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BTJ 열방센터 수장 최바울 인터콥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8 11:53:14
  • 호수 1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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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음모론 설교하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다.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미등록 종교시설인 국제기도원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인된 것. 대면 예배 논란을 빚은 BTJ 열방센터의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가 ‘백신 음모론’을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BTJ열방센터 수장격인 최바울 인터콥 대표 ⓒ유튜브

코로나19 집단발병이 확인된 경북 상주시 BTJ 열방센터 관련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열방센터 측이 제출한 출입명부에 등록된 방문자는 2996명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다 당국이 역학조사로 확인한 17명을 포함하면 총 3013명이 된다. 이는 직전에 파악한 2837명보다 176명 늘어난 수치다. 

젊은층
집중 공략

당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연락처를 비교하며 계속 확인 작업을 하고있는 만큼,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BTJ열방센터는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터콥을 이끄는 최바울 대표가 조명되고 있다. 최 대표의 선교 방식은 보수 개신교계조차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로 과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2012년 문을 연 상주 BTJ 열방센터와 서울 용산구 효창동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KUIS) 등에서 세대주의·시한부 종말론과 배타적 선교관을 주입하는 선교사를 집중 양성해왔다. 특히 신천지처럼 젊은층을 공략해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인력 양산에 온 신경을 다 썼다.


그는 지난 2004년 3000명이 베들레헴과 예루살렘을 행진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2006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 대행진을 개최하려다 현지에서 강제 추방됐다.

이듬해엔 인터콥이 주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 샘물교회 신자 23명이 납치됐다가 일부가 피살되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선교사들마저도 최 대표의 공격적인 사역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지인은 물론 현지 문화와 접맥을 시도하며 오랜 세월 공 들여온 기존 선교사들의 사역을 무시하고 ‘땅 밟기’ 형식의 선교 행사를 진행하며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기존 선교사들의 비자 발급이 더욱 어려워지자, 선교를 총지휘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조차 2011년부터 2년 동안 신학지도위원회를 꾸려 인터콥의 선교 방식을 지도하기도 했다.

기존 선교사들과 마찰 빚어
강압적 선교방식 우려 낳아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2011년 3월 사과문을 발표하며 “인터콥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해 존경하는 교계 지도자와 신학자들로부터 지도와 재교육을 받아 건강한 선교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콥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은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인터콥은 2014년 인도의 불교사원에 들어가 찬양하며 기도를 해 국제적인 물의를 빚었다. 2017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한 중국인 선교사들의 소속 단체도 인터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2018년 다시 신학지도위원회를 구성해 인터콥에 대한 신학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2년간 인터콥의 회원권을 정지했다.


한국 개신교의 주요 교단도 인터콥 선교회의 선교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인터콥 선교회와의 교류 자체를 금지했고, 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과 성결교단은 총회에서 인터콥을 예의 주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최 대표를 살려준 것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을 지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였다. 한기총을 대체해 개신교 중도·보수 연합단체로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은 뒤 주요 교단이 탈퇴하면서 한기총이 위기에 몰렸다. 이후 한기총이 인터콥을 회원 교단으로 받아주면서 공생관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 폐쇄명령 조치가 떨어진 상주 BTJ열방센터

한기총 내 원칙에 따라 최 대표도 한기총 공동대표가 됐다. 

그가 지난해 강연에서 한 말은 논란이 됐다. 최 대표는 강연에서 “2015년 3월 빌게이츠와 그 재단이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발표했어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건 핵폭탄이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다. (백신으로)DNA를 바꿔서 절대 복종, 공포 없고, 두려움도 없고…. 이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뭐가 돼? 그들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또 최 대표는 지난해 7월 광명의 한 교회에서 ‘사람의 미혹’이라는 주제로 설교할 때 빌 게이츠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술 부자들이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교육과 사회 체계를 변혁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맞으면
노예 된다”

그는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 전통에서 나온 교육 시스템과 콘텐츠 내용을 기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인간의 미래이고 세계에 낙원을 가져오며, 기술이 기독교 신앙을 소멸한다는 것이다. 여호와 신을 퇴출하고 우리가 왕이라고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려다 실패한 ‘바벨탑’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세계 기술 회사들이 세계 통합을 시도한다면서 “극히 종말적이고 적그리스도적인, 하나님에 대한 저항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테크노 자이언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8월 서천 한 교회에서 ‘시대의 표적을 분별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면서 같은 내용을 또 전파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역을 칭찬하는 등, 세계가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띄운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빌 게이츠의 꼬붕(부하)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이 (방역을)제일 잘한다면서 돈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백신과 달리, 빌 게이츠 얘네가 투자해서 만든 건 DNA 백신이다. 그걸 맞으면 DNA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 절대 복종하는 노예로 만든다. 또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도 다 없어져 버린다. DNA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빌 게이츠가 엄청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고)고집을 부린다. 루시퍼 신, 태양신 루시퍼가 이집트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노예로 삼았다. 모세가 해방시켜서 끝났지만, 그들의 목적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독교 선교단체인 BTJ 열방센터의 역학조사 방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주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2일 “보건당국의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불법행위를 지시·주도한 자도 명확히 밝혀 책임을 엄중히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BTJ열방센터 관계자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 BTJ 열방센터 방문자 중 일부가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방문 사실을 부인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역학조사
방해 의혹

국수본은 “보건당국의 연락이 닿지 않은 BTJ열방센터 방문자에 대해 전국 경찰 관서 신속대응팀(총 8602명)을 투입해 철저하게 소재 확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BTJ열방센터가)역학조사 방해, 격리조치 위반, 진단검사 방해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 행위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음모론 때문에 BTJ열방센터 모임 참가자와 방문자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꺼리고 방역당국을 불신할 수도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인터콥 운영)에 구상금을 청구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오전 자료를 통해 “국가의 행정명령 위반, 역학조사 거부 및 방역방해 행위 등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의 진료비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 또는 구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교계에 따르면 1983년 설립된 인터콥은 초교파적 해외 선교 기관을 표방한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기독교 복음이 도달하지 않은 ‘미전도종족’ 지역의 개척선교를 수행하는 ‘평신도 전문인 선교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목회자는 물론 해외 선교에 관심이 큰 일반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해외 선교 교육을 하고 현지에 파송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콥에는 의료, 긴급구호, 교육, 찬양예배, IT, 미디어 영상 등 전문 영역에 종사하는 신도들이 선교사로 훈련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2020년 기준 파송 선교사 수가 1400여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TJ열방센터는 인터콥의 선교 훈련 본거지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이 집회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BTJ는 ‘Back To Jerusalem’(백 투 예루살렘) ‘Back to Jesus’(백 투 지저스)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BTJ열방센터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봉황산 자락에 있는 대형 기도원으로, 개신교 선교단체 인터콥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만희를 중심으로 한 신천지와 달리, 인터콥은 평신도 전문인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평신도들이 인터콥 수련회에 참가해 BTJ열방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때 인터콥은 이슬람권 국가와 공산권 국가에 선교사를 파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아프칸 납치사건 연루
이슬람 국가에 파견도

특히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분당 샘물교회 납치 사건 당시, 인터콥 선교사들이 가이드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개신교계 시민단체 평화나무에 따르면 인터콥은 214개 이상의 전국 중·고등학교에 UBTJ(U=Youth, BTJ=Back To Jerusalem) 모임을 결성해 청소년들 속에 침투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인터콥은 ‘청소년 비전스쿨’이란 명목으로 보호자 동의서를 포함한 신청서를 받는다.
 

▲ 상주 BTJ열방센터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 학년, 출석 교회,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인터콥 참여 여부를 기재하도록 돼있다.

이인규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 대표는 기독교 인터넷 매체인 <당당뉴스>에 기고한 ‘인터콥을 조심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비전스쿨에 참가한 청년들이 교회와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콥의 선교사로 나가려 하는 문제 때문에 미주의 목회자들이 인터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터콥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인터콥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을 근거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되는 것을 예수님 재림의 절대 조건’으로 여기고 가르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신천지에 대한 현장 취재를 15년 가까이 해온 변상욱 앵커도 지난 6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BTJ 열방센터와 인터콥에 대해 “정통 개신교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방역 협조 요구를 위해 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날은 폐쇄명령을 발동하려고 방문하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신원미상의 건장한 청년들이 정문부터 강하게 막았고 몸싸움이 크게 일어났다. 봉사하는 열방센터 관계자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검사를 계속 피하는 이유에 대해 강 시장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그곳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라든지 이런 교육이, 여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출입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그런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실체
감추려고?

이어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은데 지난해 거기 대표라는 분이 각론을 하면서 요새 시중에 많이 떠돌고 있지 않나. 코로나 음모론,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된다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백신을 맞지 말라는 등 코로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전국에 지부가 한 60여개, 해외 지부도 60여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이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검사를 받고 하면 그들 조직 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거기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 명단 제출 등의 협조요청을 하면 늘 회사에서 회사 대표자에게 결제를 받고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만희 방역방해 무죄, 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횡령과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 일부는 유죄로 판단해 이 총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3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총회장이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2월 대구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코로나19 1차 대유행과 관련해 법원이 이 총회장의 방역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 판결이 이와 유사한 역학조사 방해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역학조사에 대해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 발생 규모, 감염원 추적, 이상 반응 원인 규명 등에 대한 활동으로, 환자의 인적사항, 발병일과 장소, 감염원인 등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제출을 요구한 모든 시설과 명단은 법이 정한 역학조사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법정형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로, 검찰이 이 총회장에 대해 제기한 여러 혐의 중 형량은 가장 낮다.

그러나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근원으로 지목된 신천지에 대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활동을 조직적·계획적으로 방해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해 이 총회장에 대한 구속 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은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판결은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해 2월 18일 이후 330일 만에 내려졌다. 

한편 법원은 이 총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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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