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학의 출금 사건 막전막후

의혹 너머에 추라인 검사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학의 사건’이 재점화 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13년.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망령처럼 정치권을 떠도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출국금지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 의혹이 제기됐다.
 

▲ 출국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JTBC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낙마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2013년 시작
여전히 논란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검찰의 수사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수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김학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문재인정부로 들어서다. 문정부 출범 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발족되면서 김 전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3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별장 동영상 화질이)명확한 건 (2013년)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과)동일인이라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과 함께 김 전 차관 사건을 언급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특히 이 사건에 검찰과 경찰이 유착됐다는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과거사위의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같은 해 3월22일 과거사위는 태국으로 나가려던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점이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 승인요청서 등에 이미 종결됐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건·내사번호가 게재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 

2019년 3월 출국금지 과정
“절차적 흠결 있었다” 제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공익제보자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를 묵인·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당시에도 파견검사에게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적법 절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발권한 뒤 이튿날 0시20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재수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출입국당국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법무부에 보고하면서 당시 재수사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도 해당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 2013형제65889호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2013형제65889호는 김 전 차관이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혐의 사건번호였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출입국관리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피의자’라는 조건의 긴급출금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또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뒤엔 법무부 장관의 사후승인을 위해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1호)를 활용했다. 이 내사번호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지검장의 직인을 찍어야 하는 곳에는 ‘代이규원’이라고 서명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긴급 출국금지 요청은 ‘수사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 당시 이 검사가 파견검사 신분이었던 게 쟁점이 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단에 파견 나간 이 검사가 정식 수사 권한도 없이 허위 공문서로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
“명운 걸어라”

법무부는 지난 12일 “긴급 출국금지 및 사후 승인을 요청한 조사단 소속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법무부의 해명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직 법조인들까지 법무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의 해명은)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사건번호 부여는 검사가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내사사건은 수제번호를, 수사사건은 형제번호를 부여하는데 모두 주임검사가 상사에게 결재를 올려 완료되면 담당 직원이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번호 뒤 정식번호가 수사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부리는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며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았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사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아무리 형사처벌 필요성이 절박해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며 “‘나쁜 놈 잡는데 그깟 서류나 영장이 뭔 대수냐, 고문이라도 못 할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라고 꼬집었다. 

전 장관도
책임론 나와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 소속됐다가 사퇴한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도 “김 전 차관의 출금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인 이 지검장이 출국금지 과정이 절차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동부지검에 정식 내사번호를 입력해 동부지검장 명의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출입국본부를 방문해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승인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이종근

대검은 당초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됐던 이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로 재배당했다. 소규모 지청에서 수사하던 사건이 상급기관으로 올라간 것이다. 재배당 조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검찰청 규모 등을 고려해 보다 충실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재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박 전 장관 등이 관여해 불법이 자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4명의 법무부 장관이 모두 무법부 장관이 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선도적으로 무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소위 ‘법무장관 시리즈’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수사관행” 해명
법조인들 “말도 안 된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조직의 명운이라는 어명을 받아 든 법무부 내 친문(친 문재인)파들이 김학의 출국금지 쇼를 연출하고 실행에 옮겼고, 불법이 탄로 나자 은폐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제라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지시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의 언급 등 당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언급되는 검사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사위원 가운데서는 김용민 의원만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회수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대놓고 봐준 김학의 사건이 재발견돼 김학의가 구속되자 검찰의 분풀이가 이를 조사한 사람들로 향하는 것 같다. 검찰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린 사람들이 김학의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검찰의 부정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로서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에게 연락이 와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금을 요청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야 “사과해”
여 침묵 중

자유연대와 공익지킴이센터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박 전 장관과 김 의원 등 7명을 형법 허위 공문서 작성죄 및 동행사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피고발인 박상기, 이용구, 김용민, 이규원, 김태훈, 이성윤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이며, 이들의 범죄행위를 보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아래, 당시 법무부 감찰 과거사위 위원인 이용구와 김용민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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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