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 묻힌 경찰개혁은 지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1:53:26
  • 호수 1305호
  • 댓글 0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오랜 숙원사업인 경찰 수사권 독립이 30년 만인 지난 1일부터 이뤄졌다. 검찰권 약화를 목표로 삼은 문재인정권은 경찰에 수사권을 넘겼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까지 출범했다. 
 

▲ 김창룡 경찰청장 ⓒ박성원 기자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경찰개혁을 단행하며 ‘잔칫상’을 차렸던 경찰이 새해 초입부터 삐걱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정인이, 이용구, 박원순 사건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줄줄이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차 수사 종결권 확보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신설 등으로 수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 체질 개선과 강도 높은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삐그덕∼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이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당시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초기 부실 수사의 책임을 물어 서울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했다.

김 청장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숨진 정인이의 명복을 빈다.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됐던 정인이는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다가 생후 16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13일 양천구 목동 소재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이 사건을 재조명하며 당시 관련됐던 입양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정인이 학대 신고를 지난해 5월과 6월, 9월까지 세 차례나 접수받았지만 그때마다 내사종결이나 혐의 없음으로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1차 신고가 있었던 5월 당시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멍과 상처 등 학대 정황이 담긴 다수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경찰은 양부모의 말을 믿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2차 신고가 들어왔던 6월 말에는 ‘양모가 피해아동을 차량에 방치하는 것 같다’는 증언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 위치를 파악한다”며 아무런 조치없이 14일을 흘려보냈다. 7월 말에는 사건 발생 장소 인근의 학원 방문조사에 나섰지만 CCTV 등 증거 확보엔 실패했다. 사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3차 신고가 있었던 9월 말에는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입 안 상처 등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신체의 상처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다른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게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양부와 함께 다른 소아과에 방문했고, 해당 병원은 ‘구내염’으로 상처를 판단했다. 경찰은 양부모가 격한 반응을 보인다며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고, ‘학대로도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정인이 사건 등 부실수사 논란
국가수사본부 출범…역할은?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10월13일 정인이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추후 수사 결과, 정인이는 입양 한 달 뒤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췌장절단 등 복부 손상, 전신 피하출혈, 7군데 이상의 골절 흔적 등이 드러났다.


이에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 청원은 이틀 만인 5일 저녁 기준 동의 20만명을 넘겼다. 이날 오후 기준 약 25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날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서울남부지검에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이날 자로 현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후임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서울경찰청 총경을 발령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담당 관계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을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출범하는 국가수사본부처 ⓒ박성원 기자

새 양천서장은 서정순 총경으로 서울특별시경찰청 보안2과장, 서울청 치안지도관,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역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경찰법을 보면 경찰은 경찰청 업무를 관장하는 경찰청장, 수사업무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 자치경찰업무를 지휘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체제로 3등분됐다. 경찰청장은 수사 사무와 자치경찰사무를 제외한 국가경찰사무를 총괄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동학대 범죄는 경찰법 제4조 1항 2호 라목에 따라 자치경찰사무로 분류된다.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경찰청장의 지휘·명령 권한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같은 법 제32조에 의해 국가 비상사태나 대규모의 테러, 국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다수의 시·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치안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경우 등에만 경찰청장의 지휘·명령 권한 발동이 가능하다. 이때에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사전에 사유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통보해야 한다.

경찰서장
파면 요구

국수본에 대한 경찰청장의 권한 행사도 제한된 조건 안에서만 가능하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규모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가 있을 때에만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경찰의 수사 전담기구인 국수본이 출범했다. 또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라 이날부터 전국 18곳 지방경찰청의 명칭에서 ‘지방’이 모두 빠졌다. 경찰청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국수본 출범식을 열고 현판을 제막했다. 국수본은 경찰 사무가 국가·자치·수사로 분리됨에 따라 사실상 경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총괄기구다.

현판식에서 김 청장은 “형사 사법 체계 개혁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며 “공정성과 책임성을 갖춘 전문수사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국수본 지휘부 인사로 수사기획조정관에 이형세 수사구조개혁단장, 형사국장에 이영상 대구경찰청장 등을 내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수본 사무실과 관련 인선까지 진용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을 들여다보면 출범을 서두르면서 미진하거나 이례적인 모습이 산재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현판 제막을 마친 현재까지 국수본 핵심 기능 사무실은 아직 정비되지 않아 입주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수본부장과 수사기획조정관 등이 들어갈 자리다.

국수본 수장도 없는 상태로 현재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석인 수장 직무는 차순위가 수행하는 법정대리 형태가 아닌 명령을 통한 지정대리 체계를 적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수본부장 직무대리는 최승렬 수사국장이다. 직무대리 규정상 원칙을 적용하면 국수본부장 직무대리는 수사기획조정관이 한다. 경찰청장 공석 시 경찰청 차장이 대리하는 것과 유사하다.
 

▲ ▲서울지방경찰청사

경찰은 국수본부장과 수사기획조정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차순위인 수사국장을 직무대리로 뒀던 것으로 파악된다. 선임국장이라는 점과 개편 체계 적용 연속성 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한다. 다만 법정대리 자리인 신임 수사기획조정관 부임 이후에도 현 직무대리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경찰은 수사국장을 지정대리로 명령, 이 직무대리 체제를 초대 수장 선임 때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수장도 없고
입주도 아직…

이 같은 직무대리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경찰 내부의 중론이다. 그러면서도 향후 사퇴, 탄핵, 선임 지연 등 국수본부장 공백 상황이 재현될 경우, 경찰청장이 따로 직무대리를 명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수본 도입과 수사권 구조 조정 관련 실무 혼선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개편 관련 지침 전파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일부 내용 사이에 모순, 충돌이 있었다는 전언이 존재한다.

수사 종결권에 해당하는 불송치와 관련해 검찰 검토 기간 기산점 문제 등도 오르내렸다고 한다. 경찰 불송치 결정 시점과 실제 검찰이 검토를 시작한 시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개편 체계에서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찰은 최대 90일 기록을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송치는 전산으로 관련 서류 등이 곧바로 검찰로 넘겨지는 반면, 불송치는 그렇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에 따라 고소·고발장 제출을 위해 검찰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현장에서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경찰의 수사 대상을 설명한 안내문을 게시하며 달라진 형사사법제도의 안착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청법 등 지난 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검찰청은 3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지침을 각급 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관련 지침 최종본의 분량은 1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찰청은 대검이 내려 보낸 지침을 큰 틀로 삼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검찰청은 대검의 업무지침을 부서별로 독해한 뒤 간부들이 모여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검찰청은 미비점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갖기로 했다.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 혼선 
경찰 조사부터 변호사 선임?

이에 따라 당장 민원실 앞 풍경부터 바뀌었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수많은 민원인이 찾는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할 대상 범죄 예시’ 등 안내 문구를 적어놨다. 피해액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범죄 등이 아니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된다.

법조인과 경찰 관계자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달라질 풍경 중 하나로 경찰 조사 때부터 법적 조력을 받으려는 시민이 늘어날 것을 꼽았다. 지금까지는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사건의 송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총력 대응하려는 고소인과 피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사람뿐 아니라 피해를 입은 고소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자칫 경찰이 고소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해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피의자든 고소인이든 원치 않는 수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며 “수사 결과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사법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유수의 로펌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경찰 출신 변호사나 수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시민이 검찰에 직접 사건을 고소·고발하는 경우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어 고발 접수를 받을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 공무원 범죄로 국한된다. 사이버 범죄나 특정 경제 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이 가능한 5억원 이하 사기·횡령죄 등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 검찰을 찾더라도 헛걸음하게 된다.

국민 불편
줄어들까?

반면 검경의 ‘이중조사’가 줄면서 국민의 불편도 덜어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지금까지는 사건이 접수되면 피의자는 경찰에서 조사받고 검찰에서 같은 내용으로 또다시 조사받아야 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더라도 검찰의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나올 때까지 억울한 피의자 신분으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경찰의 1차 수사 종결로 연간 50만명이 억울한 피의자 신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