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골 숲 체험원 철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8 11:19:56
  • 호수 1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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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속이고 구청이 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무수골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사라질 위기다.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숲 체험원(비인가)이 철거 기로에 놓였다. 이전부터 예정된 공원 사업이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 2년 전 임대계약을 체결한 숲 체험원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2018년 부푼 꿈을 안고 체험원을 설립했던 A 목사의 바람은 물거품이 될 우려가 커졌다. 숲 체험원의 원장 격인 A 목사는 2018년 3월 서울시 도봉구 무수골에서 팻말을 발견했다. A 목사가 발견한 팻말의 문구는 ‘본 토지는 학교법인 성신학원의 부지로 무단출입을 금지하며 무단출입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임대나 매매 등 문의가 있는 사람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 바랍니다’였다. 

뒤통수

A 목사는 팻말을 보고 토지를 매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수골에 위치한 주말농장을 지나갈 때마다 단체로 견학 와 화분을 들고 사진을 찍은 뒤 돌아가는 체험원생들을 보았다. 제대로 된 자연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늉만 하는 모습에 실망한 그는 자신이 직접 숲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로 약 2314㎡(700평)의 주인인 성신학원 측과 연락해 매매를 문의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A 목사는 “토지매매를 원한다고 하니 당시 성신학원 국장 B씨는 땅값 시세를 몰라 오히려 내게 물어왔다. 또 B 국장은 매매가 가능하다고 해놓고 일주일 뒤에는 불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성신여대 총장이 횡령 건으로 구속돼 이사회를 운영할 수 없어, 매매는 힘들고 임대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운영돼야 의결을 통해 부동산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B 국장으로부터 (총장이)석방되면 이사회가 운영돼 매매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 ‘현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매로 바꾸기에 충분하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A 목사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성신학원 측에서 쓰레기로 가득한 평야를 다 치워주기만을 기다려야 했는데 각종 적재물이 많았기 때문에 체험원을 설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신학원 관계자들이 쓰레기를 치우러 가끔 왔지만 시간만 보내다 갔다는 게 A 목사의 증언이다.

8개월 동안 작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체험원 설립을 기다리던 A 목사는 조급해졌다. 같은 해 11월20일부터 2020년 11월19일까지 2년간의 토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해 놓고 체험원 건립을 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A 목사의 사비를 들여 포클레인을 동원해 땅에 박힌 쓰레기를 파는 등 장기간의 작업을 진행했다. 온갖 철근 쓰레기를 꺼내 땅을 평평하게 했다. 작업 과정에서 A 목사와 도봉구청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체험원 건립 과정에 있어서 형지 변경, 불법 건축 등의 시비가 불거졌지만 A 목사는 강제이행금을 내고서라도 작업을 해야만 했다. 

결국 2019년 9월경 4명의 어린이를 받아 체험원을 개원했다. ‘어린이들이 숲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스스로 체험하고 배우는 곳’이라는 슬로건으로 호기롭게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다음해 1월경 A 목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성신학원 및 도봉구청 관계자들이 체험원을 방문해 둘러보고 간 것이다. A 목사를 비롯해 체험원 교사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3개월 후 성신학원 팀장 C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제이행금 내니 불법건축 신고
도봉구청-체험원 법정 공방 예고

A 목사는 “C 팀장으로부터 성신학원 측과 도봉구청 사이에 매매계약이 진행 중이니 협조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해당 토지를 원상복구한 뒤 나가 달라는 말을 들었다. 대책이 있냐고 물어봐도 없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너무나 황당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도봉구청은 체험원을 상대로 11월19일까지 토지를 원상복구해달라고 했다. A씨는 계약기간 만료에 맞춰 원상복구를 요청하는 도봉구청의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기한 내에 원상복구를 하지 못하자 도봉구청은 2차 시정명령과 동시에 도봉구청 경찰서에 고발장도 접수했다.

‘도봉구청에서 개발제한구역 내에 위반 건축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이었다. 

도봉구청이 지적한 5개 불법 건축물과 관련해 체험원은, 3개는 허물었고 나머지 2개는 건드리지 못했다. 1곳은 체험원생과 교사들이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실 같은 공간이고 나머지 1곳은 이동형 화장실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도 A 목사는 억울해했다.

A 목사는 “교실은 처음부터 강제이행금을 내고 사용하라고 했다. 공무원은 매년 점검 나올 때마다 돈을 내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나머지 한 곳은 이동형 화장실인데, 이 곳을 없애버리면 어린이들이 야외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외 화장실은 겨울에 인근에 있는 도봉산을 다녀온 취객이나 등산객이 사용하기도 하고 코로나 시국에 어른들과 같이 사용하는 게 불안하기 때문에 이동형 화장실을 철거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동형 화장실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A 목사는 설립 이전부터 지금까지 숲 체험원을 운영하면서 들인 돈이 2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투자한 돈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약 10년 전부터 도봉구청이 진행하려 했던 무수골 생태 유치공원 사업은 번번이 무산됐다. 2012년 이해당사자 및 주민 의견 수렴과 도봉산 주변환경과의 연계를 제시해 조건부 결정이 났다. 그러나 2014년 성신여대 교직원과 학생들의 반대 의견에 부딪힌 것.

그러다 결국 2018년 10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시작으로 사업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도봉구청은 오는 4월 힐링정원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용역을 준공하고 6월 힐링정원, 배수로 및 펜스 등 기반시설을 공사할 계획이다.

A씨는 “모두가 힘든 시국에 왜 돈을 써서 공원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자연 그대로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워 보이지 않나. 거액의 돈을 들여 자연을 훼손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진정 무수골 인근 주민을 위하는 게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이 사안과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도봉구청 관계자는 “확인해보고 연락하겠다”고 말하며 대답을 피했다. 


강행

성신학원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은 당시에 다른 사람이 진행한 것이며, 매매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본인은)계약서대로만 진행했을 뿐이다. 나말고 다른 직원들 중에서도 계약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원화 사업을 앞두고 임대 계약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니 도봉구청에 문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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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