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5개 브랜드, 창업현장을 가다

‘한 지붕 두 가족’ 매출도 쑥쑥

한 점포에서 두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취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점포, 복합점포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점포의 가동률을 높여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중견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하이브리드 점포 및 복합점포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가맹점주가 여러 아이템을 무리 없이 잘 다룰 수 있도록 기술 숙련도를 높였다. 같은 회사의 여러 브랜드를 창업해 ‘서민부자’의 대열에 들어서는 신규 창업자들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외식전문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인 훌랄라 그룹의 5개 브랜드 ‘훌랄라참숯바베큐’ ‘홍춘천치즈닭갈비’ ‘천하제일족발’ ‘인앤피자’ ‘홍대마녀’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덕환 사장과 부인 윤창미 사장은 하이브리드 창업, 다 브랜드 창업으로 성공한 서민부자다. 한 건물에 매장 세 개를 얻어, 5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운영 효율화와 업종 간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너지

부부는 2005년에 처음으로 국내 유명 배달전문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창업했다. 경기남부 140여개 매장 중 거의 꼴찌를 하는 점포를 인수해 3년 만에 2등까지 실적을 끌어올리는 영업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내는 주방에서 일하고, 남편은 직접 배달하면서 올린 실적이었다. 

그 후 부부는 배달 영업뿐 아니라 홀 영업도 가능한 업종을 찾다가 2014년에 훌랄라참숯바베큐와 천하제일족발을 선택했다. 부부는 “장사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한 점포에서 두 개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들에게 치킨과 족발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배달과 홀 영업 모두 잘 되고 있다. 두 브랜드를 번갈아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단골고객이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훌랄라참숯바베큐는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숯불바베큐 시장의 선두 주자이다. 맛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0% 국내산 신선육을 쓰며, 자체 개발한 명품 소스와 최고급 식재료로 건강한 맛을 낸다. 맛있는 참숯불바베큐로 국민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 온 국민치킨이다. 특히 훌랄라의 특제 소스는 말 그대로 ‘명품 소스‘의 반열에 올라, 전국적으로 훌랄라참숯바베큐치킨의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을 정도이다.


한 점포 두 가지 이상 아이템 취급
‘하이브리드’ 복합점포 창업 증가

천하제일족발 역시 퀄리티와 맛, 합리적 가격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메뉴로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일단 한번 맛본 고객은 대부분 다시 찾는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신선한 족발을 엄선해 한약재, 채소, 과일로 만든 비법 육수와 전통 방식의 특제 소스로 매일 삶아낸다. 족발의 야들야들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인기 요인이다. 

2년 후 부부는 욕심을 내 바로 옆 점포 하나를 더 얻었다. 훌랄라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자매 브랜드인 피자전문점 인앤피자와 떡볶이 전문점 홍대마녀를 창업했다. 낮 시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함으로써 수익성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이왕 장사를 시작한 것이니 좀 더 젊을 때 고생한다는 마음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그 후 수익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브랜드가 4개가 되니 직원들도 5명으로 늘어났다.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면서 재미있게 점포를 꾸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의 습격을 받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달은 늘었지만 홀 손님은 크게 줄어들었다. 연간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고민했다. 일단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직원부터 줄여야 했다. 하지만 부부의 선택은 의외로 추가 투자였다. 남편 이 사장은 “오랫동안 함께한 직원을 내보내기도 싫었고, 양지에서는 장사 잘 된다고 소문난 곳인데 자존심상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라며, “매출 하락으로 남는 직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새로운 업종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최근 인기 있는 홍춘천치즈닭갈비를 선택했다. 저녁뿐 아니라 낮에도 매출을 많이 올리는 업종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훌랄라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 '인앤피자' 메뉴

홍춘천치즈닭갈비는 젊은층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치즈를 이용해 뉴트로 콘셉트를 완성했다. 최고급 천연치즈인 고다치즈와 모차렐라치즈를 100% 사용해 홍춘천만의 치즈를 만들었다. 신선한 원육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차별화된 맛을 지닌 ‘홍춘천 소스’는 청양고추, 마늘, 생강 등 15가지 천연 재료를 홍춘천만의 비법으로 섞어 만든다. 이때 매운맛을 4단계(아주매운맛,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로 나눠 고객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메뉴 역시 독창적이다. 해물을 튀겨서 닭갈비와 치즈를 곁들여 먹는 ‘오징어치즈닭갈비’ ‘문어치즈닭갈비’ ‘새우치즈닭갈비’ 등이 맛과 비주얼로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국물닭갈비’와 ‘통닭발국물닭갈비’는 겨울철을 대비한 메뉴인데, 식사와 술안주 겸용으로 인기가 높다. 부부는 “본사에서 마라 닭갈비, 대창 닭갈비 등 신메뉴도 수시로 출시하고 있다. 닭갈비를 다 먹은 후에는 볶음밥이나 치즈볶음밥, 날치알볶음밥을 선택해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 일반 공깃밥을 추가해도 돼 고객 만족도가 높다. 점심 매출도 꽤 높은 편”이라고 고객 반응을 전했다.

부부는 오전 11시30분경에 출근한다. 낮에는 부부만 장사를 하고, 직원들 5명은 저녁에 출근해서 함께 밤 1시까지 근무한다. 한 건물 세 개 점포에서 5개 브랜드를 하다 보니, 고객은 선택의 폭이 넓다. 양지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으로 소문나 있다. 부부는 “한 가정에서 가족 행사 때가 되면 10만원 이상 주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다 업종 운영의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장점은?

코로나19 이후 배달주문이 증가해 현재 홀 매출과 배달 매출이 반반씩 균형적으로 올라와 매출도 안정적인 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장사를 재미있게 하려는 긍정적인 마인드, 본사와 호흡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문성 있는 업종의 복합점포 전략이 이 부부의 성공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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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