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추억> 1992 바르셀로나 미국 남자 농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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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1.11 10:37:36
  • 호수 1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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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역대급 어벤져스팀

▲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남자 농구 미국 대표팀

[JSA뉴스] 올림픽의 역사 속에는 ‘인크레더블 팀’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낸 팀들이 존재한다.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이라고도 할 수 있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베이브 루스의 뉴욕 양키스부터 필 잭슨의 LA 레이커스까지, 뉴질랜드의 올 블랙스부터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까지. 역사 속 위대한 팀들은 관중을 매료시키고 멋진 경기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뿐 아니라 스포츠의 역사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NBA 드림팀

그러나 아직까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을 넘어설 정도의 뛰어나고 글로벌한 매력과 월드 클래스의 실력을 모두 갖춘 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엄청난 팀의 탄생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보여준 미국 농구의 부진과 1992년까지 이어진 프로선수의 올림픽 참가 금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열렸던 1988년 올림픽에서 미국은 동메달에 그쳤으나, 미국 최대의 라이벌 소련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었던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는 이 ‘드림팀’의 코칭스태프에서 어시스턴트로 활동했고, NBA 선수들을 올림픽에 투입한다는 협회의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에 대해 밝혔다. 슈셉스키는 2017년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유고슬라비아 팀과 리투아니아 선수들이 포함된 러시아 팀과 경기를 치러야만 했었다. 우리 대학 선수들이 이 팀들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럽 팀 선수들은) 다 성인이었다. 모두 프로였고 많은 선수들이 NBA에서 뛰게 됐다. 올바른 결정이었다. 대학생 아이들이 더 이상 그 선수들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 만약 미국에 초청해 대학 경기를 치르게 한다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경기 규칙, 구장 규격, 시간, 공 등 모든 것들이 달랐다. 테니스를 예로 들자면 잔디 코트에서 클레이 코트로 가는 정도의 큰 변화였다.”

존슨, 조던, 유잉, 바클리, 피펜… 
스포츠사상 유래 없는 스타 집합체

올림픽 무대에서의 지배력을 되찾고 싶었던 미국과 세계 최고의 리그를 진정한 전 세계적 현상으로 만들겠다는 NBA의 바람은 모든 종목을 통틀어 스포츠사상 유래 없는 스타들의 집합체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 팀에는 역대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는 어빈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 데이비드 로빈슨, 패트링 유잉, 칼 말론, 찰스 바클리, 존 스탁턴, 스코티 피펜, 크리스찬 레이트너, 클라이드 드렉슬러, 크리스 멀린까지 포함됐다.

스페인에 도착한 드림팀은 전 세계에 엘리트 농구가 무엇인지를 보여 줄 준비가 돼 있었다. 척 데일리 감독이 지휘하는 드림팀은 크로아티아, 브라질, 독일, 앙골라, 스페인과 함께 A조에 속하게 됐다. 금메달이 이미 확정적인 상황에서 모두의 관심은 이 팀이 금메달까지 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 주느냐에 쏠려 있었다.
 

▲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

실제 이 스타들은 모두의 기대에 걸맞은 농구를 보여줬다. 드림팀의 올림픽은 앙골라를 상대로 거둔 116대 48의 폭발적인 승리로 시작됐다. 남은 경기들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마이클 조던과 동료들은 상대를 완전히 압도해 갔고, 때로는 슈퍼스타 팀이 보여주는 농구에 상대편도 그저 관중들처럼 지켜보는 모습까지 나왔다.
데일리는 2019년 NBA.com과의 인터뷰에서 이 팀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엘비스+비틀스


“엘비스와 비틀스가 합쳐진 것과도 같았다. 드림팀과 함께하는 것은 12명의 록스타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과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비교는 이게 전부다.”

앙골라 다음에는 크로아티아, 독일, 브라질, 스페인이 모두 압도적인 드림팀에게 무릎을 꿇었다. 녹아웃 스테이지로 올라온 드림팀은 조별 리그 경기와 마찬가지의 경기력을 이어갔고, 푸에르토리코와의 8강전 승리에 이어 리투아니아와의 준결승도 127-76의 스코어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크로아티아와의 금메달전을 앞두게 된다.

미국은 조별 리그에서 이미 크로아티아를 꺾은 경험이 있었지만, 결승전에선 좀 더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여기서 치열한 승부란 점수 차가 35점 이하인 경기를 의미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117-85로 패했고, 미국은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는 동시에 올림픽 농구의 정점을 찍었다.

금메달전 승리 이후 데일리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상대는 세계 최고들과 경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평생 아이들에게 자랑할 일이 생긴 것이다. ‘나는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를 상대로 경기를 뛰었어.’ 그리고 우리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면 뛸수록 상대도 더 많은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 매직 존슨이 포진한 팀에서 찰스 바클리가 경기당 평균 18점을 기록하며 최다 득점자로 떠올랐다. 조던은 전 세계 역대 최고의 스포츠맨 중 한 명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여러 번 만들어냈고, PPG(경기당 득점) 14.9에 더해 독일전에서는 올림픽 농구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 기록(12개)을 세웠다.

농구가 무엇인지 보여주다
엄청난 경기력으로 금메달

드림팀의 공동 주장, 버드와 존슨은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로 자신들이 왜 역대 최고의 농구 선수에 속하는지를 보여줬다. 스코티 피펜, 칼 말론, 패트릭 유잉과 데이비드 로빈슨도 꾸준한 활약으로 미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크리스찬 레이트너는 드림팀 멤버들 중 유일하게 NBA 경력이 없었던 선수였지만, 자신이 왜 최고의 무대에 속하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해낼 수 있었다.

미국을 세계 농구의 정상에 다시 올려놓은 것 이외에도 1992년 드림팀은 NBA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한 행사에서 존슨은 드림팀이 남긴 임팩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농구에 정말 큰 효과를 남겼고, 언젠가는 NBA에서 뛰겠다는 꿈을 아이들에게 심어줬다. 농구의 인기도 높아졌고, 우리가 가진 개인 브랜드의 측면에서, 모든 선수들, 특히 마이클 조던은 더욱 커졌다.”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농구 종목서 경기 중인 미국 대표팀

드림팀은 미국이 지배하는 올림픽 농구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이후 샤킬 오닐, 하킴 올라주원, 케빈 가넷, 빈스 카터, 코비 브라이언트, 제이슨 키드, 앨런 아이버슨,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가 모두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미국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지금까지 남자 농구에 걸렸던 18개의 금메달 중 15개를 가져갔다. 


실력으로 증명

얼마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에서도 미국은 또다시 남자 농구 금메달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고, NBA 최고의 스타들이 올림픽 농구 코트를 누비게 될 것이다. 다만 12명의 슈퍼스타들이 뛰었던 1992 드림팀의 위엄과 웅장함을 다시 볼 수 있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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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