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보증권-두산중공업, 바로세움3차 수상한 밀월 내막

페이퍼컴퍼니 밀어주고 끌어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에 위치한 수천억원대 빌딩의 소유권을 둘러싼 공방전이 전환점을 맞았다. 끝난 줄 알았던 소유권 분쟁은 재심 가능성과 함께 전혀 다른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참에 건물의 주인이 된 페이퍼컴퍼니와, 자금을 빌려준 증권사와의 협력 관계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 에이프로스퀘어 ⓒ카카오맵

바로세움3차(현 에이프로스퀘어)는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2011년 1월 완공된 지상 15층 건물이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과 교보타워를 낀 강남대로 한복판의 노른자 빌딩으로 꼽힌다. 2008년 프로젝트가 가동될 때만 해도 순조로운 분위기였다.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은 PF 대출 보증을 섰고, 이를 토대로 시행사인 시선RDI는 1200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바로세움3차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저조한 분양으로 인해 준공을 앞두고 휘청거렸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기업 어음 상환 불이행을 이유로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했고, 곧바로 바로세움3차를 공매처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산중공업은 채무인수 직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더케이’를 통해 PF 상환용 자금 137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얼마 후 바로세움3차는 두산중공업에 고민거리를 안겼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금융비용이 문제였다. 

시선RDI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시기에 1200억원 수준이었던 대출 규모는, 두산중공업이 시선RDI 채무의 대위변제에 나선 2011년 5월31일 기준 137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대출 규모는 확대됐고, 이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두산중공업의 몫이었다.


▲2011년 10월7일 1390억원 ▲2012년 1월10일 1410억원 ▲2012년 4월13일 1450억원 ▲2012년 10월12일 1520억원 ▲2013년 10월14일 1590억원 등 두산중공업의 채무보증액은 리파이낸싱이 이뤄질 때마다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눈여겨볼 부분은 더케이가 바로세움3차의 주인으로 등극한 이후 발생한 내부 파열음이다. 더케이와 교보증권 사이에 오고간 ‘법률의견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2013년 9월4일자로 작성된 법률의견서는 더케이 측(법무법인 광장)이 바로세움3차 관련 소송 및 신탁수익권 권리관계를 정리해 교보증권에 보낸 문건이다.

수신에 앞서 교보증권은 ▲1순위 우선수익권의 귀속주체 및 더케이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우선수익권자에 대한 근질권자의 지위 ▲우선수익자 변경등기 관련 ▲사업계획승인의 승계 및 취소 문제 ▲본건 임대차계약의 효력 ▲승계 및 명도 문제 등 바로세움3차 관련 현안에 대해 우려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회생절차에 대한 언급이다. 더케이 측은 법률의견서에서 더케이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1순위 수익권자에 대한 근질권자의 지위 변동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교보증권은 더케이 회생절차가 바로세움3차 소유권에 영향을 줄 경우, 궁극적으로 대출금 상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추측된다.

더케이의 기존 임원들이 교보증권의 의도와 다른 행보를 드러냈음을 추측케 할 단서도 엿보인다.

법률의견서에는 “주주와 임원을 해당 대주단이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로 교체한다면 본건 리파이낸싱 이후 더케이가 해당 대주단이 예상하지 못한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혀 있다.


곳곳서 발생한 내부 파열음
이례적 재심 여부 ‘발등에 불’

실제로 기존 더케이의 이모 사내이사와 조모 감사는 법률의견서가 작성된 지 20일 후인 9월23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들이 사임한 날 양모 사내이사와 서모 감사가 새롭게 부임했고, 이후 교보증권은 바로세움3차가 매각될 때까지 대주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해당문서는 교보증권이 신규대출에 앞서 바로세움3차 주변에 산재한 위험요인을 가볍게 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무렵 시선RDI는 바로세움3차 소유권을 놓고 더케이·한국자산신탁(한자신)과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공매등처분절차진행금지가처분(피신청인 한자신)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피신청인 한자신) ▲우선수익자지위부존재확인(피신청인 더케이) ▲신탁재산처분금지(피신청인 한자신) 등 시선RDI가 제기한 소송만 4건이었다. 이 가운데 우선수익자지위부존재확인과 신탁재산처분금지 소송은 의견서 작성 시점에서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더케이와 두산중공업은 더딘 바로세움3차 매각 작업으로 인해 리파이낸싱에 급급했고, 교보증권은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야 했다. 양 측이 의견서를 주고받기 석 달 전인 2013년 6월27일 더케이는 유동화법인 ‘케이원바로세움제일차’를 통해 720억원대 전자단기사채(ABSTB)를 차환 발행했다. 자금 조달은 기존 발행된 ABCP(1510억원)의 일부를 상환하기 위함이었다. ABSTB의 만기일은 2013년 9월26일이었고, 발행주관과 업무수탁은 교보증권이 담당했다.
 

▲ ▲ 법률 의견서

또 하나의 주목할 부분은, 이 무렵 교보증권은 바로세움3차의 1순위 수익권자가 시선RID의 자회사인 ‘시선바로세움’임을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두산중공업의 대위변제를 통해 ‘당연취득’한 1순위 우선수익권을 넘겨받았다고 설명하는 더케이의 입장과 달리, 교보증권은 법률적 측면에서 향후 소유권 행사에 제약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서류상에서 시선바로세움의 1순위 우선수익권자 지위는 2014년 2월까지 이어진다.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가 바로세움3차 인수 대금 1680억원을 납부한 시기(2013년 12월24일) 이후에도 1순위 수익권자 지위가 유효됐던 셈이다.

더케이가 시선바로세움으로부터 1순위 수익권자 지위를 넘겨받지 못했던 사실은 교보증권을 비롯한 대주단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대출의 적법성에 대한 상반된 해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교보증권이 실행한 대출의 적법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 통상적인 기업어음유동화는 1순위 수익권자의 대출채권을 토대로 ABCP 발행이 이뤄진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더케이가 1순위 수익권자가 아니었음에도 2년여에 걸쳐 대출을 실행한 상태였다.

긴밀한 관계

공교롭게도 교보증권의 우려는 최근 현실로 되돌아온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는 바로세움3차 ‘우선수익자지위 부존재확인’ 사건을 다루는 재심에 대한 변론기일을 오는 3월17일로 정하고, 시선RDI와 더케이에 통보한 상황이다. 만약 재심이 확정되면, 건물의 소유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경우 교보증권이 실행한 대출의 적법성이 화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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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