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선거판 바꿀 정의당 성추행 파문 막전막후

하늘이 돕는 민주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정의당은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재보궐선거 ‘완주’ 의사를 밝혀왔던 정의당은 현재 ‘무공천’을 고심 중이다. 여권 내에서는 정의당 표를 대거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재보궐선거의 책임이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 정의당이 최근 성추행 논란으로 대형 악재에 휘말린 모양새인 가운데 강은미 원내대표와 심상전 전 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있다. ⓒ고성준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의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정의당은 사건 발생 이후 재보궐선거운동을 중지하고,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위)를 설치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시장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패닉…
분당 조짐

사건은 지난달 15일 저녁, 김 대표가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해 식사 자리를 가졌던 게 발단이었다.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자리가 끝난 후 차량을 기다리던 중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

장 의원은 깊은 고심을 거쳐 사건 발생 3일 뒤 해당 사건을 당에 알렸다. 정의당은 여러 차례 김 대표와 장 의원의 면담을 거쳐 조사를 진행했고,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해자인 김 대표도 모든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김 대표는 “차량 대기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했다”며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당의 대표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종철발 대형 악재…공중분해로?
비판 쏟아내는 정치권 ‘내로남불’

정의당은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김 대표에 대한 형사상 고소는 피해자인 장 의원의 의견에 따라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정의당 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직위해제된 당 대표의 공석을 채우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총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늦어도 3월 초까지는 새 당 대표를 선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고개 숙이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박성원 기자

정의당은 서울과 부산에 각각 단일후보를 내고 후보 공천을 확정한 상태였다. 서울시장엔 권수정 서울시의원, 부산시장엔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이 나섰다. 정의당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범여권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독자후보를 낼 것을 강조해왔다.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벗고, 여권 내 차별화된 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상승세 민
호재로 작용?

하지만 최근 정의당은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 ‘무공천’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무공천으로 성비위 사건을 둘러싼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 제기되면서다. 지금까지 재보궐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향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온 만큼, 정의당 역시 후보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복주 부대표는 CBS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젠더폭력이라는 상황 때문에 (단체장이)궐위된 두 지역의 선거고, 저희 당이 그 선거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공천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이 ‘발전적 해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공당의 당 대표가 성비위로 사퇴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정의당은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창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이는 지지율에도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5~27일 사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1월 4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에서 정의당은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태로 지지율이 4%대로 내려앉았다. 당이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한 같은 달 26일엔 3.4%까지 폭락했다.
 

▲ 김종철 정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반면 민주당은 서울에서 6주 만에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섰다. 민주당은 지난주에 비해 5.8%포인트 오른 32.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6.6% 떨어진 28.5%였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우상호 의원과의 2파전이 확정돼 주목도가 상승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계산 분주

다만 정의당이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 점에서 거대 양당과는 차별화의 모습을 보였다는 호평도 나온다. 민주당은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내부 비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여성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민주당 인사들이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로 2차 가해를 행한 점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을 향한 여권의 맹비난은 국민들이 더욱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범여권을 거세게 비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인권과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왔던 정의당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을 향해서는 “사과와 태도에 관한 한 정의당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가기 바란다. 자기편 감싸기, 남의 눈 티끌 찾아내기 경쟁을 멈추고 이번 사건을 정치권 대각성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 역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는 범여권 성추문을 국민의힘의 호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은 “민주당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고, 정의당마저 정의와 멀어지는 모습에 국민의 마음은 더욱 쓰라릴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 없는 정의당 무공천?
갈 곳 잃은 표심 민 선점?

그러면서도 정의당을 향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점에서다. 잊힐만 하면 터지는 정치권 내 성추문으로 ‘여권 심판론’이 부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 성추문이 터지면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등 여권 인사 등이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소속 인사들의 성추문으로 국민의힘은 과거 ‘성누리당’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병욱 의원이 스캔들에 휩싸여 탈당했다. 또 당 지도부는 성 범죄에 연루된 정진경 변호사를 추천한 점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 사건은 선거판에서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까.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 내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성추문 이슈가 커질수록 여성인 박 장관의 강점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정의당의 무공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래 정의당은 재보궐선거에서 5% 정도 득표율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정의당이 무공천을 선택하면, 이 표의 상당수가 민주당으로 갈 수 있다.

정의당 표
어디로 가나

현재 보수진영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줄다리기로 묘한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3월에 예정된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실패할 시 야권 필패는 불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당이 무공천으로 결론낼 시, 민주당은 사실상 범여권 단일화에 성공한 셈이다. 그렇게 되면 아직 단일화에 지지부진한 야권을 상대로 여권은 더 치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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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