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국민의힘 못 웃는 세 가지 이유

한방 없어도 잔펀치에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기싸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독자적 세력화, 당내 성 비위 문제 등 여러 변수들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 발언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은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 내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계속 간만 본다”며 “눈이 있으면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바깥에서의 단일화 후보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이 민심을 얻는 공당임을 강조하며 밀어붙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불안불안
줄다리기

안 대표는 국민의힘의 선 입당 후 범야권 통합 경선 요구를 거절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당이라는 세력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계속해 입당만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국민의당은 오히려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야권 전체에 유리한 판이 깔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피아식별 없이 안 대표를 찍어 내리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 결정은 시민들이 할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 총선에서도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양보했는데 또 양보하라고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야권 내 모든 이슈가 안 대표와의 단일화 싸움으로 귀결되자, 국민의힘 내 주자들은 불만이다.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빅3(오세훈·나경원·안철수)' 외에도 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신환·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구청장 등 여러 후보들이 서울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다만 이대로 안 대표에게 끌려간다면 국민의힘 내 후보들이 묻힐 가능성이 높다. 당내 후보들 사이에서도 불안함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확실히 선을 긋고 나섰다. 한동안 안 대표와의 선을 긋고 당내 경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어떤 반응도 하지 말라고 당 내에 당부한 상태다. 또 김 위원장은 ‘삼자구도’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후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안 대표 간 3파전이 벌어져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무시 전략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앙금이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인간적으로 정말 싫어한다”는 말이 정가에 돌 정도다.

둘 사이가 갈라진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안 대표가 정치 신인이었던 지난 2011년,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아군이자, ‘멘토’로 불렸다. 안 대표의 전국 지지율이 50%를 육박하는 등 그의 주가가 최고점이던 시기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이 아닌 2012년 총선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의 조언과 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단일화 후보를 양보했다.

안철수 단일화에 불안한 국힘 후보들
당내 엇박자 김종인 격노…무시 전략


2016년 총선은 둘 관계가 멀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신생 정당이 38석으로서 얻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제안했지만, 안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새 집을 짓겠다고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다시 또 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며 안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22석이었다. 민주당의 승리였지만, 김 위원장은 ‘텃밭’인 호남을 국민의당에 뺏기는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전략가’인 김 위원장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거사를 치를 리 없다. 야권 단일화가 안 될 경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거의 정론이다. 김 위원장의 삼자구도 승리는 덫에 불과한 것.
 

▲ 대구 동화사에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 갖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 왼쪽)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 ⓒ동화사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 급등)’를 노리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과거 경선에서 후보들의 극적인 단일화로 지지율이 상승했던 적이 있다. 후보 등록 직전까지 단일화 이슈를 끌어 야권의 선거를 흥행시키고자 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후보 등록 직전까지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안 대표보다 당 내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세워야 ‘업적’이 된다. 당 내 후보에 힘을 크게 실어주면서 안 대표와 경쟁을 붙이겠단 계획이다.

야권 단일화에 간절한 안 대표의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안 대표가 야권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은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만약 단일화가 물 건너간다면 안 대표는 기호 4번을 달고 나가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안 대표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간절함을 공략해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 엇박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관위원장인 정진석 의원과 김 위원장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안 대표의 흥행이 계속되자, ‘선통합 후경선’을 주장했다.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는 통합론에 김 위원장은 “여기가 콩가루 집안이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주하는 안
안아? 말아?

이뿐 아니다. 당 내부에서 안 대표를 지렛대 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독자 세력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홍 의원은 “안 대표가 지금 뜨고 있는 건 서울시민들이 그를 시장감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최근 홍 의원과 안 대표는 대구 팔공산에서 만나 회동 후 산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만남을 계기로 둘의 공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의원은 2022년 대권 행보를, 안 대표는 보궐선거를 두고 ‘윈윈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는 홍 의원의 불안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홍 의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홍 의원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출간했을 당시 그는 당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복당 문제 역시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이 4월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집권한다면 대권 주자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및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이 반김종인 전선을 형성해 세력을 확장시키려 한다는 해석이다. 홍 의원은 안 대표뿐 아니라, 야권의 중량감 있는 후보들을 만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엔 나경원 전 의원을 만나 그를 격려했다. 홍 의원은 “빅3가 다 출마해야 야당 바람이 분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이 세 후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점과 상반된다.

이 외에도 홍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상시국연대는 ‘태극기 세력이라 불리는 보수 계열 인사들이 포함된 단체다. 홍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지난 6개월 동안 갈 길을 잃고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며 활동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올해 장외투쟁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도층의 확장에 힘쓰면서 장외투쟁과는 거리를 두는 김 위원장과 결이 다른 행보다.

홍 의원은 비대위 출범 때부터 김 위원장에 날을 세워왔다. 김 위원장이 다음 대권 후보로 40대 경제통을 지목하면서다. 이후 홍 의원은 김 위원장이 연루됐던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언급하면서 위원장 흠집내기에 나섰다.

외곽 부대
독자세력화

최근에도 그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를 거론하며 “혜안의 정치인 JP(김종필)도 말년에는 노인의 몽니에 사로잡혀 결국 아름답지 못한 은퇴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년의 몽니 정치는 본인의 평생 업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당도 나라도 어렵게 만든다”며 김 위원장을 저격했다.


홍 의원이 대권 출마 의지를 밝힌 만큼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홍 의원이 복당하게 되면 비대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정치권에서는 보궐선거가 끝나고 김 위원장이 물러난 뒤 홍 의원의 복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이 다시 계파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 내부에서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복당이 이뤄지면 중도층의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반대 의견과 야권 연대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복당에 대해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 당선 직후부터 복귀를 희망해왔다. “내 집 돌아가는 길이 히말라야 수준”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복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풀 문제’라는 생각에서다.

김 위원장은 김태호 의원의 복당을 승인하면서 “선거가 끝나고 한참 조용히 있다가 복당을 신청”했기 때문에 받아준 것이라고도 했다. 잡음이 큰 홍 의원을 배척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 중인 김종인 비대위원장 ⓒ고성준 기자

보궐선거를 앞두고 성 비위 의혹도 제기돼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지방자체단체장의 성 비위가 재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점을 내세우면서 여당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여당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셈이 됐다.

발단은 정진경 변호사의 성추행 혐의였다. 정 변호사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으로,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물이다. 정 변호사는 과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하루 만에 사퇴했다.

김병욱 의원의 인턴 비서 성폭행 의혹은 기름을 부었다. 김 의원은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1977년생으로 국민의힘의 청년당인 청년의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활동반경 넓히는 홍 ‘반 김종인’ 연대 구축
하루 멀다 하고 터지는 비위 의혹들 ‘치명타’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에 따르면, 김 의원이 보좌관 시절인 지난 2018년 10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비서 A씨,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B씨와 국토교통위 경북도청 국정감사 뒤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김 의원은 두 여비서가 함께 묵고 있는 호텔 호실에 술을 사 찾아가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후 A씨를 성폭행했고, 자고 있던 B씨가 이를 목격한 것.

사건 이후 B씨가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4월15일 B씨는 “이제 의원님이시네요. 미리 축하드려요. 한데 보좌관님이 성폭행한 그 인턴 비서한테 사죄는 하셨나요? 사죄는 하셨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보냈다.

이에 대한 김 의원의 답장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도 이후 김 의원은 결백을 밝히겠다며 자진 탈당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A씨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를 통해 “일체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무 잘못이 없는 김 의원이 탈당한 것부터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총선 전 이 사건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성폭행 의혹을 받자 지난 8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 김병욱 의원

민주당은 “면피용 입장문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당 안팎의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배준영 대변인을 통해 “정진경 위원의 경우 교원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검증을 못한 과실이 있다”며 검증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김 의원의 경우 피해자의 미투 고발이나 경찰 신고가 없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성 비위 관련 사건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잇단 성추문
표심 놓칠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재보궐선거까지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공천을 신청한 분들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해 1차 스크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 비위로 인한 것인 만큼,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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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