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코로나 특수업 열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0:10:28
  • 호수 1305호
  • 댓글 0개

“성형하기 딱 좋은 날이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섰다. 지난해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비상이 걸린 것. 하지만 일부 업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업종의 인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를 버텨 온 자영업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더 춥게만 느껴진다. 코로나19에 의한 영업제한,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업종에 대해 살펴봤다. 

호황

▲병원 = 코로나19 때문에 재택 근무자와 ‘집콕족’이 늘면서 성형외과와 치과가 호황이다. 성형 의료관광 중국인들이 사라졌지만 성형외과는 오히려 더 붐비는 상황이다. 회복 기간 출퇴근으로 고민하던 국내 고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코로나 블루’ 환자가 늘면서 지난해 1∼10월 신경정신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고, 성형외과(+10%), 안과(+24%), 피부과(+10%)도 안정적 매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성형외과, 안과, 신경정신과는 2020년 들어 매월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반면 이비인후과(-11%), 소아청소년과(-10%), 종합병원(-6%), 한의원(-2%) 등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한 성형 커뮤니티에도 “날도 춥고 집에만 있으려니 성형하려 한다” “재택근무라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얼굴 지방 흡입 알아보는 중” 등 성형수술 상담 글이 다수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활동이 줄어 성형 등 수술하기에 적기라는 생각과 함께 박탈된 사회생활에 대한 보상 심리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 = 코로나19로 학원업계는 울상이지만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은 때아닌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거리두기로 다른 활동을 하기도 어렵고, 여러 분야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되면서 차량 이용 필요성도 생겨 그동안 미뤄왔던 운전면허를 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신규 면허 취득자는 72만6355명이다. 2019년(66만606명), 2018년(60만1597명), 2017년(60만2명) 등 직전 3년 통계에 견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2’ 보고서는 지난해 1~10월 자동차운전학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무술도장학원 매출이 24% 줄고, 예체능 계열 학원이 11%, 외국어학원이 10% 감소하는 등 대부분 교육 업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 일을 하기 위한 ‘생계형’ 면허를 따려는 이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지난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와 2종 소형을 합친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는 13만9344건으로 2019년(11만9772건) 대비 16.3% 증가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기존 일자리를 잃고 배달 일을 시작하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직접 배달하기 위해 이륜차 면허를 취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파 많은 식당 대신 도시락
PC방 줄폐업으로 중고PC 호황 

▲도시락업체 = 거리두기 강화로 호황을 누리는 곳 중에는 도시락 배달 업체도 있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장인들의 점심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시락 업체는 코로나19 속 반짝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식당에서 4인까지 식사가 가능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 것으로 분석됐다. 

한 도시락 업체는 코로나 특수로 1년 전보다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 식당에서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는 게 불안한 회사원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달 에 눈에 띄는 신장세를 나타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12월8일부터 27일까지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었고, 수도권 지역만 집계할 경우 28.2% 급증했다. 이마트24에서는 올해 도시락 매출이 10.7% 증가했다.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은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혜를 입은 온라인·배달 산업의 성장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상 소비 형태로 자리 잡은 언택트 소비 경향은 사회 여러방면에서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상가 = 용산 전자상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PC방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C방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은 2020년 1분기 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감소해 폐업률이 10.8%에 달했다. PC방에서 대거 매물로 나온 중고 PC들은 이곳에서 부품별로 재조립되는 등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노트북이 코로나19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재택근무와 가정 학습을 위한 노트북 수요가 커지면서 올해 글로벌 노트북 시장은 최고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도 향후 2년간 이어질 노트북 코로나 특수를 노려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노트북 시장은 지난해 대비 9% 성장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치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노트북은 총 1억7300만대 수준으로, 판매액은 132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우 = 횡성한우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횡성축협은 지난해 12월 들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매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총매출액도 30%가량 늘어난 5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모기업에서 이달 초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모임을 취소하는 대신 한우세트를 선물하기로 하고 4억원 상당을 주문한 데 이어 2차로 2억500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주문하는 등 기업체의 단체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횡성축협 측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이 강화된 영향으로 외식을 취소하는 대신 한우세트를 선물하는 신풍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리


이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을 하지 못하면서 가정간편식 등 온라인 식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식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에는 외식을 못 하면서 온라인 식품으로 편리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