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 묻힌 경찰개혁은 지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1:53:26
  • 호수 1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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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오랜 숙원사업인 경찰 수사권 독립이 30년 만인 지난 1일부터 이뤄졌다. 검찰권 약화를 목표로 삼은 문재인정권은 경찰에 수사권을 넘겼다. 또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까지 출범했다. 
 

▲ 김창룡 경찰청장 ⓒ박성원 기자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경찰개혁을 단행하며 ‘잔칫상’을 차렸던 경찰이 새해 초입부터 삐걱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정인이, 이용구, 박원순 사건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줄줄이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차 수사 종결권 확보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신설 등으로 수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 체질 개선과 강도 높은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삐그덕∼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이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당시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초기 부실 수사의 책임을 물어 서울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 조치했다.

김 청장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숨진 정인이의 명복을 빈다.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됐던 정인이는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다가 생후 16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13일 양천구 목동 소재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이 사건을 재조명하며 당시 관련됐던 입양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정인이 학대 신고를 지난해 5월과 6월, 9월까지 세 차례나 접수받았지만 그때마다 내사종결이나 혐의 없음으로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1차 신고가 있었던 5월 당시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멍과 상처 등 학대 정황이 담긴 다수 사진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경찰은 양부모의 말을 믿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2차 신고가 들어왔던 6월 말에는 ‘양모가 피해아동을 차량에 방치하는 것 같다’는 증언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 위치를 파악한다”며 아무런 조치없이 14일을 흘려보냈다. 7월 말에는 사건 발생 장소 인근의 학원 방문조사에 나섰지만 CCTV 등 증거 확보엔 실패했다. 사건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3차 신고가 있었던 9월 말에는 정인이를 진찰한 소아과 의사가 입 안 상처 등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신체의 상처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다른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게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양부와 함께 다른 소아과에 방문했고, 해당 병원은 ‘구내염’으로 상처를 판단했다. 경찰은 양부모가 격한 반응을 보인다며 ‘분리 조치’도 하지 않았고, ‘학대로도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정인이 사건 등 부실수사 논란
국가수사본부 출범…역할은?

그리고 약 보름이 지난 10월13일 정인이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추후 수사 결과, 정인이는 입양 한 달 뒤부터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췌장절단 등 복부 손상, 전신 피하출혈, 7군데 이상의 골절 흔적 등이 드러났다.


이에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 청원은 이틀 만인 5일 저녁 기준 동의 20만명을 넘겼다. 이날 오후 기준 약 25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날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서울남부지검에 이화섭 양천경찰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지휘 책임을 물어 이날 자로 현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후임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서울경찰청 총경을 발령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 담당 관계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을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출범하는 국가수사본부처 ⓒ박성원 기자

새 양천서장은 서정순 총경으로 서울특별시경찰청 보안2과장, 서울청 치안지도관, 전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역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경찰법을 보면 경찰은 경찰청 업무를 관장하는 경찰청장, 수사업무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 자치경찰업무를 지휘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체제로 3등분됐다. 경찰청장은 수사 사무와 자치경찰사무를 제외한 국가경찰사무를 총괄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동학대 범죄는 경찰법 제4조 1항 2호 라목에 따라 자치경찰사무로 분류된다.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경찰청장의 지휘·명령 권한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같은 법 제32조에 의해 국가 비상사태나 대규모의 테러, 국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다수의 시·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치안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경우 등에만 경찰청장의 지휘·명령 권한 발동이 가능하다. 이때에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사전에 사유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통보해야 한다.

경찰서장
파면 요구

국수본에 대한 경찰청장의 권한 행사도 제한된 조건 안에서만 가능하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수사에 대규모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가 있을 때에만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경찰의 수사 전담기구인 국수본이 출범했다. 또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라 이날부터 전국 18곳 지방경찰청의 명칭에서 ‘지방’이 모두 빠졌다. 경찰청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국수본 출범식을 열고 현판을 제막했다. 국수본은 경찰 사무가 국가·자치·수사로 분리됨에 따라 사실상 경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 총괄기구다.

현판식에서 김 청장은 “형사 사법 체계 개혁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며 “공정성과 책임성을 갖춘 전문수사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국수본 지휘부 인사로 수사기획조정관에 이형세 수사구조개혁단장, 형사국장에 이영상 대구경찰청장 등을 내정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수본 사무실과 관련 인선까지 진용이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을 들여다보면 출범을 서두르면서 미진하거나 이례적인 모습이 산재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현판 제막을 마친 현재까지 국수본 핵심 기능 사무실은 아직 정비되지 않아 입주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수본부장과 수사기획조정관 등이 들어갈 자리다.

국수본 수장도 없는 상태로 현재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석인 수장 직무는 차순위가 수행하는 법정대리 형태가 아닌 명령을 통한 지정대리 체계를 적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수본부장 직무대리는 최승렬 수사국장이다. 직무대리 규정상 원칙을 적용하면 국수본부장 직무대리는 수사기획조정관이 한다. 경찰청장 공석 시 경찰청 차장이 대리하는 것과 유사하다.
 

▲ ▲서울지방경찰청사

경찰은 국수본부장과 수사기획조정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차순위인 수사국장을 직무대리로 뒀던 것으로 파악된다. 선임국장이라는 점과 개편 체계 적용 연속성 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한다. 다만 법정대리 자리인 신임 수사기획조정관 부임 이후에도 현 직무대리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경찰은 수사국장을 지정대리로 명령, 이 직무대리 체제를 초대 수장 선임 때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수장도 없고
입주도 아직…

이 같은 직무대리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경찰 내부의 중론이다. 그러면서도 향후 사퇴, 탄핵, 선임 지연 등 국수본부장 공백 상황이 재현될 경우, 경찰청장이 따로 직무대리를 명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수본 도입과 수사권 구조 조정 관련 실무 혼선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개편 관련 지침 전파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일부 내용 사이에 모순, 충돌이 있었다는 전언이 존재한다.

수사 종결권에 해당하는 불송치와 관련해 검찰 검토 기간 기산점 문제 등도 오르내렸다고 한다. 경찰 불송치 결정 시점과 실제 검찰이 검토를 시작한 시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개편 체계에서는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찰은 최대 90일 기록을 검토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송치는 전산으로 관련 서류 등이 곧바로 검찰로 넘겨지는 반면, 불송치는 그렇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에 따라 고소·고발장 제출을 위해 검찰청을 방문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현장에서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경찰의 수사 대상을 설명한 안내문을 게시하며 달라진 형사사법제도의 안착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청법 등 지난 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검찰청은 3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지침을 각급 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관련 지침 최종본의 분량은 1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찰청은 대검이 내려 보낸 지침을 큰 틀로 삼고, 각각의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검찰청은 대검의 업무지침을 부서별로 독해한 뒤 간부들이 모여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검찰청은 미비점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갖기로 했다.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 혼선 
경찰 조사부터 변호사 선임?

이에 따라 당장 민원실 앞 풍경부터 바뀌었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수많은 민원인이 찾는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할 대상 범죄 예시’ 등 안내 문구를 적어놨다. 피해액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범죄 등이 아니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된다.

법조인과 경찰 관계자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달라질 풍경 중 하나로 경찰 조사 때부터 법적 조력을 받으려는 시민이 늘어날 것을 꼽았다. 지금까지는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사건의 송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총력 대응하려는 고소인과 피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사람뿐 아니라 피해를 입은 고소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자칫 경찰이 고소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해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피의자든 고소인이든 원치 않는 수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며 “수사 결과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사법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유수의 로펌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경찰 출신 변호사나 수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시민이 검찰에 직접 사건을 고소·고발하는 경우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어 고발 접수를 받을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 공무원 범죄로 국한된다. 사이버 범죄나 특정 경제 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이 가능한 5억원 이하 사기·횡령죄 등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 검찰을 찾더라도 헛걸음하게 된다.

국민 불편
줄어들까?

반면 검경의 ‘이중조사’가 줄면서 국민의 불편도 덜어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지금까지는 사건이 접수되면 피의자는 경찰에서 조사받고 검찰에서 같은 내용으로 또다시 조사받아야 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더라도 검찰의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나올 때까지 억울한 피의자 신분으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경찰의 1차 수사 종결로 연간 50만명이 억울한 피의자 신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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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