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업시장은 지금...

햄버거가 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키워드는 ‘배달 및 포장 주문’과 ‘가성비’이다. 배달 및 포장 주문이 쉽고 가성비 높은 음식은 더욱 인기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전언이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크푸드로 인식됐던 패스트푸드가 코로나 시대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 '노브랜드'

신세계푸드 노브랜드버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노브랜드버거 성장 원인 중 하나는 포장 및 배달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노브랜드버거가 맘스터치와 같이 ‘초가성비’ 전략을 도입한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햄버거 단품은 1900~5300원, 세트(감자튀김 및 음료 포함)가 3900~6900원 수준으로 가격을 기존 브랜드 대비 대폭 낮춘 것이 코로나 시대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브랜드

배달 및 포장, 가성비에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더한 수제 햄버거도 성장하고 있다. 최근 부상하는 대표적인 국내 토종 브랜드는 ‘마미쿡치즈버거’다. 간편식, 웰빙, 가성비, 카페형 점포 등 창업시장 키워드에 딱 맞는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배달 붐과 함께 더욱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특징은 모든 메뉴에 신세대들이 아주 좋아하는 고급 모차렐라치즈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두텁고 양이 많은 100% 천연 치즈 1장이 통째로 들어가는데, 치즈 맛에 열광하는 젊은층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 

일반 햄버거가 대부분 90초대 냉동가열 패티 방식으로 조리하는 데 비해 마미쿡치즈버거는 신선한 국내산 100% 생고기를 5~10분간 조리한다. 육즙이 살아 있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 청정 스테이크 패티만을 사용한다. 


배달 및 포장 주문·가성비
강력 키워드 외식시장 장악

고기 두께는 꽤 두툼하다. 게다가 빵은 본사에서 당일 배송으로 공급받는 냉장 생지를 사용한다. 매장에서 즉석으로 굽기에 최상의 빵 맛을 낸다. 기타 속 재료도 신선한 것만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해서 고객들은 말 그대로 행복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마마통살버거’이다. 국내산 닭가슴살 원육을 본사에서 직접 생산, 위생적으로 포장해 ‘당일생산 당일공급’을 원칙으로 각 매장에 배송해준다. 각 매장에서는 주문 즉시 두툼한 닭가슴살 원육을 통으로 튀겨 신선한 통살치킨패티를 만들어낸다.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 있어 크리스피 치킨을 먹는 맛 그대로다. 

여기에 고소한 모차렐라 치즈 1장을 얹고 신선한 야채와 갓 구워낸 빵을 덮어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치즈를 씹는 식감과 치즈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치킨과 야채, 소스와 빵 맛이 어우러져 코로나19 이후 움츠러든 사람들의 허한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포만감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메뉴이다. 가격 또한 3400원에 불과해 ‘가성비 갑’이고 ‘인기 짱’이다. 
 

▲ '마미쿡치즈버거'

충남 천안 쌍용3동에서 수제버거 마미쿡치즈버거를 운영하고 있는 백승희 사장은 “마미쿡치즈버거는 맛과 품질이 좋고, 양도 푸짐한 데다 가격도 저렴해 불황기에 딱 맞는 업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햄버거를 젊은층만 먹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중장년층도 꽤 많이 찾는다. 노인들도 입맛이 없을 때는 햄버거와 음료를 즐긴다. 한마디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메뉴가 햄버거”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햄버거 패티가 두 장 들어가는 수제 빅버거도 등장,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빅버거와 치킨을 배달주문으로 판매하는 ‘투탑(TWO TOP)버거’가 그 주인공이다. 크기와 양, 열량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 높은 메뉴다. 

투탑싸이버거, 투탑핫싸이버거, 투탑불고기버거, 투탑불새버거, 투탑수퍼스타버거 등이 인기 메뉴다. 패티뿐 아니라 치즈, 채소, 토마토 등 속 재료도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햄버거 높이가 놀라울 정도로 높다. 먹는 양이 적은 여성 고객의 경우, 둘이서 하나만 시켜 나눠 먹어도 될 만한 양이다. 패티가 한 장 들어가는 메뉴도 양이 많아 보통 사람들이 먹기에 충분하다. 
 

▲ ‘투탑(TWO TOP)버거’ 메뉴

투탑버거의 치킨 메뉴도 경쟁력이 있다. 치킨의 품질이 좋고 가성비가 높다. 치킨은 최고급 순살치킨으로 구성돼 있다. 감자튀김은 대중성이 있는 웨지감자를 사용하는데, 매장에서 직접 잘라서 튀기는 등 ‘신선함’을 앞세운 콘셉트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배달전문점이기 때문에 16.5㎡(약 5평) 소형 점포를 구입비가 포함된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

이밖에 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도 코로나19 이후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맥드라이브’ 이용 차량이 20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증가 추세에 있고, ‘고객 편의 플랫폼(드라이브스루+배달)’ 매출 비중은 작년 대비 30%가량 상승했다.

건강

롯데리아에서는 접어 먹는 햄버거 ‘폴더버거’와 버거에 밀키트 형태를 도입한 ‘밀리터리버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맘스터치는 햄버거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점포 확장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기존에는 국내 매장 수 1500개가 목표였는데, 사모펀드 인수 후 목표치를 2000개로 상향 조정했다. 햄버거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햄버거의 선전이 코로나 불황 시대의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이들이 한 끼 식사를 간단히 때울 수 있는 ‘생계형 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불황이 계속된다면 신규 업종보다는 기존 메뉴에서 가성비와 배달 및 포장에 강한 업종 전략이 유리할 것이다. 최근 한식 분식 등 배달전문 브랜드가 빅히트를 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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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