맡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검찰권의 분산이므로, 6대 범죄 직접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완전히 분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그렇다면 경찰이 6대 범죄 수사권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경찰이 아닌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제3의 기관을 만들어서 이관할 예정이다. 경찰권 비대화에 대해 우려할 건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공룡 경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하지만 징계 요구권 등 경찰 수사를 검찰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나뉘어지고, 국수분(국가수사본부)이 설치됐다.

대한민국 절대 권력 ‘검찰공화국’
키는 수사권조정 “ 검서 모두 뺏어야”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종결권 확보로 여러 사건들이 ‘암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들이 이의신청하면 검찰로 송치할 수 있어 종결권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경찰 내부서 이를 막기 위해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 경찰 사건 심사 시민위원회로 이어지는 3중 심사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사건이 암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지만, 외국에선 대부분 경찰들이 사건을 끝낸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가·수사·자치경찰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수본은 수사경찰 사무를 총괄 관리하는 기구다. 수사경찰의 전문성, 수사업무의 독립성, 중립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곳이다.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은 자치경찰의 영역으로 분리해냈다. 시도 단위로 자치경찰제 업무를 쪼개는 등 기능적으로 독립적인 운영도 가능하다. 한 경찰관서에 국가경찰, 자치 경찰, 수사 경찰이 있는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비유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특유한 형태다.

-시행된 제도가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갑작스런 제도에 대한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금의 자치 경찰제를 찾았다. 국가경찰과 자치 경찰의 업무 중복, 자치 경찰과 수사경찰과의 업무 중복 등으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범운영을 하면서 가닥을 잡은 뒤 제도적 보완을 할 예정이다. 6개월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이 있었다. 경찰의 대처가 논란이 됐는데.

▲경찰이 정인이를 양부모로부터 분리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도 크다. 일례로 한 경찰관이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시킨 적이 있었다. 그 후 경찰관은 부모로부터 ‘직권남용’으로 고소당해 형사재판을 받았고, 직위해제됐다.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한 경찰관이 면책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처리를 두고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이 사건은 수사 중이다. 담당 경찰관의 의도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수 있다. 이 차관은 폭행 당시 변호사였다. 음주 상태에서 손님을 폭행하는 사건은 굉장히 많다. 대부분의 사건은 서로 합의된 후에 종결된다. 차관이 되면서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개혁은 어떻게 보고 있나.

▲검찰개혁의 1단계로 볼 수 있는 공수처 설치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공소기관으로 탄생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데 굉장히 비정상적 제도다. 이 때문에 검찰 스스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거대한 괴물이 됐다.

-검·경 개혁에서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검찰발’ 뉴스로 매일이 시끄럽다. 이용구 차관 사건도 뭐가 그리 대단한가. 검경 이슈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검찰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건 헛소리다. 말로 그렇게 해서 뭐가 바뀌는가.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바꿀 수가 없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개혁을 매듭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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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