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한국케미호 사태 ‘이란통’ 윤석헌에 묻다

“특사보단 밀사가 필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케미호를 둘러싼 한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한국과 이란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이 존재한다. 한국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요시사>가 윤석헌 전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현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을 만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물었다.
 

▲ ▲ 일요시사 기자와 대담 나누는 윤석헌 전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현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 ⓒ고성준 기자

지난 4일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유주는 부산 소재의 ‘디엠쉽핑’으로, 선박에는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20명이 승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포 당일 한국케미호가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해양오염?
동결자금?

디엠쉽핑은 한국케미호의 해양오염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란 측 역시 현재까지 해양오염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케미호의 나포 배경으로 한국에서 출금이 묶인 동결자금 문제가 거론됐다. 한국 내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로 멜라트 은행의 지불준비금까지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를 통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려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이 동결자금을 해제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동결자금을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런 약속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고,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동결자금과 한국케미호 나포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다. 한국 대표단은 이란 최고 지도자의 외교 고문인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등 이란 고위 관계자를 면담했지만, 해결에는 실패했다.

당시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케미호, 나포라고 볼 수 없어
이란과 미국 사이에 낀 한국 정부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한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은 현재 양국의 갈등이 이란의 ‘섭섭함’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친구의 나라’라고 생각한 한국이 미국 제재에 있어 다른 국가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정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 발표와는 달리 한국케미호는 나포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해상에 있던 우리 선박은 저항 없이 자진해서 이동했고, 이란 해역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이란 정부의 무력 대응은 없었습니다. 또 선박 소유주인 디엠쉽핑 이천희 이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케미호가)영해에 자발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나포라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 한국케미호

-한국케미호의 나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포라고 하면 국제법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민간상선을 다른 국가의 군이 끌고 갔다면 제네바 협정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한국과 이란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확히 해석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나포가 아니라고 정의를 해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선사에서 직접 ‘우리는 나포된 게 아닙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 말이 가장 정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핵심은 이란의 서운함입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친서가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또 2019년 11월에도 유정현 주이란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이란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라는 담 뒤에 숨기 급급했습니다. ‘미국 제재 때문인데 우리도 어쩔 수가 없잖아?’ 이런 논리가 이란 입장에서는 친구의 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란이 정부에 갖고 있는 섭섭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현재 주한이란대사관의 공식 계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란 정부의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란에 제재를 가한 장본인 미국도 비엔나 협약에 따라 뉴욕과 UN주재 이란 대사관에는 모두 미국 은행 계좌가 개설돼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의 핑계를 대면서 계속 계좌 개설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남대문 시장에 가서 환전을 할 때마다 한국 정부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 

초기대응
매뉴얼대로

-미국의 제재로 묶여 있는 이란의 동결자금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지금 한국에 있는 동결자금에 대해 이란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많을 것입니다. 동결돼있는 자금은 비자금도, 정치자금도 아닌 석유수출대금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석유수입을 금지한 미국이 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예외조항을 인정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동의한 정상적인 석유수출대금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동결한 것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 초기 청해부대를 급파했습니다. 

▲청해부대의 업무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해적으로부터 한국 국민과 상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 것이지 다른 정치적 목적이나 군사적 의도는 없었습니다. 실제 청해부대는 현지에 파견된 이후 한 번도 다른 나라 군과 교전한 적이 없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귀국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협상을 위해 외교부 고위급 인사가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전에 아무런 합의 없이, 회담의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방문하면서 결과 없이 빈손으로 왔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현재 상황에서 방문 성과가 없다고 마냥 잘못된 방문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외교적 프로토콜에 따라서 책임부서의 장 방문 등 매뉴얼대로 움직인 것입니다.
 

▲ ▲▲ 이란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가 속한 호르무즈간(Hormozgan) 주의 주지사 자데리(Jasem Jaderi, 사진 왼쪽 뒤에서 두 번째)와 이란 국가안보위 실력자 애슈리(Ashouri Taziani, 왼쪽 뒤에서 세 번째), 윤석헌 전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앞줄 오른쪽)

-한국케미호의 억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의 공무원들은 힘든 일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마치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국 정부의 끊임없는 미국 핑계에 이란 정부는 그동안 친구로서 믿고 있던 것에 대한 배신감으로 분노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의 태도에 따라 사태 해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정부 태도에
장기화 달려

-선원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요.


▲선원들의 안전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란과 한국의 국가 간 우호상태나 외교관계를 보면 현재 감정이 좋지 않을 뿐 적대관계는 아닙니다. 다만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이란 상황은 어떤가요.

▲이란은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이후 40년 동안 제재를 당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역대 어떤 정권보다도 더 강력한 제재를 당했기 때문에 지금 현재 경제상황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사실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 같은 사람을 미국에서 지지해 줬어야 이란이 개방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을 텐데 그런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란은 미국에 대한 불신이 많습니다. 
 

▲ ▲이란 국가안보위 실력자 애슈리(Ashouri Taziani, 사진 가운데)와 윤석헌 전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종교지도자인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의 사병입니다. 이란에는 정규군이 있지만 그 위에 혁명수비대라는 약 20만명의 사병이 존재합니다. 이란에서 종교지도자 하메네이는 인간이 아닌 신의 대변자입니다. 로하니 대통령도 혁명수비대에는 명령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협상을 해도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겁니다. 

-지난 20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영향이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강하게 제재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을 통한 다자간 외교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오바마정부 때 바이든 대통령이 그 당시 부통령으로서 이란과 핵협상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 자신이 의회주의자고 국가 간 다자주의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많은 국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친구의 나라 섭섭함 때문”
진심 어린 태도만이 해법

-정부가 대 이란 외교에서 이 사건을 푸는 해법이 있다면. 

▲우선 한국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외교도, 사업도, 인간관계도, 그 어떠한 경우가 생기더라도 설령 멱살잡이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너무 계산에 치우치면 안 됩니다. 싸우는 한이 있어도, 밤새도록 싸워도…. 지금의 해법은 이기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해하기 위해 진심으로 싸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과거 외교 사례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한국 정부는 한국이 중국과 수교할 때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1992년 수교 전날인 8월23일 당시 맹방이던 대만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8월24일 중국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이후 대만과의 모든 거래가 단절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많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우리와는 반대로 중국은 북한을 끊임없이 설득했습니다. 당시 강택민 국가 주석이 김일성 주석을 만나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하는 등 한국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외교 스탠스를 보여줬습니다.
 

▲ ▲이란 적신월사(IRCS) 구호단체 수장 살리미(Morteza Salimi)와 케르만샤 지진 구호품 전달식, 적신월사 테헤란 본부

-정부가 대통령 특사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사 파견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정권 초기에 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찬 전 총리를 중국에 특사로 파견했지만 홀대만 받았습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어떤 속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겠습니까?

외교는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특히 이번 같은 경우에는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개인적 친분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공개적인 특사보다는 모든 섭섭함을 서로 다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친밀한 인사의 밀사 방문이 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일 해결되면
더 친해질 것

-이란인들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란 사람들은 가족을 중시하고 우리 한국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어른을 공경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신라 때부터 교류해 신라의 허황후가 후에 페르시아 제국을 다시 세우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이란의 역사서에 나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는 오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이번 사건 뒤에 좋은 결과가 이어져 양국의 관계가 더욱 발전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헌 회장은? 국내외 손꼽히는 ‘이란통’

윤석헌 전 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은 국내외에서 중동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이란, 이라크에 많은 인맥이 있다.

1990년부터 30여년 간 중동지역 인사들과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아왔다. 

2018년 30억 상당 구호품 전해

윤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17일 한·이란상공회의소를 통해 2017년 11월 강도 7.3의 지진 피해를 겪은 이란 케르만샤주 지역에 민간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구호품을 전달했다.

30억원 상당의 구호품이 도착한 항구는 반다르아바스.

현재 한국케미호가 억류돼 있는 곳이다. 

윤 회장은 “일반적으로 구호물품은 재고품으로 구성되는데, 이란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과 응원을 담아 모두 신제품으로 마련했다”며 “당시 구호물품을 직접 받은 이란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고마워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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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