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김학의 출금 사건 막전막후

의혹 너머에 추라인 검사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학의 사건’이 재점화 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13년.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망령처럼 정치권을 떠도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출국금지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 의혹이 제기됐다.
 

▲ 출국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JTBC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낙마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2013년 시작
여전히 논란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검찰의 수사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진행됐지만 수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김학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문재인정부로 들어서다. 문정부 출범 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발족되면서 김 전 차관을 둘러싼 의혹이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3월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별장 동영상 화질이)명확한 건 (2013년)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고 명확하기 때문에 (김 전 차관과)동일인이라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사건’ ‘고 장자연씨 사건’과 함께 김 전 차관 사건을 언급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특히 이 사건에 검찰과 경찰이 유착됐다는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과거사위의 활동 기간이 연장됐다. 같은 해 3월22일 과거사위는 태국으로 나가려던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점이다.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 승인요청서 등에 이미 종결됐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건·내사번호가 게재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 

2019년 3월 출국금지 과정
“절차적 흠결 있었다” 제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공익제보자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를 묵인·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당시에도 파견검사에게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적법 절차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22일 밤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발권한 뒤 이튿날 0시20분에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재수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출입국당국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법무부에 보고하면서 당시 재수사 사건을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도 해당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 2013형제65889호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금 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2013형제65889호는 김 전 차관이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혐의 사건번호였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출입국관리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피의자’라는 조건의 긴급출금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또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뒤엔 법무부 장관의 사후승인을 위해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1호)를 활용했다. 이 내사번호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지검장의 직인을 찍어야 하는 곳에는 ‘代이규원’이라고 서명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긴급 출국금지 요청은 ‘수사기관의 장’이 해야 한다. 당시 이 검사가 파견검사 신분이었던 게 쟁점이 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사단에 파견 나간 이 검사가 정식 수사 권한도 없이 허위 공문서로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
“명운 걸어라”

법무부는 지난 12일 “긴급 출국금지 및 사후 승인을 요청한 조사단 소속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법무부의 해명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직 법조인들까지 법무부의 논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의 해명은)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사건번호 부여는 검사가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내사사건은 수제번호를, 수사사건은 형제번호를 부여하는데 모두 주임검사가 상사에게 결재를 올려 완료되면 담당 직원이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정유미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은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번호 뒤 정식번호가 수사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부리는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며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간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았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사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아무리 형사처벌 필요성이 절박해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며 “‘나쁜 놈 잡는데 그깟 서류나 영장이 뭔 대수냐, 고문이라도 못 할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라고 꼬집었다. 

전 장관도
책임론 나와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사건 조사팀에 소속됐다가 사퇴한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도 “김 전 차관의 출금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인 이 지검장이 출국금지 과정이 절차적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동부지검에 정식 내사번호를 입력해 동부지검장 명의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출입국본부를 방문해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승인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이종근

대검은 당초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배당됐던 이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로 재배당했다. 소규모 지청에서 수사하던 사건이 상급기관으로 올라간 것이다. 재배당 조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검찰청 규모 등을 고려해 보다 충실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재배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두고 박 전 장관 등이 관여해 불법이 자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4명의 법무부 장관이 모두 무법부 장관이 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선도적으로 무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소위 ‘법무장관 시리즈’는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수사관행” 해명
법조인들 “말도 안 된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조직의 명운이라는 어명을 받아 든 법무부 내 친문(친 문재인)파들이 김학의 출국금지 쇼를 연출하고 실행에 옮겼고, 불법이 탄로 나자 은폐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제라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지시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의 언급 등 당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언급되는 검사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사위원 가운데서는 김용민 의원만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회수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대놓고 봐준 김학의 사건이 재발견돼 김학의가 구속되자 검찰의 분풀이가 이를 조사한 사람들로 향하는 것 같다. 검찰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돼버린 사람들이 김학의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검찰의 부정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로서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주무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에게 연락이 와 출국금지 필요성이 있고,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출금을 요청하면 과거사위가 이를 권고하고 법무부가 출금을 검토하는 방안을 상의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야 “사과해”
여 침묵 중

자유연대와 공익지킴이센터 등 8개 시민단체는 지난 14일 박 전 장관과 김 의원 등 7명을 형법 허위 공문서 작성죄 및 동행사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피고발인 박상기, 이용구, 김용민, 이규원, 김태훈, 이성윤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이며, 이들의 범죄행위를 보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아래, 당시 법무부 감찰 과거사위 위원인 이용구와 김용민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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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