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BTJ 열방센터 수장 최바울 인터콥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8 11:53:14
  • 호수 1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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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모론 설교하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미등록 종교시설인 국제기도원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것. 대면 예배 논란을 빚은 BTJ 열방센터의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가 ‘백신 음모론’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BTJ열방센터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 ⓒ유튜브

코로나19 집단발병이 확인된 경북 상주시 BTJ 열방센터 관련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열방센터 측이 제출한 출입명부에 등록된 방문자는 2996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당국이 역학조사로 확인한 17명을 포함하면 총 3013명이 된다. 이는 직전에 파악한 2837명보다 176명 늘어난 수치다. 

젊은층
집중 공략

당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연락처를 비교하며 계속 확인 작업을 하고있는 만큼,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BTJ열방센터는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터콥을 이끄는 최바울 대표가 조명되고 있다. 최 대표의 선교 방식은 보수 개신교계조차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로 과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2012년 문을 연 상주 BTJ 열방센터와 서울 용산구 효창동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KUIS) 등에서 세대주의·시한부 종말론과 배타적 선교관을 주입하는 선교사를 집중 양성해왔다. 특히 신천지처럼 젊은층을 공략해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인력 양산에 온 신경을 다 썼다.


그는 지난 2004년 3000명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행진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2006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 대행진을 개최하려다 현지에서 강제 추방됐다.

이듬해엔 인터콥이 주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 샘물교회 신자 23명이 납치됐다가 일부가 피살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선교사들마저도 최 대표의 공격적인 사역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지인은 물론 현지 문화와 접맥을 시도하며 오랜 세월 공 들여온 기존 선교사들의 사역을 무시하고 ‘땅 밟기’ 형식의 선교 행사를 진행하며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기존 선교사들의 비자 발급이 더욱 어려워지자, 선교를 총지휘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조차 2011년부터 2년 동안 신학지도위원회를 꾸려 인터콥의 선교 방식을 지도하기도 했다.

기존 선교사들과 마찰 빚어
강압적 선교방식 우려 낳아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2011년 3월 사과문을 발표하며 “인터콥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해 존경하는 교계 지도자와 신학자들로부터 지도와 재교육을 받아 건강한 선교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콥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은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콥은 2014년 인도의 불교사원에 들어가 찬양하며 기도를 해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2017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한 중국인 선교사들의 소속 단체도 인터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2018년 다시 신학지도위원회를 구성해 인터콥에 대한 신학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2년간 인터콥의 회원권을 정지했다.


한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도 인터콥 선교회의 선교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인터콥 선교회와의 교류 자체를 금지했고,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과 성결교단은 총회에서 인터콥을 예의 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최 대표를 살려준 것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을 지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였다. 한기총을 대체해 개신교 중도·보수 연합단체로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은 뒤 주요 교단이 탈퇴하면서 한기총이 위기에 몰렸다. 이후 한기총이 인터콥을 회원 교단으로 받아주면서 공생관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 폐쇄명령 조치가 떨어진 상주 BTJ열방센터

한기총 내 원칙에 따라 최 대표도 한기총 공동대표가 됐다. 

그가 지난해 강연에서 한 말은 논란이 됐다. 최 대표는 강연에서 “2015년 3월 빌게이츠와 그 재단이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발표했어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건 핵폭탄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다. (백신으로)DNA를 바꿔서 절대 복종, 공포 없고, 두려움도 없고…. 이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뭐가 돼? 그들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광명의 한 교회에서 ‘사람의 미혹’이라는 주제로 설교할 때 빌 게이츠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술 부자들이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육과 사회 체계를 변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맞으면
노예 된다”

그는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교육 시스템과 콘텐츠 내용을 기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인간의 미래이고 세계에 낙원을 가져오며, 기술이 기독교 신앙을 소멸한다는 것이다. 여호와 신을 퇴출하고 우리가 왕이라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려다 실패한 ‘바벨탑’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세계 기술 회사들이 세계 통합을 시도한다면서 “극히 종말적이고 적그리스도적인, 하나님에 대한 저항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테크노 자이언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8월 서천 한 교회에서 ‘시대의 표적을 분별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같은 내용을 또 전파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역을 칭찬하는 등, 세계가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띄운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빌 게이츠의 꼬붕(부하)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이 (방역을)제일 잘한다면서 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백신과 달리, 빌 게이츠 얘네가 투자해서 만든 건 DNA 백신이다. 그걸 맞으면 DNA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 절대 복종하는 노예로 만든다. 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도 다 없어져 버린다. DNA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빌 게이츠가 엄청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고)고집을 부린다. 루시퍼 신, 태양신 루시퍼가 이집트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노예로 삼았다. 모세가 해방시켜서 끝났지만, 그들의 목적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독교 선교단체인 BTJ 열방센터의 역학조사 방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주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보건당국의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불법행위를 지시·주도한 자도 명확히 밝혀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BTJ열방센터 관계자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BTJ 열방센터 방문자 중 일부가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방문 사실을 부인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역학조사
방해 의혹

국수본은 “보건당국의 연락이 닿지 않은 BTJ열방센터 방문자에 대해 전국 경찰 관서 신속대응팀(총 8602명)을 투입해 철저하게 소재 확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BTJ열방센터가)역학조사 방해, 격리조치 위반, 진단검사 방해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음모론 때문에 BTJ열방센터 모임 참가자와 방문자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꺼리고 방역당국을 불신할 수도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인터콥 운영)에 구상금을 청구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오전 자료를 통해 “국가의 행정명령 위반, 역학조사 거부 및 방역방해 행위 등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비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 또는 구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교계에 따르면 1983년 설립된 인터콥은 초교파적 해외 선교 기관을 표방한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기독교 복음이 도달하지 않은 ‘미전도종족’ 지역의 개척선교를 수행하는 ‘평신도 전문인 선교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목회자는 물론 해외 선교에 관심이 큰 일반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교 교육을 하고 현지에 파송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콥에는 의료, 긴급구호, 교육, 찬양예배, IT, 미디어 영상 등 전문 영역에 종사하는 신도들이 선교사로 훈련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2020년 기준 파송 선교사 수가 1400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TJ열방센터는 인터콥의 선교 훈련 본거지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이 집회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BTJ는 ‘Back To Jerusalem’(백 투 예루살렘) ‘Back to Jesus’(백 투 지저스)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BTJ열방센터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봉황산 자락에 있는 대형 기도원으로,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만희를 중심으로 한 신천지와 달리, 인터콥은 평신도 전문인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평신도들이 인터콥 수련회에 참가해 BTJ열방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때 인터콥은 이슬람권 국가와 공산권 국가에 선교사를 파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프칸 납치사건 연루
이슬람 국가에 파견도

특히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분당 샘물교회 납치 사건 당시, 인터콥 선교사들이 가이드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에 따르면 인터콥은 214개 이상의 전국 중·고등학교에 UBTJ(U=Youth, BTJ=Back To Jerusalem) 모임을 결성해 청소년들 속에 침투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콥은 ‘청소년 비전스쿨’이란 명목으로 보호자 동의서를 포함한 신청서를 받는다.
 

▲ 상주 BTJ열방센터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 학년, 출석 교회,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인터콥 참여 여부를 기재하도록 돼있다.

이인규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 대표는 기독교 인터넷 매체인 <당당뉴스>에 기고한 ‘인터콥을 조심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전스쿨에 참가한 청년들이 교회와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콥의 선교사로 나가려 하는 문제 때문에 미주의 목회자들이 인터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터콥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터콥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을 근거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되는 것을 예수님 재림의 절대 조건’으로 여기고 가르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천지에 대한 현장 취재를 15년 가까이 해온 변상욱 앵커도 지난 6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BTJ 열방센터와 인터콥에 대해 “정통 개신교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방역 협조 요구를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날은 폐쇄명령을 발동하려고 방문하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신원미상의 건장한 청년들이 정문부터 강하게 막았고 몸싸움이 크게 일어났다. 봉사하는 열방센터 관계자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를 계속 피하는 이유에 대해 강 시장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곳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라든지 이런 교육이, 여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출입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실체
감추려고?

이어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은데 지난해 거기 대표라는 분이 각론을 하면서 요새 시중에 많이 떠돌고 있지 않나. 코로나 음모론,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백신을 맞지 말라는 등 코로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전국에 지부가 한 60여개, 해외 지부도 60여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이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검사를 받고 하면 그들 조직 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거기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 명단 제출 등의 협조요청을 하면 늘 회사에서 회사 대표자에게 결제를 받고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만희 방역방해 무죄, 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횡령과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 일부는 유죄로 판단해 이 총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3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총회장이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2월 대구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코로나19 1차 대유행과 관련해 법원이 이 총회장의 방역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 판결이 이와 유사한 역학조사 방해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역학조사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 발생 규모, 감염원 추적, 이상 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으로, 환자의 인적사항, 발병일과 장소, 감염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제출을 요구한 모든 시설과 명단은 법이 정한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검찰이 이 총회장에 대해 제기한 여러 혐의 중 형량은 가장 낮다.

그러나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근원으로 지목된 신천지에 대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활동을 조직적·계획적으로 방해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해 이 총회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은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판결은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해 2월 18일 이후 330일 만에 내려졌다. 

한편 법원은 이 총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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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