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국민의힘 못 웃는 세 가지 이유

한방 없어도 잔펀치에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기싸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독자적 세력화, 당내 성 비위 문제 등 여러 변수들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은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 내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계속 간만 본다”며 “눈이 있으면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바깥에서의 단일화 후보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민심을 얻는 공당임을 강조하며 밀어붙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불안불안
줄다리기

안 대표는 국민의힘의 선 입당 후 범야권 통합 경선 요구를 거절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이라는 세력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계속해 입당만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은 오히려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야권 전체에 유리한 판이 깔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피아식별 없이 안 대표를 찍어 내리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 결정은 시민들이 할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도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양보했는데 또 양보하라고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야권 내 모든 이슈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 싸움으로 귀결되자, 국민의힘 내 주자들은 불만이다.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빅3(오세훈·나경원·안철수)' 외에도 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신환·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구청장 등 여러 후보들이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다만 이대로 안 대표에게 끌려간다면 국민의힘 내 후보들이 묻힐 가능성이 높다. 당내 후보들 사이에서도 불안함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섰다. 한동안 안 대표와의 선을 긋고 당내 경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어떤 반응도 하지 말라고 당 내에 당부한 상태다. 또 김 위원장은 ‘삼자구도’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후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안 대표 간 3파전이 벌어져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무시 전략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앙금이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인간적으로 정말 싫어한다”는 말이 정가에 돌 정도다.

둘 사이가 갈라진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안 대표가 정치 신인이었던 지난 2011년,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아군이자, ‘멘토’로 불렸다. 안 대표의 전국 지지율이 50%를 육박하는 등 그의 주가가 최고점이던 시기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이 아닌 2012년 총선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의 조언과 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단일화 후보를 양보했다.

안철수 단일화에 불안한 국힘 후보들
당내 엇박자 김종인 격노…무시 전략


2016년 총선은 둘 관계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신생 정당이 38석으로서 얻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제안했지만, 안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새 집을 짓겠다고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다시 또 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며 안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22석이었다. 민주당의 승리였지만, 김 위원장은 ‘텃밭’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뺏기는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전략가’인 김 위원장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거사를 치를 리 없다. 야권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거의 정론이다. 김 위원장의 삼자구도 승리는 덫에 불과한 것.
 

▲ 대구 동화사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왼쪽)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 ⓒ동화사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급등)’를 노리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지지율이 상승했던 적이 있다. 후보 등록 직전까지 단일화 이슈를 끌어 야권의 선거를 흥행시키고자 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후보 등록 직전까지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안 대표보다 당 내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세워야 ‘업적’이 된다. 당 내 후보에 힘을 크게 실어주면서 안 대표와 경쟁을 붙이겠단 계획이다.

야권 단일화에 간절한 안 대표의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안 대표가 야권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은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만약 단일화가 물 건너간다면 안 대표는 기호 4번을 달고 나가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안 대표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간절함을 공략해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 엇박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관위원장인 정진석 의원과 김 위원장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안 대표의 흥행이 계속되자, ‘선통합 후경선’을 주장했다.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는 통합론에 김 위원장은 “여기가 콩가루 집안이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주하는 안
안아? 말아?

이뿐 아니다. 당 내부에서 안 대표를 지렛대 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독자 세력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홍 의원은 “안 대표가 지금 뜨고 있는 건 서울시민들이 그를 시장감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최근 홍 의원과 안 대표는 대구 팔공산에서 만나 회동 후 산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만남을 계기로 둘의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의원은 2022년 대권 행보를, 안 대표는 보궐선거를 두고 ‘윈윈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는 홍 의원의 불안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홍 의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홍 의원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출간했을 당시 그는 당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복당 문제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이 4월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집권한다면 대권 주자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및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반김종인 전선을 형성해 세력을 확장시키려 한다는 해석이다. 홍 의원은 안 대표뿐 아니라, 야권의 중량감 있는 후보들을 만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엔 나경원 전 의원을 만나 그를 격려했다. 홍 의원은 “빅3가 다 출마해야 야당 바람이 분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이 세 후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점과 상반된다.

이 외에도 홍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상시국연대는 ‘태극기 세력이라 불리는 보수 계열 인사들이 포함된 단체다. 홍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지난 6개월 동안 갈 길을 잃고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며 활동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올해 장외투쟁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도층의 확장에 힘쓰면서 장외투쟁과는 거리를 두는 김 위원장과 결이 다른 행보다.

홍 의원은 비대위 출범 때부터 김 위원장에 날을 세워왔다. 김 위원장이 다음 대권 후보로 40대 경제통을 지목하면서다. 이후 홍 의원은 김 위원장이 연루됐던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언급하면서 위원장 흠집내기에 나섰다.

외곽 부대
독자세력화

최근에도 그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를 거론하며 “혜안의 정치인 JP(김종필)도 말년에는 노인의 몽니에 사로잡혀 결국 아름답지 못한 은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년의 몽니 정치는 본인의 평생 업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당도 나라도 어렵게 만든다”며 김 위원장을 저격했다.


홍 의원이 대권 출마 의지를 밝힌 만큼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홍 의원이 복당하게 되면 비대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정치권에서는 보궐선거가 끝나고 김 위원장이 물러난 뒤 홍 의원의 복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이 다시 계파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 내부에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복당이 이뤄지면 중도층의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반대 의견과 야권 연대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복당에 대해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 당선 직후부터 복귀를 희망해왔다. “내 집 돌아가는 길이 히말라야 수준”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복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풀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김 위원장은 김태호 의원의 복당을 승인하면서 “선거가 끝나고 한참 조용히 있다가 복당을 신청”했기 때문에 받아준 것이라고도 했다. 잡음이 큰 홍 의원을 배척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 중인 김종인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보궐선거를 앞두고 성 비위 의혹도 제기돼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지방자체단체장의 성 비위가 재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점을 내세우면서 여당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셈이 됐다.

발단은 정진경 변호사의 성추행 혐의였다. 정 변호사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으로,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물이다. 정 변호사는 과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하루 만에 사퇴했다.

김병욱 의원의 인턴 비서 성폭행 의혹은 기름을 부었다.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1977년생으로 국민의힘의 청년당인 청년의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활동반경 넓히는 홍 ‘반 김종인’ 연대 구축
하루 멀다 하고 터지는 비위 의혹들 ‘치명타’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에 따르면, 김 의원이 보좌관 시절인 지난 2018년 10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비서 A씨,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B씨와 국토교통위 경북도청 국정감사 뒤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김 의원은 두 여비서가 함께 묵고 있는 호텔 호실에 술을 사 찾아가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후 A씨를 성폭행했고, 자고 있던 B씨가 이를 목격한 것.

사건 이후 B씨가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4월15일 B씨는 “이제 의원님이시네요. 미리 축하드려요. 한데 보좌관님이 성폭행한 그 인턴 비서한테 사죄는 하셨나요? 사죄는 하셨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보냈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답장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도 이후 김 의원은 결백을 밝히겠다며 자진 탈당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A씨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를 통해 “일체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무 잘못이 없는 김 의원이 탈당한 것부터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총선 전 이 사건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성폭행 의혹을 받자 지난 8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김병욱 의원

민주당은 “면피용 입장문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당 안팎의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배준영 대변인을 통해 “정진경 위원의 경우 교원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검증을 못한 과실이 있다”며 검증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김 의원의 경우 피해자의 미투 고발이나 경찰 신고가 없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성 비위 관련 사건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잇단 성추문
표심 놓칠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재보궐선거까지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공천을 신청한 분들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해 1차 스크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 비위로 인한 것인 만큼,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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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