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국민의힘 못 웃는 세 가지 이유

한방 없어도 잔펀치에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기싸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독자적 세력화, 당내 성 비위 문제 등 여러 변수들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은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 내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계속 간만 본다”며 “눈이 있으면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바깥에서의 단일화 후보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민심을 얻는 공당임을 강조하며 밀어붙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불안불안
줄다리기

안 대표는 국민의힘의 선 입당 후 범야권 통합 경선 요구를 거절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이라는 세력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계속해 입당만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은 오히려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야권 전체에 유리한 판이 깔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피아식별 없이 안 대표를 찍어 내리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 결정은 시민들이 할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도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양보했는데 또 양보하라고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야권 내 모든 이슈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 싸움으로 귀결되자, 국민의힘 내 주자들은 불만이다.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빅3(오세훈·나경원·안철수)' 외에도 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신환·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구청장 등 여러 후보들이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다만 이대로 안 대표에게 끌려간다면 국민의힘 내 후보들이 묻힐 가능성이 높다. 당내 후보들 사이에서도 불안함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섰다. 한동안 안 대표와의 선을 긋고 당내 경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어떤 반응도 하지 말라고 당 내에 당부한 상태다. 또 김 위원장은 ‘삼자구도’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후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안 대표 간 3파전이 벌어져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무시 전략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앙금이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인간적으로 정말 싫어한다”는 말이 정가에 돌 정도다.

둘 사이가 갈라진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안 대표가 정치 신인이었던 지난 2011년,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아군이자, ‘멘토’로 불렸다. 안 대표의 전국 지지율이 50%를 육박하는 등 그의 주가가 최고점이던 시기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이 아닌 2012년 총선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의 조언과 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단일화 후보를 양보했다.

안철수 단일화에 불안한 국힘 후보들
당내 엇박자 김종인 격노…무시 전략


2016년 총선은 둘 관계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신생 정당이 38석으로서 얻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제안했지만, 안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새 집을 짓겠다고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다시 또 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며 안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22석이었다. 민주당의 승리였지만, 김 위원장은 ‘텃밭’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뺏기는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전략가’인 김 위원장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거사를 치를 리 없다. 야권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거의 정론이다. 김 위원장의 삼자구도 승리는 덫에 불과한 것.
 

▲ 대구 동화사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왼쪽)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 ⓒ동화사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급등)’를 노리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지지율이 상승했던 적이 있다. 후보 등록 직전까지 단일화 이슈를 끌어 야권의 선거를 흥행시키고자 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후보 등록 직전까지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안 대표보다 당 내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세워야 ‘업적’이 된다. 당 내 후보에 힘을 크게 실어주면서 안 대표와 경쟁을 붙이겠단 계획이다.

야권 단일화에 간절한 안 대표의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안 대표가 야권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은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만약 단일화가 물 건너간다면 안 대표는 기호 4번을 달고 나가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안 대표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간절함을 공략해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 엇박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관위원장인 정진석 의원과 김 위원장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안 대표의 흥행이 계속되자, ‘선통합 후경선’을 주장했다.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는 통합론에 김 위원장은 “여기가 콩가루 집안이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주하는 안
안아? 말아?

이뿐 아니다. 당 내부에서 안 대표를 지렛대 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독자 세력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홍 의원은 “안 대표가 지금 뜨고 있는 건 서울시민들이 그를 시장감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최근 홍 의원과 안 대표는 대구 팔공산에서 만나 회동 후 산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만남을 계기로 둘의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의원은 2022년 대권 행보를, 안 대표는 보궐선거를 두고 ‘윈윈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는 홍 의원의 불안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홍 의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홍 의원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출간했을 당시 그는 당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복당 문제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이 4월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집권한다면 대권 주자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및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반김종인 전선을 형성해 세력을 확장시키려 한다는 해석이다. 홍 의원은 안 대표뿐 아니라, 야권의 중량감 있는 후보들을 만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엔 나경원 전 의원을 만나 그를 격려했다. 홍 의원은 “빅3가 다 출마해야 야당 바람이 분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이 세 후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점과 상반된다.

이 외에도 홍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상시국연대는 ‘태극기 세력이라 불리는 보수 계열 인사들이 포함된 단체다. 홍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지난 6개월 동안 갈 길을 잃고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며 활동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올해 장외투쟁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도층의 확장에 힘쓰면서 장외투쟁과는 거리를 두는 김 위원장과 결이 다른 행보다.

홍 의원은 비대위 출범 때부터 김 위원장에 날을 세워왔다. 김 위원장이 다음 대권 후보로 40대 경제통을 지목하면서다. 이후 홍 의원은 김 위원장이 연루됐던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언급하면서 위원장 흠집내기에 나섰다.

외곽 부대
독자세력화

최근에도 그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를 거론하며 “혜안의 정치인 JP(김종필)도 말년에는 노인의 몽니에 사로잡혀 결국 아름답지 못한 은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년의 몽니 정치는 본인의 평생 업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당도 나라도 어렵게 만든다”며 김 위원장을 저격했다.


홍 의원이 대권 출마 의지를 밝힌 만큼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홍 의원이 복당하게 되면 비대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정치권에서는 보궐선거가 끝나고 김 위원장이 물러난 뒤 홍 의원의 복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이 다시 계파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 내부에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복당이 이뤄지면 중도층의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반대 의견과 야권 연대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복당에 대해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 당선 직후부터 복귀를 희망해왔다. “내 집 돌아가는 길이 히말라야 수준”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복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풀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김 위원장은 김태호 의원의 복당을 승인하면서 “선거가 끝나고 한참 조용히 있다가 복당을 신청”했기 때문에 받아준 것이라고도 했다. 잡음이 큰 홍 의원을 배척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 중인 김종인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보궐선거를 앞두고 성 비위 의혹도 제기돼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지방자체단체장의 성 비위가 재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점을 내세우면서 여당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셈이 됐다.

발단은 정진경 변호사의 성추행 혐의였다. 정 변호사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으로,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물이다. 정 변호사는 과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하루 만에 사퇴했다.

김병욱 의원의 인턴 비서 성폭행 의혹은 기름을 부었다.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1977년생으로 국민의힘의 청년당인 청년의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활동반경 넓히는 홍 ‘반 김종인’ 연대 구축
하루 멀다 하고 터지는 비위 의혹들 ‘치명타’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에 따르면, 김 의원이 보좌관 시절인 지난 2018년 10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비서 A씨,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B씨와 국토교통위 경북도청 국정감사 뒤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김 의원은 두 여비서가 함께 묵고 있는 호텔 호실에 술을 사 찾아가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후 A씨를 성폭행했고, 자고 있던 B씨가 이를 목격한 것.

사건 이후 B씨가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4월15일 B씨는 “이제 의원님이시네요. 미리 축하드려요. 한데 보좌관님이 성폭행한 그 인턴 비서한테 사죄는 하셨나요? 사죄는 하셨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보냈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답장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도 이후 김 의원은 결백을 밝히겠다며 자진 탈당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A씨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를 통해 “일체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무 잘못이 없는 김 의원이 탈당한 것부터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총선 전 이 사건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성폭행 의혹을 받자 지난 8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김병욱 의원

민주당은 “면피용 입장문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당 안팎의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배준영 대변인을 통해 “정진경 위원의 경우 교원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검증을 못한 과실이 있다”며 검증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김 의원의 경우 피해자의 미투 고발이나 경찰 신고가 없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성 비위 관련 사건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잇단 성추문
표심 놓칠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재보궐선거까지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공천을 신청한 분들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해 1차 스크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 비위로 인한 것인 만큼,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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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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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